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 느슨한 맥락에서 바라본다면 ‘네덜란드의 부산’ 같은 항구도시 로테르담에 갔을 때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루커스 뮤지엄 프로젝트로 글로벌 무대에서 부각되고 있는 건축가 마얀송(Ma Yansong)과 ‘이주’나 ‘낯선 곳에서의 체류’에 대한 대화를 잠시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베이징 출신의 미국 유학파인 그가 이끄는 건축 사무소 MAD 아키텍츠가 로테르담의 새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마스강 남쪽 강둑의 페닉스(Fenix)를 설계했는데, 이 미술관 자체가 전적으로 ‘이주’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1세기 전부터 있던 역사적인 창고를 30m 높이의 인상적인 건축물로 탈바꿈시켰는데, 미술관 맨 위 중심에 자리한 2백97개의 스테인리스 스틸 패널로 만든 나선형 구조물이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마치 어디론가 떠나는 여정을 희망적으로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얀송 특유의 강렬하고 유기적인 건축 언어가 드러나는 이 철제 조각 같은 구조물에 대해 그는 이 도시에 필요한 ‘움직임’의 요소를 넣고 싶었다면서 결국 ‘이주도 움직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우리 인류는 모두 어딘가에 머무르지만, 물리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결코 한곳에만 안주하기 힘든 존재입니다. 짧게든 길게든, 자발성이 있든 없든 부단하게 움직이며 살아가야 합니다. 그렇게 기나긴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동하고, 소통하고, 뒤섞이면서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이 말했듯 ‘문화적 혼종’이 ‘뉴 노멀’인 세상이 된 것이지요. 아니, 따지고 보면 문화는 늘 이종교배를 거듭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빚어냈고, 인간은 오늘날의 ‘디지털 노매드’가 아니더라도 자크 아탈리가 정의했듯 본질적으로 떠도는 유랑자의 속성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요. 페닉스에서 만난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어떤 면에서 모두 이주자입니다. 세상 모든 건 움직이고 변하잖아요.” 이번 <스타일 조선일보> ‘Art+Culture’ 여름 스페셜호에는 이주와 자유, 포용을 다루는 현대미술관을 비롯해, 저마다의 이유와 의지로 노매드의 여정을 꾸려온 다양한 사례를 소개합니다. 무덥고 긴 여름에 잠시나마 벗이 되길 바라며.
Art+Culture ’25 Summer Specia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