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리의 진정한 가치를 돌아보다 a history of jew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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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01, 2011

에디터 배미진

주얼리의 아름다움, 그 자체에 대한 찬사가 주얼리를 이해하는 시작이라면 히스토리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하이 주얼리의 세계를 향해 한 단계 더 올라서는 과정이다. 브랜드의 역사를 알아야 주얼리가 가진 진짜 의미를 알 수 있다. 히스토리는 각 브랜드가 가진 개성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필수 요소로, 이미 지나간 과거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너무나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앞으로 변화할 브랜드, 새롭게 재탄생할 주얼리의 방향을 제시하는 미래의 이야기이자 눈에 보이는 가치, 그 이상의 가치를 다시 확인하게하는 신화가 바로 주얼리 브랜드의 히스토리다.



    



여성미에 대한 대담한 찬양, 부쉐론

진짜 깃털보다 더 가벼운 듯 섬세하게 세공한 목걸이, 금을 실처럼 직조해 피부를 따라 타고 흐르는 골드 네크리스. 화려함의 극치, 궁극의 호사스러움을 주얼리로 표현하는 부쉐론 콘셉트의 원천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확인할 수 있다. 1858년 프레드릭 부쉐론(Frederic Boucheron) 이 설립한 주얼리 하우스 부쉐론은 오리 엔탈 스타일이 짙게 묻어나는데 이것은 인도 왕실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1928년 인도 파티알라 왕족이 부쉐론 을 왕실 보석 세공사로 임명한 후 놀라운 규모의 원석을 제공한다. 7천여 개가 넘는 화이트 다이아몬드와 14개의 흑진주, 루비, 그리고 1천4백여 개에 달하는 에메랄드까지. 부쉐론 은 20억 프랑에 달하는 6개의 보석상자에 담긴 보석을 활용해 대담하고 화려한 주얼리 컬렉션을 완성했고, 이 작품 들이 오늘날 부쉐론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 기반이 되었다. 특히 사치와 욕망을 감추지 않고, 아름다움에 대한 갈 망을 의미하는 뱀은 부쉐론의 주얼리에서 다양한 형태로 표현된다. 1878년 선보인 스네이크 컬렉션에서 시작된 뱀 에 관한 찬사는 1968년 쎄뻥 컬렉션, 2002년 사파이어를  문 채 똬리를 튼 보떼 당제뢰르(La Beaute Eangereuse) 로 이어진다. 부쉐론은 단순히 화려한 주얼리를 선보이는 것을 넘어서 현대적이고 자신감 넘치게 보석을 스타일링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사치와 매력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길 원하는 부쉐론의 화려한 매력은 글로리아 스완슨, 소피아 로렌, 고 다이애나 황태자비에 이르기까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들에게 인정받아 하이 주얼리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높이게 되었다.



  



보석으로 그리는 수채화, 불가리

은세공업자로 시작해 로마의 주얼리 장인이 된 불가리. 대를 이어 세계적인 주얼리 브랜드로 명맥을 잇고 있는 불가리의 명성은 불가리의 하이 주얼리 워크숍(Neuchatel)의 장인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전 세계 불가리 매장을 순회하며 전시하는 고귀한 보석 컬렉션인 불가리의 하이 주얼리 컬렉션의 모든 공정은 뉴샤텔의 불가리 워크숍에서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희귀하고 완성도 높은 주얼리를 제작하는 것은 불가리의 오랜 전통에 기반한 것이다. 1930년대부터 주류를 차지한 프렌치 스타일 보석 세공 대신 강렬한 카보숑 컷을 주로 사용했을 만큼 독창적인 스타일을 선보인 불가리는 화려한 색채와 볼륨감 넘치는 디자인의 하이 주얼리를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다. 일반적인 커팅 기법보다 유색 스톤의 버려지는 부분이 많고, 커팅의 특성상 내포물이 잘 보이기 때문에 최상급 퀄리티의 유색 스톤을 사용해야 하는 카보숑 컷은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기법이 아니다. 1930년대부터 이어진 불가리의 카보숑 컷 주얼리는 불가리의 독자적인 스타일로 자리 잡아 1960년대를 지나 지금까지 다양한 디자인으로 선보이고 있다. 특히 2006년 영화배우 키이라 나이틀리가 착용한 1960년대 빈티지 목걸이는 사파이어, 에메랄드, 루비, 다이아몬드를 모두 카보숑 컷으로 가공해 불가리 특유의 볼드한 분위기를 잘 나타낸다. 귀고리와 세트인 이 목걸이는 페르시아 국왕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보석이다.



