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do Crafted Emo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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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07, 2023

글 장라윤(밀라노 현지 취재)

지난 4월, 밀라노에서는 포멜라토의 누도 컬렉션에 경의를 표하는 새로운 아트 프로젝트가 공개되었다. 밀라노 출신 아티스트인 알베르토 마리아 콜롬보와 포멜라토의 누도 컬렉션이 만나 완성된 영상. 그 안에는 다양한 개성을 표현하는 여성의 본질에 대한 존중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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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멜라토의 시작
1967년 밀라노의 금세공사 집안에서 시작된 포멜라토는 여성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자 하는 사회적 흐름에 맞춰 탄생했다. 금고에 보관해놓고 특별한 날에만 착용하는 것이 아니라 데일리로 착용할 수 있는, 패션으로서 프레셔스 이지 투 웨어 주얼리를 제안하고자 한 것. 미니멀, 하이 퀄리티, 그리고 핸드 크래프트로 정의되는 이탤리언 애티튜드를 담은 주얼리로 사랑받기 시작해, 1990년대에는 유니크한 디자인과 밝고 뚜렷한 컬러를 담은 젬스톤 주얼리로 또 한번 주목받았다. 그룹 CEO 사비나 벨리(Sabina Belli)는 “주얼리가 권력의 상징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당시의 파워를 지닌 젬스톤들로 현대 여성들과 소통하고 있죠. 이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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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사 포멜라토
밀라노 시내에서 남쪽에 위치한 네라 37번지(Via Neera 37)에는 포멜라토 본사가 자리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들리는 물소리는 배경음악처럼 깔리며 시원하고 달콤한 공간을 기대하게 만든다. 잔잔하게 흐르는 물과 조화를 이루는 뱀부 가든을 지나 계단을 올라가면 포멜라토의 세계가 펼쳐지는데, 이곳은 메종의 모든 비하인드 신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크고 작은 방으로 이루어진 오피스를 지나면 장인들의 작업실이 나온다. 경력 35년 장인부터 갓 졸업한 새내기까지 1백 명 이상의 장인들은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부터 피니싱까지 모두 이곳에서 작업한다(에디터가 방문한 시점에는 곧 있을 칸 국제영화제를 위한 포멜라토의 하이 주얼리 피스들이 마지막 손질을 기다리고 있었다). 포멜라토 본사가 자리하기 전 이곳은 달콤한 초콜릿 공장이었다고. 2013년 케어링 그룹으로 흡수되고, 커진 몸집만큼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으며 내부 인력이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 이곳에는 매뉴팩처만 남고 세일즈,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쇼룸 등은 밀라노 시내로 옮길 예정이다.

각기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유색 젬스톤의 힘  

포멜라토의 여러 컬렉션 중 보자마자 자연스러운 아름다움과 밝은 에너지를 발산하는 누도 컬렉션은 생생한 컬러 젬스톤이 매력적이다. 특히 스톤을 받치는 프롱이 보이지 않도록 디자인해 모던하고 심플한 멋이 느껴지며, 여러 개를 레이어드하면 마치 사탕 다발처럼 보여 행복감을 선사한다.
지난 4월 3일 밀라노에서는 누도 컬렉션의 세계를 창의적으로 표현한 아트 프로젝트가 공개되었다. 밀라노 출신의 컨템퍼러리 아티스트 알베르토 마리아 콜롬보(Alberto Maria Colombo)가 누도 컬렉션을 해석해 영상으로 표현한 이 프로젝트는 젬스톤을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여러 감정과 밀라노의 크래프트맨십, 예술, AI, 그리고 정교한 주얼리가 만나 완성되었다. 포멜라토의 젬 마스터 스테파노 코르테시(Stefano Cortecci)는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젬스톤을 찾는 데 인생을 바쳤으며, 젬스톤이 얼마나 다채로운 분위기를 연출해주는지를 열정적으로 알려왔다. 누도는 진부함을 깬 대담하고 차별화된 컬렉션이며,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누도와 누도의 컬러가 불러일으키는 감정을 포착했다. 알베르토 마리아 콜롬보가 자신의 예술적 시각을 통해 혁신적인 방식으로 각 젬스톤의 본질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목격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라고 밝혔다.
콜롬보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10개의 누도 젬스톤을 선택했고, 각각의 젬스톤에서 느낀 감정을 몰입감 있게 ‘움직이는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가 선택한 젬스톤과 감정은 로즈 쿼츠와 공감, 프레지오라이트와 집중, 애미시스트와 야망, 가닛과 강렬함, 레몬 쿼츠와 희열, 화이트 토파즈와 감사 등이다. 현실과 상상의 세계가 융합되어 마법 같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데, 누도 젬스톤이 지닌 생생한 본질을 드러내준다. 이 영상은 1930년대 밀라노 시내에 위치해 도시를 상징하는 아방가르드한 매력을 발산한 것으로 유명한 빌라 네키(Villa Necchi)에서 촬영했다. 작품 속 모델은 젬스톤을 세팅한 누도 주얼리를 착용하고 빌라 네키 주위를 거닐며 컬러로 가득한 다채로운 시각적 여정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한다. 빌라 네키에서 영상을 촬영한 다음 이를 AI로 가공하고, 인상주의 색채 코드와 미학을 동원해 상상의 세계에서 피어난,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여성들의 초상화를 그려냈다. 인상주의는 순수한 색채의 느낌을 얻기 위해 아카데미즘 회화의 규칙을 깬 미술 사조이기에, 통념을 깨는 누도 컬렉션의 성격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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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with_ Alberto Maria Colombo(컨템퍼러리 아티스트)

전통적인 주얼리의 통념을 거부해온 포멜라토의 DNA와 아티스트의 독특한 작업 방식이 만나 이루어진 아트 프로젝트. <스타일 조선일보>가 알베르토 마리아 콜롬보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Stylechosun(이하 SC) 작품의 주제는 무엇인가?

