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Piece of Clo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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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 2016

에디터 이지연(도쿄 현재 취재)

일본 패션계의 거장이라 불리는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 지난 3월 16일, 도쿄 국립 아트 센터에서 45년에 걸친 그의 작업 전반을 정리한 회고전을 열었다. 단순히 컬렉션을 나열한 전시가 아닌, 큐레이터십을 발휘한 공간 활용, 그리고 체험이 어우러진 공간에 <스타일 조선일보>가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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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이 아닌 ‘예술’을 입다
패션 디자이너의 전시회라니 조금 생소하게 들릴 수 있겠다. 보통 디자이너들은 컬렉션을 통해 자신의 레이블을 소개하지, 굳이 전시회를 열진 않으니까. 하지만 ‘소재의 건축가’라 불리는 이세이 미야케는 패션 디자이너를 넘어예술가로 간주될 만큼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물이다. 그는 19세기 이후 유럽에 불어닥친 자포니즘 열풍을 21세기인 현재까지 이어지도록 한 주역 중 하나이며, 미국의 예술 평론가 레오나드 코렌(Leonard Koren)은 전위적인 일본 패션 디자이너 중 이세이 미야케가 일본과 서구적 패션 문법을 가장 잘 결합한 디자이너라고 소개한 바 있다. 그는 의복뿐 아니라 건축에도 영향을 미쳤다. 2007년에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와 함께 21_21 디자인 사이트 미술관을 짓는 등 다양한 디자인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이쯤 되면 왜 그가 전시회를, 그것도 일본 최대 규모의 도쿄 국립 아트 센터에서 열었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이세이 미야케는 지난 40여 년간 ‘인간’이라는 요소를 중심에 두고 다양한 실험을 거듭하며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 때문에 그의 작품은 ‘입체적인 신체를 평면적인 천으로 어떻게 감쌀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된다. 그는 ‘1장의 천(a piece of cloth)’이라는 비유적 개념을 통해 그 해답을 찾았다. 실제 그의 디자인 기법 중 가장 독특한 점은 의상과 신체 사이에 일정한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저는 옷을 절반만 만들어요. 사람들이 제 옷을 입고 움직일 때야 비로소 완성되죠”라는 그의 말처럼, 이세이 미야케의 옷은 입는 사람에 따라 고유한 실루엣을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이세이 미야케만의 의상 디자인과 제작에 관련한 고유의 아이디어, 접근법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 전시장은 크게 세 공간으로 나뉘었는데, 전시실 A와 B는 디자이너 요시오카 도쿠진이, 전시실 C는 그래픽 디자이너 사토 다쿠가 맡았으며, 전체적으로는 기타무라 미도리가 진두지휘했다. 먼저, 전시실 A는 ‘문신’을 모티브로 삼아 말 그대로 제2의 피부를 입은 것처럼 보이는, 1장의 천으로 만든 점프 수트와 정사각형 천 3장을 바이어스로 고정한 초대형 손수건 드레스를 선보였다. 또 몸 전체를 사선으로 비스듬히 감싸는 코쿤 코트나 천 한 폭 전체를 그대로 잘라 만든 리넨 점프 수트 등 ‘1장의 천, 그것이 감싸는 몸’이란 브랜드의 기본 콘셉트를 담은 이세이 미야케의 초기 디자인을 소개한다. 전시실 B로 발걸음을 옮기면, 이세이 미야케의 1980년대로 시간이 바뀐다. 여기에서는 실리콘 주입 기법을 사용한 퓰론(pewlon) 소재와 라탄 소재, 섬유 강화 플라스틱과 합성수지를 주입한 신소재를 이용해 만든 옷들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소재의 변화에 맞춰 전시실옷을 입혀 놓은 마네킹도 달라진다. 이번 전시실 A·B의 기획을 맡은 요시오카 도쿠진은 “사실 마네킹이 아닌 ‘그리드 보디’라고 불러야 더 정확한 명칭입니다. 전시실 A에서 소개한 골판지 소재의 마네킹은 시작을 의미한다는 뜻으로 종이로 만들었고, 전시실 B에 있는 마네킹은 주제에 맞게 투명한 수지로 만들었어요.” 