  

주얼리와 패션 그 우아함의 조화, 샤넬 화인 주얼리

“보석이 우리에게 주는 기쁨과 감동이야말로 보석의 진정한 가치”라고 이야기한 마드무아젤 샤넬은 패션뿐 아니라 주얼리에서도 자신만의 세계를 확실히 완성했다. 1932년 코코 샤넬이 최초로 세상에 선보인 파인 주얼리 컬렉션 비쥬 드 디아망 (Bijoux de Diamants). 1930년대 대공황으로 경제 침체가 절정으로 치닫던 시기에 다이아몬드 공급자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다 이아몬드 전시회를 구상, 코코 샤넬에게 전시회를 의뢰하게 되었다. 1932 년 코코 샤넬은 파리 생 토노레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개최한 이 전시에서 샤넬이 행운의 상징이라고 믿은 혜성을 상징하는 꼬메뜨(Comete)를 테마로 한 다이아몬드 컬렉션을 선보여 성공을 거뒀다. 그뿐만 아니라 보석상자에 주얼리를 전시하던 기존의 전시 방법에서 벗어나 마네킹에 실제 착용한 모습으로 연출해 획기적이라는 평을 얻었다. 앞부분이 ‘오픈’된 꼬메뜨 네크리스의 디자인은 1930년대 이전에 선보인 다른 주얼리와는 확연히 다른 진보적인 디자인이었다. 이 전시에서 선보인 꼬메뜨와 리 본 모티브의 루반, 옷 장식에 사용된 술인 프랑쥬 컬렉션 은 지금의 샤넬 화인 주얼리에서도 그대로 찾아볼 수 있다. 단, 같은 샤넬이라 해도 패션과 주얼리에는 큰 차이가 있는 데 패션 부티크에서 판매하는 커스텀 주얼리(진짜 보석을 사용하지 않는 패션 액세서리)와는 달리 샤넬 화인 주얼리의 제품에서는 브랜드의 시그너처인 CC 로고를 찾아볼 수 없다. 보석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 집중하기 위해 로고나 심벌의 사용을 최소화한 것. 대신 코코 샤넬이 가장 사랑한 까멜리아(Camelia)와 진주는 샤넬 화인 주얼리의 세계에서 도 그대로 연결되어 우리가 샤넬에 기대하는 우아함을 이
어가고 있다.





