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n In Le Senti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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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6, 2016

에디터 배미진(제네바 현지 취재)

고급 시계가 탄생되는 과정을 면밀히 보고 있자면 다양한 감상이 떠오른다. 열정과 끈기가 작은 우주, 손목 위에 펼쳐지는 드라마를 만드니, 이 시계의 가치는 대를 이어 전해져야만 한다는 생각도 든다. 스위스 시계 문화유산의 진정한 전달자가 된 예거 르쿨트르의 르 상티에 매뉴팩처에 <스타일 조선일보>가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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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의 고향, 예거 르쿨트르의 매뉴팩처
기계식 워치 매뉴팩처의 정수가 궁금하다면 예거 르쿨트르의 매뉴팩처에 그 답이 있다. 모든 시계 부품 제작에서부터 조립, 완성까지 100% 인하우스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매뉴팩처이기에 그랑 메종이라는 이름을 지니고 있을 정도다. 시계의 나라로 유명한 스위스에서도 고급 시계를 만드는 공장이 많이 모여 있는 발레 드 주(Valle´e de Joux)의 르 상티에(Le Sentier)에 위치한 이곳은 시계 마니아들의 성지이자 꼭 가보아야 할 곳으로 손꼽히는데, 이는 창립 이후부터 지금까지 4백여 개 이상의 시계 제조 관련 특허권을 등록하고, 1천2백49개 이상의 자사 무브먼트를 완성한 것은 물론, 지금도 그 혁신이 이어지는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제네바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이 고요한 마을은 1833년 예거 르쿨트르의 창립자 앙투안 르쿨트르(Antoine LeCoultre)가 30세 무렵부터 시계 부품을 제작하는 작은 공방을 설립하면서부터 활기를 띠었다. 대부분의 시계 브랜드처럼 아주 작은 공방으로 시작한 위대한 발걸음이 1천4백 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는 대규모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다. 먼저 가장 중요한 장소는 하이 컴플리케이션 워크숍. 브랜드의 가치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듀오미터 라인과 퀀템 퍼페추얼 미닛 리피터 투르비용, 그랑 소네리, 리베르소 자이로투르비용 등 복잡하고 놀라운 기술력을 담은 하이 컴플리케이션 워치만을 생산하는 장소다. 가장 복잡한 그랑 컴플리케이션 워치의 경우 한 명의 워치메이커가 하나의 시계를 조립하는 데 두 달 이상이 걸릴 정도로 정교한 작업이기에 이곳의 긴장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이 컴플리케이션 워크숍을 총괄하는 워치메이커인 크리스찬 로랑은 예거 르쿨트르에서만 44년간 근무했을 정도로 직원들의 자부심도 높다.
예거 르쿨트르의 매뉴팩처가 다른 매뉴팩처보다 더욱 인상적인 점은 시계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태엽과 케이스를 만드는 것은 물론, 예술적인 터치까지 모두 꼭 필요한 프로세스로 여겨 모두 인하우스에서 제작한다는 것이다. 과거 별도의 건물에 분리되어 있던 아틀리에 메티에 라르가 이제 매뉴팩처에 중요하게 자리 잡았다는 것은 놀라운 변화다. 젬 세팅과 애나멜링, 인그레이빙 작업이 여기에서 모두 이루어진다. 이러한 작업들이 주로 외부의 공방에 제작 의뢰 형식으로 분리되어 작업하는 것에 비해 장식적인 요소까지 모두 최고의 퀄리티를 위해 인하우스에서 제작한다는 것은 매우 의미 깊은 일이다. 기계식 시계의 클래식한 기법을 대를 이어 전승한다는 데서 예거 르쿨트르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시계 부품 중 눈에 보이는 모든 면을 세공하는 데커레이션 룸은 별도로 위치한다. 워치의 심장, 무브먼트를 만드는 데 기본 요소가 되는 다양한 종류의 톱니바퀴, 즉 무브먼트에 사용하는 모든 부품을 제작하는 톱니바퀴와 휠 제조실, 시계의 정확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팔렛 레버 제작실 역시 매뉴팩처에 위치하며 모두 직접 제조하고 있다. 이 작은 장치를 만드는 데 15가지 공정이 필요하고, 이는 모두 숙련된 장인들의 손을 통해 완성된다. 사실 아주 작은 부품은 외부에서 공급받는 브랜드도 많은데, 예거 르쿨트르는 예외다. 시곗바늘부터 아주 작은 태엽과 나사까지 모두 이 공장에서 제작한다. 케이스 작업실 역시 1백 가지 공정을 통해 다양한 소재의 케이스를 완성한 후 테스트 룸으로 이동해 1천 시간 동안 엄격한 실험을 거쳐 이를 통과한 제품만이 판매로 이어진다. 오차와 충격, 기압과 방수 기능, 다양한 온도 변화까지 손목 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을 미리 테스트한다.
