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끈 달아오른 초여름의 열기를 식혀줄 시원한 현대미술의 향연을 기억하라. 지난해 새로 생긴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과 곤지암 화담숲의 모아뮤지움은 국내 대표 작가 김창열과 박선기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힐링하기에도 제격이다. 대구에서 시작해 이제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리안갤러리 서울과 우손갤러리의 도전적인 전시도 놓치지 마시라.
패션 피플에게는 루이 비통의 여정을 담은 전시가 흥미로울 듯하다.
DDP <픽사 애니메이션 30주년 특별전>
10년 전 뉴욕 MoMA에서 첫 번째 전시를 가진 픽사(PIXAR)가 창립 30주년을 맞아 서울에서 30번째 전시를 열었다. 픽사는 <토이 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등을 탄생시킨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작품에 영감을 준 모든 것을 관람객과 공유하고 싶어서 전시를 하기 시작했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애니메이션 원리를 3D 입체 형태로 구현한 ‘토이 스토리 조이트로프’와 작품 창조 과정을 설명하는 영상 ‘아트 스케이프’다.
전시 기간 8월 8일까지 문의 wwwseouldesig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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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불확정성의 원리>
지금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젊은 미술가 4인의 재미있는 전시. 레바논 출신 왈리드 라드는 카타르 등에서는 미술관 붐이 일지만, 한편으로는 전쟁이 지속되는 중동에서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탐구한다. 싱가포르 작가 호 추 니엔은 3개의 영상 작품을 선보이는데, ‘더 네임리스’는 배우 양조위의 영화들을 빌려 스파이 ‘라이 텍’을 서술한다. 팔레 드 도쿄에서 6월에 개인전을 하는 권하윤은 낭만적 가상현실(VR) 작품을, 재커리 폼왈트는 에드워드 마이브리지의 샌스란시스코 파노라마 사진과 자본주의 체제의 관계를 분석한다.
전시 기간 10월 9일까지 문의 www.mmc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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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갤러리 서울 <이건용>
현대미술의 개념은 나날이 복잡해지고 있지만, 이건용 작가는 예술은 ‘몸’으로 하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1960~70년대 아방가르드 미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가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하는 이유다. 그의 ‘캔버스 신체 드로잉’은 회화의 의미를 탐구하는 과정이기에, 다른 작가처럼 캔버스를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캔버스를 보지 않고 뒤와 옆에서 온몸으로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를 펼친다. 작가는 전시 오픈 전 10일 동안 갤러리에 머물며 퍼포먼스를 했고, 그 작품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고 있다.
전시 기간 7월 29일까지 문의 www.leeahngalle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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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오갤러리 천안 <논()-논다놀아>
컬렉터이자 사업가 김창일 회장이 미술가 씨킴(Ci Kim)으로서 여는 아홉 번째 개인전. 20여 년 이상 미술가로서 열정적 행보를 보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전시 제목으로 삼았다. ‘어리석을 논()’은 그의 우직한 작품 세계를 설명하기에 딱 어울리지 않은가! 사업가로서 건축물을 짓거나 재정비해왔기에 시멘트, 나무, 알루미늄, 철 같은 건축 재료가 자연스럽게 작품 소재가 되었다는 것이 재미있다. 씨킴은 이처럼 버려진 것에 생명을 불어넣는 순간이 작가로서 중요한 순간이며, 어린 시절 느꼈던 열등감과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전시 기간 10월 15일까지 문의 www.arariogalle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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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물처럼>
지난가을 저지리 문화예술인마을에 개관한 아름다운 미술관은 제주에 가면 꼭 방문해야 할 명소가 되었다. 김창열 소장품전 <물처럼>은 캔버스가 아닌 신문, 달력, 지도 등 사물을 배경으로 그린 작품으로 구성된 전시다. “물방울을 그리는 것은 모든 것을 물방울에 용해시키고, 투명하게 무(無)로 되돌려 보내기 위한 행위다.” 평생 물방울을 그리며 수행하고 명상하는 노장의 작품을 보며, 우리도 스스로 정화해보는 건 어떨까? 이 밖에 ‘물’에서 영감을 받은 세계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 기획전 <모든 것을 기억하는 물>도 주목할 만하다.
