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Tech

2월 01, 2017

에디터 이지연 | 어시스턴트 김수빈 | photographed by park gun zoo

편리하고 실용적인 신혼 생활을 꿈꾸는 당신을 위해 삶의 질을 높이는 욕심나는 테크 제품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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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이 주 무기인 에르메스의 최고급 수공예 가죽 밴드를 더한 애플 워치 시리즈 2.
직경 38mm와 42mm 두 가지 사이즈로 출시한다. 1백70만원대 애플. 문의 080-330-8877
일상생활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한 3중 안전 시스템과 석회질 제거 필터 기능을 추가한 디스틴타 컬렉션 퓨처 브론즈 전기 포트 19만9천원 드롱기. 문의 080-488-7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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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컬러 필름과 라이카 특유의 흑백사진을 즉석 사진으로 즐길 수 있는 라이카 소포트 38만원대 라이카. 문의 1661-0405
듀얼 스피커와 3개의 트위터로 중·저음과 고음을 넘나드는 압도적인 사운드를 구현하며 무선 기능으로 편리함까지 더한 고출력 블루투스 오디오 시스템 GTK-XB7 49만원대 소니 코리아. 문의 1588-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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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피층까지 균일하게 고주파를 침투시켜 늘어진 피부를 팽팽하게 회복시킨다. 집에서도 편리하게 피부를 관리할 수 있는 고주파 피부 관리기, 페이스타이트 55만원 실큰. 문의 080-246-1234
5분만 충전해도 3시간 동안 사용 가능하며, 기존 제품보다 3배 더 긴 최대 40시간 재생할 수 있는 배터리를 장착한 비츠 솔로 3 와이어리스 헤드폰 35만원대 비츠 바이 닥터드레. 문의 02-3467-8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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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 온도 조절과 3단계 풍량 조절이 가능하며, 콜드 샷 기능을 갖춰 극심한 열 손상으로부터 모발을 보호한다. 모발 말리는 시간을 3분의 1로 줄여줄 획기적인 다이슨 슈퍼소닉™ 헤어드라이어 55만6천원 다이슨. 문의 02-3479-1490
운동할 때 없어서는 안 될 혁신적인 웨어러블 기기. 착용자의 심박 수와 활동량, 운동량, 수면 효율을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해주는 핏비트 차지 19만9천원 핏비트. 문의 080-808-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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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경량’과 24시간 동안 구동되는 ‘올데이’ 두 가지를 내세워 뛰어난 휴대성을 자랑하는 LG 2017 그램 노트북 1백53만원부터 LG전자. 문의 1544-7777
스킨케어 제품을 바른 후 얼굴을 부드럽게 마사지해주면 빛과 미세 전류를 활용해
피부 톤과 수분, 탄력을 끌어올려주는 효과가 있다. 스킨 라이프 테라기 15만원 메이크온. 문의 080-023-5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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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 우퍼의 도움 없이 오디오 하나로 강력한 소리를 전달하고, 깔끔한 저역대 주파수를 제공한다. 수카 7천만원대 골드문트. 문의 02-516-9081
 



웨어러블의 미학, 스마트는 감추고 감성을 살린다

9월 02, 2015

에디터 고성연 | 일러스트 남대현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가 부상할 것 같다는 전망은 적어도 일상에서는 이제야 비로소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그동안 여러 브랜드에서 스마트 안경, 스마트 워치니 하는 제법 준수한 기기들을 쏟아냈지만 제대로 물꼬를 튼 건 아무래도 올 상반기 드디어 선보인 애플 워치다. 핏비트 같은 웨어러블 밴드도 은근한 인기를 끌고 있는 추세다. 이제 출발선을 떠난 웨어러블 산업의 여정은 아직 창창하고, 격변하는 디지털 시대에서 누가 승자가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날카로운 ‘스마트함’은 은근하게 감추고 유치하리만큼 즐겁고 편안한 감성을 내세우는 전략이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한다는 점이다.