마지막으로 예거 르쿨트르 매뉴팩처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시각적으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곳은 애트모스 워크숍이다. 온도의 차이로 동력을 만들어내는 탁상시계인 애트모스는 매년 단 3천 개 내외만 생산하는데, 수백 개의 애트모스 워치가 나열되어 놀라운 광경을 연출한다. 이곳에서는 애트모스 작동의 기본이 되는 가스통부터 1천 년에 단 한 번 교체하면 되는 애트모스 와이어의 제작 과정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완성된 애트모스를 같은 시간을 가리키도록 맞추어놓고 5주 동안 시간 오차 등을 체크한 후 이를 기록하고 조정해 완벽한 애트모스를 탄생시킨다. 단지 공기의 움직임과 온도의 변화만으로 가스통의 주름이 움직이며 동력을 생산하는 수백 개의 애트모스가 한자리에 모여 하나의 호흡으로 움직인다는 것만으로도 그 어떤 장소에서도 느낄 수 없는 기계식 시계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놀라운 경험인 것. 고도의 정교함을 담은 히브리스 메카니카와 히브리스 아티스티카 컬렉션을 선보이는 1백80년 역사의 예거 르쿨트르의 모든 것이 집약된 브랜드의 가치, 그리고 하이 컴플리케이션 워치의 모든 발자취를 알아볼 수 있는 예거 르쿨트르의 매뉴팩처야말로 앞으로 스위스 시계 발전을 이끌 진정한 원동력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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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_  다니엘 리에도(CEO of Jaeger-LeCoultre)

“적어도 10년, 20년 간직할 수 있는 시계가 클래식 워치의 기준이다.”

리베르소 컬렉션이 탄생 85주년을 맞았다. 대대적으로 리뉴얼하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지? 모던함? 혹은 기존의 아이덴티티를 더 부각하는 것? 모던함, 기존의 아이덴티티 부각 모두 신경 썼다. 리베르소가 처음 나온 1930년대로 돌아가 다양한 사이즈로 선보인 리베르소를 고객들이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리베르소 클래식 컬렉션을 스몰, 미디엄, 라지 사이즈로 재정비했다. 심플하고도 모던하게 디자인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했다. 특히 여성들을 위해 리베르소 원 라인을 선보였는데, 이 역시 1930년대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완전히 새로운 사이즈와 디자인으로 선보였다. 리베르소 탄생 85주년 기념 파티도 파격적이었다.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보다 젊은 DNA를 심으려는 노력으로 보아도 될지? 탄생 85주년을 맞이해 리베르소가 어떤 제품인지 알리기 위해 특별히 파티를 준비했다. 클래식함에서 벗어나 크리스찬 루부탱과도 컬래버레이션을 했고, 조금 더 신선하고, 현대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파티를 준비했는데 반응이 뜨거워 만족스럽다. 최근 여성 워치 분야에서 눈부신 도약을 했는데, 일반 여성들이 왜 기계식 워치를 구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아직까지 아름다운 시계를 최고로 여기는 여성들을 설득하기 위한 특별한 아이디어가 있는지? 예거 르쿨트르 매뉴팩처에서는 기계식 워치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2011년에 여성만을 위한 기계식 워치인 랑데부를 선보였고, 성공을 거두었다. 여성 라인의 확장을 위해 디자인뿐만 아니라 무브먼트도 개발하고 있다. 지난 W & W(Watches & Wonders)에서도 랑데부 미닛 리피터를 선보이는 등 기술적으로도 노력하고 있다. 유니크 피스가 많은 이 브랜드에서 새로운 시계를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계적인 완성도인가, 혹은 타 브랜드에서 본 적 없는 새로운 기법인가? 마켓, 소비자의 성향, 예거 르쿨트르의 헤리티지 등을 다 함께 고려한다. 