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은 달랐다. 수백 년 역사의 정통 스위스 시계업체들과 한자리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J12’, ‘보이.프렌드’ 등 샤넬의 시계는 2.55 백이나 N°5 향수처럼 대중의 사랑을 받는 고유명사가 되었고, ‘프리미에르 까멜리아 스켈레톤’ 워치는 2017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PHG) 여성 시계 부문을 수상했다. 시계 소재에 세라믹 바람을 일으키고,올 블랙이나 올 화이트 등 색상 혁명을 이끈 주인공 또한 샤넬이다. 시계업계의 불황 속에서  디올, 펜디 등 일부 럭셔리 명품 패션 하우스들이 2018 바젤월드에 불참한 가운데 샤넬은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다. 게다가 브랜드의 세 번째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앞세웠기에 그 가치는 더욱 인정받을 만하다. 2016년 브랜드 최초의 인하우스 무브먼트 ‘칼리버 1’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고, 이듬해 여성용 인하우스 무브먼트 ‘칼리버 2’를 추가하며 파인 워치메이커로서의 화려한 비상을 꿈꾼 샤넬이 진지하고 꾸준하게 시계 컬렉션을 구축해나간 결과다. 샤넬이 여타 정통 시계 브랜드와 다른 점은 아름다움, 즉 디자인을 기술력 우위에 둔다는 사실이다.시각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을 먼저 완성한 뒤,그에 맞는 기술을 개발한다. 기술의 한계 때문에 디자인을 희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샤넬 워치의 철칙이다. 그 결과 대부분의 시계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자유로운 창작 정신과 관행을 깬 혁신적 사고가 이루어낸 결실이다. 지금껏 바젤월드는 남성 중심 제품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여성 고객을 겨냥한 시계가 대거 등장한 것. 최근 하이엔드 시계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통 시계 브랜드들조차 여성 라인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샤넬은 트렌드에 따라 여성 시계 분야에서 확실한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매년 새로운 인하우스 칼리버와 시계를 개발하며 고유의 디자인 코드와 적절한 배합을 보여주는 샤넬. 2018 바젤월드의 신제품에도 그런 샤넬의 DNA가 강렬하게 드러난다.

과하지 않고 무심한 듯 스타일링할 수 있는 시계. 그러나 파리 방돔 광장과 전설적인 N°5 향수병의 팔각형 다이얼로 샤넬의 코드를 그대로 담은 시계로, 2015년 론칭한 직후부터 큰 인기를 끈 ‘보이.프렌드 워치’. 남성성과 여성성의 경계를 허무는 유니섹스 워치를 표방한 보이.프렌드의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샤넬은 올해 ‘칼리버 3’으로 명명한 새로운 인하우스 수동 스켈레톤 무브먼트를 탑재한 ‘보이.프렌드 스켈레톤 워치’를 공개했다. 베이지 골드 케이스 안으로 겹겹이 쌓인 원형 모티브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무브먼트 디자인은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매혹적이다. 55시간 파워 리저브의 무브먼트는 샤넬의 인하우스 칼리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매트하게 블랙 코팅 마감해 모던한 세련미를 발한다.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 백을 통해 무브먼트의 역동적인 심장박동도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다. 보다 시크하게 즐기고 싶다면 다이아몬드를 세팅하지 않은 일반 베이지 골드 버전, 여성스러운 화려함을 더하고 싶다면 베젤에 총 66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버전을 추천한다. 크라운에 블랙 오닉스를 세팅해 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한편 보이.프렌드 미디엄 사이즈는 화려한 컬러로 돌아왔다. 이미 다양한 컬러로 출시된 바 있는 ‘프리미에르’ 워치를 떠올린다면 그리 새로운 일도 아니지만, 샤넬에서 무채색이 아닌 컬러풀한 시계를 동시에 소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보다 폭넓은 고객층을 만날 준비가 되었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총 64개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18K 베이지 골드에 블루 진, 코럴, 핑크, 누드, 라이트 블루 스트랩을 매치했다. 보다 경쾌해진 샤넬의 감성을 느껴보고 싶다면 ‘보이.프렌드 컬러 스트랩’이 정답이다.

