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SPECIAL] 여성 예술가는 어떻게 (다시) 발굴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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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6, 2021

글 김영애 (이안아트컨설팅 대표) | Edited by 고성연

여성 예술가의 활동이 두드러지는 요즘이다. 해외에서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한국 작가의 목록에는 양혜규, 이불, 김수자 등 늘상 여성 작가가 전면에 있고, 최근 국내에서도 자신의 이름보다는 운보 김기창의 아내로 더 잘 알려져 있던 박래현의 작품을 전시하는 <박래현: 삼중통역자>展(국립현대미술관), 다수의 여성 현대 예술가를 모은 <내 나니 여자라>展(수원시립미술관), 뒤늦게 미술가로 데뷔해 화제를 모은 80대 영국 작가 <로즈 와일리>전(예술의전당),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MMCA 커미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국내에서도 인지도를 높인 제니 홀저 개인전(국제갤러리) 등 여성 아티스트들의 전시 소식이 가득하다. 디자인·건축 분야에서 잇딴 회고전이 파리, 런던 등에서 열리며 재평가받고 있는 샤를로트 페리앙의 인기도 꺾일 줄 모른다.
현대 예술 분야에서 여성 작가의 비율은 5% 미만이지만 미술관에 걸려 있는 누드화 중 85%는 여성을 모델로 삼는다는 여성 예술가 모임 ‘게릴라걸즈’의 1989년 지적은 30여 년의 세월과 함께 달라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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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페미니즘 미술 운동과 함께
우리가 알고 있는 여성 예술가 중 상당수가 페미니즘 운동의 영향으로 ‘재발굴’된 작가들임은 분명하다. 그 유명한 루이스 부르주아(1911~2010)도 여성 미술 평론가 루시 리파드의 1966년 기획 전시 <기이한 추상>전에 참여하면서 제대로 인정받기 시작했으니 나이 50줄에 접어들어서야 비로소 작가 활동에 제대로 시동을 건 셈이다. 그 이전에도 꾸준히 작업을 해왔기에 뒤늦게 빛을 봤겠지만, 그 이전의 평가는 미술사학과 교수의 아내이자 세 아들의 어머니라는 대외적 입장이 더 앞섰던 게 사실이다. 이후 본격적으로 불어닥친 페미니즘의 흐름 속에서 루시 리파드의 1976년 저서 <여성 예술에 대한 페미니스트 에세이> 표지에 작품이 실리고, 1982년 71세의 나이로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열었으며, 2000년에는 가장 유명한 작품이 된 대형 조각 ‘마망’이 탄생한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의 개막전을 장식하며 세계적인 작가로 우뚝 선다. 그리고 79세부터 10년에 걸쳐 최전성기를 꽃피우다 세상을 뜬다.
조지아 오키프(1887~1986)도 다르지 않다. 오랫동안 유명 사진작가이자 기획자인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의 아내이자 뮤즈로 여겨졌던 그녀의 인생은 20세 연상이던 남편의 사망과 함께 노선을 달리한다. 이후 60대부터 99세에 이르기까지 활약하며 역사에 예술가로 새겨지게 된다. 뉴멕시코로 떠나 혼자 살면서 작품을 하고 사진을 남긴 그녀의 활동은 오늘날 ‘오키프 패션’, ‘오키프 요리’ 등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구사마 야요이(1929~)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앤디 워홀과 함께 1960년대 뉴욕 미술계를 달궜지만 동양에서 온 살짝 정신 나간 여자 정도로 취급받다가 일본으로 귀국해 정신병원에 입원한 그녀를 ‘끄집어’낸 건 ‘여성’+‘제3세계’에 대한 관심이 대두된 덕분이었다. 1989년, 뉴욕 국제현대미술센터에서 열린 전시회의 대성공은 환갑에 이른 그녀의 지난 시기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구사마는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로 참여한다. 이후 그녀의 행보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대로다. 전 세계 주요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는, 그리고 전시회가 열리면 관객들이 똬리를 틀며 줄을 서는, 그야말로 ‘슈퍼스타’다.
