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the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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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03, 2014

에디터 배미진 | 헤어 조영재 | 메이크업 이지영 | 스타일 디렉터 이선희 | 인터뷰 고성연 | photographed by ahn joo young

한국 문화의 숨겨진 가치를 우아함과 아름다움이라는 자신만의 언어로 승화한 여배우 이영애가 운현궁에서 ‘한국내셔널트러스트’와 함께 보낸 따사로운 오후.


캐나다 화가 크리스 나이트(Kris Knight)가 구찌의 아이콘 플로라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프린트의 드레스, 구찌의 아이코닉한 뱀부 클로저가 돋보이는 그레이 컬러의 ‘뱀부 데일리’ 미니 핸드백, ‘릴리안’ 파이톤 부츠 모두 구찌.

“한국 문화유산을 수호하고자 하는 의미 있는 활동에 함께하게 해주신 한국내셔널트러스트와 구찌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아름다운 봄 밤, 이렇게 운현궁에서 함께하신 여러분들은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더욱 공감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국가에서 관리하는 이 같은 곳들 외에도, 우리 선조는 소중한 유산을 많이 물려주셨습니다. 우리의 역할은 잘 알려지지 않고 방치되어 있지만 조상의 얼이 담긴 유산을 보다 적극적으로 찾아내어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라 믿습니다.특히 저도 한 사람의 어버이가 되다 보니, 제가 누려온 한국의 자랑스러운 유산을 제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의 아이들을 위해 계속 지켜나갈 필요성을 더욱 크게 느낍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홍보대사로서, 또 우리 문화유산 지킴이로서 ‘나의 사랑 문화유산’ 캠페인에 동참하게 되어 무척 기쁘게 생각하며, 보다 많은 시민들이 이번 캠페인에 참여하셔서 큰 힘을 보태주셨으면 합니다.”

_2013년 NTK 발족식에서 여배우 이영애의 축사


지난 11월, 여배우 이영애가 종로구에 위치한 운현궁(雲峴宮, 사적 제257호)을 찾았다. 흥선대원군의 사저인 운현궁은 조선 26대 임금 고종이 출생해서 12세까지 머물던 곳이다. 그리고 지난해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발족식이 개최된 곳이기도 하다. 이영애가 운현궁을 찾은 것은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National Trust Korea, 이하 NTK)는 정부에서 미처 손을 쓰기 전 각종 개발 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시민의 힘으로 보전해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한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을 실천하는 단체다.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은 산업혁명으로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룩한 영국에서 1895 년에 출범해 후손에게 물려줄 소중한 유산을 국가 소유가 아닌 ‘시민의 유산’으로 보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정부의 간섭이나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순수 비영리 민간 운동이며, NTK는 지난 2000년 출범해 시민들의 자발적 모금·기부·증여를 통해 보존 가치 있는 문화 자산과 자연 자원을 확보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법 제정에 힘쓰고 있다. 현재는 ‘강화 매화마름 군락지’, ‘최순우 옛집’, ‘동강 제장마을’, ‘나주 도래마을 옛집’ 등을 시민 유산으로 보존·관리 중이다. 이렇듯 지극히 한국적인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나선 것은 화려한 패션으로 대중에게 각인된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 구찌 코리아다.



지난 2012년 4월 23일 한국을 방문한 구찌 CEO 파트리지오 디 마르코(Patrizio di Marco)는 NTK 활동이 과거를 존중하면서 현재와 미래의 발전을 도모하는 ‘Forever Now’라는 브랜드 경영 철학과 일맥상통한다는 판단 아래, 매년 1억원씩 5년간 총 5억원의 NTK 후원을 통해 소실될 위기에 처한 한국 문화유산의 보전을 위한 자산 확보와 관리에 힘쓸 것을 약속했다. 이러한 구찌의 멋진 약속에 기꺼이 자신의 재능을 나누고자 행보를 같이한 이가 바로 배우 이영애다. 그녀는 이러한 취지에 적극 공감하고, NTK의 공식 홍보대사가 전무한 상황 속에서 2013년부터 홍보대사 활동이라는 재능 기부를 통해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사랑 문화유산’이라는 캠페인의 발족과 함께 NTK의 뜻깊은 문화유산 보전 활동을 더욱 널리 알리고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적극 장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2013년 6월 발족한 ‘나의 사랑 문화유산 캠페인’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유실될 위험에 처해 있거나 문화적 가치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문화유산을 웹사이트(www.loveculture.kr)를 통해 알림으로써 응모할 수 있다. NTK는 추천된 후보군의 학술·문화·역사적 가치에 대한 정밀 검토와 전문가 현장 조사 등 심사 과정을 통해 최종 보전지를 발표한다. ‘나의 사랑 문화유산’ 캠페인의 추천 보전 대상은 전통 마을과 가옥 등 보전 가치가 높은 역사 문화유산, 훼손되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한 중요 문화유산, 역사적 인물이나 저명인사의 출생·거주지, 역사적 장소와 건축물, 1백 년 후 미래의 유산으로 보전될 가능성이 있는 잠재 문화유산이다.
NTK가 선정한 장소는 새로운 생명을 얻어 빛을 발하고 있다. 2013년에는 최우수상 격인 ‘나의 사랑 문화유산’상에 ‘함평자광어린이집’이 선정된 바 있다. 함평자광어린이집은 1958년 한국전쟁 이후, 전쟁고아를 보호하기 위해 함평에 지은 건물로, 물자가 부족한 상황 속에서 건축되었음에도 세련된 건축적 완성도를 자랑한다. 그뿐 아니라 고아원에서 출발해 어린이집, 한 부모 다문화 가정의 보금자리로 변화되는 과정을 통해, 대한민국 현대 가족사의 단면을 보여주는 뜻깊은 장소다.
그렇다면 이영애가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나의 사랑 문화유산 캠페인을 펼친 지 벌써 2년이 되었어요. 그동안 제가 애정을 가지고 의미를 다시 새겼던 공간들이 모두 새롭게 탄생했더군요. 운현궁에서 화보를 찍은 것 역시 초심을 기억하고 싶어서입니다. 다시 찾은 운현궁은 여전히 아름다웠어요. 이렇게 멋진 장소들이 더 오래도록 보전되기를 기원합니다.” 늦가을이지만 따사로운 오후의 햇볕 속에서 문화유산의 아름다움과 배우 이영애의 아름다움이 구찌 2015 크루즈 컬렉션과 조우했다. 문화유산 보전 활동의 중요성과 홍보대사로서의 긍지를 가슴에 새긴 이영애가 운현궁에서 보낸 그림 같은 시간은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가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다.



