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ly Beau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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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03, 2013

에디터 배미진 | photographed by park gun zoo

데이&나이트 전용 제품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더 완벽한 피부를 원하는 여성들. 그들을 위해 화장품 브랜드에서 지금까지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더 효과적인 ‘타이밍’에 사용하는 화장품과 새로운 방법을 내놓고 있다. 더 좋은 피부를 위해서 새로운 뷰티 루틴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왜 타이밍을 이야기하는가
지난 6월 샤넬 코스메틱은 낮과 밤, 주말에 사용하는 화장품을 출시했다. 프랑스에서 한국까지 이 새로운 콘셉트의 제품을 설명하기 위해 날아온 샤넬 담당자는 이것은 전혀 본 적 없는 콘셉트의 화장품이며 그 어떤 카테고리에도 속하지 않는 ‘새로운 것’이라 단언했다. 물론 ‘주말에 쓰는 화장품’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한 기자들은 생소한 콘셉트에 당황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주 5일제 근무가 정착되면서 ‘라이프스타일’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뷰티 루틴이 보다 체계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 어울리는 그럴듯한 콘셉트라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의문은 남는다. 낮에 사용하는 제품과 달리 밤 전용 화장품을 발라야 하는 이유는 대략 알겠지만 주말에도 또 다른 화장품을 발라야 한다고?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또 이렇게 화장품을 바르는 타이밍이 세분화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타이밍 뷰티의 시초, 나이트 전용 화장품
앞서 언급했듯 지금은 낮에 사용하는 제품과는 다른 밤 전용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지만, 사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지금이야 화장품의 유효 성분을 피부 속 진피까지 침투시키는 기술이 발전했지만, 처음 스킨케어를 위한 화장품이라는 것이 나온 1백여 년 전에는 단지 보습으로 피부 표면만 케어하는 기능이 전부였기에 굳이 밤과 낮에 다른 제품을 바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밤 전용 화장품을 만들었을까? 나이트 케어의 시초는 그 유명한 에스티 로더의 갈색병, 나이트 리페어 싱크로나이즈드 리커버리 콤플렉스다. 최근 6세대까지 선보이며 리뉴얼된 이 나이트 리페어는 최초의 밤 전용 제품으로, 패키지도 낮 동안 화장품이 햇빛에 의해 손상되지 않도록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약품의 시약 병처럼 고안되었다. 물론 지금은 다양한 과학적 발전에 의해 나이트 리페어의 유효 성분이 낮에도 파괴되지 않도록 개선되었지만 밤 시간 동안 재생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밤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사실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 그렇기에 수많은 크림들이 데이와 나이트로 구분되어 있고 유효 성분을 훨씬 많이 담고 있는 나이트 제품의 가격이 비교적 높은 것이다.
피부는 심장이나 폐, 위와 같이 몸을 이루고 있는 장기다.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장기와는 달리, 외부에 노출되어 있어 즉각적으로 확인하고 만져볼수 있기에 우리가 피부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피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신만의 사이클을 가지고 있다. 자는 동안 분비되는 멜라토닌은 우리 몸을 활동 모드에서 휴식 모드로 바꿔준다. 이 휴식 시간에 피부는 노폐물을 배출하고, 새로운 피부 세포를 부지런히 만들어낸다.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성장호르몬이 가장 왕성하게 분비되어 피부의 재생이 활발히 이루어진다. 림프의 혈액순환을 통해 낮 동안 쌓인 노폐물을 배출하고 영양 성분을 공급해 새로운 세포분열이 일어나는 턴 오버가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하루만 수면이 부족해도 즉각적으로 피부에 스트레스가 쌓여 피부 속 수분이 고갈되고, 낮 동안 손상된 피부가 온전히 회복되지 못해 다음 날 평소와 같은 양의 자외선을 쬐더라도 색소침착이 쉽게 이루어진다. 이러한 이유로 밤 동안은 평소 낮에 사용하는 제품이 아니라 밤의 피부 사이클에 맞는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나이트 전용 제품의 대표인 크림이나 세럼뿐만 아니라 밤의 피부 사이클에 최적화한, 보다 발전된 재생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설화수에서 선보인 ‘예소침크림&패치’는 이러한 밤 시간을 공략해 선보인 독특한 한방 침 원리의 화장품으로 매우 신선한 콘셉트이다. 굳어 있는 주름을 예소침크림으로 채우고 마이크로 니들 패치를 붙이면 패치에 붙어 있는 미세 침이 크림의 효능을 피부 속까지 전달한다. 팔자주름 주위로 굳은 피부를 자극해 주름 개선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원리다. 물론 이 제품의 효과를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3일에 한 번, 재생 능력이 극대화되는 밤 시간에 사용해야 한다. 키엘의 오버나이트 바이로지컬 필 역시 오로지 밤 시간을 위한 저자극 수면 각질 제거 트리트먼트다. 자극적인 각질 제거를 원하지 않고, 고른 피부 톤을 원한다면 세포 재생이 활발해져 턴 오버가 왕성하게 이루어지는 밤 시간을 공략하는 것이 옳다. 따로 각질 제거를 할 필요 없이 일주일에 1~3번 바르고 자는 것만으로도 자극 없이 각질을 제거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이 밖에도 팩이나 크림, 나이트 에센스처럼 반드시 밤에 사용해야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는 제품들은 수도 없이 많다. 레티놀과 비타민 C처럼 자외선에 노출되면 효능이 떨어지거나, 최소 5시간 이상 사용해야 완벽한 효과가 나타나는 제품을 사용해 안티에이징 효과를 극대화하고 싶다면 ‘밤’이라는 타이밍을 꼭 활용해야만 하는 것이다.
