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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06, 2014

에디터 배미진

<스타일 조선일보>는 이달부터 흥미진진한 시계 스토리를 전하기 위해 오메가의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시계 기술의 진보에서 가장 큰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오메가의 스토리는 시계의 역사 그 자체다. 12월까지 매달 2페이지씩 연재되는 ‘시계의 역사, 오메가의 역사’ 칼럼을 통해 스위스 워치메이킹의 지난날을 기록하고 기계식 시계의 가치를 되짚어본다. 첫 번째 스토리는 오메가의 핵심 라인인 씨마스터 컬렉션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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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 세계 최초의 마린 워치

지금만큼 기계식 시계가 호황을 누리고 럭셔리 마켓의 화두가 된 적이 있던가? 16세기 종교개혁 이후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시계를 모두의 필수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한 프랑스의 종교개혁가 장 칼뱅의 청교도 정신은 아이러니하게도 ‘21세기 럭셔리 산업’의 상징으로 확장되었다. 이 때문에 지금 기계식 시계는 사치품이라는 오해 아닌 오해도 받고 있지만, 오메가는 단단한 히스토리로 이러한 의구심을 지워주는 성실한 브랜드다. 오메가는 최초로 달에 착륙한 우주인이 착용한 시계인 스피드마스터, 세계적인 경매에서 항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컨스텔레이션, 클래식 워치의 대명사인 드빌, 엄격한 기준의 다이버 워치 컬렉션인 씨마스터로 대변된다. 그중 이번 호에서 다룰 씨마스터 컬렉션의 역사는 말 그대로 방수 워치, 마린 시계 역사의 중심에 있다. 지금 모든 워치 브랜드가 다이버 워치를 이야기하지만 진정한 다이버 워치의 명가를 찾는다면 오메가를 최우선으로 꼽는다. 스위스를 대표하는 시계 기업인 스와치 그룹의 일원으로 이미 브랜드 초기부터 막대한 투자금을 감수하고 꾸준히 기술을 쌓아왔다. 오메가를 대표하는 마린 워치 시리즈인 씨마스터는 이렇듯 아주 견고하고 깊은 오메가의 역사 속에서 생명력을 얻었다.
1932년 오메가 최초의, 그리고 세계 최초의 다이버 워치인 마린(Marine)은 지금 다시 보아도 혁명 그 자체다. 완전히 분리되는 2개의 케이스는 외부 케이스와 안쪽의 다이얼 케이스가 꼭 맞도록 설계되었다. 또 바깥쪽 케이스에는 스크래치를 방지하는 인공 사파이어 글라스를 사용했는데, 기존 글라스보다 강도가 10배 이상 강했다. 물이 닿아도 녹슬지 않는 스테이브라이트 스틸 소재와 골드 소재 두 가지 버전으로 제작된 이 시계의 스트랩은 실용성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오메가의 정신에 따라 물개가죽(seal skin)으로 제작했다. 당연히 바닷물에도 끄떡없는 소재다. 잠수용 수트 위에도 착용 가능 하도록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접이식 잠금장치까지, 목적에 딱 맞는 시계를 제작하는 오메가의 정신은 이 초기 모델에도 그대로 담겨 있다. 어떤 시계든 완벽한 테스트를 거치는 오메가의 고집은 이때도 예외가 아니었다. 1936년 마린 모델 3개를 다양한 실험군으로 테스트했는데, 이 테스트에서 85℃로 가열한 물에 4분 동안, 5℃의 제네바 호수 73m 수심에서 30분 동안 제품을 담가두었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다이빙을 위한 최초의 산소 탱크를 개발한 다이빙의 개척자 이브 르 프리외(Yves Le Prieur)가 오메가의 마린 모델을 착용했고, 1936년 해저 연구가 윌리엄 비브(William Beebe) 또한 태평양 해협 14m 수심에서 이 시계를 착용하며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칼리버 19.4 SOB T2를 탑재한 마린은 세계에서 가장 방수가 잘되는 손목시계였고, 까르띠에와 티파니에서 재판매되기도 했다(당시에는 시계 전문 브랜드의 모델을 구입해 외관만 수정해 판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노력이 빛을 발해 1948년 드디어 완벽한 다이버 워치인 씨마스터 컬렉션이 드디어 얼굴을 드러냈다. 