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21-22 Winter SPECIAL] 지상(紙上) 전시_Portraits of Our Times_앤 콜리어(Anne Coll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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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5, 2022

글 김수진(디블렌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앤 콜리어 Anne Collier
극단적 클로즈업이 빚어내는 ‘긴장’의 미학


●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아날로그 사진 촬영 과정과 제작 과정을 꾸준히 탐구해온 작가 앤 콜리어(1970~). 그녀의 초상 작업은 수많은 미디어를 ‘응시’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기억, 상실, 우울 같은 감정을 내포하는 다양한 미디어(미국 빈티지 로맨스 코믹 북, 영화 포스터 등)의 이미지를 본인만의 시선으로 다시 촬영하는데, 그 위에 컬러 필터를 덧씌우고 이미지 주위로 프레임을 조성하는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업해나간다. 대체로 격앙된 감정을 묘사하는 원본 이미지와 작가가 차용한 이미지 간에는 끊임없는 긴장이 조성된다. 이렇게 앤 콜리어 식의 재미난 초상이 탄생하는데, 말로 설명하기 힘들지만 묘하게 매혹적이다.


●● 현재 갤러리바톤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첫 개인전을 비롯해 작가가 수년간 지속해온 시리즈 작업을 보면 언뜻 페미니즘이나 특정 사조에 의미를 부여하기 쉬울 법하다. 눈물을 흘리는 여성 같은 만화 캐릭터를 차용한 팝아트의 전설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초기 작업을 의식적으로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성장기인 1970년대는 젠더 이슈에 민감한 시기이기도 했고 말이다. 그러나 작가의 시선은 그보다 한 발자국 떨어진 위트 혹은 궁금증과 맞닿아 있다. 예컨대 빈티지 코믹 북스에 자주 등장했던 ‘여자의 눈물’에 담긴 감정이 전혀 다른 맥락이나 시대에서는 어떤 식으로 보일지 궁금했던 그녀는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기도 한 ‘Woman Crying’과 ‘Tear’ 연작을 제작하게 됐다. “젠더가 작품의 시작점이기도 하지만 그 주제에 매몰되기보다 단지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사실 그런 이미지들이 공허하게 소비되는 경향이 있었잖아요. 그 이미지들을 현재 시점으로 가져오고 싶었죠”라고 서울에서 만난 작가는 설명했다.


●●● 여자들의 다양한 얼굴, 눈을 모티브로 담은 구체적인 이미지는 그녀의 시선에 의해, 극단적인 클로즈업을 통해 마치 추상화처럼 번진다. 작품을 응시하다 보면 대상의 윤곽, 눈썹, 속눈썹의 디테일을 넘어 어느 순간 마치 평행 세계처럼 아득해져 시공간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눈물이 가득 찬 여성의 눈을 극도로 확대하고, 이로부터 이미지를 분리했으며, 각각의 눈물을 그래픽적으로 생생하게 묘사했다. 레이 존슨이 ‘우편 아트’라는 장르를 창시하며 40년간 거의 매일 예술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메일을 보냈듯, 앤 콜리어도 오랫동안 여성들의 ‘눈’을 훔쳐보고 있었던 것 같다(실제로 작가의 대표작 중 한쪽 눈을 감은 채 사진을 찍는 여자를 촬영한 ‘Women with Cameras’ 같은 시리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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