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Legend, New Mo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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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 2014

에디터 배미진

쟁쟁한 워치 브랜드와 그 이름을 나란히 하며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한 샤넬 워치. 올해 샤넬은 새로운 워치만을 선보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간의 가치와 의미를 재정의하며 새로운 시간의 콘셉트를 선보였다. 3백65일 모든 인생의 순간을 즐기는 현대 여성을 위해 J12-365 컬렉션을 선보인 것. 길을 나설 때, 어딘가로 떠나는 순간까지도 모두 의미 있는 시간이 되어 36.5mm 지름의 시계 위에 그 가치가 새겨진다. 이렇듯 기존의 워치와는 전혀 다른 노선을 걷는 브랜드이기에, 2014년 바젤월드에서 새롭게 선보인 샤넬 365 컬렉션은 오직 샤넬만이 구사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간의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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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12-365, 의미심장한 찰나를 담다

바젤월드 전시장 1층의 중심부에 위치한 샤넬 부스에 들어선 순간 수영장 물속을 가로지르는 탄탄한 몸의 실루엣을 아름답게 담은 동영상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뒤이어 모델의 모습에 오버랩되며 2014년 새로운 컬렉션 J12 워치의 바늘이 오전 6시 정각을 가리킨다. 샤넬 블랙 트위드 재킷을 입고 파리의 거리를 활기차게 걷는 아름다운 여성의 뒤를 따라 은은하게 모습을 드러내며 오후 4시 35분을 가리키는 J12-365 워치.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할까. 본래 신제품 워치의 광고 비주얼은 대부분 브랜드 로고가 가장 잘 보이는 10시 10분에 맞추어져 있지만 샤넬은 이 고정관념을 거스르며 새로운 시간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3백65일 일상생활을 즐기는 현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콘셉트의 워치인 만큼 광고 비주얼 속 시곗바늘은 일률적으로 맞춰져 있지 않고 모두 상황에 맞는 시간을 가리키고 있는 것. 시계는 단순히 액세서리나 기계가 아닌 삶의 가치와 인생의 찰나를 기록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새로운 의미를 되새긴다. 샤넬의 워치는 우리가 지나치는 순간순간을 기록하는 진정한 시계로서의 기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바젤월드라는 거대한 워치 박람회에서 오로지 기술의 진보와 까다로운 테크놀로지, 화려한 세공법을 내세우느라 간과하고 있던 진정한 시계의 기능, 시간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꺼내 든 것이 샤넬 워치라는 사실은 매우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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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과 반전의 아이콘, 샤넬 J12
2000년 샤넬이 과거에 대한 향수와 기계식 시계에 대한 진지함으로 가득한 워치 시장에 블랙 세라믹 소재의 J12 컬렉션을 선보였을 때 시장의 반응은 극단적이었다. 과연 세라믹이 럭셔리 소재로 기능할 수 있는가? 물론 지금은 수많은 브랜드가 세라믹 소재를 활용한 워치를 주요 컬렉션으로 선보이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세라믹은 까다로운 공정에 비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던 시기였기에 이러한 샤넬의 도전은 혁명 그 자체였다. 하지만 샤넬은 브랜드의 독자성을 지키기 위해 블랙 하이테크 세라믹을 메인 소재로 고집했다. 그 결과 세라믹은 워치메이킹 분야에서 최고급 소재로 자리매김했을 뿐 아니라 짙은 블랙 컬러는 스위스 워치 시장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컬러로 부각되었다. 이후의 행보 역시 독보적으로, 2003년 J12 화이트를 선보인 것은 워치 업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완벽한 광채의 순수한 화이트 세라믹 소재를 구현해 지난 10년간 화이트 컬러가 현대 워치의 흐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컬러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렇듯 혁신과 반전의 아이콘인 샤넬 J12는 2014년 바젤월드에서 오로지 여성들을 위한 컬렉션, J12-365라는 새로운 버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직경 36.5mm, 하이테크 세라믹 소재를 사용한 42시간 파워 리저브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갖춘 여성만을 위한 첫 번째 J12 컬렉션이다. 기능적인 면이 뛰어난 J12-365 컬렉션이지만,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디자인도, 기능도 아닌 시간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하는 콘셉트다. 이 컬렉션의 콘셉트는 모든 샤넬 워치 전반에 적용되었다. 사진작가 패트릭 드마르슐리에(Patrick Demarchelier)와 손잡고 프리미에르(Premie`re), J12, 마드모아젤 프리베(Mademoiselle Prive´) 등 샤넬을 대표하는 워치 컬렉션을 대상으로 15장의 더블 페이지를 블랙&화이트로 구성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식의 광고 캠페인, ‘렝스땅 샤넬(L’Instant Chanel)’을 선보인 것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영원을 담고 있으므로, 오직 현재 이 순간만이 진정한 의미를 지닌다. 샤넬 워치는 바로 그 순간을 더욱 특별한 매력으로 빛나게 한다’라는 콘셉트로 샤넬 워치 컬렉션이 내포한 고유한 비전을 드러낸다. 바젤월드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이 광고 캠페인은 간결하게 구성되었지만, 직관적으로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기에 전시장을 찾은 이들에게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했다. 부스 한가운데에 위치한, 한옥의 중정을 연상케 하는 공간의 가장 큰 벽을 캔버스 삼아 상영하는 광고 영상은 심플하고 명쾌하며 모던하다. 부스 전체의 벽을 장식한 광고 캠페인의 이미지 하나하나가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축약했고, 인생의 순간을 따라 샤넬 워치가 모든 찰나에 동행한다는 것을 각인시켰다.
 

