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S/S Most Wan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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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01, 2017

에디터 권유진| photographed by jang duk hwa

‘see now, buy now(지금 보고, 지금 산다)’라는 새로운 패션 용어가 생길 만큼 이젠 쇼에서 본 제품을 그 다음 날 바로 매장에서 구입하는 즉각적이고 다이렉트한 시대가 되었다. 패션에 대한 판타지를 보여주던 다소 비현실적인 트렌드보다는, 당장이라도 입고 싶을 만큼 실용적이고 웨어러블한 스타일이 사랑받는 요즘, 일상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트렌드 키워드만 모았다. 스타일리시하고 현명한 쇼핑을 원한다면 이 페이지를 먼저 확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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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1_ Oversize Suit

조금은 흐트러진 듯 편안하고 우아하게. 이는 올봄 수트를 고를 때 기억해야 할 사항이다. 몸에 딱 맞아떨어지는 제복 같은 여성 수트는 잠시 잊으라는 뜻. 매 시즌 성별의 구분이 점점 더 모호해져가고 있는 가운데 남성 수트는 여성스러워지고, 여성을 위한 수트는 누가 봐도 남자 옷장에서 막 꺼내 입은 듯한 오버사이즈 스타일로 등장했다. 이는 단지 성별을 뒤틀어 재미를 주기보단, 여성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편안하면서 실용적인 스타일에 초점을 맞추고, 여성에게 보다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기이하게 보일 만큼 넓고 두꺼운 패드로 직각을 이룬 숄더 디자인의 오버사이즈 수트를 대거 선보인 베트멍을 필두로, 오버사이즈 수트를 메인 광고에 등장시킬 정도로 애정을 드러낸 셀린느는 아빠 재킷을 무심하게 걸쳐 입은 듯한 모습이지만, 여기에 경쾌한 길이의 크롭트 팬츠와 하이힐을 매치해 한층 여성스럽고 웨어러블한 룩을 연출했다. 멀버리, 폴 스미스 역시 허리 라인은 찾아볼 수 없는 큼직한 수트 디자인에 옐로, 핑크 등 산뜻한 컬러와 레트로풍 패턴을 더해 여성미를 잃지 않은 모습이다. 가장 현실적으로,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오버사이즈 수트의 정석을 보여준 브랜드는 질 샌더. 셔츠 단추를 편안하게 풀고, 여기에 어깨 라인이 나긋하게 아래로 처진 여유 있는 실루엣의 재킷과 팬츠를 매치한 질 샌더의 수트는 많은 오피스 레이디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단, 이런 수트를 입을 때는 실제 남성복으로 오해받지 않도록 하이힐이나 볼드한 주얼리 등으로 여성적 요소를 첨가하는 것을 잊지 말도록.

Trend 2_ Chatty Tees
백 마디 말보다 강한 것이 여기에 있다. 패션계를 점령한,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슬로건 티셔츠가 바로 그것이다. 수년 전부터 정치적인 메시지나 동물 보호, 여성 인권 신장, 테러 반대 등의 메시지를 담은 패션 아이템이 등장하곤 했는데, 올해는 그 여세가 돌풍을 일으키듯 뉴욕부터 밀라노, 런던, 파리까지 4대 도시 전반에 걸쳐 디자이너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티셔츠에 고스란히 담았다. 대표적으로 디올의 최초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We should all be feminists(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여야 한다)’라는 의미심장하고도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티셔츠를 로맨틱하고 여성스러운 레이스 스커트와 매치했다. 또 적극적인 동물 애호가로 가죽과 리얼 모피는 일체 사용하지 않는 스텔라 매카트니는 이런 뚜렷한 브랜드의 가치관을 ‘No leather’, ‘No fur’ 등의 슬로건을 담은 티셔츠로 패셔너블하게 전달했다. 이 밖에도 ‘Fashion is a passion’을 적은 사카이의 티셔츠, ‘Be your own hero’, ‘Silent soldier’라는 메시지를 담은 하이더 아크만 티셔츠까지, 다양한 메시지와 슬로건을 담은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가볍지만 그 의미는 무거운 한 장의 티셔츠가 전하는 개념 있는 행보에 당신도 동참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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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3_ Mixed Stripes