안정적인 방수 기능을 갖춘 씨마스터 컬렉션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경쟁사에서 오메가에 견줄 만큼 퀄리티 높은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초의 씨마스터 워치 디자인은 다이버 워치라기보다는 방수 기능을 갖춘 클래식한 워치처럼 보인다. 하지만 오메가는 보다 전문적인 기능을 탑재하길 원했고, 1957년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한 씨마스터 300을 출시해 다이버 워치의 새 시대를 열었다. 깊은 수심에서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야광 다이얼과 잠수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회전 베젤을 적용한 후 오메가의 명성은 높아졌다. 긴 연구 끝에 탄생한 씨마스터 300은 항구 설비 보수나 수심 파이프 부설 등의 험한 작업을 위한 필수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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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성능의 전문 다이버 워치, 씨마스터 프로페셔널 600

오메가는 1968년 이후부터 유명한 잠수업체 코멕스(Comex)와 함께 작업해왔다. 같은 해 코멕스의 다이버 랄프 브라우어와 르제 베이룬스가 수심 365m로 설정된 가상의 잠수 상황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웠는데, 역시 씨마스터 300이 함께했다. 1969년 오메가는 60m 방수 기능의 씨마스터 60과 200m 방수 기능의 씨마스터 200을 선보였다. 여기서부터 오메가의 다이버 워치 기술은 탄력을 얻기 시작했다. 1970년, 4년간의 연구 개발 끝에 획기적인 ‘씨마스터 프로페셔널 600’을 소개하면서 다시 한 번 다이버 시계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된 것이다. 전문 다이버를 지칭하는 플로프로프(PloProf, Plongeur Professionnel ? Diver Professional)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박력이 넘치는 이 워치는 견고한 구조 덕에 높은 수압에도 견딜 수 있는 저항력이 특징이다. 하나의 메탈로 제작해 완벽한 밀폐를 보장하는 모노코크 케이스, 붉은색 베젤 잠금장치, 압축 나사로 봉인된 왼쪽의 사각 크라운 등 새로운 요소가 추가되었다. 당시 오메가가 해결하고자 한 문제는 600m 방수와 함께 수중에서 가장 큰 위험 요소인 헬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압력이 낮아질 때 시계 안에 차 있던 헬륨이 팽창하면 시계가 터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오메가는 단지 헬륨을 배출하는 밸브 실험에 만족하지 않고 플로프로프를 매우 단단하게 봉인해 헬륨조차 침투할 수 없는 시계를 만드는 연구에 착수했다. 시계업계에서 유일하게 질량 분석계를 소유한 오메가만이 할 수 있는 시도였다. 결국 오메가는 일명 ‘고릴라 테스트(gorilla test)’를 통해 이 워치가 수심 1,370m에 상응하는 1백37기압까지 견딜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고, 1972년 당시 방수 기능이 가장 뛰어난 시계를 가리는 대회마다 챔피언으로 자리매김했다.