루시 리파드와 같은 페미니즘 여성 학자들의 연구는 여성 미술가를 발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금도 고전으로 손꼽히는 린다 노클린의 1971년 논문 ‘왜 위대한 여성 예술가는 없었는가?’가 대표적이다. 여성의 창조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회의 제도와 교육 속에서 여성 미술가들의 활동에 상당한 제약이 있었음을 꼬집은 첫 여성주의 관점의 미술사 서적이다. 또 17세기 로마에서 활동한 카라바조 못지않은 활약을 보여준 젠틀레스키 같은 여성 예술가를 널리 알리는 데 기여했다. 이에 고무되어 첫 페미니스트 여성 작가로 활동을 시작한 이들이 주디 시카고, 미리엄 샤피로, 한나 윌케, 마리나 아브라모빅, 발리 엑스포트,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평생의 성취상을 수상한 캐롤리 슈니먼 등이다. 새로운 여성 작가들은 금기시됐던 여성의 몸과 신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들이 신체와 경험을 다루는 방식은 남성 작가들과 다를 수밖에 없었다. 몸과 뗄 수 없는 성(에로티시즘)의 문제도 다른 식으로 건드린다. 필자의 2004년 저서 <페로티시즘>은 페미니즘과 에로티시즘의 조어로 여성 작가의 작품에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던 에로티시즘(몸, 사회, 상상력)을 페미니즘 입장에서 비교 분석하며 지배적인 남성 위주 관점을 탈피하려는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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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 여성 작가들의 약진 , 그럼에도 시장 평가는?
1950년대 출생한 2세대 여성 작가들의 경우는 어떨까? 신디 셔먼, 제니 홀저, 바버라 크루거. 지금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핫한 그녀들은 여성주의 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대에 대학을 나와, 처음부터 페미니즘적 관점으로 작품을 제작해왔다. 그동안 그들이 해온 작품이 알고 보면 여성의 삶을 담은 작품이었다고 재평가받거나, 적극적으로 여성에 대한 편견에 저항하는 공격적인 예술 작품이 아니라 여성에 대한 사회적 불평등과 규제조차 작품의 주제로 택하는 메타 비평적 태도, 거기에 사진이나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며 현대미술의 지평을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이들보다는 다소 앞선 세대지만 남성 작가들 뒤에 있던 여성 작가들에 대한 재평가도 꾸준히 이뤄고 있다. 잭슨 폴록의 아내 리 크래스너, 윌렘 드 쿠닝의 아내 엘리엔 드 쿠닝, 여성 추상화가 조안 미첼, 헬렌 프랑켄텔러, 아그네스 마틴 등을 꼽을 수 있다. 이후 여성 화가들의 활동은 확연히 다른 양상을 띤다. 세대별 차이도 10년 간격으로 짧아졌다. 1960년대에 태어나 활동하는 여성 작가들은 여성이라서 차별받기보다는 도리어 활동 무대가 넓어진 시대를 맞이했다. 여성 작가만 주목하는 기획도 늘어났다. 한국 작가 중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며 주목받는 작가 중 대부분이 이 세대에 속한다. 유학을 계기로 혹은 한국을 방문한 해외 큐레이터의 리서치를 통해 발굴된 이들의 전시회 소식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많이 들려온다.
