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르체스코 성 인근에 위치한 한적한 마테로 반델로 거리. 이곳은 디자인 관계자들이 이 도시에 몰려드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이면 유독 분주해진다. 시내에서 다소 떨어진 이 조용한 거리에 발길이 치열하게 몰리는 이유는 오로지 이탈리아 디자인계를 대표하는 갤러리스트이자 큐레이터인 로사나 오를란디의 갤러리, 스파치오 로사나 오를란디다. 디자인계의 여왕, 대모, 트렌드세터 등 화려한 별명을 거느린 그녀는 이름 자체가 브랜드라 해도 무방한 독보적인 디자인 고유명사다. 라이프스타일의 유행을 선도해온 그녀의 공간은 일반적인 갤러리와 달리 갤러리와 사무 공간, 정원, 판매 숍, 레스토랑이 결합된 의식주 통합형 복합 문화 공간. 늘 새로운 전시와 흥미진진한 이벤트가 변화무쌍하게 펼쳐지는 공간이다. 14년의 짧은 역사에도 이곳이 밀라노 디자인 명소로 떠오른 것은 작품 컬렉션부터 공간 운영까지 사람들의 편견을 깨는 파격과 신선함으로 채웠기 때문이다. 스타의 등용문처럼 무명 시절의 마르틴 바스(Marteen Baas)와 나초 카르보넬(Nacho Carbonell)의 첫 전시 무대가 되기도 했던 정원에서 이곳에서 일흔 둘의 오를란디를 만났다. 하얀색 빈티지 선글라스 뒤로 형형히 빛나는 소녀의 눈빛, 다양한 세대와 거리낌 없이 소통할 수 있는 탁월한 유머 감각. 나이는 그녀 앞에서 무색해진다. 정원 한편 현판에 적혀 있던, 그녀 친구의 헌사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현명한 여인은 자신이 결정한 대로 나이를 먹는다.’ 계속 읽기 →
글 여미영(디자인 스튜디오 D3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