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 Evol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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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6, 2013

에디터 고성연

<디자인의 꼴>이라는 책에서 저자 사카이 나오키는 대중화의 물꼬를 튼 T형 포드만으로는 ‘보다 빠르고, 보다 멋진 스타일의 자동차’를 갈망하는 대중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었다고 지적한다. 그는 카 디자인이 다양하게 변해왔지만 언젠가부터 ‘스피드’와 함께 ‘스페이스’가 주요 요소로 떠오른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렇듯 공기저항을 의식한 차체 디자인뿐 아니라 ‘이동 정보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더 날렵하면서도 승차감은 보다 안락한 프리미엄 신차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올가을을 화려하게 수놓을 명품 카들의 한층 더 진화한 위용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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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동차 산업의 선구자 헨리 포드가 현대적인 생산 라인을 통해 ‘모델 T’를 내놓은 이래 자동차는 대중의 품에 파고들기 시작했다. ‘포디즘’으로 알려진 효율적인 생산 방식으로 14시간이 소요되던 조립 시간이 1시간 30분으로 대폭 줄어들었다니, 그 생산성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통해 불붙은 인류의 지극한 자동차 사랑 덕분에 점차 대중화가 전개된 것은 물론, 명품 반열에 오르게 된 브랜드들까지 대거 쏟아져 나왔다. 지칠 법도 한데, 멈출 줄 모르고 진화의 노선을 달리고 있는 명품 차들은 매 시즌 어떤 맵시와 내공을 보여줄지, 많은 이들에게 은근한 설렘과 기대를 품게 한다. 지속되는 경기 침체 속에서도 수입 차 시장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국내 시장을 겨냥한 명품 차들의 공략도 한층 더 거세다. 올 하반기에도 중대형 세단, 스포츠카, 프리미엄 소형차 등 각 부문에서 영예로운 ‘잇 카’의 타이틀을 놓고 더 좋아진 성능, 디자인, 가격, 연비 등을 내세운 쟁탈전이 치열해질 듯하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자존심 대결이 펼쳐지는 세단 시장
우선 세단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중형 세단 시장에서 각각 신형 5 시리즈와 E-클래스로 격돌하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의 경쟁이 일단 주목을 끈다. 중형 세단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용호상박’의 대결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4년 만에 ‘페이스리프트’ 버전으로 나온 신형 E-클래스는 이미 호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BMW 신형 5 시리즈가 9월 말 모습을 본격 드러낸다. 먼저 선보인 E-클래스는 젊은 감각을 지향하는 만큼 훨씬 더 ‘스포티’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E-클래스의 전형적인 디자인 요소였던 트윈 헤드램프 대신 ‘싱글’을 활용했다는 것이 눈에 띈다. 헤드램프 내부의 작은 라이트를 통해 E-클래스를 상징해온 ‘4개의 눈’을 새롭게 표현한 것이다. 또 E-클래스 최초로 아방가르드(avantgarde)와 엘레강스(elegance)로 확연히 구분되는 두 가지의 전면부 디자인이 제공돼,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특히 국내 자동차업계 최초로 디젤 하이브리드 차량인 ‘The New E 300 BlueTEC 하이브리드 아방가르드’를 선보이는 점을 주목해달라”며 첨단 디젤 하이브리드 시대를 이끌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8종류가 있으며 가격은 6천만원대인 The New E 200 Elegance부터 1억3천8백50만원대 모델인 The New E 63 AMG 4MATIC 모델까지 다양하다.