럼에도 여전히 여성 작품이 저평가받는 영역이 바로 미술 시장이다. 가장 비싼 작품 목록의 상위권에는 대부분 남성 작가의 작품이 포진되어 있다. 해외에서도 폭발적인 한국 미술 시장을 견인하는 단색화도 대부분 남성 화가 중심이다. 같은 시기 여성 작가로는 드물게 이정지 작가가 있었지만, 당시의 남성 위주 전시회나 단체에 참여하지 않았던 터라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고 있다. 이런 경우는 흔하다. 10여 년 전쯤, 젊은 여성 작가의 작품은 절대 사지 않는다는 중년 남성 컬렉터를 만난 적이 있다. 작품을 사고 작가를 후원하며 성장을 기대했지만 어느 날 보면 사라지고 없다는 것이다. 결혼을 하고 ‘아줌마’가 되더니 살림과 육아로 작품도 하지 않기에 무척 실망했다는 얘기였다. ‘82년생 김지영’이 겹치는 건 왜일까? 작품 속 주인공 김지영은 홍보 대행사에서 일하다 결혼과 함께 육아로 퇴사, 이후 정신병에 걸리는 인물이다. 2016년 출판된 소설은 누적 판매 1백20만 부를 넘어섰고, 영화로 제작됐으며 2020년 뉴욕 타임스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이 책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같은 여자지만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부터, 공감한 나머지 눈물을 흘렸다는 반응까지. 그렇다면 이 작품을 지지한 여성들은 누구일까? 책 구매자는 대부분 30대 여성이라고 한다. 국내 출판계의 주요 구매층이다. 최근 출판 시장에서 30대 여성 비혼 여성을 타깃으로 한 책이 더 눈에 띄는 건 당연한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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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 리치’
미술계에는 변화의 물결이 퍼지지 않을까? 그렇다. ‘젊은 여성 작가의 작품이라서, 결혼하면 작품 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을까 봐 ‘사지 않는다’던 작품은 이제 다른 소비층의 품으로 가고 있다. 바로 젊은 여성 컬렉터다. 미술계에도 ‘영 & 리치’ 컬렉터의 바람이 불어온 덕분이다. 게릴라걸즈가 지적한 85%의 여성 누드화는 왕과 귀족 등 남성 컬렉터의 취향을 위한 결과였다. 여성의 사회적 성취가 ‘일취월장’하는 현시대에는 여성 컬렉터의 성장과 함께 여성 작가를 바라보는 태도도 달라져야 한다. 그 흐름을 이끄는 주 동력을 꼽자면, 성공한 여성 사업가가 아트 딜러 사위와 만든 갤러리 하우저 앤드 워스가 있다.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적극 ‘픽업’하면서 에바 헤세, 루이스 부르주아 등을 전속으로 두고 있는데 이처럼 굵직한 이름만이 전부가 아니다. 저평가된 오스트리아 여성 예술가 마리아 래스니그(Maria Lassnig, 1919~2014), 미셸 오바마 여사의 초상화로 유명세를 얻은 에이미 셰럴드(Amy Sherald, 1973~) 등을 소속 작가 명단에 올리고, 세계 곳곳의 아트 페어에서도 잘 팔리지 않을지도 모를 여성 작가에게 값비싼 부스를 통째로 헌정하기도 한다. 또 신디 셔먼, 바버라 크루거, 제니 홀저 등을 전속 작가로 둔 슈프뤼트 마거스(Spru··th Magers) 갤러리도 주목할 만한데, 그 배후에는 여성주의 운동을 펼치던 여성 갤러리스트가 있다.
인정받지 못한 채 눈을 감는 바람에 신화가 된다든지, 백수를 누리면서 기를 쓰고 작품을 하다가 마침내 눈에 띄게 된다든지, 아니면 유명 작가를 남편으로 둔 덕분에 뒤늦게 재발굴됐다는 미명하에 여성 예술가들을 바라보던 시대는 이제 지나가고 있다. 또 여성이라는 이유로 선택되는 ‘소수자 혜택’의 시대도 스러지고 있다. 여성 컬렉터라서, 여성 갤러리스트라서 여성 아티스트를 키우고 있다는 얘기도 이제는 과거의 미담처럼 남기를 기대한다. 흑인의 인권은 소중하다는 BLM(Black Lives Matter) 운동이 흑인의 인권이 존중받지 못했다는 증거인 만큼, 있는 그대로의 재능으로 꽃피우는 예술가의 시대에 성별은 더 이상 중요한 이슈가 되지 않기를 바라마지않기 때문이다. ‘Gender Doesn’t Matter!’





[ART + CULTURE SPE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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