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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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6, 2026

글 고성연




시간의 예술 속에서 빚어진 돔 페리뇽의 빈티지를 새롭게 맞이하는 경험은 그저 ‘테이스팅’이라고 하기엔 기대 섞인 긴장감까지 자아내곤 한다. ‘언베일링’의 순간을 펼쳐낼 공간 선정부터 음악, 퍼포먼스, 그리고 미식 페어링에 이르기까지 마치 경건한 의식을 치르듯 섬세하게 재단한 감각적 경험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돔 페리뇽 빈티지 2017, 빈티지 2008 플레니튜드 2, 그리고 로제 빈티지 2010을 선보인 올봄 행사의 무대는 서울 밤하늘의 풍경이 사뭇 비현실적으로 여겨지게 만드는 마포의 문화비축기지. 과거 석유 저장 탱크였던 곳을 활용한 원형 콘크리트 구조물의 육중하고 거친 질감과 시간의 흔적, 그리고 이를 둘러싼 자연의 묘한 앙상블 자체가 돔 페리뇽이 추구하는 ‘하모니의 미학’과 결이 맞닿는 듯하다. 우선, 돔 페리뇽과의 독대라고 할 수 있는 ‘솔로 테이스팅’ 세션. 저마다 무선 헤드셋을 착용한 채 서서 나만의 테이블을 바라보노라면 음악을 배경으로 정제된 동선에 따라 움직이는 샴페인 서빙이 차분히 진행됐다. 이윽고 만찬을 위해 자리를 이동하면, 돔 페리뇽의 여러 속성을 나타내는 키워드로 장식한 기다란 테이블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하모니’를 둘러싼 경험 디자인의 정수가 단계적으로 드러난 페어링 디너의 무대다. 본격적인 미식에 앞서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들이 <백조의 호수> 1막 아다지오를 기반으로 한 남녀 듀오 공연은 서로 다른 두 존재로 인한 대비와 긴장이 점차 ‘균형’을 이뤄내는 과정을 신체 언어로 보여줬다. 페어링 디너의 형식도 두 셰프가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한 메뉴를 하나의 코스 안에서 조화롭게 이어지도록 한 ‘4핸즈(협업) 디너’. 4월 14일과 15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페어링 디너의 주인공은 돔 페리뇽 소사이어티 셰프이자 미쉐린 스타 셰프인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와 솔밤의 엄태준 셰프였다. 상반된 기후 속에서 탄생한 샴페인의 개성이 미식 장인들이 마련한 육·해·공 코스 속에서 진정 빛을 발한 건 결국 ‘감각의 조화’였을 것이다.


(위) 돔 페리뇽 빈티지 2008 플레니튜드, 빈티지 2017, 로제 빈티지 2010.
(중간) ‘돔 페리뇽 2026 Harmony Experience’ 디너.
(아래) (왼쪽부터) 엄태준 셰프와 돔 페리뇽 셀러 마스터 뱅상 샤프롱, 강민구 셰프.
※ 모든 사진 Ⓒ Harold de Puymo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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