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nghai Art 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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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01, 2012

글·사진 이소영 취재 협조 MOCA Shanghai, 하나투어, Korea Foundation

중국의 문화를 제대로 경험하려면 베이징이 아니라 상하이(上海)로 가라. 베이징의 대규모 예술 특구 다이산쯔(大山子), 주창(酒廠)과는 완전히 다른 매력의 예술 특구가 상하이에 가득하다. 예로부터 상하이를 소재로 한 영화와 소설, 노래가 끊이지 않고 등장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상하이 한복판 인민공원(人民公園)에 위치한 상하이 현대미술관(MOCA)을 중심으로 상하이 예술 여행을 시작해보자.


      

    


상하이 현대미술관의 <노스탤지어>

안타깝게도 상하이의 매력을 제대로 소개한 책이 드물다. 뉴욕과 도쿄만 해도 좋은 여행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으나 상하이는 아직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 관광객들은 실망만 하고 돌아오기 일쑤라 아쉽다. 베이징에 톈안먼광장이 있다면 상하이에는 인민광장(人民廣場)이 있다. 상하이의 명동쯤 되는 남경서로(南京西路) 부근에 위치한 인민광장을 중심으로 MOCA 상하이(Museum of Contemporary Art Shanghai, 상하이 현대미술관), 상하이미술관, 상하이박물관, 상하이대극장이 모여 있으므로 이곳을 기점 삼아 여행을 시작해보자. 상하이 현대미술관(MOCA)은 인민광장 옆 인민공원 안에 위치하기에 현지에서도 모르는 이들이 많다. 특히 겨울에도 울창한 푸른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공원 안으로 들어가야 그 아름다운 외관이 비로소 보인다. 공원 안에는 산책을 즐기는 이들뿐 아니라 평일에도 태극권으로 심신을 수련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심지어 사교 댄스를 추는 중국인도 있다. 새로운 전시 <노스탤지어(Nostalgia)>의 오프닝을 알리는 팻말을 따라 조금만 걸어 들어가 작은 호수의 다리를 건너면 유리로 만든 건축물이 보인다. 유리로 만든 건축물답게 외관으로는 빛을 투과하고 실내는 빛을 흡수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상하이 현대미술관이라는 모던한 건축물의 용도에 그야말로 잘 어울리는 건물이라고 하겠다. 마침 5월 1일까지 한국과 중국,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노스탤지어> 전시가 바로 얼마 전 오픈했다. <노스탤지어> 전시는 한국과 중국의 수교 20주년을 맞아 지난해에는 서울에서 열렸으며, 이번에는 상하이에서 개최되었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오프닝에는 상하이의 VIP뿐 아니라 이번 전시를 기획한 아트 디렉터 김선희를 비롯해 한, 중, 일의 작가들이 대부분 참석한 성대한 파티가 열렸다. 우리나라에서는 원성원, 이주용, 허은경 작가가, 일본에서는 사와다 도모코, 미즈코시 가에코, 쓰바키 노보루, 중국은 두안지안유, 판지안펑, 투웨이청 등의 작가가 전시를 축하하기 위해 상하이를 방문했다. 동아시아의 교류와 문화에 대한 담론은 익숙한 주제이지만 이렇게 동아시아 미술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는 매우 드물기에 더욱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다 하겠다.