이번 작품은 포멜라토가 그리는 여성의 자아와 그녀가 사랑한 누도 주얼리에 대한 이야기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여성은 흥미진진하고 복잡한 사회에서 스스로에게 충실하며, 과거 어느 때보다도 자신이 강하다고 느낀다. 또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 자신의 개성과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하다. 타협, 선입견, 비판은 들어설 자리가 없으며, 꿈을 품고 거기 몰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번 작품은 자신의 감정을 오롯이 받아들이라는 선언과도 같다.

SC 누도 컬렉션의 어떤 점에서 영감받아 이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누도’라는 이름에서 시작해 ‘프롱이 없는’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이 컬렉션의 모든 면이 자신의 개성과 진정성, 다채로운 색채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모든 여성의 본질을 함축적으로 포함하고 있다는 데서 큰 영감을 받았다. AI 같은 새로운 첨단 기술을 예술 도구로 활용해 독창적인 컨템퍼러리 예술 작품을 만들려는 의도로 접근했다.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크리에이티브 방향은 각 젬스톤이 대변하는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비주얼을 창조한다는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SC 영상을 통해 포멜라토의 고객들, 그리고 당신의 작업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예술가는 자신의 비전과 미학을 확장하기 위해 기술의 진화를 끊임없이 파악해야 하며, 이를 작업에 반영해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나의 목표다. AI처럼 가장 초기 단계에 있는 정제되지 않은 기술도 충분한 경험과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잘 활용하면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SC 당신은 이 프로젝트를 밀라노의 크래프트맨십, 정교한 주얼리, 그리고 예술과 AI의 만남이라 정의했다. 최근 한국에서는 ‘대화형 AI 챗봇’이 등장해 구글로 대표되는 검색 시장을 위협하면서 AI의 능력과 역할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예술에서 AI의 접목은 어쩌면 또 다른 의미이고 도전일 듯한데, 당신에게는 어떠한가?

나에게 AI는 예술가, 기술자, 작가 등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각자에게 달렸다. AI가 자신의 일을 대체하도록 내버려둔다면 결국 인간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질 것이다. AI라는 도구가 선사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소수의 지적인 전문가들에게 달렸다. 철저하게 연구하고 고민해서 잘 활용한다면 AI가 사람을 대체할 수 없을 것이고, 오히려 AI가 일상 업무에 적용되면서 직업의 가능성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SC 개인적으로 이탈리아의 아이덴티티는 컬러라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에 인상주의의 색채 코드와 미학적 접근 방식을 녹였다고 했는데, 많은 예술 사조 중 인상주의를 선택한 이유, 그리고 어떻게 밀라노와 포멜라토와의 접점을 찾아 인상주의 색채로 표현했는지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인상주의는 현실을 단순히 고전적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하는 대신 추상적인 컬러와 형태를 사용해 지극히 개인적인 세계관으로 감정을 표현한 최초의 미술 사조다. 그래서 포멜라토 팀과 함께 클로드 모네 같은 아티스트들의 작품에서 얻은 영감을 작업의 시작점으로 삼아 컬러와 형태를 매개체로 특정한 감정을 표현하며 현실을 재해석했다. 모든 누도 젬스톤은 온전한 세계와 컬러를 품고 있기에 나는 AI의 힘을 빌려 이를 드러내고 이야기로 풀어내며 젬스톤 각각에 목소리를 부여했다.

SC 빌라 네키에서 실제 모델 촬영 후 AI로 가공하고 색채를 입히는 후반 작업을 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렸나?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는지? 

영상 촬영부터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한 달 정도 걸렸다. 첫 단계에서는 인상주의 회화 스타일을 AI에 학습시킨 다음 우리가 원하는 형태와 컬러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주고 AI가 영상의 각 프레임을 그림으로 렌더링하게 했다. 그 결과 현실이 추상으로 바뀌는 움직이는 그림이 탄생했다.

SC 평소 작품의 영감은 어디서 얻는가? 지금 준비하는 또 다른 프로젝트가 있다면 어떤 시도를 하고 있는지? 
일의 특성상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나머지 시간에는 최대한 자연과 가깝게 지내며 일상의 균형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강아지와 숲을 산책하거나 알프스산맥으로 빡빡한 일정의 짧은 여행을 떠난다. 자연은 단지 도피 장소가 아니라 영감의 원천이다. 모든 작업에서 기술과 자연 간의 균형을 찾고자 하며, 이에 따라 AI를 사용해 우리 주위의 자연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기술은 도구일 뿐 결코 작품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 모든 형태의 자연에 작업의 초점을 맞추고, 신기술을 활용해야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미학을 통해 자연을 표현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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