7월 02, 2025
글·크레딧 정리 강주희(객원 에디터)
“말 이전에 보는 행위가 있다.” 영국의 저명한 미술비평가 존 버거는 이렇게 말했다. 전시는 바로 그 ‘보기’라는 가장 직관적 행위를 통해 세상과 마주하는 방법이다. 올여름, 국내 아트 신은 과거와 현재, 현실과 상상을 넘나들며 동시대를 다채롭게 비춘다. 몇 세기를 건너온 회화부터 테크놀로지를 매개로 한 조형 작업까지, 각 전시는 서로 다른 감각과 시선으로 ‘오늘’의 미술을 제안한다. 무엇보다 이름만으로도 기대를 모으는 거장들의 전시가 예고돼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시간 속에서, 당신만의 시선으로 예술을 들여다보길.
아모레퍼시픽미술관 〈Mark Bradford: Keep Walking〉
도시의 흔적, 사회의 균열을 캔버스로 옮겨온 미국 작가 마크 브래드포드(Mark Bradford)의 국내 첫 개인전. 광고지, 포스터, 산업용 종이 등 도시의 부산물을 여러 겹 붙이고 긁어내는 독자적 기법을 통해, 브래드포드는 도시 공간에 축적된 시간과 권력의 구조를 추적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약 40점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인다.
도시의 흔적, 사회의 균열을 캔버스로 옮겨온 미국 작가 마크 브래드포드(Mark Bradford)의 국내 첫 개인전. 광고지, 포스터, 산업용 종이 등 도시의 부산물을 여러 겹 붙이고 긁어내는 독자적 기법을 통해, 브래드포드는 도시 공간에 축적된 시간과 권력의 구조를 추적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약 40점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미지 제공_아모레퍼시픽미술관
|
이불, ‘나의 거대서사: 바위에 흐느끼다…’, 2005.이미지 제공_리움미술관
|
호암미술관 〈루이즈 부르주아〉/리움미술과 〈이불 개인전〉
오는 8월 30일, 호암미술관에서는 루이즈 부르주아의 개인전이 열린다. 거대한 거미 조각 ‘엄마’와 ‘밀실 XI(초상)’은 물론,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초기 회화 등 주요작을 폭넓게 선보일 예정이다. 이어 9월에는 리움미술관이 홍콩 엠플러스(M+) 미술관과 공동 기획으로 이불 작가의 대규모 서베이 전시를 개최한다. 인간과 기술의 관계, 유토피아적 모더니티, 인류 문명의 진보에 대한 탐구를 이어온 그의 작업 세계가 다시 한번 대중과 마주할 예정이다.
전시기간 8월 30일(리움은 9월 4일부터) ~2026년 1월 4일
문의 leeumhoam.org
문의 leeumhoam.org
뮤지엄 산 〈안토니 곰리 개인전 (DRAWING ON SPACE)〉
뮤지엄 산이 영국 조각가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의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을 선보인다. 인간, 신체, 공간의 관계에 오랫동안 천착해온 그는 조각, 드로잉, 설치 작품 등 총 48점을 통해 사유와 감각이 교차하는 조형 세계를 펼쳐낸다. 특히 곰리와 안도 다다오가 함께 설계한 공간 ‘GROUND’가 이번에 처음 공개돼, 자연과 예술, 건축이 섬세하게 맞닿은 풍경 속에서 공간 전체를 하나의 작품처럼 감상할 수 있다. 곰리는 이번 전시를 ‘물리적 공간과 상상적 공간이 만나는 지점’이라 말하며, 그 접점에서 관람자가 자기 몸과 감각으로 공간을 다시 읽어보길 제안한다.
뮤지엄 산이 영국 조각가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의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을 선보인다. 인간, 신체, 공간의 관계에 오랫동안 천착해온 그는 조각, 드로잉, 설치 작품 등 총 48점을 통해 사유와 감각이 교차하는 조형 세계를 펼쳐낸다. 특히 곰리와 안도 다다오가 함께 설계한 공간 ‘GROUND’가 이번에 처음 공개돼, 자연과 예술, 건축이 섬세하게 맞닿은 풍경 속에서 공간 전체를 하나의 작품처럼 감상할 수 있다. 곰리는 이번 전시를 ‘물리적 공간과 상상적 공간이 만나는 지점’이라 말하며, 그 접점에서 관람자가 자기 몸과 감각으로 공간을 다시 읽어보길 제안한다.