낭만적이고 운치 있는 상하이 현대미술관의 전시

상하이 현대미술관 건물은 1, 2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설치미술품은 중국 작가 판지안펑(Pan Jianfeng)의 작품이다. 그는 아직도 싱싱한 대나무 가지를 잘라서 이를 얼기설기 엮고 그 위에 자신의 도자기 작품 수백 개를 올렸다. 각각의 도자기에는 모두 다른 그림과 글자가 쓰여 있으며 낮에는 유리창으로 들어온 햇살이 대나무 그림자를 만들어 더욱 운치 있다. 작품 자체가 대나무 숲과도 같다. 판지안펑은 그래픽 디자인, 도예, 수묵화, 설치미술, 영상을 넘나드는 재능 있는 작가로 상하이를 대표하는 젊은 작가 중 한 명이다. 그의 작품을 지나면 대만 작가 투웨이청(Tu Weicheng)의 설치 작업을 직접 작동해볼 수 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관람객이 작품 속 장소를 직접 찾으면 작은 작품을 선물하는 이벤트를 진행해 폭발적인 인기를 끈 작가로, 상하이 현대미술관에서도 관람객들이 직접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는 작품 ‘황제의 보물 상자(The Emperor’s Treasure Chest I)’로 주목받았다. 손잡이를 돌리면 만화경이 움직이고 영상이 돌아가면서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작품이다.
바로 건너편에는 우리나라 사진작가 원성원의 ‘1978년 일곱 살’ 시리즈가 걸려 있다. 이번 <노스탤지어> 전시 포스터의 메인 이미지로 사용되기도 한 그녀의 작품은 어린 시절 엄마가 잠시 집을 비웠을 때 느낀 막연한 불안감이 아직도 남아 있는 현대인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제작한 연작. 각각의 작품은 그녀의 상상 속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수백 곳에서 촬영한 수백 장의 사진을 모아 만든 콜라주라는 것이 독특하다. 2층으로 올라가면 왼쪽과 오른쪽 벽에 일본 작가 사와다 도모코(Sawada Tomoko)의 셀프 포트레이트 작품 시리즈가 두 점 걸려 있다. 올라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맞선을 위한 사진 시리즈인 ‘OMIAI♡’이고, 건너편에는 학창 시절 졸업 사진을 일인 다역으로 스스로 연출한 ‘School Days’가 있다. 작품을 위해 몸무게를 20kg 이상 조절하고 수백 개의 가발을 수집했지만 어쨌거나 모두가 한 사람이라는 결론이 흥미롭다. ‘OMIAI♡’ 옆 공간에서는 중국 작가 두안지안유(Duan Jianyu)의 서정적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그녀의 시리즈 ‘자매’를 보고 그녀가 통통한 중년 여인일 것이라고 상상했는데, 전시장에서 만나본 그녀는 언밸런스한 웨이브 헤어에 스키니 팬츠를 입은 젊고 세련된 여성이어서 다소 놀랐다. 그녀는 어릴 적 스튜어디스의 유니폼을 동경해 풍만한 여성이 유니폼을 입고 여행을 떠나는 작품을 선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원에서 휴식하는 방법-적당할 때 브라와 모자를 날려버리자’, ‘산과 물은 우리의 사랑을 말한다’ 등 그녀의 작품은 제목부터 아름다워서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킨다.
3층은 ‘아트 랩 레스토랑(Art Lab Restaurant)’이다. 상하이의 젊은 미술가들이 그린 벽화로 이루어져 있으며 1년 내내 푸른 인민공원이 내려다보인다. 커피 등 음료뿐 아니라 로맨틱한 식사가 준비되기에 청춘 남녀들의 인기 데이트 장소이기도 하다. 화장실 앞에서 전신 거울을 바라보고 있는 소녀 조형물은 볼 때마다 놀랍고 재미있다. 1층에는 상하이 현대미술관 관련 아트 북과 기념품을 판매하는 아트 숍이 있는데, 사실 더 흥미로운 아트 숍은 인민공원 입구에 있다. 상하이 현대미술관의 실외 아트 숍인 이곳은 일종의 작은 전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천사 날개를 단 뚱뚱한 공산당 조형물을 전시, 판매한다. 젊은 작가의 에디션 넘버가 새겨진 작품의 소장으로 특별한 상하이 여행의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상하이미술관과 박물관의 다채로운 전시들

인민공원을 나오자마자 있는 상하이 현대미술관 아트 숍 옆에는 상하이미술관(Shanghai Art Museum)으로 통하는 문이 있다. 옛 영국 클럽이었던 근대 건축물을 이용하고 있는데 높은 시계탑이 운치를 더한다. 상하이미술관은 전통 중국 미술 작품에서부터 팝 아트까지 다채로운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상하이 비엔날레가 열린 곳이다. 가장 중국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주로 전시하는데 2월에는 1층에서는 중국 작가의 회화 작품 전시가 열리고, 2층에서는 티베트의 풍경을 촬영한 사진전이 열렸다. 1층의 아트 숍에는 중국뿐 아니라 세계 유명 미술가들의 작품집을 판매하고 있다. 5층의 레스토랑 ‘캐서린스 5(Kathleen’s 5)’는 부근이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점심과 저녁 식사 모두 즐기기에 낭만적이다. 늦은 밤에는 바(bar)를 이용할 수 있으니 관광객들에게도 적합하다. 다시 인민광장 쪽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돌로 만든 문고리를 연상시키는 둥근 지붕이 인상적인 상하이박물관이 나온다.
상하이박물관은 1994년에 7억달러를 들여 재건축한 곳으로 13만 점의 중국 보물이 전시되어 있다. 1층은 중국 고대 청동 갤러리, 중국 고대 조각 갤러리가 있고, 2층에는 중국 고대 도자기 갤러리, 3층에는 중국 회화 갤러리, 도장 갤러리, 서예 갤러리가 있다. 4층은 중국 소수민족 아트 갤러리, 중국 고대 옥 갤러리, 고대 가구 갤러리, 화폐 갤러리 등으로 구분되어 있어 전체를 쉽게 관람할 수 있다. 다행히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처럼 거대하지는 않아 반나절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특히 고대 조각 갤러리와 중국 고대 도자기 갤러리는 우리나라의 문화재와 사뭇 다른 형식의 거대하고 이국적인 디자인이 대부분이라 관심이 갈 것. 상하이 현대미술관(http://mocashanghai.org), 상하이미술관(www.sh-artmuseum.org.cn), 상하이박물관(www.shanghaimuseum.net) 등은 모두 월요일에 휴관하지 않고, 입장료도 받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인근에는 상하이 대극장과 상하이 도시 계획 전시 홀(Shanghai Urban Planning Exhibition Hall)도 있다.