내추럴 화이트 컬러의 투 버튼 블레이저, 플로라 나이트(Flora Knight) 프린팅의 더스티 블루 컬러 드레스, 홀스빗 장식의 ‘릴리안’ 옐로 파이톤 부츠, 파스텔 블루 컬러의 폭스 넥 워머 모두 구찌.

내추럴 화이트 컬러 하프 코트와 화이트 슬랙스, 뱀부 핸들의 파스텔 핑크 컬러 미니 ‘레이디 락’ , 더스티 핑크 컬러의 밍크 이브닝 퍼 모두 구찌.

파스텔 옐로 톤의 하프 코트와 화이트 슬랙스, 뱀부 클로저가 돋보이는 캐멀 컬러의 ‘뱀부 색’ 모두 구찌.

파이톤 칼라 장식 디테일의 실크 드레스와 그레이 컬러의 ‘뱀부 데일리’ 클러치 모두 구찌.

내추럴 화이트 컬러의 투 버튼 코튼 블레이저와 화이트 슬랙스, 플라워 크리스털 장식의 스트라이프 니트, 화이트 컬러의 ‘뱀부 데일리’ 숄더백과 ‘릴리안’ 홀스빗 장식 부티, 애플 그린 컬러의 밍크 이브닝 퍼 모두 구찌.

“모두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잘 돌아보면 대대로 물려주어야 할 중요한 유산이, 우리가 찾아내서 의미를 부여해주기를 묵묵히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Q 구찌와 한국내셔널트러스트(NTK)가 펼치고 있는 ‘나의 사랑 문화유산 캠페인’은 발족된 지 이제 1년 반이 지났습니다. 직접 이런 활동에 참가하면서 어떤 점을 인상적으로 생각하셨는지요?
작년부터 구찌와 함께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나의 사랑 문화유산’ 캠페인에 함께하면서 느낀 점은, 문화재 보전 여부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이 문제가 아니라, 심지어 문화재인지 모르고 스쳐 지나가 사라질 수도 있는 문화유산이 매우 많다는 사실이었어요. 일전에 김구 선생의 자서전,를 읽고 이봉창 의사에 대한 일화에 큰 감동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봉창 의사가 생의 마지막 사진을 찍는 중에도 밝게 웃으며 주위 사람들을 안심시키셨다는 일화가 인상적이었죠. 이봉창 의사는 젊은 나이에 나라를 위해 목숨을 아낌없이 바쳤고 많은 사람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분으로 알려졌지만, 직계 후손도 없는 상황에서 의거하신 관계로, 그 누구도 보전하지 못한 생가는 오늘날 흔적도 없이 다세대 빌라로 변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어요. 이봉창 의사의 집터를 예시로 든 것은 소홀한 역사 고증과 급격히 진행된 도시 개발은 시민 여러분과 제가 해결하기 힘든 문제일 수도 있지만, 그 속에서도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을 것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방방곡곡에 아직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유실될 위험에 처한 문화유산이 많을 테지요. 모두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잘 돌아보면 대대로 물려주어야 할 중요한 유산이, 우리가 찾아내서 의미를 부여해주기를 묵묵히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Q 다소 안타깝게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점이 그러했는지도 궁금합니다.
올해 2회를 맞이한 캠페인은 순탄하게 진행되었고 그간 많은 장소들이 새롭게 조명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선정되지 못한 장소에서도 문화유산을 찾아낸 기쁨에 환하게 미소 짓는 여러 시민들의 모습을 보는 것 또한 소소한 즐거움이었습니다. 안타까운 점이라면 아무래도 시민 여러분의 참여가 아직은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 이 캠페인을 어렵게 받아들이는 분이 많다는 것입니다. 작년 4월에 제가 한국내셔널트러스트 홍보대사로 위촉되고 ‘나의 사랑 문화유산’ 캠페인을 발표했던 운현궁을 1년 반 만에 다시 찾아, 홍보대사로 처음 선정되었을 때 느낀 초심으로 돌아가 또 한 번 이 캠페인의 발전 방향을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Q 쓰라린 기억이든, 자랑스러운 기억이든 모두 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 ‘나의 사랑 문화유산 캠페인’의 최종 후원지로 한국전쟁이라는 아픔의 유산이자 다문화 가정의 보금자리인 자광어린이집이 선정됐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도 의미가 남다르게 느껴질 것 같은데, 자녀들에게도 한국의 정서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흡수하며 자라날 수 있도록 해주실 계획인지요?
‘함평자광어린이집’은 거기에 얽힌 스토리가 무척 안타까운 동시에, 또 아이들의 엄마로서 1등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는 점이 반갑기도 한 곳이었습니다. 제 아이들은 무엇보다도 배우 이영애의 아이들이 아닌, 다른 가정의 아이들처럼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네 살밖에 안 된 어린 나이이다 보니, 거창한 문화 교육보다는 집 근처에서 즐겁게 야외 활동을 하며 자연을 만끽하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Q 이 캠페인을 통해 후원하는 문화유산을 선정하는 작업에서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점이 고무적으로 느껴지는데, 웹사이트와 SNS 같은 디지털 시대의 매개체가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배우로서, 혹은 지인이나 친구들과 사적으로 ‘디지털 소통’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아날로그 스타일이라 따로 디지털 소통은 하고 있지 않지만, 공식석상에 나서면 매체의 기사만큼 빠르게 블로거들의 포스팅이 올라오곤 할 때, 세상이 참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걸 느끼며 디지털 매체의 힘을 실감하게 됩니다.


