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of li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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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 2015

에디터 배미진

1920년대부터 집이라는 공간에서 창조의 영감을 받아온 에르메스는 다채롭고 풍부한 홈 컬렉션을 출시하며 집 안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한 최고급 소재와 엄격한 공정, 간결하지만 기품이 느껴지는 견고한 디자인은 에르메스 홈 컬렉션만의 최대 강점이다. 모든 이유를 다 떠나 에르메스가 꾸민 집이라니, 상상만 해도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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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력 넘치는 에르메스 홈 컬렉션
신사동 도산공원 앞에는 그곳의 풍경을 고급스럽게 그려내며 상징적으로 자리 잡은 6층 높이의 금빛 건물, 에르메스 메종 도산파크가 있다. 혹자는 이곳을 지나가면서 ‘저 큰 건물이 다 가방으로 채워져 있는 건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보통 ‘에르메스’ 하면 전 세계 여성의 위시 리스트 1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버킨 백이 먼저 연상되니 말이다. 하지만 이 건물 안을 들여다보면 다채로운 패션 아이템과 함께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자극이 되는 아름다운 홈 컬렉션이 274㎡의 3층 공간을 가득 채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에르메스에서 안락한 소파와 의자, 아름다운 조명, 각종 테이블웨어를 선보인다는 사실을 이 글을 보고 처음 알게 된 독자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것은 에르메스가 패션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열정이 크다는 사실이다. 오랫동안 인생의 즐거움과 일상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을 다방면으로 추구해온 에르메스가 ‘집’에 주목한 것은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에르메스 카탈로그를 가득 채운 아름다운 사무용품과 레저 아이템은 에르메스가 토털 홈 컬렉션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한 초석이 되었다. 수십 년 후에 테이블웨어와 텍스타일을 홈 컬렉션에 차츰 추가했고, 2010년 본격적으로 다시 한 번 집으로 관심을 돌리면서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해 탄생시킨 가구와 패브릭, 벽지가 그 뒤를 따랐다. 그뿐만 아니라 2012년엔 다양한 조합으로 벽면과 공간을 아름답게 장식해줄 ‘모듈 아쉬’, 에르메스를 대변하는 최고급 소재를 실용적이고 혁신적인 기술과 결합한 가구 컬렉션 ‘레 네쎄쎄어 데르메스’까지 선보이며 더욱 풍부한 홈 컬렉션을 완성했다. 에르메스만의 우아함과 독보적인 창조성, 오랜 전통과 최고의 장인 정신이 빚어낸 아름다운 산물로, 이는 진정한 아트 오브 리빙(art of living), 즉 집의 예술을 실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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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거장과의 협업으로 완성한 가구 컬렉션