엔트리 레벨 제품의 경우는 마켓을 고려하지만, 전체적인 컬렉션을 보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 새로운 칼리버를 함께 개발하는 것이 예거 르쿨트르의 DNA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원형 다이얼의 워치를 개발한다면 동일한 사이즈의 원형 무브먼트까지 함께 개발하는 것이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지오피직 컬렉션, 브랜드를 상징하는 울트라 신 워치와 같이 기본에 충실한 컬렉션도 매우 인상적인데, 현대사회에서 클래식 워치의 가치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단순히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진정한 콘텐츠와 진정한 가치를 지닌, 적어도 10년, 20년 간직할 수 있는 시계가 클래식 워치의 기준이라 할 수 있는데, 지오피직이 바로 이러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리베르소 컬렉션이 탄생 85주년을 맞았다. 대대적으로 리뉴얼하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지? 모던함? 혹은 기존의 아이덴티티를 더 부각하는 것? 모던함, 기존의 아이덴티티 부각 모두 신경 썼다. 리베르소가 처음 나온 1930년대로 돌아가 다양한 사이즈로 선보인 리베르소를 고객들이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리베르소 클래식 컬렉션을 스몰, 미디엄, 라지 사이즈로 재정비했다. 심플하고도 모던하게 디자인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했다. 특히 여성들을 위해 리베르소 원 라인을 선보였는데, 이 역시 1930년대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완전히 새로운 사이즈와 디자인으로 선보였다. 리베르소 탄생 85주년 기념 파티도 파격적이었다.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보다 젊은 DNA를 심으려는 노력으로 보아도 될지? 탄생 85주년을 맞이해 리베르소가 어떤 제품인지 알리기 위해 특별히 파티를 준비했다. 클래식함에서 벗어나 크리스찬 루부탱과도 컬래버레이션을 했고, 조금 더 신선하고, 현대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파티를 준비했는데 반응이 뜨거워 만족스럽다. 최근 여성 워치 분야에서 눈부신 도약을 했는데, 일반 여성들이 왜 기계식 워치를 구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아직까지 아름다운 시계를 최고로 여기는 여성들을 설득하기 위한 특별한 아이디어가 있는지? 예거 르쿨트르 매뉴팩처에서는 기계식 워치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2011년에 여성만을 위한 기계식 워치인 랑데부를 선보였고, 성공을 거두었다. 여성 라인의 확장을 위해 디자인뿐만 아니라 무브먼트도 개발하고 있다. 지난 W & W(Watches & Wonders)에서도 랑데부 미닛 리피터를 선보이는 등 기술적으로도 노력하고 있다. 유니크 피스가 많은 이 브랜드에서 새로운 시계를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계적인 완성도인가, 혹은 타 브랜드에서 본 적 없는 새로운 기법인가? 마켓, 소비자의 성향, 예거 르쿨트르의 헤리티지 등을 다 함께 고려한다. 엔트리 레벨 제품의 경우는 마켓을 고려하지만, 전체적인 컬렉션을 보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 새로운 칼리버를 함께 개발하는 것이 예거 르쿨트르의 DNA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원형 다이얼의 워치를 개발한다면 동일한 사이즈의 원형 무브먼트까지 함께 개발하는 것이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지오피직 컬렉션, 브랜드를 상징하는 울트라 신 워치와 같이 기본에 충실한 컬렉션도 매우 인상적인데, 현대사회에서 클래식 워치의 가치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단순히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진정한 콘텐츠와 진정한 가치를 지닌, 적어도 10년, 20년 간직할 수 있는 시계가 클래식 워치의 기준이라 할 수 있는데, 지오피직이 바로 이러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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