Q 사회 심리학의 대가인 에리히 프롬은 ‘나누는 것은 인간이 지닌 잠재적 능력의 최고 표현’이라고 했습니다. 기업이나 사회단체만이 아니라 개인 차원에서도 자신의 재능이나 부를 사회에 돌려주는 ‘나눔의 미학’은 결국 스스로에게도 영혼의 자양분이 될 것이란 뜻일 텐데요. 직업적인 일 외에도 다양한 나눔의 활동을 하고 계신 것 같은데, 요즘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과거에도 좋은 기회와 인연으로 여러 가지 활동을 해왔지만, 무엇보다도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서부터는 우리 아이들이 자라나서 살아갈 세상이 더 좋은 곳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나눔 활동에 작게나마 힘을 보태는 데 시간을 들이려 노력하고 있어요.


Q 구찌라는 브랜드는 해외에서도 전통과 문화유산의 가치를 높이는 활동에 관심이 많고 실제로 기여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찌와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문화유산 보존 사업은 5년간의 계획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어떤 식으로 ‘나눔의 활동’이 펼쳐졌으면 하고 바라는 점이 있는지요?
구찌와 함께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제가 생각하는 나눔에 대한 생각과 실천 방식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서예요. 처음 구찌의 사회 환원 활동에 대한 내용을 접한 것은 한국에서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장학생들이 구찌의 후원으로 이탈리아를 방문했다는 신문 기사였는데, 해외 패션 브랜드가 한국에서 이런 일들도 하는구나 하고 유난히 관심 깊게 보았던 기억이 나요. 구찌가 벌이고 있는 한국 문화유산의 보전 활동 역시, 이탈리아 브랜드가 한국의 문화유산에 이런 관심을 보여준다는 점이 우선 한 사람의 한국인으로서 고맙게 생각되는 일이죠.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의 최종 목표는 단순히 문화유산을 찾아내고 알리는 것을 넘어, 그 유산이 개발로 훼손되지 않도록 기부금을 통해 자산으로 매입, 시민의 유산으로 확보하고 보전하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내셔널트러스트와 구찌, 제가 함께한 ‘나의 사랑 문화유산’ 캠페인으로 시민들이 직접 찾아낸 곳들이 실질적으로 ‘시민의 유산’이 되어 안전한 보호를 받게 된다면 더없이 뿌듯할 것 같습니다.



정교한 테일러링이 돋보이는 파이톤 스킨 코트와 오렌지 컬러의 실크 드레스, 구찌의 아이코닉한 뱀부 클로저가 돋보이는 그레이 컬러 ‘뱀부 데일리’ 라지 토트백 모두 구찌.

내추럴 화이트 컬러의 하프 코트와 화이트 & 레드 컬러의 스트라이프 울 니트, 넛 브라운 컬러 슬랙스, 홀스빗 장식의 ‘릴리안’ 파이톤 부티와 뱀부 핸들 디테일의 화이트 컬러 ‘뱀부 데일리’ 토트백 모두 구찌.


문의 1577-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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