에르메스 홈 컬렉션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아우르는 가구 컬렉션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 에르메스 홈을 대표하는 가구 컬렉션을 꼽자면 단연 2010년에 론칭한 ‘장-미셸 프랑크(Jean-Michel Frank, 1895~1941) 리에디션 시리즈’다. 1920년대에 활동한 장식미술계의 전설적인 인물인 장-미셸 프랑크는 당대의 장식미술가와 디자이너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는데, 에르메스 가문의 4대손 장-르네 게랑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런 운명적인 만남은 90년의 세월이 흐른 현대에 이르러 리에디션 시리즈로 다시 생명을 얻었다. 진정한 미니멀리즘의 선구자인 장-미셸 프랑크의 디자인 모토를 그대로 이어받아 불필요한 겉치레를 없애고 순수함과 심플한 미학에 비중을 두는 것이 이 컬렉션의 주요 콘셉트다. 에르메스 가죽 장인의 자부심을 바탕으로 장인이 직접 고른 최고급 가죽과 새들 스티치는 리에디션 시리즈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섬세한 디테일이다. 이는 에르메스에서 독점 출시하며 모든 제품에 고유 에디션 번호와 프랑크의 사인이 들어간 것이 특징이다. 현존하는 세계적인 아티스트인 엔조 마리(Enzo Mari), 안토니오 치테리오(Antonio Citterio), 드니 몽텔(Denis Montel), 에릭 벵케(Eric Benque)가 디자인한 가구 컬렉션 역시 에르메스 가구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 현재 가장 유망한 작가의 작품이 에르메스를 통해 상품화되어 우리 집 거실에 들어온다는 것은 너무나도 멋진 일 아닌가. 최고급 송아지가죽으로 부드럽게 마감한 디자이너 엔조 마리의 스리피스 테이블과 작은 스툴, 건축가 안토니오 치테리오가 창조한, 스테인리스 스틸에 회색 오크, 클레망 황소가죽, 패브릭을 매치한 독서용 의자와 침대용 의자, 그리고 사무실이나 침실, 식당 등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RDAI (르나 뒤마 건축 사무소) 총괄 디렉터 드니 몽텔과 디자이너 에릭 벵케가 제작한 셀리에 체어는 공간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에르메스는 토털 홈 컬렉션을 론칭하면서 인테리어 컨설팅 서비스를 시작하고 오브제에서 가구에 이르기까지 공간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를 지속해왔다. 그 결과 탄생한 ‘모듈 아쉬(Module H)’는 공간을 더욱 아름답고 실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고안한 건축학적 모듈 시스템이다. 이는 건축가 시게루 반과 협업해 완성한 가벼운 모듈식 구조물로, 스크린이나 파티션처럼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다. 90cm 크기의 정사각형 모듈을 기초로 작업했는데, 이는 기하학적인 조합을 만들어내며 구조물의 크기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모듈은 에르메스의 전통적인 케이스 제작 방식으로 작업했으며, 다양한 컬러, 소재, 기하학적인 형태로 선보여 무수히 많은 조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모듈 아쉬가 벽면 장식 예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보다 더 실용적인 가구들도 준비되어 있는데, “독창적인 형태, 놀랍게도 잘 숨겨진 기능, 에르메스의 전통을 상기시키는 고급스러운 소재 등을 통해 캐주얼하고 우아함을 풍기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프랑스 디자이너 필리프 니그로(Philippe Nigro)는 본인이 에르메스를 위해 디자인한 발렛 행어, 옷장, 체어 등 8개의 작품을 이렇게 소개한다. 프랑스어로 ‘필수 아이템’을 의미하는 ‘necessaires’라는 단어를 쓴 ‘레 네쎄쎄어 데르메스(Les Necessaires d’Herme`s)’는 깔끔하고 간결한 디자인의 생활 가구에 수납공간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의자가 숨어 있기도 하고, 슬라이드형으로 디자인하는 등 편리함과 실속을 모두 충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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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즐거움이 묻어나는 가구와 빛의 예술을 더한 조명 컬렉션
다채로운 에르메스 가구 컬렉션을 더욱 빛내줄 조명 컬렉션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미켈레 데 루키(Michele de Lucchi)가 만든 ‘팡토그라프(Pantographe)’와 ‘아르네(Harnais)’, 프랑스 비주얼 아티스트 얀 케르살레(Yann Kersale´)가 디자인한 에르메스 램프(La Lanterne d’Herme`s)가 대표적이다. 에르메스의 총괄 아티스틱 디렉터 피에르 알레시 뒤마(Pierre Alexis Dumas)는 “빛이 없다면 장인의 작업도 존재할 수 없겠죠. 빛은 그 자체로는 만질 수 없지만 다른 모든 것에 형태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라고 설명한다. 웰빙을 위한 공간을 창조하고 이와 공존하는 것, 그리고 타임리스한 세련된 디자인과 기능성이 리드미컬한 조화를 이루는 것은 에르메스가 꿈꾸는 완벽하고 이상적인 집의 모습이다. 에르메스의 모든 홈 컬렉션 제품을 만날 수 있는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에 선뜻 들어가는 것을 주저할 수도 있지만, 제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에르메스가 추구하는 DNA와 삶의 풍요로움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에 가구나 패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산책하는 느낌으로 꼭 한번 가보길 추천한다. 그리고 인테리어와 가구의 사조를 꿰뚫는 사람이라면 그곳에서 그동안 꿈꿔온 집의 모습과 취향을 만족시킬 만한 제품을 만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문의 02-542-6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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