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owy Bl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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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05, 2020

글 고성연(콜로라도 아스펜 현지 취재) | 사진 제공 페르노리카

위스키의 세계를 잘 몰라도 우아하기 그지없는 맵시를 보면 절로 빠져들 만큼 로얄 살루트는 특유의 오라(aura)를 풍긴다고들 한다. 반세기도 훨씬 더 전인 1953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대관식에 헌정된 탄생 스토리를 지닌 위스키다운 존재감이다. 오랜 위상을 지켜온 배경에는 ‘블렌딩의 예술’이라는 정통성을 유지하면서도 흥미로운 혁신의 고삐를 늦추지 않아온 균형의 미학이 버티고 있다. 이번에는 마치 ‘눈의 여왕’을 위한 선물처럼 새하얀 자태가 돋보이는 ‘스노우 폴로 에디션’이 참신한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그 매력적인 모습을 전격적으로 선보인 무대는 미국 콜로라도주 아스펜에서 펼쳐진 스노우 폴로 대회. 눈부신 설경 속에 역동성이 넘쳐흐르는 현장을 직접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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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다가도 햇살을 받으면 온통 은빛으로 반짝거리는 겨울 숲으로 둘러싸인 미국 콜로라도주 아스펜(Aspen). ‘겨울의 할리우드’라는 별칭이 따라붙을 정도로 유명 인사와 억만장자가 즐겨 찾는 이 아름다운 휴양지는 은광으로 전성기를 누렸다가 1930년대 접어들어 폐광 위기에 처했던 아찔한 이력이 있다. 하지만 천혜의 자연환경을 살려 스포츠와 예술의 기운이 넘실대는 오늘날의 인기 만점 겨울 왕국으로 거듭났다. 겨울 스포츠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손꼽히는 꿈의 휴양지인 아스펜에서는 보기 드문 볼거리를 선사하는 연례행사가 열리는데, 바로 북미 지역의 유일한 스노우 폴로 대회인 ‘세인트 레지스 월드 스노우 폴로 챔피언십(St Regis World Snow Polo Championship)’이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왕의 스포츠’로 불리는 폴로 경기를 새하얀 눈밭에서 역동적으로 즐기는 럭셔리 스포츠인 스노우 폴로는 1985년 스위스 생모리츠의 얼어붙은 호수에서 처음 치러졌다고. 아스펜에서 열리는 세인트 레지스 챔피언십은 권위 있는 세계 토너먼트 중 하나이며, ‘왕실 위스키’로 통하는 로얄 살루트가 공식 후원하는 대회로, 폴로 팬은 물론 형형색색의 감각적인 스타일로 단장한 ‘패션 피플’이 몰려들어 관람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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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의 새로운 결정체, 스노우 폴로 에디션