번드의 야경과 함께 감상하는 갤러리

다음 날에는 인민광장에서 걸어서 혹은 인민공원 앞에서 20번 버스를 타고 번드(Bund)로 가보자. 번드는 와이탄(外灘)이라고 불리는 상하이의 대표적인 관광지인데, 20세기 초에 지은 근대 건축물들이 밀집된 상하이의 대표적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다. 황푸강 건너 동방명주와 진마오타워가 보인다. 현지인들도 와이탄에 갤러리가 있다는 것을 모르기에 꼭 방문해볼 가치가 있다. 각 건축물에는 번호가 쓰여 있는데 이것이 건축물의 이름이자 주소가 된다. 번드 18에는 3층과 4층에 각각 갤러리가 있는데 1층과 2층에 입점한 화려한 명품 숍과 대비를 이루고 있다는 것도 흥미롭고, 중국의 현대미술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번드 18의 7층에는 상하이에서 가장 잘나가는 클럽 중 하나인 바 루주(Bar Rouge)가 있는데 막 레노베이션을 마친 상태라 갤러리 방문 이후에 더욱 화끈한 밤을 선사할 것이다(www.bund18.com). 세 번째 건물, 번드 3의 3층에는 상하이 갤러리 오브 아트(Shanghai Gallery of Art)가 있는데, 중국 현대 작가들의 작품 전시회가 정기적으로 열린다. 갤러리 창밖으로 바라보는 동방명주의 야경이 로맨틱하다. 3월에는 중국 작가 팡웨이(Fang Wei)의 개인전이 열리는 부드러운 수채화와 유화 작품들이 봄에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www.shanghaigalleryofart.com). 락번드 아트 뮤지엄(RockBund Art Museum)도 유명한데, RAM이라는 약자로 불린다. 2월에는 전시가 없었고 3월 10일부터 6월 3일까지 미술가 마이클 린(Michael Lin)의 개인전 <모델 홈(Model Home)>이 열린다. 6층의 전망 좋은 카페에서는 미술관 입장 티켓을 제시하면 커피 혹은 차 한 잔을 무료로 제공한다(www.rockbundartmuseum.org).

레드 타운의 매력 속으로

레드 타운(Red Town)은 현지에서는 훙팡(紅坊)으로 불리는데, 1956년에서 1989년까지 철강을 생산하던 공장 터를 2006년 초부터 예술 문화 구역으로 조성한 머스트 비지트 플레이스이다. 대형 아파트 단지를 배경으로 나지막한 조형 작품들이 야외 공원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미술관은 민생 아트 뮤지엄(Minsheng Art Museum)인데 현재 1층에서는 중국 작가 딩이(Ding Yi)의 대형 작품들을 전시 중이며, 2층에서는 그룹전 <KADIAT-Pathways into a Collection>이 열리고 있다. 딩이는 중국 현대 추상미술의 대가로, 이번 개인전은 1986년 이래 선보인 61점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그룹전은 샌프란시스코와 파리에 근거지를 둔 카디스트 컬렉션의 작품들을 선보이는 전시회로 사진, 영상, 회화 등 재기 발랄한 현대 작가들의 다채로운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흥미롭다. 레드 타운에 가면 잊지 말고 민생 아트 뮤지엄을 방문하자(www.minshengart.org).
상하이 조각 스페이스(Shanghai Sculpture Space)도 흥미롭다. 1층은 조각 갤러리이고, 2, 3층은 사무실로 쓰이니 함부로 위층에 올라가면 안 된다는 것이 좀 섭섭하다. 중국인 특유의 크고 유쾌한 조각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조각 스페이스 안에는 상하이 레드 북 스토어가 입점되어 있다. 아트 북과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점원들이 매우 친절하다. 레드 북 스토어의 사랑스러운 마스코트 문양은 대표가 직접 그렸다고 한다(상하이 조각 스페이스 www.sss570.com/ 레드북 스토어 www.red-bookstore.com). 화스 갤러리(Wha’s gallery)도 놓칠 수 없다. 현재는 일본의 스타 미술가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을 전시 중이다. 숨가쁘게 상하이의 주요 명소를 둘러보았지만 아직도 곳곳에 소개할 만한 장소가 많이 남아 있다. 20세기 초반, 열강들을 사로잡았으며 여전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상하이의 원동력은 바로 이러한 중국의 예술적 감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상하이 여행의 묘미는 쇼핑과 요리가 아니라 예술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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