손목시계가 주로 시간을 확인하는 기능에 충실한 기기 역할을 하거나 ‘예물’ 수준의 고가 장신구로 대접받던 일종의 ‘양극화 시절’이 있었다. 하이엔드 워치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메이드 인 스위스’ 시계의 중저가 시장점유율은 1980년대 초만 해도  ‘0’에 가까운 한 자릿수였을 정도로 극히 미미했다. 잘 알려져 있듯 일본 쿼츠 시계의 부상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스위스 시계 산업의 운명을 극적으로 바꾸어놓은 주인공은 지금 우리에게 친숙한 브랜드 스와치(Swatch)였다. 1983년, 경영 컨설턴트 출신으로 훗날 스와치 그룹의 수장이 된 니콜라스 하이예크는 플라스틱 재질에 감각적인 디자인을 입혀 중저가 쿼츠 시장을 공략하고 나섰다. 그가 선보인 신제품 라인업은 일본 시계업체가 점령하고 있던 쿼츠 시장의 제품과는 엄연히 달랐다. 그저 손목에 차는 기기가 아니라 ‘패션 액세서리’로서의 시계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혁신은 ‘최초가 될 수 없다면, 최초가 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하라’는 그 유명한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승부수이기도 하다. <디퍼런트>의 저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문영미 교수는 스와치처럼 차별화를 이룬 브랜드를 가리켜 기존 카테고리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가장자리에 가까이 위치한 채 그 경계선을 끊임없이 무너뜨리는 ‘일탈(breakaway) 브랜드’라 칭했다. 문 교수의 설명처럼 하이예크는 메이드 인 스위스를 저가형 쿼츠 시계에 속하면서도 ‘패션 아이템’의 경계에 걸친 새로운 카테고리에 포함시키는 ‘일탈의 모험’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구체적으로는 디자인에 팝아트 같은 예술적 감성을 접목하는가 하면, 패션 브랜드들처럼 시즌별로 새 컬렉션을 선보였고, 부티크나 스와치 전문 매장에서 판매했다. 올해 전 세계를 강타한 애플 워치는 여러모로 30여 년 전의 시계 패권 다툼을 떠올리게 한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스마트 워치)라는 카테고리에 속하면서도 ‘트렌디한’ 패션 액세서리로의 면모를 더 강조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애플 워치의 등장으로 웨어러블 기기의 시장 외연이 확대될지, 전통 시계 시장의 파이를 갉아먹을지, 키울지 혹은 ‘스마트 패션 액세서리’라는 신흥 카테고리가 성장할지 등의 이슈를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는 이해관계자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

애플 워치는 스마트 시장의 스와치가 될 수 있을까?

특유의 세련됨이 묻어나는 데다 시곗줄을 바꿔 끼울 수 있는 다채로운 디자인에 수십만원대부터 1천만원대가 넘는 다양한 가격대의 라인업을 갖춘 애플 워치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어차피 ‘스위스 명품’으로 여겨지는 아름다운 기계식 워치는 애초에 경쟁 카테고리가 아니었다지만, 중저가 시장이라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미국 전통 시계 시장의 경우, 올봄 애플 워치가 나온 이래 판매량이 줄어들었고, 스위스 손목 시계의 해외 시장 수출량이 떨어졌다는 통계도 나왔다. 하지만 충격은 일시적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일례로 중저가 라인부터 초고가 하이엔드 라인까지 빠짐없이 보유한 세계 최대 시계 수출업체 스와치 그룹은 전체적으로는 건재한 실적을 기록했다(2015년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누군가의 주장처럼 어차피 패션 액세서리로든 웨어러블 디바이스로든 시계에 대한 관심 자체가 커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버드대 라이언 라파엘리 교수는 애플 워치 덕분에 젊은 층이 시계 차는 습관을 갖게 되고, 이들이 나이가 들면서 점점 스위스 명품 시계로 갈아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애플 워치는 지금껏 세상에 나온 그 어떤 스마트 워치보다 성공적으로 데뷔했고, 아직 1세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성공은 꽤 고무적이다. 특히 ‘똑똑하기까지 한 패션 시계’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줘 트렌드세터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많은 스마트 워치들이 다소 투박하거나 ‘나 첨단 기기야’라는 느낌을 물씬 풍겼다면 애플 워치는 ‘잘빠진’ 시계 같다. 이처럼 패셔너블한 면모에 대한 호응을 계기로 하이테크 기업이든 전통 시계업체든 ‘스마트’ 요소를 품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첨단 디바이스처럼 보이지 않는 카멜레온의 미덕을 갖춘 시계를 보다 신중하게, 그러면서도 야심 차게 내놓을 태세를 취하는 듯하다. 애플이 스마트 워치의 경계를 패션으로 확장했듯 상당수 패션 시계 브랜드는 일부 스마트 기능을 시계의 미학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제품군에 포함시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근거리 무선통신(NFC) 기능을 탑재해 간편 결제를 할 수 있으면서 매일 충전하지 않아도 되는 스와치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또 삼성전자는 사각 디자인 대신 패션 시계 느낌이 강한 원형 디자인에 베젤(테두리)을 돌려 기능을 실행하는 ‘기어S2’를 선보일 예정이다. 패션과 IT가 서로에게 다가가면서 손목 위를 둘러싼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핏비트(Fitbit)를 필두로 한 웨어러블 밴드, 손목 위를 점령한 또 하나의 매력

