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Masterpie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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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7, 2014

에디터 배미진(함부르크&피렌체 현지 취재)

함부르크에서 경험한 유려한 펜의 움직임과 피렌체의 장인 정신이 살아 숨 쉬는 가죽 공방의 섬세한 공정은 명품에 대해, 그들의 열정에 대해, 그리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포기하지 않고 그 길을 꼿꼿하게 걸어온 몽블랑의 정도(正道)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명품 브랜드에 역사가 왜 중요한지, 최상의 퀄리티를 위해 한시도 쉬지 않고 노력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었던, 몽블랑과의 특별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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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을 대변하는 몽블랑
몽블랑은 명품이면서도 대중적인 레이블이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이들을 위한 선물로 한 번쯤 몽블랑의 가죽 제품을 떠올리고, 승진이나 퇴임과 같은 중요한 순간을 기리기 위한 가장 멋진 기념품으로 통용되는 것 역시 몽블랑의 만년필이다. 몽블랑의 엠블럼인 화이트 스타는 만년설로 덮인 알프스 몽블랑 산의 봉우리 6개를 상징한다. 이 작고 하얀 별처럼 보이는 몽블랑의 작은 표식이 새겨진 제품이라면 품격을 갖춘 퀄리티 높은 제품일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가장 가치 있는 선물로 몽블랑을 꼽는다. 몽블랑이 지적인 이미지의 브랜드라는 것 역시 대중의 호감을 사는 데 큰 부분을 차지한다.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를 집필할 때 사용했던 펜이 몽블랑이라는 것, 몽블랑을 대표하는 시그너처 마이스터튁 149 만년필이 1990년 10월 3일, 서독의 헬무트 콜 총리와 동독의 로타르 데 메지에르 총리가 통일 조약에 서명할 때 사용하며 역사의 순간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어떤 브랜드와도 비교할 수 없는 몽블랑만의 자부심이다. 지난 7월 몽블랑의 이 모든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는 여행을 떠났다. 함부르크에 위치한 몽블랑의 펜 공장에서 시작해 피렌체 가죽 공방까지 이어지는 긴 여정 끝에 남은 것은 독일의 실용주의에서 시작해 이탈리아의 장인 정신까지 품고 있는 브랜드의 깊은 역사와 진취적인 정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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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촉은 펜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얼굴이다
이번 여정의 첫 번째 관문은 함부르크의 펜 공방. 시계, 신발, 주얼리 공방 등 다양한 공방에 가보았지만 펜 공방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정교한 펜을 오래도록 만들어온 브랜드는 드물기 때문이리라. 몽블랑 펜 공방의 모습은 마치 단정하고 유기적인 디자인 스쿨 같다. 건물 곳곳에는 몽블랑이 후원하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이 배치되어 있고 동선은 간결하다. 몽블랑의 펜 공방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은 품질에 대한 엄청난 집착이었다. 브랜드 초창기부터 단순히 아름다운 펜이 아닌, 잉크가 흐르지 않는 펜을 콘셉트로 광고를 할 정도로 기술력에 자부심과 노력을 투영한다. 펜의 핵심인 펜촉을 만드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볼 수 있었는데, 몽블랑의 펜촉 문양은 에디션에 따라 각기 다른 고유한 디자인을 적용한다. 몽블랑의 시그너처 펜인 마이스터튁 펜촉의 경우 몽블랑 산의 높이를 나타내는 ‘4810’이 각인되어 있고, 장인들이 모두 수공으로 만들며 하나의 펜이 완성되기까지 6주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후 펜촉 끝 부분에 이리듐을 용접해 골드로 이뤄진 펜촉의 끝이 무뎌지지 않도록 하며 펜촉 가장자리를 연마하는 작업을 더한다. 그리고 거대한 돋보기를 이용해 보기 힘들 정도로 아주 작은 흠집까지 찾아내는 면밀한 검사를 반드시 거치게 된다. 그 섬세함과 정확함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결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에 완벽을 기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소재와 공정은 철저히 관리되고 단 하나의 펜촉에도 소홀함이 없다. 심지어 리미티드 에디션은 정해진 수량을 생산한 후 더 이상 생산할 수 없도록 파기한다. 독일인의 꼼꼼함이 그대로 발휘되는 순간이다. 닙 테스트 전문가들이 직접 수작업으로 만년필 펜촉의 필기 테스트를 하는데, 이 과정도 마치 예술적인 작업처럼 느껴진다. 쉬지 않고 끊임없이 유려한 라인을 이어가는 전문가들의 손길에서 펜이 진정한 예술품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속적으로 8자를 그리며 선을 이어가는 과정을 통해 어떠한 스타일로 필기를 하더라도 완벽할 정도의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는지, 어떤 각도에서든 잘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단계다. 눈으로 면밀하게 관찰할 뿐만 아니라 손으로 느끼고, 잉크가 나오면서 종이에 스며드는 아주 작은 소리에까지 주의를 기울인다. 이 테스트를 무작위로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만년필을 전부 테스트한다는 것이 가장 놀라운 점이다. 몽블랑의 펜촉은 1백 단계 이상의 공정을 거쳐 완성되며 이 모든 작업에는 단순히 숙련된 경험뿐 아니라 정교함과 완벽을 추구하는 강한 열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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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의 장인 정신이 살아 있는 몽블랑 익스트림 레더