샤넬에서는 보기 드문, 오로지 남성만을 위한 컬렉션 ‘무슈 드 샤넬’. 2016년 론칭 당시 브랜드 최초로 인하우스에서 디자인·개발·조립한 ‘칼리버 1’을 탑재한 시계다. 인스턴트 점핑 아워와 레트로그레이드 분 기능을 갖추고 있는데, N°5 향수 뚜껑의 팔각형 디테일이 돋보이는 6시 방향의 점핑 아워 창 모양이나 시계에 사용한 아라비아숫자와 폰트도 오로지 ‘무슈 드 샤넬’ 워치를 위해 개발한 것들이다.  올해는 다이얼에 메종을 상징하는 사자 형상을 추가한 두 종의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였다. 점핑 아워 창 상단에 사자가 자리한 형태로, 보다 카리스마 넘치는 외형으로 새 단장한 것. 사자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가브리엘 샤넬의 별자리이며, 브랜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동물이다. 베이지 골드와 화이트 골드 두 가지 소재로 각각 20점만 제작하며, 다이얼은 블랙 컬러 그랑 푀(grand feu) 에나멜 다이얼을 사용해 한층 고급스러운 느낌을 선사한다. 사자를 모티브로 한 두 가지 스페셜 피스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두 번째 인하우스 수동 ‘칼리버 2’를 원형에 맞게 변형한 ‘칼리버 2.2’를 탑재한 포켓 워치와 이를 함께 고정할 수 있는 거치대 형태의 유니크 피스가 그것. 원형의 포켓 워치는 케이스 측면에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했고, 블랙 오닉스 사각 프레임 하단에 사자가 다이아몬드 볼을 쥐고 있는 거치대로 구성된다. 딱 1점만 제작한 유니크 피스다. 그리고 사자 네 마리가 지구를 형상화한 볼을 떠받들고 있는 5점 한정판의 테이블 클락 또한 컬렉터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모델이다.

2.55 핸드백을 꼭 어깨에 걸칠 필요가 없어졌다. ‘코드 코코’ 를 통해 손목에 찰 수 있게 되었으니! 지난해 성공적으로 론칭한 코드 코코는 1955년 마드모아젤 샤넬이 만든 2.55 핸드백같이 딸깍 소리를 내며 잠기는 잠금장치가 특징이다. 첫인상은 현대적인 스타일의 브레이슬릿 같다. 버클을 여닫음으로써 시계를 손목에 착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마치 시크릿 워치처럼 다이얼의 시간을 드러나게 했다. 은밀하게 감출 수도 있다. 지키고 싶은 ‘나만의 시간’ 또는 ‘비밀’을 상징하는 요소다. 블랙 다이얼 위 다이아몬드는 고급스러운 애티튜드의 표현이다. 올해 바젤월드에서는 블랙 세라믹 버전이 추가되었다. 블랙 세라믹은 샤넬 워치메이킹이 매우 사랑하는 소재로, J12뿐만 아니라 여러 주얼리 컬렉션에도 응용될 만큼 브랜드를 대표하는 소재 중 하나이기에 코드 코코 컬렉션과도 이질감 없이 매치되어 샤넬스러움을 발산한다.

2000년 새 밀레니엄의 시작과 함께 등장한 샤넬의 대표적인 스포츠 워치 컬렉션 ‘J12’. 하이테크 세라믹을 케이스 전면에 도입하며 고급 시계 소재로 완성한 첫 번째 워치다. 처음에는 블랙 컬러, 2003년에는 화이트 컬러로 출시된 하이테크 세라믹 워치는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J12라는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켰고, 12를 샤넬 하우스를 상징하는 숫자 중 하나로 만들었다. 올해는 J12의 12에서 착안해 총 12개의 유니크 피스로 구성한 ‘J12 언타이틀’을 선보였다. 화이트 세라믹 케이스 바탕에 다이얼 및 베젤을 세라믹 상감 세공으로 장식한 블랙 모티브는 1부터 12까지 숫자를 그래픽 아트처럼 형상화해 하나의 작품 같은 느낌을 준다. J12 언타이틀은 각각의 유니크 피스를 샤넬이 추후 공지할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독점 판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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