경영계의 세계적인 석학 마이클 포터는 자동화, 인터넷에 이어 IT가 주도하는 세 번째 혁명의 물결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강력한 소프트웨어와 칩, 무선 네트워크 덕분에 IT가 제품 자체의 핵심적인 부분으로 자리매김하는 ‘스마트, 커넥티드 기기’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했다. 오랫동안 많은 이들이 ‘스마트 세상’을 외쳐대기는 했지만 ‘이제야‘ 기술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스마트 기기를 우리의 현실적인 삶에서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요즘 웨어러블 제품이 관심을 받는 이유는 사물인터넷 시대에서 휴대폰을 제외하면 우리네 삶에 가장 밀접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일상의 물건이기 때문일 것이다. 손목시계가 다가 아니다. 걸음 수, 칼로리 소모량, 수면 모니터링 등 피트니스 기능을 간편하게 누릴 수 있는 스마트 밴드도 나름의 전문 영역을 다져나가고 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도 착용한다고 알려진 웨어러블 밴드의 선두 주자 핏비트(Fitbit)는 지난 6월 기업 공개(IPO)를 성공적으로 단행했다. 웨어러블업계 최초의 뉴욕 증시 상장이었다. 또 핏비트는 웬만한 피트니스 기능까지 갖춰 은근한 경쟁자로 여겨졌던 애플 워치의 위세 속에서도 지난 2분기 4백50만 대를 판매하는 실적을 거뒀다. 여기에 중국의 샤오미도 추격자로 나서고 있다. 샤오미는 휴대폰에 이어 스마트 밴드 영역에서도 저가의 이점을 내세워 무섭게 기치를 올리고 있다. 점점 많은 이들의 손목 위를 차지하고 있는 웨어러블 밴드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일단 아무래도 시계보다는 훨씬 가벼운 데다 충전을 자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최신 제품인 ‘핏비트 차지 HR’ 같은 경우 충전식 배터리가 5일 정도 지속된다). 스마트 워치가 소형 컴퓨터 같은 출중한 기능을 뽐내는 것처럼 스마트 밴드도 나름의 전문성을 내세우기도 한다. 예를 들어 걷기 같은 간단한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24시간 지속적으로 심박 수를 체크해주며, ‘운동 중’과 ‘안정된 상태’에서의 심박 수를 따로 확인해줘 운동 효과를 높여준다. 운동 시 심박 수의 경우, 세 가지(지방 연소, 심장 강화, 최대 심박) 구간으로 나눠 보여줌으로써 스스로 강도를 조절하고 보다 정확한 소모 칼로리를 산출하게 해준다. 또 잠잘 때 뒤척인 횟수, 깨어난 횟수 등을 자동으로 체크해 수면 패턴을 파악하도록 해주는 기능도 있다. 심지어 진동 알람과 디스플레이를 통해 수신된 전화를 알려주기까지 한다.

