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volutionary Spi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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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01, 2014

에디터 배미진 | photographed by park gun zoo

보수적인 기계식 워치 시장에서 굳이 변화를 추구할 필요가 있을까? 게다가 만일 이미 주도권을 쥐고 있는 메이저 브랜드라면 현상을 유지하는 편이 투자금을 낭비하지 않는 가장 쉬운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변화와 혁신, 그리고 발전을 원하는 오메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키를 잡았다. 완전히 새로운 워치메이킹 기술을 품은 단아한 클래식 워치를 선보이기로 한 것이다. 바로 오메가의 클래식 라인인 드 빌(De Ville) 컬렉션과 급진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혁신적인 놀라움을 담은 코-액시얼 무브먼트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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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기술을 담은 신사의 워치, 드 빌 컬렉션
청담동에 위치한 오메가의 플래그십 매장을 둘러본다고 상상해보자. 아마 오메가가 선보이는 대부분의 시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시계를 접하는 사람이라면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시계를 구매하고 싶을 것이다. 당장 물에 뛰어들어도 될 것 같은 러버 밴드를 매치한 씨마스터 컬렉션과 달 착륙을 상징하는 엠블럼이 확연히 눈에 띄는, 어떤 속도라도 계측할 수 있을 것 같은 복잡한 다이얼의 문 워치가 마음을 뒤흔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천천히 매장을 둘러보고 점원들의 응대를 받다 보면 이 모든 화려한 워치 사이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신사와도 같은 디자인의 드레스 워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드 빌(De Ville)’ 컬렉션이다. 이 컬렉션은 오메가 최초의 컬렉션이나 가장 유명한 컬렉션은 아니지만 오메가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끔 한 오메가의 수문장이다. 드  빌을 오메가의 핵심 라인으로 꼽는 이유는 드 빌 라인이 우아한 드레스 워치일 뿐만 아니라 오메가의 중요한 워치메이킹 기술을 가장 먼저 선보이는 라인으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다. 1999년 오메가에서 최초로 코-액시얼 무브먼트를 탑재한 칼리버 2500을 드 빌에 장착해 출시했고, 2007년에는 더욱 성숙해진 오메가의 코-액시얼 철학을 상징하는 칼리버 8500/8501을 세상에 내놓았다. 2008년 스위스의 시계 박람회인 바젤 월드를 뒤흔든 오메가의 Si-14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최초로 장착한 것 역시 드 빌 컬렉션 모델이었다. 그렇다면 드 빌은 왜 수많은 라인 중 오메가의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인큐베이터가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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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드 빌의 시작
1960년대 첫선을 보인 드 빌 컬렉션은 처음 미국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진보적 마인드를 공략한 워치였다. 기존 씨마스터의 성공에 힘입어 오메가는 미국 시장에 무사히 안착했고, 1963년 새로운 드 빌 라인, ‘씨마스터 드 빌’을 선보이기에 이르렀다. 큰 성공을 거둔 씨마스터의 영광에 드 빌 컬렉션을 더한 것이다. 하지만 오메가에는 제품 수명이 긴 실용적인 요소에 우아한 디자인을 더한 보다 새로운 시계가 필요했고, 1967년 완전히 독자적인 드 빌 라인을 출시했다. 이전까지 철도 시간 계측 등 기능적인 요소를 우선했던 시계 개발에서 벗어나 상황과 장소에 어울리는 시계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고, 그 결과 드 빌이 태어난 것이다. 이는 드 빌 라인이 완전히 새로운 컬렉션으로 탄생한 사건이었을 뿐 아니라 손목시계에 대한 이미지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기능만큼 중요한 디자인,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의 구성 요소와 애티튜드를 표현하는 도구로서 시계의 외형이 새로운 가치를 얻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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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 빌, 오메가의 심장 코-액시얼 무브먼트를 탑재하다
하지만 오메가는 드 빌 컬렉션을 단순한 클래식 시계 라인으로 남도록 놓아두지 않았다. 드 빌은 오메가에 있어 마치 스케치북 같은 라인이다. 오메가에서 새로운 기능에 도전하고자 할 때, 그 무엇보다 먼저 드 빌에 적용한다. 가장 급진적인 기능을 갖춘 클래식 워치인 것. 우아하고 단정한 모습 안에 감춰진 완벽한 기계적인 요소라는 반전을 갖춘 컬렉션이기에 오메가의 모든 중요한 무브먼트의 개발에 드 빌 컬렉션을 인큐베이터로 활용하게 되었다. 그 결정적인 사건은 바로 1999년 최초의 코-액시얼 무브먼트를 드 빌에 탑재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바로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Co-axial Escapement)’에 관한 것이다. 