그가 이렇게 마네킹 디자인에 공을 들인 이유는 이세이 미야케가 옷을 만들 때 사람의 몸 위주로 디자인해왔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전시실 C에는 재단이나 봉제 과정 없이 원통형 옷감 1장으로 옷을 만드는 ‘에이폭(a-poc)’ 기법과 우리나라 말로 ‘종이접기’를 뜻하는 오리가미 디테일의 ‘132.5 이세이 미야케’, 그리고 청바지나 티셔츠처럼 보편적인 옷을 만들기 위해 고안한 기법인 ‘가먼트 플리팅’ 기법까지, 이세이 미야케의 혁신성이 담긴 주요 테마가 주제에 따라 분류되어 있다. 특히 가장 잘 알려진 주름 잡힌 원단을 완성하는 ‘가먼트 플리팅’ 공정을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1장의 천’이라는 콘셉트에서 시작된 기능적 탐구와 과학적 접근에 관한 이세이 미야케의 업적을 소개한 이번 전시는 패션 전시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전시가 될 것이라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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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_ 기타무라 미도리(Kitamura Midori,이세이 미야케 전시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하나의 거대한 놀이동산처럼 꾸몄습니다”
이번 전시는 1970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45년간의 브랜드 작품 세계 전체를 조명하는 특별한 전시다. 준비과정이 궁금하다. 사실 이번 전시는 10년 전부터 계획해온 전람회입니다. 사실 일본에서는 전시회와 전람회는 아주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구분해야 합니다. 전시회는 판매를 동반하지만, 전람회는 예술 작품을 진열해놓고 여러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모임으로, 그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죠. 이번 전람회는 그의 방대한 컬렉션 모두를 보여줘야 하기에 옷을 정리하는 데만 3~5년 정도 걸렸습니다. 1970년대부터 만들어온 컬렉션은 하나하나 열거하는 것이 무의미할 만큼 수만 점이 저장돼 있기 때문이죠. 또 매번 함께 전시를 진행하던 디자이너 요시오카 도쿠진 외에 한 분의 디자이너가 도움을 주셨는데, 바로 전시실 C를 기획한 그래픽 디자이너 사토 다쿠 씨입니다. 그에게 브랜드의 아카이브를 보여주고, 기본 콘셉트인 ‘1장의 천’, 그리고 그와 관련된 방대한 상상력과 기술력을 이해시키는 데만 2년이 걸렸지요. 하지만 그가 우리 브랜드를 이해한 후 내놓은 아이디어는 너무나 대단했습니다. 실제로 ‘132.5 이세이 미야케’ 컬렉션 의상 중 몇 개를 미니어처로 제작해 관람객들이 스크린 화면 속 매뉴얼을 따라 접어보도록 하는 이벤트를 구상하고, 플리츠 원단의 원리를 이용해 형형색색의 주름 종이로 만든 인형을 줄로 당겨 커졌다 작아지기를 반복하는 플라잉 소서를 제작하는 등 그만의 재미있는 발상이 전시 곳곳에 녹아 있습니다. 과정은 길었지만, 덕분에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아이부터 어른까지 즐기는 거대한 놀이동산 같은 전람회를 기획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세이 미야케와 무려 40여 년 동안이나 함께해왔다. 처음 이세이 미야케와 일하게 된 계기는? 정말 우연한 계기로 그와 함께 일하게 되었습니다. 1970년대 초에 이세이 미야케 선생님은 자신의 컬렉션 의상을 입어줄 모델을 찾고 있었고, 저는 전문 모델은 아니었지만 선생님 지인분의 소개로 미야케 디자인 사무소를 찾았습니다. 처음 그의 옷을 입었을 땐 제가 입던 옷과는 다른 독특한 디자인의 옷이 많았고, 저는 마냥 예쁘네요, 좋아요, 하기보단, 이건 입기 싫어요, 이건 디자인이 이래서 싫어요, 하며 의견을 피력하곤 했는데 선생님은 오히려 그런 저의 모습에 함께 일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고, 이후 42년이 지난 현재까지 함께 일하고 있어요 ‘창조(creation)’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세이 미야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다. 전시 이외에 브랜드에서 당신의 역할은 무엇인지. 우선 컬렉션부터 말씀드리자면, 전체적인 큰 주제를 잡는 것부터 무대 연출과 음악, 그리고 모델 선정, 쇼피스 착장과 그 순서 등에 모두 관여하고 지시합니다. 또 예를 들어 향수를 론칭할 때는 프랑스 회사와 회의를 거쳐, 원하는 향의 이미지와 보틀 디자인 등 이세이 미야케에서 선보이는 모든 프로덕트에 관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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