유치해도 좋아! – fun, healing, empathy

하지만 아무리 기능이 출중해졌다고 해도 상대적으로 더 인기를 끄는 제품에는 뭔가 특별한 점이 있는 법이다. 사실 스마트 워치나 스마트 밴드는 휴대폰처럼 필수 불가결한 존재는 아니니까 말이다. 여기에서 혁신의 성공이란 결국 사용자 경험에 달렸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비로소 현실의 수면 위로 끄집어낸 애플 워치나 핏비트 같은 제품이 누리는 인기의 속성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몇몇 공통점이 있다. 일단 브랜드 포지셔닝이 확실하다. 애플 워치는 시계인 동시에 아이폰의 ‘리모컨’ 같은 역할을 하는 패션 액세서리라는 카테고리를 분명하게 드러냈고(대부분의 스마트 기능은 아이폰과 연결해야만 활용 가능하다), 핏비트도 복잡다단한 기능을 채워 넣기보다는 웰니스의 일상적인 도우미로서 이미지를 공고히 하면서 웨어러블 밴드의 장점을 집중적으로 내세웠다. 디자인 감각이 남다르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애플은 자사의 걸출한 디자인 사령탑 조너선 아이브로도 모자라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마크 뉴슨까지 동원해 애플 워치 디자인을 맡겼다. 예쁜 데다 스마트 워치 치고는 무게도 가볍다(알루미늄 소재인 스포츠 워치를 기준으로 25g). 핏비트 역시 가볍고 실용적이며 단순미가 묻어나는 디자인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스타일리시한 팔찌 느낌은 아니지만 은근히 세련되면서도 거추장스럽지 않는 ‘쿨한’ 액세서리로 보인다. 애플 워치나 핏비트나 ‘스마트+패셔너블’의 시너지를 잘 파악해 착용 시 편안하면서도 남들이 트렌디하다고 느끼는 앞서가는 감각까지 잡아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스마트함을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는다. 오히려 디지털 특유의 인공적인 느낌은 감추고 인간적인 감성을 자아내는 데 주력한다. 그리고 실제로 재미(fun), 치유(healing), 공감(empathy) 같은 감성 요소가 강한 매력 인자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애플 워치는 일상의 활동량을 여러모로 설정해놓으면 목표량을 달성했을 때 ‘잘했다’는 칭찬을 메시지로는 물론, 아이폰상의 꽤나 근사한 스티커 북으로 받을 수 있는데,  이러한 설정이 은근히 ‘다 채우고 말겠다’는 심리를 부추긴다. 애플 워치 사용자들끼리 심장박동과 손 글씨를 보낼 수 있도록 한 점도 스마트를 깔고 있지만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다.  ‘유치한 듯’ 하지만 재미도 있고, 은연중에 힐링 효과도 내는 데다 서로 웃음을 주고받으며 공감 어린 소통을 이끈다. 핏비트의 경우, 게임을 활용해 운동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핏비트로 실시간 측정한 걸음 수, 오른 층 수, 칼로리 소모량 등  활동량 정보를 친구들과 공유하고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챌린지’ 기능인데, 꽤 인기가 높다. 친구나 직장의 다른 팀 동료들과 챌린지를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챌린지 기능이 작동되는 동안 SNS처럼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은 물론이고 ‘약 올리기’나 ‘응원하기’ 같은 시시콜콜한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아직은 갈 길이 창창한 스마트 라이프 여정

미래학자 피터 한센은 인류의 디지털 여정이 이제 절반을 지났을 뿐이라는 의미로 “디지털 시대의 유리잔은 절반밖에 차지 않았다”라고 주장했지만 우리네 일상을 수놓을 웨어러블 제품의 경우에는 이제 출발점을 막 떠난 수준에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스마트 양복이나 안경 같은 품목을 비롯해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이 얼마든지 일상에 스며들지 모른다. ‘손목’이 웨어러블 시장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고 있는 현시점이지만 앞으로 어떤 품목이 뜨고 질지, 어떤 브랜드가 승자가 될지 누구도 쉽게 예단하기 힘들다. 그러나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그리고 아마도 변하지 않을 사실은 디지털 기기든 아날로그 기기든 인간은 근본적으로 따뜻한 감성을 갈구한다는 점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이미 30여 년 전 시계 산업의 혁신을 이룬 하이예크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 바 있다. “우리는 그저 소비재, 혹은 브랜드 제품을 팔고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감성적인 제품(emotional product)을 팔고 있는 겁니다.”

뉴 노멀 시대를 맞이하는 스마트 라이프

3월 05, 2014

에디터 고성연

“디지털 시대의 유리잔은 절반밖에 차지 않았다.” 미래학자 피터 힌센은 인류의 디지털 여정이 절반을 지났을 뿐이라며 나머지 절반의 여정에서는 디지털이 ‘새로운 일반화’, 즉  ‘뉴 노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렇다고 아날로그에 대한 애정을 애써 버릴 필요는 없다. 선입견을 버리면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자연스러운 어우러짐을 체험하는 건 생각보다 더 즐겁고 편안할 수 있으니까. 모든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요즘, 편견 없는 시선이야말로 스마트 라이프스타일의 첫걸음이 아닐까.


