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CULTURE ‘20 WINTER SPECIAL] Art and the City,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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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1, 2020

글 고성연

2016년 개봉작 <라라랜드(La La Land)>를 보고 반하지 않기는 힘들다. 영상미, 음악성, 스토리 등 뭐 하나 빠질 게 없으니까. 특히 꿈을 꾸듯 낭만적인 몇몇 장면에서는 절로 몰입이 된다. 주인공이 영화를 보다가 별들 사이로 들어가 춤을 추는 모습이든 차가 꽉 막힌 상황에서 펼쳐지는 ‘고속도로의 뮤지컬’이든 저마다 매혹되는 지점이 다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후 이 영화의 무대가 된 ‘천사의 도시’ 로스앤젤레스는 시쳇말로 ‘대박’이 났다. 원래도 ‘잘나가는’ 도시이기는 했지만 ‘라라랜드 효과’로 시네마 투어, 건축 투어, 음악 투어 등 다양한 테마를 들고 ‘엘에이(L.A.)’로 향하는 이들이 더 많아진 건 당연지사. <라라랜드>의 OST 히트곡 ‘City of Stars’의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건 아마도 이 도시의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로스앤젤레스를 찾는 여행자들이 주목해볼 만한 또 하나의 주제는 ‘아트’다. 할리우드를 거느린 이 도시가 시네마의 고장이라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영화감독이나 배우들 말고도 꽤 걸출한 아티스트들을 배출한 곳이다. 최근 ‘빛의 거장’이라 할 만한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개념미술의 대가 존 발데사리(John Baldessari), 최근 각광받고 있는 젊은 작가 마크 브래드퍼드(Mark Bradford)도 로스앤젤레스 출신이고, 2019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30만 명 넘는 관객을 동원한 ‘살아 있는 전설’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는 영국 출신이지만 커리어 여정의 상당 부분을 이 도시에서 소화했다(정확히 말하면 샌타모니카). 하지만 ‘아트 도시’라는 명함을 내밀기에는 뉴욕이나 파리 등에 비해 미술관이나 컬렉션 등 콘텐츠가 아무래도 달렸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전반적으로 ‘상승 무드’를 타면서 꽤 달라졌다. 2015년 억만장자 엘리 브로드가 자신의 사재를 털어 현대미술관 더 브로드(The Broad)를 세우면서 전 세계에 화제를 뿌렸고, 같은 해 스위스의 저명한 갤러리 하우저 앤드 워스(Hauser & Wirth)가 ‘뮤지엄급’ 전시장을 열었다. 주요 미술관들도 큰돈과 공을 들여 대대적인 변화에 나서고 있다. 도시의 현대미술 지형이 달라지자 3대 아트 페어 브랜드인 프리즈(Frieze)도 발 빠르게 입성했다(오는 2월에 2회 행사가 열릴 예정). 한정된 지면이지만 로스앤젤레스 내 지역별로 현대미술 위주로 발품을 팔 만한 요지를 추려봤다.


Downtown/LA Metro
지구촌의 도시 생태계는 사뭇 불공평하다. 적어도 ‘기술’과 ‘창의성’을 잣대로 하는 ‘창조 도시’의 관점에서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는 점을 학자들도 인정한다. 도시 기획자 리처드 플로리다는 ‘승자독식 도시화’라는 표현도 썼다. 뉴욕, 런던, 로스앤젤레스, 파리, 런던 같은 소수의 슈퍼스타 도시들이 멀찌감치 앞서나가면서 격차를 점점 더 벌리는 현상을 두고 한 말이다. 솟구치는 물가에 다들 앓는 소리를 하지만, 로스앤젤레스 같은 대도시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일자리를 찾는 노동자든 관광객이든. 다운타운에 속속 생겨나는 카페나 레스토랑, 호텔을 보면 로스앤젤레스의 활기를 단번에 느낄 수 있다. 과거 도시의 아이콘이었다가 ‘잠들었던’ 주홍빛 철도 케이블카 ‘에인절스 플라이트(angelsflight.org)가 2017년 다시 운행된 것도 그러한 분위기를 말해준다. 특히 문화 예술 분야의 랜드마크가 뿜어내는 힘은 놀랍다. 일요일 아침부터 다운타운에 있는 더 브로드 뮤지엄 앞에 길게 늘어선 행렬을 보면 단박에 느껴지는 ‘소프트 파워’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사선의 범상치 않은 건축물은 뉴욕을 기반으로 한 건축 스튜디오 딜러 스코피디오+렌프로가 설계했는데, 마침 ‘압도적 오라(aura)’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프랭크 게리의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Walt Disney Concert Hall)과 나란히 서 있는지라 ‘눈요기’가 절로 되는 ‘인스타그램 성지’다. 