BMW 뉴 5 시리즈도 섬세하면서도 동시에 역동적인 면모를 강화하는 데 역점을 뒀다. 예를 들어 뉴 5 시리즈 중 세단과 투어링 모델의 키드니 그릴 윤곽에는 새롭게 추가된 라인과 하단 공기 흡입구가 스포티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또 후미등은 더욱 날렵하고 예리한 곡선으로 마무리해 후면부의 너비를 더욱 강조한 듯한 느낌이다. 기능적인 면모에서도 빠질 수 없다. 세단과 투어링의 컨트롤 디스플레이는 크롬 트림으로 마감했고, 센터 콘솔 수납함과 컵 홀더의 크기는 더욱 커졌다. 그란 투리스모는 후미부 디자인을 새롭게 바꿈에 따라 트렁크 용량이 60L 늘어난 500L로 커졌다. 또 뉴 5 시리즈의 모든 엔진은 2014년 9월부터 발효될 EU6 배기가스 배출 기준을 이미 충족한다고 BMW 관계자는 설명했다. BMW는 오는 10월에는 중형 세단의 디자인 미학과 주행의 역동성을 겸비한 뉴 4 시리즈 쿠페도 내놓을 예정이다. 가격은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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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길고 넓고 힘차며, 우아해진 프리미엄 세단의 매력
‘격이 다른’ 프리미엄 세단이라는 자존심을 내세우는 브랜드 벤틀리(Bentley)의 신형 플라잉 스퍼(Flying Spur)는 많은 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지 상태에서 100km까지 단 4.6초 만에 도달하는 등 벤틀리의 4도어 모델 중 가장 빠르고 강력하다는 신형 플라잉 스퍼는 ‘성능’에 걸맞게 보다 역동적인 맵시를 뽐낸다. 전체적으로 좀 더 낮고, 넓어 보이도록 디자인했고, 차체 표면의 조형감을 부각했다. 승차감은 더 안락해졌다는데도 벤틀리가 자랑하는 6L 트윈 터보 W12 엔진과 ZF 8단 변속기를 장착해, 최고 출력 6백25마력(625PS), 최대 토크는 81.6kg·m에 이르며, 최고 322km의 속도를 낸다. 가격은 2억8천만원대부터 시작된다. 한편 세단 시장의 강력한 복병으로 토요타가 꼽히고 있다. 올 상반기 미국의 대형 세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토요타 4세대 아발론(Avalon)도 곧 정식으로 입성할 예정이기 때문. 2013 서울모터쇼에서 아시아 최초로 공개됐던 아발론은 북미 시장 주력 모델로, 토요타 브랜드의 미래 방향성을 가늠케 한다는 야심작이다. 전반적으로 힘찬 디자인에 물 흐르는 듯한 루프 라인과 낮은 벨트 라인이 자아내는 측면 실루엣이 매력적이다. 가격은 미정.
9월 말에는 포르쉐(Porsche)의 인기 스포츠 세단인 뉴 파나메라(페이스리프트 버전) 시리즈가 무려 9종이나 줄줄이 나온다. 지난 4월 열린 상하이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돼 화려한 조명을 받은 뉴 파나메라 시리즈는 기존 모델보다 휠베이스를 연장한 이그제큐티브 3종, 4백16마력의 파나메라 S E-하이브리드, 새로운 3L급 V6 바이터보 엔진을 탑재한 파나메라 S와 파나메라 4S 등 총 12대의 라인업으로 구성된다. 최신 기술을 적용해 연료 소비를 56%나 줄이면서 주행의 안락함을 향상시켰다는 뉴 파나메라 시리즈 중 파나메라 터보 S, 파나메라 터보 S 이그제큐티브, 파나메라 S E-하이브리드를 제외한 9종이 국내에 소개된다. 가격은 미정.