모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는 20대 후반의 김혜정 씨는 퀴퀴한 종이 내음, 그리고 책장을 넘길 때마다 접하는 특유의 감촉과 소리를 몹시도 사랑하는 종이 책 옹호자다. 유난히 책의 물질성에 애정을 쏟아온 그녀가 최근 확연히 달라진 면모를 드러냈다. 일단 중고 아이폰을 판 돈에 약간 더 보태 태블릿 PC 아이패드 에어를 마련했다. 원래는 아이패드 미니를 선호했지만 새로 나온 에어는 미니와 무게 차이가 별로 없었기에 망설임 없이 골랐다. 워낙 책을 많이 보는 만큼 가장 먼저 한 일은 교보문고 e북을 차곡차곡 디지털 서재에 저장하는 일이었다. 돼지저금통에 동전을 채우듯, 은근한 재미가 솟구쳤다. 필요한 부분은 형광 펜으로 표시해놓으니 언제 어디서라도 기획 아이디어에 활용할 수 있을 듯했다. 여기에 입소문이 파다하게 난 브랜드인 로지텍의 무선 키보드를 사서 연결하니 어딜 가나 ‘모바일 오피스’를 대동하는 셈이 됐다. 데이터 요금 폭탄을 피하기 위한 방비책도 세심하게 마련해뒀다. 국산 브랜드의 스마트폰을 무제한 요금 패키지와 함께 저렴하게 구매해 와이파이 존이 아닌 곳에서도 두려움 없이 아이패드를 꺼내 들 수 있는 밑거름을 다져놓은 것이다. 무제한 요금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기에 스마트폰을 단말기 삼아 유선이나 무선 인터넷 없이도 얼마든지 데이터를 쓸 수 있는 ‘테더링(tethering)을 활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스케줄을 관리하고 아이디어를 메모하는 도구로 요즘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무료 앱 ‘솜노트’도 내려받아 설치해두니 이처럼 편한 세상이 없는 듯했다. 이 메모 앱은 1GB의 무료 첨부 공간, 간단하게 그림을 그려 노트에 첨부하는 스케치 기능 등 다양한 장점이 있어 태블릿 PC에 기본적으로 설치돼 있는 e메모장보다 재미도 더 쏠쏠하고 업무 효율성도 월등했다.
경계의 벽이 허물어지는 ‘빅 블러’ 세상, ‘디지털’은 어렵다는 편견을 버려라
사무실과 바깥 세상, 집의 경계를 허물어버린 이러한 변화는 김 씨로 하여금 디지털 세계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끔 만들었다. 경계의 벽이 무너지면서 세상을 이루는 요소들이 융화돼나가는 현상을 가리키는 ‘빅 블러(Big Blur)’ 세상의 논리를 터득하게 된 것이다. 빅 블러 시대에는 공간의 경계만 무너지는 게 아니다. 사는 자와 파는 자의 경계, 상품이 될 수 있는 대상의 경계, 스마트폰, 카메라, MP3 플레이어 등 기기들 간의 경계, 현실과 가상의 경계…. 수많은 경계의 틀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미래학자 피터 힌센은 <뉴 노멀>이라는 저서에서 기술과 경영의 경계가 강도 높게 뒤섞이는 시대를 예고하며 지난 25년의 세월이 소비자에게 첨단 기술을 제공한 기간이었다면 앞으로 다가올 25년은 모든 소비자가 일상에서 기술을 ‘똑똑하게’ 사용하는 기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른바 ‘뉴 노멀(the new normal)’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의 급물살에 휩쓸려 정신을 차릴 틈이 없다며 저항하는 이들도 꽤 많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동인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들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러한 ‘핑계’를 대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듯이 손쉽고 친근한 데다 실속과 재미까지 갖춘 서비스와 상품도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나친 편견만 지니고 있지 않다면 이러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받아들이는 데 따른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그다지 많이 유발되지는 않는다. 물론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는다고 해도 생산적인 몰입에 방해가 되는 불필요한 디지털 요소를 굳이 생활 속으로 끌어들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모두가 당연시하는 ‘뉴 노멀’의 흐름에서 심하게 도태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면 적어도 편견의 파도에 스스로 휩싸일 이유도 없지 않을까.