더 브로드는 ‘머니 파워’를 여실히 보여주는 쟁쟁한 컬렉션을 갖추어 살짝 반감이 들 정도지만, 사실 세계는 물론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주요 작가들의 창조 여정을 훑을 수 있는 곳임에 틀림없다. 제프 쿤스, 신디 셔먼, 에드 루샤, 앤디 워홀, 마크 브래드퍼드, 바버라 크루거, 장미셸 바스키아 등 현대미술계에서 내로라하는 이름들이 계속 등장한다. 찬찬히 잘 보면 마크 탠지(Mark Tansey)처럼 작품을 보기 쉽지 않은 희소성 있는 작가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무료지만 주말에는 예약하는 편이 낫고, 구사마 야요이의 ‘인피니티 미러 룸(Infinity Mirror Room)’ 같은 경우에는 줄을 서지 않고 감상하기 힘들다. 더 브로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같은 그랜드 애비뉴(Grand Avenue) 선상에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Los Angeles, MOCA)이 자리하고 있다. 동시대의 문화 예술 흐름에 관심이 있다면 꼭 방문해야 할 중요한 현대미술 플랫폼이다. 미술관 역사는 1970~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그랜드 애비뉴에 있는 신관은 일본 건축가 이소자키 신이 설계했고, 아츠 디스트릭트 근처의 리틀 도쿄에는 별관인 게핀 컨템퍼러리가 있다(티켓 하나로 두 군데 다 입장 가능하다). 잭슨 폴록, 재스퍼 존스, 마크 로스코 등 세기의 예술가들을 접할 수 있고, 동시대 작가와 트렌드를 주로 조명하는 흥미로운 기획전도 열리지만, 주말을 빼면 그다지 붐비지 않아 진중하고 한적한 감상을 원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시 정부 차원에서는 더 브로드와 MOCA,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등을 묶는 그랜드 애비뉴를 ‘로스앤젤레스의 샹젤리제’처럼 브랜딩할 계획이 있다는 얘기도 들리니 앞으로의 풍경이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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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 더 브로드(The Broad) 주소 221 S Grand Ave, Los Angeles, CA 90012 웹사이트 thebroad.org
■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MOCA) 주소 250 S Grand Ave, Los Angeles, CA 90012 웹사이트 moca.org
■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Walt Disney Concert Hall) 주소 111 S Grand Ave, Los Angeles, CA 90012 웹사이트 laphil.com
Arts District, Downtown
다운타운에서도 요즘 ‘핫한’ 동네라고 할 수 있는 아츠 디스트릭트는 사실 원래는 이름처럼 고아하고 생기 있는 문화 예술의 기운이 넘실대는 곳이 아니었다. 포도밭과 감귤류 과일을 재배하는 과수원 등으로 넘쳐났다가 공장이 가득 들어선 시기가 있었다고. 그러다가 현대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예술가들이 버려진 공장 부지에 작업실을 차렸고, 서서히 변화의 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아츠 디스트릭트의 변천사를 주지하고 있는 현지의 어떤 수필가는 이번 로스앤젤레스 스페셜의 호텔 편에서 소개한 소방서를 개조한 멋들어진 파이어하우스 호텔(Firehouse Hotel)이 자리한 산타페 애비뉴를 떠올릴 때, 대부분 운전자들이 빨리 지나치려고 속도를 내 바로 고속도로로 빠져나가곤 했다고 기억했다. 적어도 동네 주민이나 특정 그룹이 아닌 경우에는 인적이 드물고 낙후된 공장 지대로 여겼다는 얘기다(실제로 펑크록을 하는 뮤지션 등은 아츠 디스트릭트의 술집이나 카페를 애용했다고). MOCA의 별관인 게펜 컨템퍼러리(The Geffen Contemporary at MOCA)가 1983년 이후 자리를 지켜오긴 했지만, 아츠 디스트릭트 전체의 그림을 바꾸지는 못했다. 그런데 10년이 넘는 세월을 거치면서 이곳의 풍경은 사뭇 달라졌다. 