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지상(紙上) 전시_YET TO DISCOVER 우리들의 백남준_03_CONVERGENT L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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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4, 2023

글 김연우(독립 큐레이터) | 기획 김연우, 고성연 | Exhibition Concept 고성연


백남준은 인간적인 매력과 흥미로운 작업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사교가 기질이 다분했던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를 ‘아웃사이더’로 여긴 그였다지만, 연주하던 바이올린을 부수고 신고 있던 구두를 벗어 물을 담아 마시는 독특한 퍼포먼스라든지 젊고 아름다운 첼리스트 샬럿 무어먼과의 센세이셔널한 파트너십을 보면 퍼스널 브랜딩의 요체를 꿰뚫는 듯 비범한 쇼맨십과 사교성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자신의 재능을 함께 엮어갈 아군을 만들어내는 이 같은 매력과 카리스마는 동양에서 온 낯선 아티스트가 타국의 예술계에서 입지를 다져나가는 데 큰 보탬이 된다. 얼마 전 대규모 백남준 회고전이 열린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의 미디어 아트 큐레이터 루돌프 프릴링에 따르면 “백남준을 만난 사람들은 (백남준이) ‘얼마나 특별한 성격인가’, ‘얼마나 활기찬 예술가인가’라고 말하곤 했다”며 “그는 일을 성사시키고 사람들을 활기차게 하는 자질을 지니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아내 구보타는 백남준에게 팬레터를 보낼 정도로 그를 연모했다고 하며, ‘백-아베 신디사이저’의 협업자 아베 슈야는 가족이 있는 일본을 뒤로하고 백남준을 따라 미국으로 가는 바람에 이 둘을 서로에게 소개해준 사람이 나중에 아베의 가족에게 사과하기까지 했다고 전해진다. 그뿐인가, 전 세계의 수많은 예술가가 백남준의 기획하에 위성 오페라 3부작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는 일에 동참하고 작품에 기꺼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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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업에서는 예술가 동료들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전문가, 기업, 국가 차원의 협업 또한 두드러진다. 백남준은 88 서울올림픽에 맞추어 개관을 앞두고 있던 국립현대미술관의 중앙홀에 놓을 거대한 작업을 구상하던 중 텅 빈 램프에 수백 대의 TV를 기념탑처럼 쌓아 올린 역대 최대 규모의 비디오아트 작업을 떠올린다. 바로 얼마 전 3년간의 복구 작업을 마치고 조심스럽게 재가동을 시작한 ‘다다익선’의 아이디어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18m 높이로 천장을 향해 높이 솟아 있는 1천3대의 TV 모니터 화면을 화려하게 밝히며 오늘날에도 여전한 위용을 자랑하는 다다익선은 결코 백남준 혼자서 만들어낼 수 없는 작업이었다. ‘다다익선’은 1천 대가 넘는 TV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해줄 기업, 구조물 설계를 맡아줄 건축가, 기술적인 부분을 실현해줄 테크니션, 모니터에 상영될 영상의 소프트웨어 제작자, 작품을 모니터링하고 운영하는 관리인, 예산 확보와 설치를 총괄한 기계 기사 등의 수많은 관계자가 2년 동안 미국과 한국의 시차를 넘어 협력해서 탄생시킨 창조적 융합의 소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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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익선’의 재가동을 기념하며 열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다다익선: 즐거운 협연>전은 그동안 대중에게 잘 공개되지 않았던 아카이브 자료를 바탕으로 ‘다다익선’ 작품 제작과 설치, 유지를 위해 진행한 많은 사람과의 ‘협업’을 재조명하는 동시에 세상을 떠난 백남준을 새롭게 해석하는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한 ‘즐거운 협연’을 엿볼 수 있다. 30년 넘게 운영되며 수많은 수리와 복구를 거친 ‘다다익선’의 재가동은 앞으로도 그가 남긴 작업을 보존하고 지켜가기 위한 또 다른 협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융합적 협업’의 범위에는 그가 남긴 귀중한 유산을 향유하는 관람객의 역할도 포함되어 있다는 걸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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