마드모아젤 프리베 까멜리아(Mademoiselle Prive´ Came´lia)
눈을 사로잡는 주얼리 워치 컬렉션, ‘마드모아젤 프리베(Mademoiselle Prive´). J12로 대표되는 샤넬 워치 라인은 오로지 시계로서 소통할 뿐 마드모아젤 샤넬의 유산을 과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특별한 이름의 주얼리 워치 컬렉션은 가브리엘 샤넬의 지극히 개인적인 삶과 연결된 통로이며, 그녀가 주변에 두고 가장 소중히 아끼던 상징과 오브제를 소재로 완성한다. 프랑스 자수 공방 르 사주에서 니들 페인팅 기법을 사용해 완성한 버전과 오븐에 에나멜을 구워서 완성하는 그랑 푀 기법을 활용한 컬렉션이 올해 새롭게 선보였다. 그중 완전히 마르지 않은 래커 위에 금속 가루나 다양한 재료로 장식하는 일본의 전통적인 마키에(makie) 기법을 활용한 마드모아젤 프리베 까멜리아 컬렉션은 단연 압권. 마키에 기법은 소수의 브랜드만이 도전할 수 있는 어려운 기법이다. 에나멜 장인, 세공 장인, 조각 장인, 세팅 장인 등 각 분야 최고의 마스터 장인들의 손에서 탄생한 마드모아젤 프리베 컬렉션은 샤넬의 독창성을 감상할 수 있는 캔버스이며, 파인 워치메이킹과 하이 주얼리의 장인 정신을 일컫는 ‘메티에 다르(me´tier d’art)’ 기법을 더해 그 어떤 브랜드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예술성을 선보인다.

마드모아젤 프리베 코로망델 다이얼 세트
한 쌍의 마드모아젤 프리베 워치를 블랙과 화이트의 대비를 느낄 수 있는 세트로 구성한 한정판 디자인. 스위스에서 특별히 제작한 모델로 3.88캐럿에 달하는 6백39개의 다이아몬드를 스노 세팅한 베젤이 아름답다. 18K 옐로 골드 다이얼에 제네바 공법을 이용해 완성한 그랑 푀 에나멜 미니어처에 다이아몬드를 장식한 버전과 머더오브펄을 조각해 다이얼을 세심하게 완성한 버전이 세트로 구성되어 있다.

마드모아젤 프리베 까멜리아 마키에 다이얼
18K 옐로 골드 케이스에 60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주얼리 워치. 블랙 래커에 옐로 골드로 동백꽃 모티브를 표현했다. 퀘일 에그셸을 사용한 세 송이의 동백꽃 장식이 아름답다.

새로운 소재, 완벽한 디자인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
바젤월드에서 선보인 2014년을 위한 샤넬 워치에는 새로운 콘셉트는 물론 한 번도 본 적 없는 소재와 디자인, 기법을 더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은 베이지 골드의 탄생. 지금까지 수많은 브랜드들이 브랜드 고유의 독자적인 골드 컬러를 탐구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는데, 샤넬은 그 접근 방법부터 달랐다. 단순히 새로운 골드 컬러에 집착하기보다, 세라믹 소재의 톤에 비해 지나치게 화려해 보이는 옐로 골드나 로즈 골드 외에 새로운 골드 컬러가 필요하다고 판단, 독자적으로 새로운 컬러의 골드를 개발하게 된 것이다. 옐로 골드보다 차분하고 로즈 골드보다는 골드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갖춘 베이지 골드는 블랙과 화이트 세라믹에 차분히 어우러진다. 베이지 골드는 올해 첫선을 보인 J12-365에 가장 먼저 적용되었고, 이후 광택감을 느낄 수 있는 티타늄 세라믹 소재의 샤넬 J12 크로매틱과 베이지 골드의 매치는 강렬한 대비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베젤에 베이지 골드를 더한 J12 크로매틱 워치에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를 매치한 버전은 J12의 극적인 변신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2013년 화이트 J12 이후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주는 밀리터리 모티브의 J12-G10 역시 놀라운 결과물이다. 영국군의 지급품이라는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 군용 스트랩 워치인 G10의 모습을 샤넬의 페미닌한 화이트 버전 J12에 접목해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한 새로운 J12 시리즈를 완성했다. 밀리터리 워치메이킹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G10을 여성 워치에 접목했다는 것은 매우 신선한 도전으로, 악어가죽 스트랩에 매치한 버클 장식은 샤넬이 수많은 모티브를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놀라운 크리에이티브를 담고 있는지 확인하게 한다. 이렇듯 샤넬은 콘셉트와 결과, 디자인,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제 바젤월드는 샤넬이 고안한 시계와 소재, 컬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수십 년간 패션 하우스라는 고정관념에 도전하고 관습을 넘어서는 새로운 제품을 내놓은 결과, 지금 샤넬 워치는 바젤월드에서 패션 하우스를 넘어 워치 브랜드로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며 풍부한 유산과 혁신적인 정신으로 샤넬이 워치 업계에서 더 많은 반전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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