스포츠와 피트니스계의 신기원을 열고 있는 ‘뉴 노멀’ 기기들
최근 온 국민을 환희와 실망의 소용돌이 속에 몰아넣었던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지구촌 축제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이나 후원 기업들의 기술력 경쟁은 더 이상 따끈따끈한 뉴스거리가 아니다. 체조 종목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양학선 선수가 프리 스타일 모굴에 출전한 최재우 선수에게 공중회전 동작 자세를 촬영해 교정법을 전수하는 모습 같은 건 흔하디흔한 광경이 됐다. 미국 프리 스타일 스키 팀은 ‘Coach’s Eye’라는 앱을 활용했다. 공중회전 동작을 할 때 다양한 각도에서 비디오 촬영을 한 뒤 분석하고 전송하는 방법인데, 패트릭 드닌(Patrick Deneen)이라는 선수의 아버지이자 코치인 팻 드닌은 “우리들의 지도 방식을 바꿨다며”면서 이 앱을 예찬했다. 슬로 모션 카메라를 이용해 경쟁 상대의 동작과 비교, 분석함으로써 기술 교정에 보탬이 되는 ‘우버센스(Ubersense)’는 미국과 캐나다 대표 팀이 애용한 앱이다. 일상에서도 디지털 파워는 급속도로 커져가고 있다.
특히 웨어러블 기기(wearable device)의 상승세는 심상치 않다. 이미 상당수의 팬을 확보한 조본(Jawbone)의 ‘UP 리스트밴드’에 이어 얼마 전 한국 시장에 진출한 ‘핏비트(fitbit)’ 등 스마트 헬스 케어 브랜드들은 이러한 면모를 갖추고 있다. 핏비트는 지난 한 해 동안 미국 액티비티 트래커(1일 활동량을 측정, 기록하는 기기) 시장점유율 67%를 차지한 브랜드다. 대표 제품인 스마트 팔찌 ‘핏비트 플렉스(fitbit flex)’는 일일 누적 걸음 수, 칼로리 소모량, 이동 거리, 수면 효율 등을 기록해주는데, 스마트폰을 통해 이러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 팔찌 위에 장착된 5개의 LED 램프는 목표를 설정해두면 달성률을 표시해준다. 가볍게 손목에 차거나 클립형으로 옷에 꽂을 수 있는 핏비트의 제품은 튀지 않으면서도 은근히 패셔너블하다는 장점도 갖추고 있다.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의 힘
이러한 스마트 기기의 인기는 무엇보다 편하고 재미있는 속성, 그리고 ‘소통’이 가능한 덕분일 것이다. 생활 속 사물들이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는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의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는 주장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바야흐로 사물들이 실시간으로 사람에게 피드백을 제공하고 심지어 쌍방향의 ‘소통’까지 시도하는 세상이 오고 있다는 얘기다. 웨어러블 기기는 아니지만 오랄-비 블랙 7000과 같은 전동 칫솔도 ‘소통의 미학’으로 부각되는 사례로 꼽힐 수 있다. 칫솔질은 너무 세게 해도, 너무 약하게 해도 안 된다는 사실은 상식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제어를 잘 못하는 이들도 많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양치질을 할 때 이 전동 칫솔은 제대로 이를 닦고 있는지를 액정 화면을 통해 알려준다. 잇몸에 지나친 힘이 가해지면 본체에 붉은 램프가 켜지며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또 운동화에 센서가 달려 거리, 속도 등 다양한 지표를 측정해주는 나이키+와 같은 제품도 나와 있다. 이처럼 간편하면서도 실용성 돋보이는 생활 밀착형 기기도 있지만 여기에 감성을 더한 소통은 더욱더 매력적이다. 필립스가 선보인 스마트 조명 ‘휴(hue)’는 인터랙티브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에 온기를 더한 예다. 저전력, 고효율, 친환경, 그리고 긴 수명까지 갖춘 이 LED 조명은 전구 색상을 상황에 맞도록 변화무쌍하게 바꿀 수 있으며 원하는 시간에 자동으로 점등과 소등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일정 시간만 켜지게 하는 타이머 기능 등 온갖 지능적인 기능을 뽐낸다. 안드로이드 폰이든 아이폰이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로 간편하게 원격 제어할 수 있다. ‘감성 소통’이라는 이점이 있으니 지구촌의 사용자들이 휴와 연동할 수 있는 앱을 자유자재로 만들어 공유하는 ‘커뮤니티’도 발달하게 운영된다.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와인 바 겸 레스토랑인 라바트는 휴를 설치해 그날의 감성과 분위기, 또는 음악에 따라 조명의 색이 바뀌는 ‘카멜레온 공간’을 실현하고 있다.