이제는 무료 주차 공간이 남아 있기라도 하면 쾌재를 부를 정도로 트렌드세터들이 많이 찾는 인기 만점 동네로 떠올랐다. 수십 채 오래된 건물에 흩어져 살던 예술가 집단의 인구 자체는 확 줄었지만 대신 ‘힙한’ 느낌의 근사한 카페와 레스토랑, 바, 호텔이 많이 생겨나고 유동 인구가 크게 늘었다. 대중을 위한 아트 스페이스는 물론 상업 갤러리, 건축 설계 사무소, 촬영 스튜디오 등이 속속 들어섰다. 벽에 낙서하는 ‘그래피티 아트’의 수준도 훨씬 더 대담해지고 세련돼졌다. 아티스트들만의 작은 허브라기보다는 식문화와 예술 등 여러 요소들이 어우러지면서 복합적인 문화 지구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도시 재생의 배경에는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 등 콘텐츠가 심어진 덕이 크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6년 이 지역에 문을 연 세계적인 하우저 앤드 워스(Hauser & Wirth) 로스앤젤레스 지점이 빈번히 언급된다. 캘리포니아주 최대 규모를 자랑했지만 1960년대 중반 경영 부진으로 폐쇄된 글로브 밀즈(Globe Mills)라는 밀가루 공장 단지를 아주 세련되고도 독특한 분위기의 공간으로 멋지게 부활시켰다. ‘1백년 역사의 버려진 제분소’는 갤러리 분점을 낼 때 되도록 그 지역의 역사적 유산으로 여겨지는 건물을 개조한다는 방향성을 갖고 있는 하우저 앤드 워스다운 선택이다. 제분소 말고도 옆 은행 건물 등으로 이뤄진 ‘ㅁ’형의 커다란 복합 단지이기에 약 9,256m²(2천8백 평) 면적 중 어떤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어떤 건물이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예컨대 ‘사우스 갤러리’의 경우 높은 천장을 둔 신고전주의 건축양식이라 고풍스럽고, 밝고 경쾌한 안뜰은 야외 공연장 같다(실제로 필자가 방문했을 때 재즈 공연이 열렸는데, 갤러리 소속 아티스트는 밴드에서 ‘드러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유기농 레스토랑 마누엘라(Manuela), 아트 북 숍 등으로 이뤄진 매혹적인 공간의 힘으로 개관 이래 수십만 명의 발길을 이끌었다. 2017년에는 문화 예술계의 혁신을 도모하는 아이디어 플랫폼이자 미술관 ICA LA가 모습을 드러냈다. 1984년 설립된 샌타모니카 뮤지엄이 새로운 정체성을 두른 채 새로 둥지를 튼 사례인데, 로스앤젤레스의 젊은 스타 작가 마크 브래드퍼드(Mark Bradford)가 로고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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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 게펜 컨템퍼러리(The Geffen Contemporary at MOCA) 주소 152 N Central Ave, Los Angeles, CA 90012. 웹사이트 moca.org
■ 하우저 앤드 워스(Hauser & Wirth) 로스앤젤레스 주소 901-909 E 3rd St, Los Angeles, CA 90013. 웹사이트 www.hauserwirth.com
■ A+D Architecture and Design Museum 주소 900 E 4th St, Los Angeles, CA 90013 웹사이트 aplusd.org
■ The 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Los Angeles(ICA LA) 주소 1717 E 7th St, Los Angeles, CA 90021 웹사이트 www.theicala.org/en


Westside and Mid-City
이 지구는 다채로운 문화 예술 공간이 몰려 있는 ‘아트 허브’다. 일단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장기 파트너십을 맺고 있기도 한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뮤지엄(LACMA)이 있다. 2백2개의 앤티크 가로등을 정렬해놓은 이 미술관의 아이콘과도 같은 크리스 버든(Chris Burden)의 설치 작품 ‘어번 라이트(Urban Light)’는 이 도시를 찾는 관광객들이라면 필수 여정에 넣을 만큼 유명한 작품. LACMA가 애초에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미술관으로 태어나기는 했지만 21세기에 접어든 이후에는 변신의 노력을 거듭하면서 위상을 불려나가고 있는 사례다. 