지속적인 상승세가 무서운 프리미엄 소형차 시장
프리미엄 소형차 시장도 흥미롭다. BMW가 지난해 뉴 1 시리즈를 내놓은 데 이어 메르세데스-벤츠가 올가을 국내 시장에 처음으로 3천만~4천만원대 A-클래스를 들여왔다. ‘젊은 메르세데스’를 대표하는 모델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포부를 지닌 만큼, A-클래스는 활기차며 진보적인 외관 디자인, 항공기 조종석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인테리어 등 ‘감성’을 살린 디자인에 중점을 뒀다. 날렵한 전면부, 조각과 같은 또렷한 캐릭터 라인으로 자신감 넘치는 측면부, 검은색 마감재를 사용한 범퍼 하단과 테일 램프로 차체가 넓어 보이는 효과를 내는 후면부 등이 눈길을 끈다. 사카이 나오키가 일찌감치 콤팩트 카도 차내의 ‘공간 활용’에 신경 쓴다고 설명하며 예로 들었던 바로 그 A-클래스이다. 이번에 세 가지 버전이 나왔는데, The New A 200 CDI는 3천4백90만원, The New A 200 CDI Style은 3천8백60만원(부가세 포함), The New A 200 CDI Night은 4천3백50만원(모두 부가세 포함)이다. 내년 초에는 아우디의 뉴 A3까지 가세한다. 기존 A3 모델들이 해치백(뒷좌석과 트렁크가 합쳐진 형태)이었던 것과 달리 이 모델은 절제된 내부 디자인이 세련된 느낌을 주는 ‘세단’형으로 알려졌다. 소형차 시장을 둘러싼 열전이 이렇듯 뜨겁게 펼쳐지는 건 물론 ‘숫자의 논리’ 때문이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내 수입차 가운데 소형차(2000CC 미만)가 차지하는 판매 비중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 올해는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최근 성공 사례인 폭스바겐의 경우, 지난 6월 디자인과 품질을 앞세우며 내놓은 골프 7세대 등으로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리는 등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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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카 마니아를 위한 스포츠카도 속속 상륙
열혈 스포츠카 팬들도 심심치는 않을 것 같다. ‘디자인의 끝판왕’이라는 별칭까지 얻은 재규어의 컨버터블 스포츠카 F타입(F-type)이 눈길을 확연히 끌고 있는 가운데, 눈을 자극하는 람보르기니의 슈퍼 카 2종까지 뛰어들었다. 재규어 F타입은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이언 칼럼의 빼어난 감성이 제대로 담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술적인 디자인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스포츠카 ‘E타입’의 혈통을 이어 무려 40년 만에 부활한 역작이다. 우주 항공 분야에서 사용된다는 초경량 알루미늄 모노코크 보디를 채택하고 주요 부품의 경량화를 모색해 한층 무게를 가볍게 하면서도 강성은 더욱 높였다고 한다. 도어 핸들은 숨겨져 있어 보이지 않다가도 터치 패널을 건드리면 마치 악수를 하듯 돌출되며, 50km/h 이하 주행 중에도 12초 만에 차체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는 소프트 톱이 탑재된 이 모델은 많은 이들의 ‘로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가격은 1억4백만~1억6천만원대. ‘슈퍼 카’라고 하면 ‘최강’을 자부하는 럭셔리 카 브랜드 람보르기니(Lamborghini)는 지난 8월 가야르도 라인업의 최고급, 초경량 모델인 3억원대 ‘가야르도 LP570-4 슈퍼레제라 에디지오네 테크니카’를 선보인 데 이어 올 하반기에는 오픈-톱 슈퍼 카인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LP700-4 로드스터’를 승부수로 띄운다. 이 모델은 2011년 여름에 나온 뒤 1천3백여 대의 판매고를 올린 플래그십 모델인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LP700-4’의 컨버터블 버전이다. 탈착이 간편한 투피스 루프는 최신 기술을 접목한 탄소섬유로 제작해 무게가 6kg가 채 되지 않는다고. 플래그십 모델인 만큼 엄청난 성능을 내세우는 이 럭셔리 카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이 3초에 불과해 2.9초인 쿠페 모델과 차이가 거의 없다. 최고 속도 역시 350km/h로 쿠페 모델과 동일하다고. ‘극강’의 면모를 자랑하는 슈퍼 카답게 가격은 5억원 후반대로 예상된다. 올가을에도 ‘매혹’이 넘실대는 자동차 세상에 시선이 꽂히면 눈이 쉴 틈이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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