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SPECIAL] Art Journey_더페이지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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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6, 2021

글 김민서 | Edited by 고성연 | 사진 제공 더페이지갤러리

서울숲 갤러리아 포레 지하 2층에는 이 곳에 5년 넘게 공간을 꾸린 더페이지갤러리가 자리하고 있다. 아무리 ‘뜨는 동네’ 성수동에 있다 하더라도 ‘지하’라는 위치는 접근성이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성지은 대표가 이끄는 이 갤러리는 그런 조건 정도는 상쇄할 만한 매력을 품고 있다.
국내 갤러리 중에서는 드물게도 미술관처럼 시원시원한 공간, 기획 전시를 하기에 제격인 구조와 동선, 거기에 더해 흔치 않은 전시 콘텐츠로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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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문화 예술 콘텐츠가 모여드는 서울 성수동에는 잘 찾아보면 매력적인 공간이 여기저기 숨어 있다. 작은 미술관 같은 전시장을 둔 더페이지갤러리도 아는 사람만 아는, 은근히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다. 외부에서는 잘 가늠이 되지 않지만 일단 안으로 들어가면 시원스러운 공간이 펼쳐지는 이 갤러리는 크게 웨스트(West)와 이스트(East)로 나뉜다. 그래서 2개의 전시가 동시에 개최되기도 한다. 현재는 지난 10월 시작된 기획전 <EVERYWHERE & HERE…>와 12월부터 열린 조지 콘도(George Condo) 개인전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공간 구획이 가능한 이스트 전시관에는 종종 이번 <EVERYWHERE & HERE…>처럼 흥미로운 기획의 전시들을 전개해왔다. 소수 인원만 입장 가능하도록 운영하는 오프라인 전시는 조금만 게으름을 피우면 놓치기 일쑤인데, 이 갤러리는 전시 기간도 대개 2~3개월로 긴 편이다. 현재는 코로나19로 두 전시장 모두 예약제로만 운영하는데, 이번 전시는 서두르지 않으면 대부분 예약이 찰 정도로 미술 애호가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여행의 자유를 빼앗긴 우리를 위로해주는 예술이 주는 치유의 힘에 이끌려 필자도 벌써 두 번째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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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방, 4번의 여행
“코로나19 때문에 여행을 자유롭게 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대신해서 갤러리 안에서 ‘비주얼 저니(visual journey)’를 통해 여행을 떠나자는 의도예요.” 이번 <EVERYWHERE & HERE…> 전시를 기획한 패러다임아트컴퍼니 강희경 대표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관 안으로 들어섰다. 전시는 크게 ‘방 안의 방’ ‘소프트 초현실’, ‘새로운 미니멀리스트’, ‘키덜트 판타지’ 등 네 가지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첫 번째 방 입구에는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장 프루베(Jean Prouve′)의 ‘6 X 6 Demountable House’가 맞이해주는데, 이는 1944년 장 프루베가 전쟁 유랑민을 위해 디자인한 조립식 주택으로 하얀 갤러리 공간에 빛바랜 고재목이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김춘수 작가가 스페인 여행을 하며 그린 푸른색 드로잉을 프루베 가구에 앉아 보고 있자니 코로나19 전에 다녀온 수많은 여행지의 추억이 머릿속을 스쳐 간다. 경계 없는 방 안의 ‘집’처럼 백남준, 웬델 캐슬(Wendell Castle), 도널드 저드(Donald Judd),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 등의 미디어 아트, 가구, 조형물, 회화 작품이 아름다운 비주얼을 뽐내며 어우러져 있다.
다음 공간으로 넘어가기 전, 좁아진 복도를 따라 생동감 넘치는 ‘스티븐 해링턴의 방’에 도착했다. 강 대표의 “웰컴 투 캘리포니아!”란 인사와 함께 유머러스하고 톡톡 튀는 스티븐 해링턴(Steven Harrington)의 작품들이 시선을 절로 사로잡는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전시된 스티븐 해링턴의 작품들이 카우스(KAWS)의 원형 회화, 캄파냐 형제의 의자와 함께 놓여 있다. “콘셉트는 키덜트 판타지예요. 우리 안에 있는 키즈(kids)를 끄집어냈어요. 한국의 분위기가 너무 심각해지지 않으면 좋겠어요.” 나머지 ‘소프트 초현실’의 방과 ‘뉴 미니멀리스트’는 이름 그대로 상반된 공간이다. 미샤 칸(Misha Kahn)처럼 독특한 질감과 형태의 작품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방에는 도널드 저드처럼 절제된 형태와 색상의 작품들이 놓여 있다. 또 이곳엔 김기드온의 가구, 이재이의 사진, 박석민의 회화 등 30~40대 젊은 작가들 작품도 몇몇 눈에 띈다. 확연히 구획된 공간과 어쩌면 산발적이었을 작품을 잘 편집한 덕에 네 가지 방의 분위기가 관람을 더욱 다채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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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기획 전시의 브랜딩화
예전 만큼 해외 작가들의 전시를 활발히 열기 쉽지 않은 게 코로나 세상의 현실이다. 이런 제약 속에서 더페이지갤러리도 주로 소장품만으로 탄탄한 기획을 꾸려나가야 하기에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때마침 본거지 뉴욕이 아닌 한국에 발목이 묶여 있던 강희경 대표와의 협업이 성사됐고, 그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게 된 것이다. 그는 저마다 개성이 다른 소장품을 모으고 편집하고 더하며 기획에 힘을 실었다. “셰프도 재료가 싱싱하고 좋으면 요리할 맛이 나잖아요. 이미 갤러리에서 보유한 소장품들이 좋았어요.” 장 푸르베나 백남준 같은 거장들의 작품과 나란히 놓인 국내 젊은 작가들의 작품, 국내에서는 처음 만나는 스티븐 해링턴의 작품은 그의 손이 더해진 결과다. 무엇보다 전시된 가구에 직접 앉아 감상할 수 있는 경험이 왠지 불편하고 경직되기도 한 갤러리의 이미지를 허물었다.
더페이지갤러리는 개인전은 보통 한 달 동안, 규모가 큰 전시는 이번 전시처럼 두세 달간 진행한다. 미술관 못지않은 환경 덕에 가능했을 터. 언제 다시 외출이 어려워질지 모르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긴 전시 기간이 괜시리 고마울 따름이다. 국내갤러리가 외부 큐레이터 한 명과 기획전을 오랜 기간 진행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더페이지갤러리에서는 한동안 강 대표가 기획한 전시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한 해 동안 ‘EVERY… & …’ 시리즈를 지속해서 이를 브랜드화하겠다는 큰 그림이다. “올해 갤러리가 10주년을 맞이해서 큰 전시를 기획하고 있어요. ‘EVERY… & …’ 시리즈로 1년 동안 기획전을 이어갈 예정이에요. <EVERYWHERE & HERE…>가 그 시작이고 여성 작가만 모아서 <EVERY ARTIST & THE WOMEN…>이란 그룹 전시를 열 거예요. 5월에는 어번 스트리트 아티스트(urban street artists) 작품전을 계획 중입니다.” 한동안 이 동네를 자주 방문하게 될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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