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Very Savory Collab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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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05, 2015

에디터 고성연

‘마치 별을 마시는 것 같다’는 표현으로 유명한 프레스티지 샴페인의 대명사 돔 페리뇽은 대다수 샴페인처럼 각기 다른 해에 만든 와인으로 블렌딩한 ‘논빈티지(non-vintage)’가 아니라 특정 연도산 포도로 빚어낸 빈티지 샴페인이다. 9년간의 셀러 숙성을 거쳐 올해 세상에 나온 돔 페리뇽 빈티지 2005. 검은색 과일 향이 느껴지다가 돔 페리뇽 특유의 은빛 광물 향이 고개를 내미는 이 특별한 빈티지를 위한 흥미로운 미식 프로젝트가 서울에서 진행 중이다. 페란 아드리아와 임정식, 세계적인 셰프들이 돔 페리뇽이 지닌 개성의 정수를 ‘체감’할 수 있는 창조적 협업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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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순수예술’의 경지에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스페인의 국보급 셰프 페란 아드리아는 2011년 자신의 레스토랑 엘 불리(El Bulli)의 문을 닫았다. 장사가 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창조적 재충전’을 위해 자체 휴지기에 들어간 것이었다. 그로부터 3년 뒤, 그는 미식의 창조적 지평을 넓히고 그 핵심 자산을 문화적 유산으로 남기자는 차원에서 엘 불리 재단을 설립했다. 그리고 올 초, 페란이 몹시 사랑하는 샴페인 브랜드 돔 페리뇽(Dom Pe′rignon)이 엘 불리 재단과 손잡고 3년 여정의 장기 프로젝트에 돌입한다고 발표하자 전 세계 수많은 미식가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미식의 힘을 빌려 돔 페리뇽이 지닌 개성의 정수를 파악하는 다채로운 실험을 전개하는 ‘돔 페리뇽 디코딩’ 프로젝트. 이 가슴 설레는 창조적 협업이 최근 한국에서도 펼쳐지고 있다. 풍부함을 넘어선 강렬한 ‘응집성’을 내세운 ‘돔 페리뇽 2005년 빈티지’와 뉴욕에서 한인 최초로 2년 연속 미슐랭 2 스타를 따낸 데 이어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 순위에서 톱 10에 선정된 임정식 셰프가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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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샴페인의 대명사 돔 페리뇽의 향과 풍미를 살리는 창의적 도전

미각적 측면에서 ‘샴페인 정찬(champagne dinner)’이라면 요리보다 샴페인이 ‘주’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샴페인부터 잘 이해해야 함은 물론이다. 특히 돔 페리뇽처럼 ‘빈티지’에 따라 개성이 달라지는 빈티지 샴페인의 경우, 그 본연의 매력을 한껏 발산할 수 있는 미식 경험을 위해서는 ‘창조’라는 말이 어울릴 만한 영감과 과정이 필요한 법이다. 그래서 임정식 셰프는 돔 페리뇽이 탄생한 프랑스 상파뉴 지역의 오빌레를 방문하기도 했다. “사실 처음에는 선입견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어떠한 설명도 듣지 않았어요. 그저 돔 페리뇽 빈티지 2005를 순수하게 음미하면서 궁합이 맞을 만한 식재료와 요리법을 떠올려봤죠. 그러한 발상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한 차례 시연회를 연 뒤, 나중에 프랑스로 날아갔어요.” 현지에서 온갖 빈티지를 음미하면서 빈티지 샴페인의 세계를 나름 ‘체득’한 임 셰프는 돔 페리뇽의 하우스 셰프, 와인메이커와 함께 테이스팅을 하면서 최종적으로 메뉴를 정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작품이 바로 여섯 가지 코스로 구성된 ‘This is a Dinner’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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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a Dinner 프로젝트, 창의성과 맛을 한데 버무린 미각의 향연

원래 엘 불리와의 협업으로 진행한 프로젝트의 이름은 ‘This is Not a Dinner’였다. 페란 아드리아는 한입에 쏙 들어가는 가볍지만 풍부하고 섬세한 ‘스낵의 퍼레이드’ 같은 메뉴로 유명한데, 지난 5월 도쿄에서도 돔 페리뇽만을 위한 럭셔리 스낵을 선보였다. 그중 땅콩을 닮은 땅콩 스낵, 파르메산 아이스크림, 꽃잎과 요거트를 올린 생강 카나페, 숙성 고기 등 일부 스낵의 레시피는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 임정식 셰프는 페란의 스낵 메뉴 한 가지(파르메산 아이스크림이 ‘낙점’됐다)를 골라 자신의 코스 서두를 맡도록 했고, 그가 돔 페리뇽 빈티지 2005를 위해 개발한 다섯 가지 요리와 합쳐지면서 ‘This is a Dinner’가 된 것이다(실제로 ‘dinner’라는 단어가 무색하지 않게 그의 코스 요리는 돔 페리뇽이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을 담고 있는 동시에 무겁지는 않지만 기분 좋은 포만감도 선사한다). “샴페인 정찬이라면 특정 샴페인이 품은 복잡다단한 향과 풍미를 요리를 통해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하지요. 저는 매 코스를 마친 다음 즐거운 얘깃거리를 떠올릴 수 있도록 각각에 ‘캐릭터’가 있는 풍미를 창출하고 싶었어요.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 스모키함, 지중해풍의 상큼함, 토스티, 스파이시 등으로 표현했고요.” 그러한 ‘캐릭터’를 담은 그의 코스 요리는 다음과 같다. 부드러운 크림 위에 올린 캐비아(smoky), 초리조를 넣은 소스를 곁들인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문어 요리(meditteranean), 고운 김 가루를 뿌린 참치 회덮밥(toasty), 매콤함이 살짝 느껴지는 소스를 가미한 옥돔 요리(spicy). 특히 샴페인과의 페어링에서는 잘 시도하지 않는 스파이시함에 도전한 옥돔 요리는 경탄을 자아낸다. 돔 페리뇽 빈티지 2005의 두드러진 개성이 ‘강렬함’인데, 약간의 매운맛을 샴페인이 씻어주고 잡아준다는 느낌이 들어 참신한 매칭이라는 호평을 받아낸 것이다. 물론 마지막에는 ‘달콤함’도 기다리고 있다. 셔벗에 견과류를 더한 디저트가 대미를 장식한다. 혹시 백문(百聞)이 불여일식(不如一食)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이 코스는 임 셰프가 운영하는 서울 청담동 정식당에서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겠다.



돔 페리뇽과 임정식 셰프의 만남 : This is a Dinner!
독창성을 고집하는 요리계의 아티스트 페란 아드리아와 한국이 자랑하는 임정식 셰프가 돔 페리뇽 빈티지 2005를 위해 만들어낸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는 프로젝트가 ‘This is a Dinner’다. 임 셰프가 운영하는 정식당에서 그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데, 샴페인의 향과 풍미를 북돋워줄 뿐 아니라 요리 그 자체로도 ‘즐거움’을 선사하는 정찬이다. 돔 페리뇽 세트 메뉴는 각각 11만원대(점심)와 13만원대(저녁)이며, 돔 페리뇽은 세트 메뉴 주문시 1병 33만원, 1잔은 6만원. 10월 20일까지.

문의 02-517-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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