지난 12월 중순에 열린 2019 스노우 폴로 챔피언십에서는 특히 ‘눈의 왕국’과 잘 어우러지는 ‘화이트’ 감성이 곳곳에서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배경에는 이 대회를 위한 VIP 관중석이 마련된 새하얀 막사에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 역할을 한 ‘로얄 살루트 21년 스노우 폴로 에디션’이 있었다. 설원에서 펼쳐지는 박진감 넘치는 스노우 폴로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한정판 제품으로, ‘폴로 에디션’ 시리즈의 세 번째 주자. 바텐더들이 ‘칵테일 쇼’로 흥을 돋우고 참석자들이 ‘건배’의 향연을 벌인 덕에 눈 덮인 산을 연상케 하는 순백의 폴라곤 보틀이 또 다른 의미에서 행사의 주인공 노릇을 톡톡히 해낸 이 제품은 46.5도의 100% 그레인 위스키라는 특징을 내세우고 있다. “스노우 폴로의 탄생지인 스위스 생모리츠의 위도에서 영감을 받은 도수예요. 도수가 높지만 큰 얼음 조각을 넣고 희석해 마시면 믿을 수 없을 만큼 부드럽고, 균형이 잘 잡힌 세련된 풍미를 느낄 수 있답니다.”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마스터 블렌더이자 로얄 살루트의 품질을 책임지는 샌디 히슬롭(Sandy Hyslop)은 ‘극강의 부드러움’을 거듭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시원한 얼음 조각을 띄운 채 들이켜는 스노우 폴로는 기존의 로얄 살루트를 상징하는 ‘짙은 블루’ 보틀에 담긴 풍부하고 강렬한 풍미와는 확실히 다른 매력을 품고 있다. 샌디 히슬롭의 설명에 따르자면 스노우 폴로 에디션 같은 한정판 에디션을 통해 로얄 살루트가 지닌 풍부한 다양성의 자산을 이끌어내보고 싶었다고. 영국을 대표하는 폴로 선수 출신으로 로얄 살루트의 폴로 앰배서더로 활약하며 전 세계를 누비는 맬컴 보위크(Malcolm Borwick)는 스노우 폴로 에디션을 ‘가장 대담한 혁신의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그레인 위스키는 대개 저연산인 데 반해 ‘최소 21년’ 숙성된 원액만 다루는 로얄 살루트가 고연산 그레인 위스키를 개발한 것 자체가 꽤 대범한 선택이었다는 설명이다. 스노우 폴로 에디션처럼 경기 자체도 사뭇 다른 매력을 품고 있음은 물론이다. 경기장 면적도 잔디에서 진행하는 폴로에 비해 훨씬 작고, 선수 구성도 4대 4가 아닌 3대 3인데, 무엇보다 좀 더 가까운 거리에서 동작 하나하나를 세밀히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한번에 멀리 치고 나가기도 힘들고, 볼을 컨트롤하기도 훨씬 더 어렵기 때문에 사뭇 다르다”라고 털어놓는 맬컴 보위크는 아스펜 같은 곳에서 하는 스노우 폴로 행사의 진정한 즐거움은 수려한 경치와 그 고장의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내는 사랑스러운 각종 파티가 빚어내는 전체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호텔 건물들마저도 대자연과 호흡하듯 자연미를 뿜어내는 한적한 이 마을에서 간만에 땀을 흘리며 폴로 레슨을 받은 뒤 위스키를 홀짝이며 설경을 바라보노라면 그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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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으로 체감하는 미학, ‘블렌딩의 예술’

그리고 이 총체적인 경험은 하나의 감각이 다른 감각을 작용케 하는 ‘공감각(synesthesia)’의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된다. 바로 로얄 살루트의 크리에이티브 어드바이저로 활동하는 스타 조향사 바나베 피용(Barnabe′ Fillion)의 얘기다. 모델에 이어 포토그래퍼의 커리어를 밟다가 우연한 기회로 조향사가 된 그는 ‘향’을 통해 먼저 만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가 많은 위스키와 향수의 미학을 조화롭게 풀어내며 기억에 남는 경험을 선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음악과 텍스트 등을 동원해 오감을 전부 일깨우는 시음 세션을 진행하던 그는 자신의 첫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원래는 싱글 몰트를 마셨는데, 로얄 살루트를 접하고는 다른 레벨의 블렌디드 위스키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하나의 위스키에 다양한 레이어(layer)가 존재하는 걸 보고 놀랐지요.” 그래서 그는 처음 자문을 요청받았을 때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이미 태생적으로 희귀한 자산이 있기에 굳이 무언가를 더 증명해야 할 필요는 없고, 그저 탐색해나가면 되는 브랜드라고. 그리고 자신의 역할은 그저 사람들이 그 가치를 보다 쉽게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그렇게 브랜드가 고유의 정체성과 자산을 간직한 채 다양한 실험을 전개해나가는 과정에서 스노우 폴로 에디션이 탄생한 것이죠.” 다만, 이 실험은 자유로우면서도 아주 신중하게 이뤄진다. 샌디 히슬롭이 자신의 ‘사부’이자 전대 마스터 블렌더 잭 가우디에게 배운 소중한 교훈이라고 강조했듯, ‘명성을 일구는 데는 30년이 걸리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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