이미지 제공_뮤지엄 산
|
송은 권아람 개인전 〈피버 아이〉
기술이 지배하는 시대, 인간의 사고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제21회 송은미술대상 수상 작가 권아람은 개인전 〈피버 아이〉에서 이 질문에 시각적으로 응답한다. 영상, 설치, 사운드를 넘나드는 작업으로 동시대 시지각 시스템의 과열과 왜곡을 조명해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 공간 전체를 하나의 조형 언어로 엮는다. 신작 ‘피버 아이’(2025)는 3층 전시장을 LED 패널로 감싼 대형 설치 작업이다. 강렬한 붉은 빛의 깜빡이는 화면은 감시 기술을 환기하며, 그로 인해 파생된 불안과 감각의 혼란을 표현한다.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이미지 제공_송은
|
갤러리바톤 〈최민영 개인전〉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최민영이 국내 두 번째 개인전으로 갤러리바톤을 찾는다. 지난해 스페이스K에서 열린 첫 개인전에서 몽환적 풍경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그는 이번 전시에서 ‘미지의 숲’을 배경으로 한 회화 신작 10여 점을 통해 한층 깊어진 서사를 펼친다. 최민영의 화폭에는 현실과 환상, 자연과 인간, 도시와 신화가 겹겹이 교차하며 흐른다. 개인적인 기억과 경험에서 출발한 이미지는 초자연적인 풍경을 드러내며 관람객을 상상의 장면 속으로 이끈다. 전시 기간 7월 9일~8월 9일
문의 gallerybaton 최민영, ‘Sleepless Nights’, 리넨에 유채, 130×170cm, 2025. 이미지 제공_갤러리 바톤
|
힐마 아프 클린트, ‘No. 15, 진화’, 그룹 VI, WUS/칠각성 연작, 캔버스에 유채, 99×130cm, 1908, 힐마 아프 클린트 재단 제공, HaK 083.
이미지 제공_부산현대미술관
|
부산현대미술관 〈힐마 아프 클린트: 적절한 소환〉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영감을 얻어 선과 색, 상징으로 인간과 우주의 질서를 시각화한 작가, 스웨덴 화가 힐마 아프 클린트(Hilma af Klint). 하지만 오랫동안 잊혔던 그녀의 작품이 이제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본격 조명된다.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대규모 회고전은 1백40여 점에 이르는 회화와 드로잉을 연대기적으로 구성했다. 삶의 10단계를 추상적으로 재현한 대표작 ‘10점의 대형 회화’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전시기간 7월 19일~10월 26일
문의 busan.go.kr
문의 busan.go.kr
국립중앙박물관 〈새 나라 새 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
조선 전기는 새 나라의 기틀과 함께 우리 문화의 토대가 형성된 시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시기의 예술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 〈새 나라 새 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을 개최한다. 도자, 서화, 불교미술 등 총 6백91점의 유물을 통해 조선 전기 2백여 년의 미술 정수를 집대성한 자리다. 한편 같은 기간, 특별전시실2에서 열리는 〈마나 모아나 – 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는 프랑스 케브랑리 박물관과의 협업으로 마련된 전시로, 오세아니아인의 신화와 전통이 깃든 조각과 공예품을 소개한다. |
디뮤지엄 〈취향가옥 2: Art in Life, Life in Art 2〉
‘일상과 예술을 아우르는 공간’이라는 참신한 기획으로 주목받았던 디뮤지엄의 전시 〈취향가옥〉이 더 다채로운 컬렉션과 함께 시즌 2로 돌아왔다. 백남준, 이우환, 올라푸르 엘리아손 등 국내외 거장들의 작품부터 양승진, 이재하 등 신진 작가가 제작한 가구와 전통 공예품까지,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미감으로 가득 채웠다. 개인 컬렉터들의 미공개 소장품 6백여 점도 더해져, ‘집’이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취향과 예술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장면을 경험할 수 있다 |
G 갤러리 〈The Mutable Line〉
익숙한 경계를 의심하고, 새로운 감각을 제안하는 여성 작가들의 시선이 만났다. G 갤러리에서 열리는 그룹전 〈The Mutable Line〉에서는 이해반, 최수진, 카밀라 알베르티 작가가 자연과 인간, 개인과 사회의 경계를 사유하며 완성한 회화, 설치, 오브제 작업을 선보인다. 이해반은 DMZ에서 받은 인상을 시각화하고, 최수진은 단편적 기억을 감각적 풍경으로 풀어냈다. 카밀라 알베르티는 자연물과 폐기물을 결합한 조형 작업으로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 가능성을 제시한다.
