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e to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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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1, 2020

에디터 이혜미(파리 현지 취재)

2020년 1월, 파리를 향한 딥티크의 오마주를 담은 특별한 향 ‘오 카피탈 오 드 퍼퓸(Eau Capitale Eau De Parfum)’이 출시된다. 60년 만에 소개하는 ‘파리의 향기’를 고안하기까지, 그 배경이 된 도시의 예술, 문화유산과 딥티크 본사에서 발견한 놀라운 보물을 직접 확인하고자 <스타일 조선일보>가 파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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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파리 생제르맹 34번가에서 3인의 아티스트, 화가 데스몬드 녹스 리트(Desmond Knox-Leet), 무대 디자이너 이브 쿠에랑(Yves Coueslant), 건축가 크리스티안 고트로(Christiane Gautrot)가 설립한 니치 퍼퓸 브랜드 딥티크. 초기에 향초, 인테리어 소품 등의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파는 작은 부티크 ‘시크 바자’로 시작한 이들은 1968년 브랜드 최초의 향수 ‘로(L’eau)’를 시작으로 플로럴, 우디, 푸제르 등 다양한 계열에 걸친 후각 컬렉션을 구축해왔다. 여타 브랜드에서 찾을 수 없는 차별화된 향기와 예술적 감수성으로 프랑스 감성을 향으로 전해온 이들에게는 그간 발견하지 못한 비밀이 하나 있다. 바로 브랜드 론칭 60년이 지난 시점에서 딥티크의 발원지이자 정체성의 근원인 ‘파리’에 관련된 향기를 출시한 적이 없다는 사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이자 낭만의 상징이며, 문화 예술의 황금기를 보낸 흔적이 지금도 도시 곳곳에서 살아 숨 쉬고, 끝없는 창의성이 영감으로 재생되는 이곳에 대해 단 한번도 이야기하지 않았다니. 소재가 매우 방대하기 때문일까, 혹은 이곳이 품은 다채로운 매력을 표현할 완벽한 향을 찾지 못했기 때문일까. 다양한 궁금증을 품고 있던 차, 드디어 딥티크에서 파리를 향한 애정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향수, ‘오 카피탈 오 드 퍼퓸(Eau Capitale Eau De Parfum)’을 선보인다는 반가운 소식에 출시를 3개월여 앞둔 지난 10월, 파리로 향했다.
신제품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었던 곳은 다름 아닌 파리 오페라 애비뉴에 위치한 딥티크 본사였다. 파리의 중심지인 오페라 지구 대로변에 위치한 오피스는 드높은 천장, 커다란 유리창, 건물 외벽을 두른 긴 발코니, 대리석 벽난로, 고풍스러운 패턴의 마룻바닥 등 19세기 파리 건축물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전형적인 오스만 스타일 빌딩의 특성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얼마 전 이곳으로 이사를 한 딥티크는 우연히 숨겨진 문 하나를 발견하는데, 바로 이곳에 살던 입주자이며 프랑스의 배우 겸 가수인 사라 베르나르(Sarah Bemhardt)가 사용하던 욕실로 통하는 문이었다. 그곳에서 발견한 것은 앵무새와 오색찬란한 공작새, 바다 풍경과 무성한 식물 그림이 뒤섞인 환상적인 프레스코 장식의 아르누보 스타일의 벽. 이 걸작품의 발견으로 딥티크는 운명과 같이 새로운 향수의 영감을 얻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후 창작 과정에서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의 시대, 그리고 브랜드 사이에 놀라울 만큼 많은 연결 고리를 찾게 된다. 당대 여성의 우아함을 상징하던 백조, 예술적 요소로 각광받은 공작새 모티브가 딥티크의 향수 속에 등장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 그리고 이 시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파리 특유의 세련미를 이룬 초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역사상 가장 유명한 향조 ‘시프레(cypre)’ 노트다.



1917년 현대 향수의 선구자로 불리는 프랑수아 코티(Franc¸ois Coty)가 지중해의 키프로스섬에서 느낀 감정을 표현한 향에서 유래, 이 섬을 지칭하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시프레 향조는 상큼한 과일 향의 시트러스 노트로 시작해 풍성한 플로럴 노트로 이어지며 그윽한 우디 향으로 마무리되는 다채로운 매력을 지녔다. 이를 응용한 향수를 개발한 것은 딥티크 내에서 이번이 최초. 컬렉션 개발 첫 단계부터 함께한 전설적인 조향사 올리비에 페쇼(Olivier Pescheux)는 딥티크 본사에서 이뤄진 소규모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특정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파리의 우아한 무드를 신비롭고 유니크하게 표현할 수 있는 향’을 개발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미들 노트에는 불가리안 로즈와 터키 로즈를 사용해 만개한 장미 화원에 서 있는 듯 짙은 향기를 느낄 수 있도록 했는데, 같은 장미과의 품종일지라도 에센스, 앱솔루트, 컨센트레이트, 총 세 가지 추출법을 통한 차별적 원료로 향의 가볍고 무거운 정도가 밸런스를 이루며, 보다 섬세하고 우아한 표현이 가능하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딥티크는 예상치 못한, 기분 좋은 놀라움을 선사하는 아주 특별하고 예외적인 재료(히든 노트)를 더해 보다 감도 높고 개성 있는 향을 개발하는 데 능한데, 이번 신제품에는 톡 쏘는 핑크베리가 그 역할을 담당했다. 마지막으로 우디한 향을 더하기 위해 나무나 이끼가 아닌 파촐리 하트를 사용한 점 또한 눈여겨볼 요소. 한편 ‘오 카피탈’의 감성을 시각적으로 전하는 역할을 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실내장식 디자이너 피에르 마리(Pierre Marie)는 딥티크, 파리, 시프레 향조라는 세 가지 주요 축을 중심으로 패키지 개발을 진행했다. 파리 시내 곳곳에 남아 있는 아르누보 양식의 건축물과 딥티크 아카이브에 남아 있는 초기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어 향수 보틀 전면에는 에펠 타워, 장미, 베르가모트, 파촐리 등의 상징적 요소를, 후면에는 아르누보를 상징하는 공작새와 장미, 파촐리 잎 등을 기하학적 구성으로 그려 넣었다. 현대적인 동시에 벨에포크 시대의 고전적이고 낭만적인 무드를 표현한 것이 ‘오 카피탈’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이처럼 파리의 가장 황홀한 면모를 섬세하고 정제된 언어로 재현한 컬렉션은 ‘오 카피탈 오 드 퍼퓸’과 더불어 어디에서나 휴대하기 간편한 ‘오 카피탈 솔리드 퍼퓸’(리미티드 에디션)으로도 출시하며, 센티드 캔들과 센티드 오벌(리미티드 에디션, 면세 한정 판매)까지 함께 선보여 공간 스타일링도 가능하다. 1~2월 한정으로 전개하는 리미티드 에디션 케이스는 화려한 장미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그 자체만으로도 장식성이 뛰어나 소장 가치가 높을 듯. 파리를 향한 진한 애정과 향수, 추억을 지닌 이라면, 혹은 아직 파리를 방문해보지 못한 이라면 이 그윽한 향으로 도시의 정서를 경험해보는 것이 어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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