여름이면 등장하는 머린 룩 때문인지 스트라이프는 플라워 패턴만큼이나 더 이상 새로운 트렌드는 아니지만, 이번 시즌은 풍기는 에너지부터 남다르다. 여전히 해변의 파라솔을 연상시키는 머린풍 스트라이프부터 모던하고 그래픽적인 스트라이프까지 다양하게 등장하는데, 생동감 있는 굵기의 변화와 비비드한 컬러의 위트 있는 배치를 통해 경쾌하면서 아티스틱한 느낌을 더한 점이 관전 포인트다. 먼저 에이프런 모티브의 드레스를 비롯해 가방, 신발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브랜드를 상징하는 크고 작은 줄무늬로 가득 채운 펜디의 룩을 살펴보자. 설명만 들었을 땐 온통 줄무늬로 장식한 과하고 부담스러운 룩이 떠오르지만, 컬러와 스트라이프 굵기의 강약을 적절히 조절해 실제 모델 룩은 우아하고 여성미가 넘친다. 이와 더불어 강렬한 컬러를 믹스해 경쾌하면서도 스포티한 스트라이프 니트 웨어를 선보인 프로엔자슐러, 오프닝 세레모니, 소니아 리키엘도 눈여겨볼 것. 이 룩들이 서로 다른 굵기, 컬러의 스트라이프를 함께 매치한 스타일이라면, 고수를 위한 스타일링법으로 스트라이프와 도트, 페이즐리, 체크 등 다른 패턴을 믹스한 룩도 눈에 띈다. 프라다는 1970년대 레트로 느낌을 가미한 체크, 지오메트릭 패턴을 스트라이프와 매치했는데, 각기 다른 패턴을 믹스했음에도 어색하지 않고 되레 굉장히 스타일리시하다. 아직까지는 여러 개의 프린트를 믹스하는 것이 어려운 초보자라면 패턴의 컬러 톤만 맞춰도 스타일링이 쉬워진다. 각기 다른 스트라이프와 페이즐리 패턴을 믹스했지만 블랙 & 화이트로 컬러 톤을 맞춰 조화로운 룩을 완성한 에트로 컬렉션이 가장 좋은 예다.
Trend 4_ Talking Pink! Pink!
올봄, 단 하나의 컬러 아이템을 추가한다면 그것은 핑크다. ‘핑크’라는 단어만 들어도 거부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이번 시즌엔 결코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인 핑크 아이템들이 가슴속 깊이 잠들어 있는 핑크에 대한 열망을 깨워줄 테니! 런웨이를 핑크빛으로 물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캔디 핑크부터 베이비 핑크, 라즈베리 핑크 등 채도가 다양한 핑크 컬러를 선보였는데, 그중에서도 특유의 ‘공주’ 이미지를 버리고 아주 시크하고 모던한 느낌으로 변신한 푸크시아 핑크에 주목할 것. 눈이 시릴 정도로 강렬한 컬러이기에 자칫 잘못하면 유치하고 촌스러운 스트리트 룩으로 변질될 수 있지만, 오히려 이를 정제된 실루엣과 복잡하지 않은 심플하고 모던한 스타일링으로 완성해 우아하고 럭셔리한 느낌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발렌티노는 몸의 곡선을 따라 유연하게 흐르는 케이프 스타일의 푸크시아 핑크 드레스로 우아한 이브닝 웨어를, 보테가 베네타는 일상에서는 물론 휴양지에서도 멋스러움을 발산할 얇고 부드러운 가죽으로 만든 핫핑크 컬러의 셔츠형 원피스를 선보여 눈길을 사로잡았다. 편안하면서도 볼륨감이 느껴지는 실루엣의 푸크시아 핑크 원피스를 화이트 슈즈와 매치해 산뜻한 룩을 완성한 에르메스도 눈여겨볼 것. 이 모든 룩의 공통점은 강렬한 컬러임에도 과해 보이지 않으면서 당장 입고 싶을 만큼 우아하고 웨어러블하다는 것. 단, 여기서 주의할 점은 ‘핑크 공주’로 오해받지 않도록 액세서리나 다른 디테일을 최소화하고(메이크업도 심플하게!), 스타일링 역시 군더더기 없이 간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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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5_ Updated Trench