단순한 모티브에 떨릴 듯 섬세한 세공, 여성미를 극대화한 디자인으로 가격대가 높은 주얼리 브랜드로서는 가히 ‘선풍적’이라고 할 만큼 놀라운 인기를 얻고 있는 반클리프 아펠의 창립 스토리는 그 어떤 브랜드보다 특별하다. 1906년 보석에 관한 모든 것이 모여 있던 파리, 두 보석 가문의 자제인 알프레드 반클리프(Alfred Van Cleef)와 에스텔 아펠(Estelle Arpels)의 운명적인 사랑이 결혼으로 이어져 반클리프 아펠이라는 브랜드로 완성되었다. 로맨틱한 러브 스토리가 브랜드의 시초인 만큼 그 어떤 브랜드보다 진실된 사랑에 대한 예찬이 끊이지 않는다. 섬세한 세공으로 인정받은 반클리프 아펠의 대표 제품은 까레스 데올 페어리 클립(Caresse d’Eole Fairy Clip)이다. 아무리 작은 원석의 세팅이라도 틀로 짜지 않고 하나하나 원석에 맞춰 세팅하는 수작업 세팅만을 고집하는 반클리프 아펠의 세팅법은 1933년 개발한 미스테리 세팅으로 그 결실을 맺게 된다. 미스테리 세팅이란 보석을 받치고 있는 발 물림(프롱)이 전혀 보이지 않도록 세팅하여 보석 본연의 광채와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이 미스테리 세팅을 접목한 까레스 데올 페어리 클립은 블루 사파이어를 달로 표현, 그 위에 신비로운 모습으로 앉아 있는 요정을 표현했다. 워치 컬렉션에서도 ‘예술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반클리프 아펠의 시간의 서사시(the poetry time) 컬렉션 중 퐁 데 자모르(Le Pont des Amoureux) 워치에서 각기 시간과 분을 뜻하는 남녀는 하루에 2번 낮과 밤 12시에 만나 1분간 키스를 나누는데 바로 이런 아름다운 스토리를 기술로 구현 하는 것이 반클리프 아펠이 추구하는 진정한 가치이다.





인생의 모든 아름다운 순간, 티파니

프러포즈 링으로 잘 알려진 티파니는 1837년 루이스 티파니에 의해 설립되었다. 1886년 혁신적인 커팅과 세련된 세팅 기술로 다이아몬드의 반짝임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티파니 세팅’을 개발해 이름을 알리게 된다. 세계 최초로 밴드와 다이아몬드를 분리한 디자인으로 6개의 프롱이 다이아몬드를 밴드 위로 완전히 들어 올려 빛이 하단까지 통과해 다이아몬드의 광채를 최대한 살린 디자인이 바로 티파니 세팅이다. 이는 웨딩 링의 상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티파니 세팅 링이 티파니 역사의 고전이라면 현대의 티파니를 완성한 것은 전설적인 디자이너 쟌 슐럼버제다. 살아숨 쉬는 듯한 자연의 생동감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잔 슐럼버제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팬시 옐로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버드 온 어 락 브로치(Bird on a rock broach)로 더욱 유명해졌다.옐로 다이아몬드를 바위 삼아 잠시 쉬고 있는 새를 표현한 서정적인 디자인으로 티파니를 하이 주얼리 브랜드로 인정받게 했다. 최근 이 놀라운 디자인이 새롭게 재탄생했는데, 티파니가 세상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유색석인 쿤자이트로 완성한 버드 온 어 락이다. 거대한 옐로 다이아몬드 대신 104.66캐럿 쿠션 모양의 핑크 쿤자이트 위에 잠시 쉬어가는 새의 모습을 표현한 주얼리는 현대적 클래식이란 무엇인지, 주얼리 디자인에서 재현과 변주란 빠질 수 없는 가치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시켜준다.모든 명품의 역사가 그러하듯 하이 주얼리의 세계에서 역사(history)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높은 가치와 절대 대체할 수 없는 것, 마지막까지 지켜내야 할 절대선으로 통한다. 화려한 디자인에 담긴 숨겨진 이야기, 현대의 주얼리 디자인에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최초의 주얼리, 각 브랜드를 대표하는 특별한 세공법까지. 현재의 명성을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는 주얼리 브랜드의 아카이브에는 그 옛날부터 지켜온 하이 주얼리에 대한 주얼러의 강렬한 집착과 고집, 장인 정신이 그대로 담겨 있다. 이제 보석이 ‘너무’ 비싸다고만 이야기하지는 말자. 어찌 보면 무가치한 것을 더 정제한 가치로 유지하기 위해, 허망한 아름다움을 찬란한 예술로 승화하기 위해 주얼러들이 지켜온 자존심과 유산에 값을 지불한다고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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