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lendor of Colors

조회수: 2458
9월 07, 2016

에디터 고성연 | 인터뷰 사진 구은미

‘에르메스가 소유한 크리스털 브랜드’. 이 수식어만으로도 그 격을 알 수 있는 브랜드 생-루이는 4세기가 훌쩍 넘는 역사 속에서 장인이 입으로 직접 불어만드는 방식을 고수해왔다. 버킨백을 연상케 하듯 수작업으로 제작되는 생-루이의 ‘작품’이 펼쳐내는 빛과 색의 미학은 눈길을 절로 사로잡는다..


1
20160907_splendor_01
2
20160907_splendor_02
3
20160907_splendor_03
4
20160907_splendor_04
5
20160907_splendor_05
“럭셔리란 사람의 재능을 통해 사물이 완벽해지는 것이다”. 기계를 쓰지 않고 입으로 직접 불어 와인 잔을 제작하는 유리 세공 작업을 지켜보노라면 프랑스의 사상가 질 리포베츠키가 한 이 말을 기꺼이 수긍하게 된다. 결연한 눈매의 장인이 입으로 긴 대롱을 문 채 유리 용해물을 빨아올리고, 불어내고, 손으로 회전시키면 유리가 거품 모양을 띠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점차 근사한 매무새를 갖춰간다. 몰입의 강도가 워낙 높은 작업인지라 보는 이도 넋을 놓을 만큼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를 가리켜 ‘사물과 한 몸이 된 상태’라고도 표현했다. 게다가 이처럼 장인의 영혼이 깃든 손길에서 탄생한 결과물은 때로는 한숨이 절로 나올 만큼 빼어나게 아름답다. 안타깝게도 대량생산의 패권으로 이처럼 섬세한 수작업으로 빚어낸 유리 세공은 이제 접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현대 문명이 잃어버렸다고 하는 그 위대한 ‘생각하는 손’의 맥을 4백 년이 넘도록 이어오고 있는 브랜드가 있다. 에르메스가 이끄는 하이엔드 크리스털 브랜드 생-루이(Saint-Louis)다.

최고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빚어내는 에르메스 소유의 크리스털 브랜드
1586년 유리 세공가 뮌츠탈(Mu˙˙nzthal)이 탄생시킨 생-루이. 무려 4백30년의 역사를 지닌 이 브랜드는 1767년 루이 15세에게 ‘왕실 유리 제조’라는 칭호를 받은 이래 지금까지 장인 정신을 계승해오고 있다. 프랑스 북동 지역의 모젤에 자리 잡은 작업장에서 일하는 생-루이의 장인들은 최소 10년 이상 교육을 받아야 ‘장인’ 자격을 얻는다고. 생-루이의 전반적인 ‘크리에이티브’를 관장하는 인물은 최근 아티스트로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파트리크 노이(Patrick Neu)다. “최고의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까다로운 제작 과정 속에서도 저희가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 부분이 품질입니다. 작은 기포 하나, 불순물 하나가 오브제를 망친다고 생각하니까요. 에르메스 버킨 백과 마찬가지죠.” 생-루이의 수장인 제롬 드 라베르뇰(Je´ro^me de Lavergnolle) 최고경영자(CEO)는 이렇게 말했다. 물론 모두가 ‘품질’을 강조한다. 하지만 생-루이가 말하는 품질은 좀 다른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수작업인 만큼 제작 과정이 더 지난하기도 할법한데, 자잘한 흠도 허용하지 않을뿐더러 미학적인 완성도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한 러시아 고객이 5,000m2 공간에 어울리는, 기존 규격을 훨씬 뛰어넘는 대형 샹들리에 제작을 의뢰하자 18개월 동안 원하는 ‘작품’을 만들 만큼 정성을 들이는 수준의 완성도다. 그런 만큼 샹들리에, 화병, 와인 잔 등 모든 제품마다 풍부한 세월 속에 진화해온 ‘생-루이만의 역사’가 담겨 있다고.
빛과 색채의 미학, 전통과 혁신의 결합으로 진화를 거듭하다
수작업을 바탕으로 한다고 해서 전통적인 요소만 갖춘 건 아니다. 19세기 금세공 방식을 여전히 사용하지만 첨단 LED 기술도 활용하고, 19세기부터 20세기 초반에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끌었던 아르 누보와 아르 데코 양식에서 영감을 받은 ‘클래식 라인’도 갖추었지만 키키 반 아이크, 파올라 나보네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 손잡고 ‘컨템퍼러리 라인’도 내놓고 있다. 정체성의 핵심을 간직하되 변화의 흐름을 조화롭게 반영하면서 계속 진화해나간다는 ‘전통과 혁신의 결합’ 전략을 반영한 노선이다. 신세대의 취향에 맞게 인테리어 제품과 조명에 공들이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혁신이니 수작업이니 하는 요소를 한마디로 정리해버리는 요소는 역시 ‘아름다움’이다. 특히 ‘색의 연금술’이라 불릴 정도로 생-루이 제품의 ‘컬러 크리스털’은 압권이다. 이중으로 처리된 섬세한 색조 덕분에 잔을 움직일 때마다 펼쳐지는 빛의 향연이 불규칙적으로 자유롭게 깎아낸 듯한 커팅을 감각적으로 돋보이게 한다. 와인을 투명 잔에 채우면 물은 유색 잔에 따라놓는 식으로 테이블을 세팅할 때 생겨나는 ‘색의 대조미’는 그야말로 ‘예술’이다. 이러한 예술성과 기술의 조합이 자아낸 가치를 인정받아 뉴욕 메트로폴리탄, 커티스 미술관, 파리의 장식미술 박물관 등 세계 유수 뮤지엄에 전시되어 있는 생-루이 ‘작품’도 있다. 메종 에르메스 도산을 비롯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에서 접할 수 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