트렌치코트를 구입할 예정이라면 적기는 바로 지금이다. 트렌치코트를 선보이지 않은 브랜드를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소재와 컬러, 디자인이 다양한 트렌치코트가 쇼윈도를 가득 채우고 있으니 말이다. 시즌에 상관없이 항상 사랑받는 클래식한 기본 핏의 트렌치코트도 물론 예쁘지만, 올봄엔 좀 더 스타일리시한 요소를 가미한 변형된 스타일의 트렌치코트를 주목해야 한다. ‘트렌치코트’ 하면 바로 버버리가 떠오를 만큼 클래식한 트렌치코트의 정석을 보여주던 버버리조차 이번 시즌엔 커다란 라펠이 돋보이는 오버사이즈 핏 트렌치부터 슬리브에 볼륨감 있는 퍼프 디테일이나 장식적인 디테일을 더하는 등 기존에는 볼 수 없던 새로운 스타일의 트렌치코트를 선보였으니까. 마르니, 프라다, 메종 마르지엘라, 페이, 보테가 베네타, 사카이, 발렌시아가, 펜디 등도 역시 여유 있는 암홀과 슬리브에 기장이 긴 오버사이즈 트렌치코트를 선보였는데, 변형된 디자인만큼이나 이를 연출하는 스타일링 역시 전형적이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기본 트렌치코트처럼 벨트를 단정하게 여미는 것이 아닌, 아무렇게나 묶은 듯 무심하게 연출하거나 단추 라인이 비대칭이 되도록 삐뚤게 묶어주는 식이다. 프라다에서 선보인 트렌치코트처럼 사이드 단추로 채워 코트 자체가 아예 비대칭으로 보이게 연출한 룩도 새롭고 스타일리시하다. 자, 이제 이 룩들을 참고해 벨트 묶는 방법부터 바꿔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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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6_ All about Shirts
그야말로 셔츠 전성시대다. 남녀 모두에게 기본 중의 기본인 셔츠가 이토록 호시절을 누리다니! 이번 시즌엔 하나만 입어도 충분히 스타일리시하고 멋스러울 뿐만 아니라 원피스나 아우터로 활용할 수 있는 셔츠가 가득하니, 셔츠 하나로 가볍고 풍요로운 스타일링을 즐길 수 있겠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에도 소매가 손을 덮고도 남는 롱 슬리브 셔츠가 강세인데, 마르니, MSGM, 스포트 막스, 스텔라 매카트니, 베트멍 등 많은 브랜드들이 긴 소매를 접어 올릴 수 있는 프렌치 커프스를 더해 이를 보다 실용적으로 재해석했다. 이와 함께 중세 여성의 퍼프 블라우스를 떠올리게 하는, 어깨부터 소매까지 슬리브를 한껏 부풀린 셔츠(펜디, 블루마린, JW 앤더슨, 시몬 로샤 등)와 기본 셔츠 실루엣을 해체한 듯 네크라인의 중심이 사이드로 엇나간 비대칭 디자인, 어깨를 과감히 드러내거나 양쪽 슬리브가 다른 스타일의 셔츠도 신선하다. 무엇보다 제일 반가운 건, 때론 재킷처럼, 때론 드레스처럼 활용할 수 있는 투웨이 셔츠다. 톡톡하고 탄성 있는 소재에, 셔츠 칼라와 밑단 라인, 단추, 포켓 등 디테일을 견고하게 디자인해 아우터로 입어도 결코 초라해 보이지 않는 셔츠 디자인이다. 플라워 패턴의 블라우스 위에 박시한 핑크 셔츠를 아우터로 연출한 N°21의 셔츠 스타일링을 참고할 것. 만약 가지고 있는 셔츠로 가장 간단하고 쉽게 이번 시즌 셔츠 트렌드를 시도해보고 싶다면? 단추를 엇갈려 끼우는 것만으로도 트렌드 물결에 동참할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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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7_ Romantic Wave
로맨틱한 여성미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시즌,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러플 디테일이 봄바람과 함께 우아하게 나풀거릴 준비를 마쳤다. 이번 시즌 러플은 특유의 여성성을 강조하려고 결심이라도 한 듯 리본, 레이스, 시폰 등과 함께 인형 옷같이 러블리하고 소녀스러운 느낌으로 사랑스러움을 한껏 드러낸 버전과, 이와는 조금 다르게 여성스럽지만 보다 모던하면서 정제된 느낌으로 재해석한 러플로 양분화된 것이 특징이다. 전자로는 끌로에와 펜디가 대표적. 컬러마저 베이비 핑크, 라벤더, 옐로 등 달콤한 캔디 컬러를 사용한 이 두 브랜드의 시폰 원피스는 그야말로 여심을 공략할 아이템이다. 이런 여성스러운 러플 디자인이 부담스럽다면 러플을 부분적으로 사용하거나 모던하게 표현한 후자의 디자인을 선택할 것. 스커트 끝자락에 와이드한 러플을 더한 페플럼 스커트를 하이브리드 점퍼와 매치해 스포티하면서 세련된 룩을 완성한 페라가모의 룩을 참고한다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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