데이&나이트를 넘어서
최근 화장품업계의 새로운 뷰티 타이밍에 대한 연구는 ‘스트레스’라는 주제로 넘어가고 있다. 나이트 케어만큼이나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스트레스 관리인 것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스트레스만큼 피부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도 없다. 스트레스를 느끼면 부신피질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예를 들어 동물들은 생사를 가르는 절박한 순간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느끼면 도망가기 위한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더 얻기 위해 부신피질 호르몬이 분비되며 포도당을 만든다. 사람 역시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에 위와 같은 과정이 일어나는데, 문제는 이 부신피질 호르몬이 자신의 일을 마치면 피부에 유해한 활성산소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새롭게 당을 만들다 보니 지속적으로 고혈당 상태를 야기하고, 불필요한 당은 단백질과 반응해 활성산소라는 해악을 남겨 피부가 녹슬게 된다. 최근 수많은 브랜드에서 스트레스가 피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데 여기에서도 주목해야 할 것은 피부 사이클에 맞는, 스트레스와 휴식의 타이밍에 맞는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이다. 에스티 로더의 6세대 갈색병 역시 이러한 스트레스에 손상된 피부의 회복 능력이 최대화될 수 있도록 피부 사이클을 정상화하는 테크놀로지를 도입했다. 낮에는 외부 자극으로부터 방어하는 역할을 하고, 밤에는 재생 능력을 올바르게 수행할 수 있도록 피부를 정상 사이클로 동기화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피부도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가질 수 있도록 화장품이 돕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샤넬의 신제품은 아침과 밤, 주말에 사용하는 세 가지 제품으로 구성되어 ‘피부 시간을 리셋하세요’라는 타이틀로 피부 시간을 케어한다는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아침에 사용하는 ‘르 쥬르’는 피부가 외부 자극을 받기 전 최대한 방어할 수 있도록 보호막을 강화하는 기능을, 밤에 사용하는 ‘라 뉘’는 재생이 활발한 밤 시간에 탄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히알루론산 성분을 담았다. 마지막으로 콘셉트가 가장 독특한 주말용 제품 ‘르 위켄드’는 일주일에 이틀, 주말에만 사용하는데 피부 상태를 ‘리셋’해준다는 새로운 제품이다. 평일 동안 무너진 피부 사이클을 되돌려주는 ‘턴 오버’ 기능을 위해 일반적인 로션 타입의 제품에 자극 없는 각질 제거 기능을 담았다. 사실 제품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완전히 새로운 기능은 아니지만, 라이프스타일 사이클을 고려해, 타이밍에 맞는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콘셉트와 구성을 제안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세심하게 화장품을 선택할 수 없는, 바쁜 일상 때문에 생활 패턴까지 고려하며 화장품을 구매할 수 없지만 좋은 피부를 원하는 여성들에게 쉽고 편리하게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일종의 ‘고른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피부에 좋은 ‘식단표’와 ‘타임 테이블’을 제안한 것이다.
누군가는 화장품 브랜드의 이러한 독특한 구성과 뷰티 타이밍에 관한 끊임없는 개발을 ‘마케팅 기법’이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세심한 케어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실용적으로 접목하는 것은 그 누구보다 화장품 브랜드가 앞서 있기에, 밤과 낮이라는 이분법적인 개념을 넘어서 스트레스를 받은 순간, 피부 온도가 올라가는 낮 시간 열에 의한 노화가 일어나는 순간을 케어하는 디테일한 타이밍 케어 화장품들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화장품 회사의 과학적 연구에 대한 열정은 이제 의료 연구에 필적할 만큼 엄청난 투자를 할 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한, 여자들의 피부를 드라마틱하게 바꾸어줄, 나이트 케어를 넘어서는 새로운 스킨케어 타이밍을 찾게 된다면 수많은 여성들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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