파리의 퐁피두 센터를 설계한 건축계 거장 렌초 피아노가 총감독을 맡아 대대적인 레노베이션 작업을 거쳐 새로 태어난 만큼 ‘격’이 달라졌다. 2000년 현대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BCAM(Broad Contemporary Art Museum), 2010년 특별전을 위한 공간인 즈닉(Resnick) 파빌리온 등이 생겼다(아직도 추가적인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인데, 워낙 시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주목의 대상이다 보니 건축안에 대한 논쟁으로 늘 시끄럽기는 하다). ‘브로드’라는 명칭이 로스앤젤레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다운타운의 사립 미술관 더 브로드를 만든 자수성가형 거부 일라이 브로드(Eli Broad) 때문이다. 사실 오페라, 현대미술, 공연 등 각종 문화 예술 시설에 그가 직간접적으로 기부한 자금과 노력이 없었다면 로스앤젤레스는 여전히 뉴욕의 발뒤꿈치도 못 따라가는 불모지 신세를 면치 못했을 거라는 얘기가 당연시될 정도로 그는 도시 문화 예술계의 척추 같은 존재다. 어쨌거나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하면 LACMA에 적어도 하루 정도는 투자해야 제대로 볼 수 있을 만큼 컬렉션이 방대하다(‘해머’ 빌딩에 한국 미술 등 동아시아 미술도 늘 접할 수 있다). LACMA를 위시해 미드 윌셔 거리를 따라 1마일 정도의 주변에는 각종 미술관과 갤러리가 모여 있다. 그래서 뉴욕 맨해튼의 ‘뮤지엄 마일’을 연상시키듯 ‘미라클 마일’이라 불리기도 한다. 타르핏 뮤지엄(La Brea Tar Pits & Museum), 수공예 뮤지엄, 홀로코스트 박물관, 피터슨 자동차 박물관, 현대미술을 다루는 갤러리 기능도 하는 아트 플랫폼인 스티브 터너 컨템퍼러리(Steve Turner Contemporary) 등 다양한 뮤지엄이 있다. 더 넓게 바라볼 때 웨스트 사이드와 미드-시티 근방에는 흥미로운 갤러리와 아트 스페이스가 많다. 최근 서울 용산의 아모레퍼시픽미술관(APMA)에서 대대적인 개인전을 가진 바버라 크루거(Barbara Kruger)가 소속된 스프뤼스 마거스(Spru··th Magers), 데이비드 코르단스키(David Kordansky) 갤러리, 케인 그리핀 코르코란(Kayne Griffin Corcoran) 등 유수 갤러리들이 들어서 있다. 사진에 관심이 있다면 전문 플랫폼인 아넨버그 스페이스(Annengerg Space for Photography)도 빼놓아서는 안 될 장소다. 또 규모는 아주 크지 않지만 보석 같은 컬렉션을 거느린 해머 뮤지엄(UCLA at the Armand Hammer Museum of Art), 미국 석유 재벌 존 폴 게티가 오랜 시간을 들여 완성한 엄청난 규모의 개인 미술관인 게티 센터(Getty Center), 가족끼리 즐기기에 적합한 스커볼 문화센터(Skirball Cultural Center) 등 풍부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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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 LACMA 주소 5905 Wilshire Blvd, Los Angeles, CA 90036 웹사이트 www.lacma.org
■ 스프뤼스 마거스(Spru··th Magers) 갤러리 주소 5900 Wilshire Blvd, Los Angeles, CA 90036 웹사이트 www.spruethmagers.com
■ 해머 뮤지엄(UCLA at the Armand Hammer Museum of Art) 주소 10899 Wilshire Blvd, Los Angeles, CA 90024 웹사이트 ucla.edu
■ 아넨버그 스페이스(Annenberg Space for Photography) 주소 2000 Avenue of the Stars, Los Angeles, CA 90067 웹사이트 annenbergphotospace.org
■ 게티 센터(Getty Center) 주소 1200 Getty Center Dr, Los Angeles, CA 90049 웹사이트 www.getty.edu/visit/center
■ 스커볼 문화센터(Skirball Cultural Center) 주소 2701 N Sepulveda Blvd, Los Angeles, CA 90049 웹사이트 www.skirball.org


Hollywood and…