읽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어렵게 느껴지는 이 단어는 시계 부품 이름이다. ‘코-액시얼’이란 세계적인 스위스 시계 브랜드 오메가에서 직접 제작하는 무브먼트에 장착된 특정한 부품, 탈진기(escapement, 규칙적인 시간의 흐름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로, 스프링이 풀렸다 감겼다 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규칙적으로 진동하는데, 시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시계의 심장’이라 불린다)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 탈진기의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197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위대한 발명가이자 워치메이커였던 조지 다니엘스는 기존 스위스 탈진기의 최대 약점인 기름 응고 문제를 보완해 완전히 새로운 탈진기를 개발했다. 오메가는 1999년 최초로 코-액시얼 탈진기를 장착한 ‘코-액시얼 2500 무브먼트’를 탑재한 드 빌 컬렉션을 선보이며 무브먼트 개발의 선구자로 발돋움했다. 이 새로운 탈진기를 장착한 무브먼트는 기존의 무브먼트에 비해 마찰이 현저하게 줄어들어 효율성과 시간 측정 능력을 모두 높이는 혁신적인 결과를 낳았고, 지금은 대부분의 오메가 무브먼트에 탑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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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발명품이 위대한 시계의 역사가 되기까지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는 시계 역사에 일대 혁명을 가져다주었고, 오메가의 새로운 도약에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이 새로운 이스케이프먼트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영국인 시계 장인 조지 다니엘스는 1980년대 초반 정교한 이스케이프먼트를 개발했고 스위스에서 여러 시계 브랜드에 자신의 발명품을 보여주었지만, 설득에 실패했다. 지금까지 수백 년간 스위스 레버 이스케이프먼트는 아무런 문제 없이 작동해왔기에 단순히 시계업자가 아닌 스위스 워치메이킹 시장 자체를 설득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심지어 시계업계의 선두 주자였던 파텍 필립이나 롤렉스조차도 이 발명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오메가는 이 놀라운 발견에 투자를 결정했고,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의 산업화는 현실이 되었다. 이러한 스토리 뒤에 바로 최초로 코-액시얼 무브먼트를 장착한 오메가 칼리버 2500과 이 새로운 오메가의 심장을 품은 드 빌이 데뷔하게 된 것이다. 코-액시얼 무브먼트의 오차를 줄이고 안정성을 높이는 작업은 꾸준히 계속되었고, 2013년 최초의 항자성 시계 무브먼트인 코-액시얼 칼리버 8508을 탄생시켰다. 이후 2014년 씨마스터, 드 빌 컬렉션에 접목시키며 상업화된 항자성 무브먼트인 마스터 코-액시얼 무브먼트는 오메가의 프리 스프링 밸런스 시스템, Si-14 소재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 3층 형태의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까지 더해져 더욱 정확하고 뛰어난 성능을 갖춘 무브먼트로 진화했다. 마스터 코-액시얼 무브먼트를 탑재한 모든 시계의 품질 보증 기간이 4년이라는 점에서 오메가의 무브먼트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조지 다니엘스는 생전 인터뷰에서 “기계식 시계의 생존 여부는 그 역사적, 기술적, 지적, 미학적, 실용적, 심지어 유희적인 품질에 달려 있지요. 이러한 자질 덕분에 기계식 시계는 오랜 세월 동안 인기를 유지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라고 이야기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여전히 유효하다. 단, 오메가와 같이 기계식 시계의 발전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이 존재할 때 말이다. 오메가는 국내 시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문어발식 경영을 지양해,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않고 20년간 오직 기계식 시계의 발전을 위해 투자했다. 코-액시얼에 대한 도전이 바로 그것이다. 2백50년 동안 공고해진 기계식 시계를 탈바꿈시키고자 한 오메가의 노력은 그 누구도 하지 않은 급진적인 연구를 대중화하는 등 오직 기계식 시계를 위한, 기계식 시계 브랜드의 남다른 노력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오메가가 브레게나 랑에 운트 죄네처럼 1년에 단지 몇백 개 혹은 몇천 개의 시계를 만들어내는 브랜드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메가가 완성하는 엄청난 양의 시계에 이렇게 큰 변화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모든 공정과 생산 라인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모든 라인업에 코-액시얼 무브먼트를 빠르게 도입한 것 역시 주목할 만한 점이다. 20년 이상의 투자와 노력으로 탄생한 예술품인 코-액시얼 무브먼트. 이 새로운 탈진 시스템의 개발로 오메가는 다른 스위스 시계 회사들에 기계식 시계의 수명이 연장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다.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를 발견하고 이를 인정한 과정은 오메가의 본질과 매우 많이 닮았다. 혁명적인 요소를 받아들여 온전히 자기화하는 것, 그리고 1백 년이 지난 후 이를 클래식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오메가의 정신이며 이는 한 번도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변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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