‘호모스마트쿠스’의 진화는 인간의 창조력까지 아우를 수 있을까?
고도의 지능에 감성을 덧댄 소통까지 가능케 하는 ‘스마트 & 인터랙티브’ 생활 방식이 보편화되는 뉴 노멀의 시대에는 과연 어떤 일까지 가능해질까? 일단 스마트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인간의 손발을 자유롭게 한다’는 장점이 핵심 화두인 듯하다. 제임스 윌슨이라는 학자의 글을 통해 ‘웨어러블 혁명’에 대해 다룬 경영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13년 9월호를 참조하자면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손목에 키보드와 디스플레이를 프로젝션 방식으로 보여주는 첨단 암 밴드를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삼성전자에서는 스마트 워치인 ‘갤럭시 기어’를, 구글에서는 ‘구글 글래스’를 이미 선보였고, 애플에서도 조만간 ‘i워치’를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의견은 엇갈린다. 스마트폰이 있는데 굳이 시계까지 필요하냐는 회의론자도 있는가 하면 낙관론자도 있다. 한 샴페인 브랜드 관계자는 “파티를 많이 주최하다 보니 손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게 정말 중요하게 느껴진다”며 “와인 잔을 들고 스마트폰을 보다가 잔을 깨뜨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스마트 워치가 정말 기다려진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윌슨은 인간의 생리학적 변화 감지를 바탕으로 한 데이터 분석과 수량화된 피드백 전달 기능을 갖춘 웨어러블 기기의 역학을 가리켜 ‘피지오리틱스(physiolytics)’라고 불렀다. 윌슨을 비롯한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를 통한 ‘빅 데이터’ 환경이 구축되면 직장에서도, 일상의 삶에서도 생산성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예컨대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아도 ‘피로도’를 모니터링해주는 센서가 작동해 과로에 대한 견제의 신호를 받을 수 있고, 스마트폰을 하루에도 1백 번도 넘게 확인해야 하는 직업군의 일꾼들에게는 낭비하는 시간을 훨씬 더 줄여줄 수 있는 것이다. 전기 생리학과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심지어 정신의 영역에까지 파장을 끼칠 수 있을 듯하다. 2009년 세상에 선보인 EEG(뇌파 전위 기록) 기능을 활용한 멜론 헤드밴드는 그 선구자다. 이 머리띠를 하면 뇌파 추적 기능이 작동해 인간이 정신적으로 집중하는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이 진화를 거듭해 저마다 가장 창의적인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순간들을 알아낼 수 있는 ‘혁신’이 이뤄진다면 그야말로 뉴 노멀 시대에 획을 그을 수 있지 않을까.
경계 너머를 보는 유연함이야말로 진정한 진화
그러나 이해관계에 얽힌 사업자가 아닌 이상은 굳이 스마트 세상의 미래를 미리 걱정하거나 기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기술의 발달이나 한계는 자주 인간의 예측을 벗어나기 마련이니까. 그보다는 스트레스 없이 기운을 북돋워주고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디지털 라이프’를 즐기면 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벽을 세우지 않고 그냥 열린 마음으로 ‘경계 너머’를 바라보는 마음이 중요한 것이다. 황혼기를 맞아, 어쩌면 ‘고루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는 풍경화에 부쩍 몰입하면서도 그 풍경을 아이폰을 활용한 멋진 드로잉 솜씨로 풀어내는 ‘반전’을 자연스럽게 펼쳐내는 영국의 위대한 노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처럼 말이다. 장르, 도구의 경계는 물론 세대나 나이 ‘따위’의 틀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의미 있는 즐거움에 심취하는 호크니의 말년이야말로 인간의 바람직한 진화를 투영하는 게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