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ish Drea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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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2, 2018

글 한혜연

“안녕, 베이비들!” 슈퍼스타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특유의 인사법이다.
‘슈스스’라는 약칭 신조어를 탄생시킨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바쁜 그녀가 잠은 자면서 일할까?
그녀에게 수면이 중요하기나 할까? “잘 시간 따위는 줄이고 일을 하겠어”라고 말할 것만 같은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의 밤은 낮보다 아름다운지.


01어슴푸레 동이 틀 무렵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시간은 6시에서 7시 사이. 취침 시간과 관계없이 나의 기상 시간은 언제나 6시에서 7시 사이다. 어떤 이들은 매일 7시, 6시 30분처럼 정확한 시간에 기상한다고 한다. 아침 일찍 활동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다른 점이라면 6시와 7시 사이에 어김없이 일어나지만 정해진 시간은 없다는 거다. 어찌 보면 내 수면 패턴은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닮았는지도 모르겠다. 뻔하지 않고 정해지지 않았지만 나만의 패턴과 규칙이 있고, 그 속에서 한없이 자유롭다. 아무리 늦게 잠이 들어도 이 시간에 일어나게 되는 건 어떻게 보면 직업적 업보 아닐까. 책상 위에 가득 쌓인 스타일링 기획서와 미팅 스케줄표, 업체 미팅 서류 등등이 내가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다. 꿈꿔오던 일을 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행복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일에 지칠 때도 있는 법. 그래도 늦잠 잘 엄두는 못 낸다. 일에 대한 기억이 몸을 일으키고, 그것이 습관이 되어 자연스럽게 그 시간쯤이면 부스스 눈을 뜨게 하기 마련이다.
나에게 늦잠이란 그냥 늦게 자는 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어떤 이들은 늦잠이라고 하면 하루를 위해 재충전하는 시간, 한없이 늘어지고 싶은 행위 등등 다양한 의미로 설명하지만, 일의 특성상 준비 과정이 워낙 많은 내게 늦잠은 결코 해서는 안 될 실수 같은 일이다. 아침부터 서두르지 않으면 약속 시간에 맞춰 일을 진행할 수 없다. 모델이나 연예인, 사진작가나 감독,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1백여 명의 스태프가 나 때문에 기다려야 한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사고다. 워낙 불규칙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실수를 줄이고 나를 돌아볼 수 있도록 잠자는 시간은 일정하지 않아도 일어나는 시간만큼은 지키고 싶어서 스스로에게 걸어둔 마법 같은 게 아닐까. “잠을 얼마나 자나요?”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언제나처럼 그 시간에, 그즈음에 일어난다고 말할 것이다.
시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장소다. 물론, 모든 이에게 자신의 침실처럼 편안한 곳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집처럼 편한 곳은 없다. 다만, 해외 출장을 자주 가는 나로서는 생각보다 의외의 장소를 침실을 제외한 두 번째 베스트 휴식 공간으로 꼽는다. 으레 호텔이 아닐까 지레짐작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정답은 땡. 힌트는 인스타그램에 담겨 있다. 내 인스타그램에는 이국적인 도시와 멋진 금발 머리 신사, 맛있는 음식이 자주 등장한다. 그 많은 사진 중 기내에서 찍은 사진도 적잖다. 주변에서 그렇게 바쁜데 언제 쉬냐고 물으면 사진을 내밀며 “이렇게”라고 말하기도 한다. 취침 장소로 아주 편한 곳은 아니지만 수면이 부족한 사람이 쪽잠을 잘 수 있는 꽤 감사한 공간이다. 잠을 자는 동안 나의 모습이 어떨지는 모르겠다. 비행기를 타는 순간까지 전화 통화에 일을 정리하느라 정신 없는 날은 좌석에 머리를 기댐과 동시에 잠에 취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어쩌면 두 번째 베스트 휴식 공간은 편안함이 아니라, 잘 수 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감사함을 느끼는 곳일지도 모르겠다. 더불어 조금만 더 가면 편안한 침대가 있는 집이나 호텔에 갈 수 있다는 달콤한 꿈의 애피타이저일지도.
나에게 잠은 ‘꿀잠’, ‘약잠’이라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다. 대부분 내가 잠을 청하는 시간은 하루를 치열하게 마무리하고 에너지가 바닥날 때쯤 침대에 몸을 눕히는 순간이다.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때로는 두세 시간 쪽잠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나의 수면은 언제나 흔들림 없이 다음 날 사용할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정주행한다. 그렇게 가장 좋아하는 침실에서 가장 좋아하는 조도와 향, 습도와 포근함을 간직한 채 나는 매일 ‘한여름 밤의 꿈’처럼 달콤한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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