전시 기간 8월 27일까지 문의 kimtschang-yeul.jeju.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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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뜰리에 에르메스 <오 친구들이여, 친구는 없구나>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의 재개관을 맞이해 열리는 전시.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야기 ‘오 친구들이여, 친구는 없구나’를 제목으로 삼아, 우정의 이중성을 직시하고 가능과 불가능의 양립을 이야기한다. 에르메스와 1980년대생 젊은 미술가 6인이 서로의 과거, 현재, 미래를 겹겹이 협업해 담아냈다. 김민애, 김윤하, 김희천, 박길종, 백경호, 윤향로 작가가 10년 전 아뜰리에 에르메스가 제안한 ‘예술 그 자체보다 더 흥미로운 삶으로서의 예술’을 마주하고, 실험과 창작의 역동적 공간으로 존재하는 이곳에서 영감을 얻는 과정이 흥미롭다. |
우손갤러리 <크리스티안 러어/오푸스>
민들레 솜털과 담쟁이덩굴 씨앗이 미술 작품이 될 수 있을까? 독일 미술가 크리스티안 러어(Christiane Lo··hr)는 식물의 씨앗이나 줄기, 말의 꼬리털 등 자연에서 얻은 소재를 채집해 그것을 새로운 공간에 재구성함으로써 견고한 고전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입체 작품을 제작한다. 예술의 본질은 생물 본연의 아름다움 자체가 아니기에, 인간의 감성을 통해 소재의 본래적 구조와 기능을 세심히 관찰하고 작가의 감각으로 새로운 공간에서 재구성하며 현상과 감성의 유기적 관계를 성립시키는 구조를 탐구한다.
전시 기간 6월 17일까지 문의 www.woosongalle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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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 루이 비통> 1854년 루이 비통의 창립 초기부터 현재와 미래에 이르기까지, 1백60여 년을 이어온 메종의 여정을 조명하는 전시. 루이 비통의 폭넓은 브랜드 유산을 총 10가지 테마로 구성해 소개하는데, 브랜드를 대표하는 앤티크 트렁크를 시작으로, 파리 의상장식박물관 팔레 갈리에라 소장품과 컬렉션이 전시된다. 한국과 루이 비통의 관계를 강조한 ‘예술적 영감의 나라, 한국’ 섹션에는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나란히 참가한 인연에 주목하고자 프랑스 필하모니 드 파리 산하 음악박물관에서 당시 출품작인 한국 전통 악기를 지원받기도 했다. 문의 www.louisvuitton.com |
모아뮤지움 <빛을 걷다>
곤지암리조트 화담숲에 자리 잡은 모아뮤지움의 개관 두 번째 전시로 박선기 작가의 <빛을 걷다>가 열리고 있다. 박 작가는 아크릴 구슬, 거울, 탁구공, 앤티크 등을 사용한 4개의 거대한 설치 작품을 선보이며, 관람객을 환상의 세계로 초대한다. 초록색 형광 탁구공 4천5백 개가 공중에 매달려 있는 제1 전시실과 막대 모양의 거울 파편이 흔들리며 반짝이는 제3 전시실이 하이라이트다. 박 작가는 무수한 거울 틈 사이로 보이는 나와 공간, 현실과 가상, 실제와 착시에 주목하며, ‘빛’은 여전히 큰 탐구 과제로 남아 있다고 설명한다.
전시 기간 7월 9일까지 문의 www.moamuseu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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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안녕 安寧 Farewell> 박찬경 작가가 우리나라에서 5년 만에 갖는 개인전. 전시 제목 ‘안녕 安寧 Farewell’은 ‘안부의 물음’과 ‘작별을 고하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대표 작품은 세월호 사건을 비롯해 격변의 한국 근현대사를 환기하며, 무명의 희생자를 애도하는 3채널 비디오-오디오 작업 ‘시민의 숲’과 한국 제도권 미술의 자생적 미술사 서술의 한계를 다루는 ‘작은 미술사’ 등이다. 작가가 여전히 위로받지 못하고 떠돌아 다니는 영혼을 위한 애도의 장을 마련한 셈이다. 문의 www.kukje.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