우리가 흔히 ‘로스앤젤레스’라고 부르는 ‘시’는 인근 위성도시를 포함하곤 한다. 패서디나(Pasadena), 컬버 시티(Culver City), 샌타모니카(Santa Monica), 베벌리힐스(Beverly Hills) 등은 행정구역상 엄밀히 말하면 ‘The City of Los Angeles’가 아니다(물론 여행 시 그런 구분을 지을 필요는 별로 없고, 이 글에서도 일부 장소는 편의상의 그룹으로 묶었다). 어쨌거나 다운타운이나 웨스트 사이드, 미드-시티를 벗어난 여러 구역에서 문화 예술적으로 주목할 만한 장소를 소개한다. 로스앤젤레스는 엄청난 자본과 산업이 모인 곳답게 건축적인 자취를 훑기에도 흥미로운데, 그중 하나는 할리우드 지역 반스달 공원(Barnsdall Park) 중심부에 있는 홀리호크 하우스(Hollyhock House). 현대를 수놓은 건축 거장 프랭크 로이트 라이트(Frank Lloyd Wright)의 대표적인 마야 양식풍 작품으로 비싼 복원 작업을 거쳐 2015년 재개관했다. 건축주인 앨라인 반스달의 이름을 따 ‘반스달 하우스’라고도 불리는데, 홀리호크는 이 저택에 사용된 문양인 ‘접시꽃’을 뜻한다. 주변의 자연환경에 녹아드는 유기적 건축을 추구한 라이트의 건축 철학만이 아니라 그가 디자인한 가구와 소품 등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정작 당시 주인이었던 앨라인 반스달은 이 아름다운 저택을 싫어했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을 정도). 이 부근에 있는 웨스트 할리우드에서는 또 다른 모더니즘 건축가 루돌프 쉰들러의 대담하면서도 절제된, 동서양이 융화된 듯한 ‘쉰들러 하우스(Schindler House)’를 만날 수 있다. 정신적 스승이기도 했던 라이트의 그늘에 가려진 인물이지만, 이 고택만큼은 쉰들러의 의미 있는 업적으로 여겨진다. 웨스트 할리우드에는 건축·디자인 애호가라면 일부러 짬을 내 방문하는 플랫폼인 퍼시픽 디자인 센터(Pacific Design Center)도 있는데, 건물 단지 안에 파란색 창문으로 이뤄진 외관 때문에 ‘푸른 고래(Blue Whale)’라 불리기도 하는 건물 덕에 인스타그램의 주요 타깃이다. 아르헨티나 출신 건축가 세사르 펠리(Ce´sar Pelli)가 설계 작업을 지휘했다. 웨스트 할리우드에 컬버 시티가 있는데, 소니 픽처스의 고향이자 IT 공룡 기업 애플의 음악 사업부나 디자인 스튜디오 등이 많아서인지 젊고 역동적인 기운을 물씬 풍긴다. 컬버 시티의 명물로는 해체주의 건축 느낌이 묻어나는 독특한 맵시로 절로 눈을 사로잡는 일련의 건물이 있는데, 한때 공장 지대이던 지역을 되살리는 역할의 한 축을 담당한 ‘헤이든 트랙트(Hayden Tract)’다. 지역 출신 건축가 에릭 오웬 모스(Eric Owen Moss)의 작품. 이쯤에서 캘리포니아의 햇살을 가득 품은 해변도 구경할 겸 또 하나의 건축 유산을 볼 의향이 있다면 북서쪽으로 올라가 퍼시픽 팰리세이드(Pacific Palisades)로 향하면 된다. 건축·디자인사에 길이 남을 임스 하우스(Eames House)가 숨겨진 보석처럼 조용히 자리한 수려한 해변 지역이다. 찰스 임스와 레이 임스 부부가 1949년 자신들의 작업 공간 겸 거주지로 지은 건축물로, 화려하지 않지만 몬드리안 스타일의 기하학적 디자인과 집 안 곳곳을 채운 아기자기한 소품, 가구 등이 따스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밖에 다운타운의 북동쪽에 있는 패서디나에는 소비재 기업 프록터 앤드 갬블 창립자 가문의 겨울 별장으로 주거 건축의 걸작으로 통하는 갬블 하우스도 있다(노턴 사이먼 뮤지엄 등 수준급 미술관도 많은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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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 퍼시픽 디자인 센터(Pacific Design Center) 주소 8687 Melrose Ave, West Hollywood, CA 90069 웹사이트 www.pacificdesigncenter.com
■ 쉰들러 하우스(Schindler House and studio) 주소 833 N Kings Rd, West Hollywood, CA 90069 웹사이트 makcenter.org/sites/schindler-house
■ 홀리호크 하우스(Hollyhock House, Barnsdall Art Park) 주소 4800 Hollywood Blvd, Los Angeles, CA 90027 웹사이트 barnsdall.org/tours
■ 더 헌팅턴(The Huntington) 주소 1151 Oxford Rd, San Marino, CA 91108 웹사이트 huntington.org

[ART+CULTURE ‘20 WINTER SPE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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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Art and the City, L.A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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