독일 함부르크에서 펜 공방 투어를 마치고 이탈리아 피렌체까지 긴 구간을 이동한 것은 몽블랑의 새로운 가죽 라인 론칭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독일에서 시작한 브랜드지만, 가죽 제품은 이탈리아의 장인 정신과 가치를 이어받아 피렌체의 공방에서 만들고 있다. 이곳에서 개발한 ‘익스트림(Extream)’이라는 새로운 가죽 라인을 공개하기 위해 선택한 장소는 피렌체에서 가장 유서 깊은 장소인 베키오 궁전(Palazzo Vecchio). 이 궁전에서 이러한 행사가 열린 적이 거의 없는 만큼 몽블랑 측은 피렌체의 위대한 유산에 대한 경의를 표하며 행사를 시작했다. 성문이 열리자 베키오 궁전을 가로지르는 말 한 마리가 등장했다. 놀라운 것은 말을 탄 기수가 붉은 머리를 포니테일로 땋은 여성이라는 사실. 말은 드라마틱한 배경음악에 맞춰 리듬감 있게 발굽을 움직였다. 이 놀라운 퍼포먼스는 아무리 여러 번 반복해도 지치지도, 질리지도 않았다. 몽블랑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초청된 할리우드의 스타 휴 잭맨(Hugh Jackman)도 이 장면을 놓치지 않으려고 연신 자신의 휴대폰 셔터를 눌러댔다. 끊임없이 이어진 이 퍼포먼스는 음악과 공간과 어우러져 더 큰 드라마를 만들어냈고,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었다. 몽블랑의 레더 컬렉션, ‘익스트림’의 의미는 이 퍼포먼스 자체라고 이야기해도 될 만큼 열정적인 순간이 이어졌다.
몽블랑의 익스트림 컬렉션은 얼핏 보면 가죽이 아닌 단단한 알루미늄이나 철 소재처럼 보인다. 몽블랑의 혁신을 향한 지속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이번 익스트림 컬렉션은 1926년 독일에서 시작된 몽블랑 가죽 공방의 역사와 이탈리아 피렌체 펠레테리아 공방의 새로운 기술을 결합해 완성했다. 가죽의 성능과 지속성을 위해 소재의 혁신을 꾀한 것. 물과 열, 그리고 마찰에 강한 소재를 만들기 위해 수년간 노력을 거듭했고, 남자들의 다이아몬드라 불리는 카본 소재의 느낌을 더했다. 특수 소재처럼 느껴지는 이 멋진 가죽은 몽블랑 가죽 공방 장인들의 오랜 노력과 몽블랑의 파격적인 테크놀로지가 탄생시킨 놀라운 결과물이다. 검은색 송아지가죽으로 짠 듯한 패턴이 선사하는 반짝이는 느낌은 양극산화(anodized)된 알루미늄 때문인데, 그 느낌을 극대화해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가죽을 만들었다. 이러한 가죽을 만든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지속성’을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로 삼는 몽블랑은 수천 번의 테스트를 거쳐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 수명이 길고 끝까지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제품, 이것이 몽블랑이 생각하는 진정한 ‘익스트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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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살아 있는 바우하우스, 몽블랑

함부르크의 펜 공방과 피렌체의 펠레테리아 가죽 공방, 그리고 몽블랑의 역사를 되짚어본 이 여정을 통해 발견한 것은 바우하우스(Bauhaus, 독일어로 집을 짓는다는 의미)의 정신과 꼭 닮은 몽블랑의 정신이었다. 실용성과 예술성을 모두 갖춘 몽블랑은 1924년 탄생한 이후, 1919년 독일 바이마르에서 설립된 조형 학교인 바우하우스의 디자인 사조가 널리 퍼진 시기와 정확히 같은 때를 보냈다. 독일 모던 디자인의 대표 격인 바우하우스의 정신을 몽블랑의 제품에 그대로 담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프랑스의 수많은 명품 브랜드가 ‘예술성’을 완성하기 위해 ‘실용성’을 경시한다면, 독일 실용주의의 선구자인 바우하우스는 실용성과 예술성의 완성도를 동일한 가치로 평가한다. 실용성을 생각하지 않은, 겉보기에만 화려한 제품을 만드는 명품 브랜드가 많은 현실에서 몽블랑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실용주의를 기반으로 예술을 완성하는 대학의 형태로 존재한 바우하우스는 긴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그 실체가 사라졌지만, 똑같은 기조를 추구하며 펜을 만들어 상업 활동을 펼친 몽블랑은 긴 역사를 만들어냈다. 이는 좋은 물건을 만들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브랜드의 힘 때문일 것이다. 만일 21세기에 바우하우스의 정신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을 찾으라면 그 기반을 그대로 이어받았다고 알려진 시카고의 미술 대학도, 독일의 예술 학교도 아닌 몽블랑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몽블랑이 세계적으로 성공하고 명품 브랜드이면서도 대중성을 갖춘 이유는 명백하다. 1920년대부터 지금까지 초기의 뛰어난 가치를 지켜온 노력과 인내, 장인 정신이 있었기에 이 위대한 유산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이다. 몽블랑의 장인 정신은 펜을 타고 흐르고, 가죽으로 이어졌다. 앞으로 시계 분야에서도 두각을 드러낼 것이 분명한 몽블랑의 남다른 품질과 실용성으로 완성한 예술적 고집은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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