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s of 18 vendô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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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06, 2022

에디터 성정민


1997년 가브리엘 샤넬이 걸었던 거리, 파리 방돔 광장 18번지에 샤넬 부티크가 들어섰다. 이로써 이 거리는 단숨에 샤넬의 상징이자 주얼리와 워치메이킹의 무대가 되었다. 샤넬은 이 역사적인 순간을 또 한번 재현한다. 25년 만에 1932년 샤넬 여사가 만든 유일한 하이 주얼리 컬렉션 ‘비쥬 드 디아망’의 탄생 90년을 기념해 다시 문을 여는 것.
이 오프닝은 샤넬에 있어 또 하나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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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방돔 광장 18번지는 가장 트렌디하면서도 깊은 전통을 지닌 패션 하우스들의 무대가 되었다. 그 중심에 샤넬 부티크가 있다. 이 건물은 숙련된 장인이 귀금속과 진귀한 원석에 생명을 불어넣은, 가브리엘 샤넬의 정신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살아 있는 유산이다. 지난 5월 18일 이 부티크는 미국 유명 건축가 피터 마리노(Peter Marino)의 1년에 걸친 작업으로 3개 층에 걸쳐 완전히 새롭게 재탄생되었다. 이를 통해 다시 한번 마드모아젤 샤넬의 세계에 대한 현대적 비전을 보여준다.
투명한 벽을 세운 현관은 마치 미로처럼 미스터리한 느낌으로, 뒤로 이어지는 골드, 베이지, 브라운 래커 패널로 구성한 공간의 분위기를 예고한다. 유리 벽을 통해 반짝이는 하이 주얼리의 광채는 마치 영화 <로마의 휴일> 속 한 장면처럼 방문객들의 눈길을 자연스럽게 사로잡는다. 부티크에 들어서면 오른쪽에 망치로 두들긴 청동으로 만든 투각 스크린이 위치해 방돔 광장을 향해 열리는 유리 진열장을 가리는 동시에 공간을 여러 살롱으로 나눈다. 블랙 래커와 금빛 부조 모티브로 라이닝을 넣은 벽면은 캉봉가 31번지의 아파트와 코로만델 병풍, 골드 컬러의 삼베 패브릭으로 감싼 벽을 연상시킨다. 인테리어는 여러 시대와 스타일을 자유롭게 연결해 현대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테이블과 창틀, 루이 15세 집무실의 장식품, 구센의 샹들리에 등을 활용해 금동으로 포인트를 더했다. 중앙의 도금한 벽면으로 둘러싸인 웅장한 아트리움에는 요한 크레텐(Johan Creten)의 ‘라 본(La Borne)’이 자리한다. 높이가 약 3m에 달하는 청동 작품으로 방돔 광장의 기둥에 바치는 장엄한 비유적 찬사다. 위로는 햇빛을 반사하는 거대한 거울이 있어 새로 마련된 파인 워치메이킹 컬렉션 전용 층을 살짝 엿볼 수 있다.
뒤쪽 네 번째 살롱에서는 부티크를 좀 더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크리스털 조각이 프레임을 둘러싼 구센의 거울에서 잉그리드 도나(Ingrid Donat)의 미카 커피 테이블을 비롯한 가구의 골드와 브론즈 컬러를 확인할 수 있으며, 살롱을 나서면 오른쪽에 프랑수아-자비에 랄란(Franc¸ois-Xavier Lalanne)의 ‘와피티(Wapiti)’가 엘리베이터 맞은편에 서 있다. 엘리베이터의 내벽은 ‘바이올린이 있는 정물(Still Life with a Violin)’(1912), ‘앉아서 신문을 읽는 남자(Seated Man Reading a Newspaper)’(1912), ‘우산을 들고 일기를 읽는 남자(Man with an Umbrella Reading A Journal)’(1914) 등 피카소의 석판화 3점으로 장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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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서는 세 곳의 난간에서 부티크의 모습과 아름다운 풍경을 한번에 감상할 수 있다. 특히 3개의 메인 창 너머 흘러 들어온 방돔 광장의 빛을 받은 파인 워치메이킹 제품들의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전반적으로 화이트 또는 블랙 래커로 칠한 벽과 테이블로 모던한 느낌을 자아내며, 골드로 된 의자와 진열 캐비닛이 포인트를 더한다. 프라이빗 살롱에서는 그 어느 곳에서보다 방돔 기둥의 절경을 잘 확인할 수 있다. 입구 반대편에 위치한 벽에는 다이아몬드로 만든 샤넬 여사의 자화상인 빅 뮤니츠(Vik Muniz)의 ‘다이아몬드로 만든 코코(Coco in Diamonds)’를 감상할 수 있다. 거울과 샤넬의 상징인 골드 트위드로 라이닝을 넣은 벽은 24K 금박, 우드, 제스모나이트(Jesmonite)로 만든 소피 코린든(Sophie Coryndon)의 조각으로 장식했다. 루이 15세의 책상, 가리도(Garrido)의 도금 테이블, 자개 장식을 넣은 중국의 도자기 램프가 앙상블을 완성한다. 부티크 3층의 계단 꼭대기에는 아티스트 안토니오즈(Anthonioz)의 금박 벤치가 사색의 시간을 선사한다. 금고같이 이어지는 통로에는 샤넬 소장품 컬렉션의 아름다운 하이 주얼리가 진열되어 있으며, 55.55캐럿의 커스텀 컷 DFL Type IIa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N°5 네크리스를 볼 수 있다. 부티크는 전반적으로 샤넬의 상징적인 컬러인 베이지, 화이트, 블랙, 골드가 조화를 이루는 공간으로, 절제된 선과 소재를 적용해 은은한 화려함을 연출했다. 트위드 패턴을 연상시키는 카펫과 러그 등 일부 작품은 샤넬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것으로, 건물에 더욱 편안하고 따뜻하며 친밀한 느낌을 더한다. 다른 아트피스들은 베이지 골드나 금동 같은 오브제와 함께 배치해 샤넬 주얼리 세계에 경의를 표한다. 새 부티크 오픈을 기념하기 위해 샤넬의 인하우스 조향사 올리비에 뽈쥬(Olivier Polge)는 아이리스의 우아함과 앰버의 강렬한 노트가 어우러진 특별한 향수를 제작했다. 샤넬의 아이코닉한 주소인 방돔 광장 18번지는 1932년 샤넬 여사가 만든 유일한 하이 주얼리 컬렉션인 ‘비쥬 드 디아망(Bijoux de Diamants)’ 탄생 90년을 기념하며 다시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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