수많은 수중 탐사에서 사용된 바 있는 씨마스터 프로페셔널 600의 인기는 지금도 여전하다. 2009년 오메가는 씨마스터 600-플로프로프를 부활시켜 상품화했고, 역사 속의 시계를 현실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오메가의 상징적인 모델은 지금도 컬렉터들이 가장 사랑하는 모델이고, 에디터들이 가장 촬영하고 싶어 하는 시계 중 하나다. 도전과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길 즐기는 오메가는 씨마스터 프로페셔널 600을 출시한 지 불과 1년 만인 1971년, 수심 1,000m에서 견딜 수 있는 씨마스터 프로페셔널 1000을 소개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5mm 두께의 미네랄 글라스 역시 엄청난 압력에도 끄떡없었다. 1972년 출시된 다이버용 크로노그래프 씨마스터 오토매틱 120m 역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모델은 최초의 논스크루(nonscrew) 방식임에도 수심 120m까지 케이스에 물이 침투할 염려 없이 수중에서 사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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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본드의 완벽한 파트너, 오메가 씨마스터
이후 씨마스터 프로페셔널 다이버는 다이버가 아닌, 영화 캐릭터 때문에 더욱 유명해졌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파이, 제임스 본드다. 숀 코네리, 로저 무어, 티모시 돌턴 등 지난날의 제임스 본드는 롤렉스를 착용했지만, 1995년, 새로운 제임스 본드인 피어스 브로스넌은 세련되고 우아한 그의 이미지에 꼭 들어맞는 시계를 찾았고, 그 결과 오메가가 선택되었다. <007 골든 아이>(1995)에서 새로운 본드의 면모를 보여준 피어스 브로스넌은 푸른색 다이얼의 씨마스터 프로페셔널 다이버를 착용했다. <언리미티드>(1999), <어나더 데이>(2002)에 이어 대니얼 크레이그가 더 강해진 새로운 본드로 열연한 <카지노 로얄>(2006)에서도 씨마스터는 계속 007 요원의 시계로 등장한다. 007 시리즈의 광고는 씨마스터 프로페셔널 다이버에 ‘제임스 본드 시계’라는 별명을 달아주었을 뿐 아니라, 엄청난 매출을 가져다주었다. 1996년 한 해 동안 씨마스터 프로페셔널 다이버가 올린 매출은 전년보다 10배 이상 증가했을 정도다. 크레이그의 두 번째 영화 <퀀텀 오브 솔러스>(2008)와 <스카이폴>(2012)에서도 오메가는 여전히 제임스 본드의 손목에서 빛났다. 앞으로도 애스턴 마틴과 젓지 않고 흔들기만 한 마티니, 그리고 오메가 씨마스터는 제임스 본드의 영원한 파트너 역할을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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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는 오메가의 엄청난 역사 중 일부분인 씨마스터 컬렉션의 스토리를 살펴보았다. 오메가의 역사는 마린 워치 이외에도 시계의 역사 전반을 아우르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시계의 역사가 바로 오메가의 역사인 것이다. 어쩌면 스위스의 전통 예술, 혹은 박물관의 전시품으로 남았을지도 모를 기계식 시계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것은 오메가라는 브랜드다. 장인 정신이 필요한 하이엔드 기술을 대중적이지만 품격 있게 구사하는 워치 브랜드는 많지 않다. 오메가의 ‘실리콘 헤어 스프링’이나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와 같이 독창적인 구조의 무브먼트를 장착한 다른 워치를 비슷한 가격대에서 찾기 어렵다(어려운 이름의 이 두 가지 부품은 기계식 시계에 꼭 필요한 요소다). 가격적 정당성에서 오메가는 굉장히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오메가는 럭셔리하지만 대중적인 제품을 만드는 거대 브랜드다. 스와치 그룹에서도 허리를 든든히 받치고 있으며 볼륨도 크고, 상품도 다양하다. 우리는 이러한 브랜드 없이 기계식 시계를 이야기할 수 없다. 충분한 판매처를 확보하고 있고 모두의 요구를 충족시키며 절대 상상하지 못했던, 여성들에게까지 기계식 시계를 권하는 오메가의 박력을 다른 브랜드가 따라잡기란 쉽지 않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오메가의 꾸준한 투자와 연구가 있었기에 우리는 지금 좋은 품질의 기계식 시계를 손목에 착용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수준 높고 안정적인 시계 브랜드로서 오메가의 가치는 지금도 유효하며 더 크게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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