익숙한 경계를 의심하고, 새로운 감각을 제안하는 여성 작가들의 시선이 만났다. G 갤러리에서 열리는 그룹전 〈The Mutable Line〉에서는 이해반, 최수진, 카밀라 알베르티 작가가 자연과 인간, 개인과 사회의 경계를 사유하며 완성한 회화, 설치, 오브제 작업을 선보인다. 이해반은 DMZ에서 받은 인상을 시각화하고, 최수진은 단편적 기억을 감각적 풍경으로 풀어냈다. 카밀라 알베르티는 자연물과 폐기물을 결합한 조형 작업으로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 가능성을 제시한다.
최수진, ‘Nightfall_Echoes’, 캔버스에 유채, 227.3×181.8cm, 2025.
이미지 제공_G 갤러리 |
론 뮤익, ‘치킨 / 맨’, 혼합 재료, 86×140×80cm, 2019. 크라이스트처치 아트 갤러리 테 푸나 오 와이훼투 컬렉션, 아오테아로아 뉴질랜드.
이미지 제공_국립현대미술관 |
국립현대미술관 〈론 뮤익〉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프랑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이 공동 주최한 호주 조각가 론 뮤익(Ron Mueck)의 개인전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정교한 인체 조각으로 현대인의 자화상을 구현해온 작가의 대표작 24점을 통해 현대 조각의 흐름을 짚어본다. 개막 이후 관람객 30만 명을 돌파한 이번 전시는 스튜디오 사진 연작과 다큐멘터리도 함께 소개하며, 외로움과 불안,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한편 과천관에서는 해외 뉴미디어 소장품을 소개하는 〈아더랜드 II: 와엘 샤키, 아크람 자타리〉전이 8월 17일까지 이어진다.
전시기간 7월 13일까지
문의 mmca.go.kr
문의 mmca.go.kr
Art+Culture ’25 Summer Special
01. 페닉스(Fenix) 미술관 in 로테르담_오랜 항구도시의 새 랜드마크, 이주와 자유를 말하다 보러 가기
02. 국경 지대에 자리한 미식과 쇼핑의 소도시_하룻밤으로는 모자란 루르몬트의 매력 보러 가기
03. Art + Culture 보러 가기
04. Interview with 앤서니 맥콜 Anthony McCall in 뉴욕_느릿한 ‘현재(現在)’를 호흡하는 빛의 공간 보러 가기
05. 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 Expo 2025 Osaka Kansai_‘인류의 축제’에 남겨질 질문들 보러 가기
06. 살아 있는 로커의 아이콘_숲과 바람의 리마로 돌아온 패티 스미스 보러 가기
07. Artist in Focus 1_지언무언(至言無言), 말이 다다를 수 없는 이강소의 세계 보러 가기
08. Artist in Focus 2_이동하고 거주하는 제임스 터렐표 빛의 공간 보러 가기
09. 아만조에(Amanzoe) in 그리스_올리브나무 벗 삼아, 깊고 푸른 에게해를 바라보다 보러 가기
10. 피에르 위그, ASI(초지능) 시대의 미술_당신은 아직도 예술이 인간만의 이야기라고 믿는가? 보러 가기
11. 서울시립 사진미술관_창동에서 시작하는 한국 사진 예술 기행 보러 가기
12. 미국 현대미술 작가 캐서린 번하드_겁내지 않고, 멈추지 않는 ‘행동’으로서의 예술 보러 가기
13. 〈사랑/마법♥/MABEOB M/MAGIE〉_F1963_시각 언어로 시대를 조각하는 M/M(Paris) 보러 가기
14. EXHIBITION IN FOCUS 보러 가기
15. REMEMBER THE EXHIBITION 보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