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wers from Anoth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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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9, 2017

글 남지현(객원 에디터)

실제 세계엔 존재하지 않는 푸른색 양귀비가 페르시안 램 코트의 소매 위에서 밍크로 피어났다. 칼 라거펠트가 자신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현실적인 정원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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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세계를 이끌어내는 창조 정신
펜디의 세 번째 오트 푸뤼르(Haute Fourrure) 쇼인 2017년 F/W 오트 푸뤼르가 파리 샹젤리제 극장에서 아름답게 꽃을 피웠다. 말 그대로 ‘다른 세계에서 온 꽃(Flowers from Another World)’ 이란 테마 아래, 독보적인 기술을 사용해 모피로 표현한 신비로운 꽃을 무대 위에 올린 것. 아름다움으로 빚은 푸르른 정원엔 이국적인 꽃이 뿜어내는 생명력이 흘러넘쳤고, 펜디는 창조 정신으로 자연을 예찬했다. 이 모든 것들은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펜디의 창의력과 장인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고의 실력을 갖춘 장인들은 22가지 색의 밍크를 손으로 잘라 1만여 장의 조각을 만든 뒤, 이 조각을 실크 오간자에 하나씩 정성스레 손바느질해 모자이크를 이룬 코쿤 드레스를 만들었다. 무엇보다 모피 역사상 최초로 세이블을 탈색한 뒤 주황, 빨강 등 13가지 다채로운 색조로 탈바꿈시켰다는 것이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이다. 밍크의 털을 깎고 실처럼 잘라 금속 느낌이 나는 오간자와 자카드 위에 꽃무늬로 수를 놓기도 했다. 이는 바느질에만 2백 시간이 걸리는 치밀한 작업. 가죽과 밍크를 함께 사용해 부드러운 레이스를 만들었는데, 이는 펜디만이 갖춘 기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인들은 무려 5백 시간 동안 깎은 밍크에 인상주의풍 그림을 그렸고, 밍크와 오간자 깃털로 만든 입체적인 아플리케를 장식했다. 그렇게 펜디와 파리의 오트 쿠튀르 공방 르마리에의 압도적인 기술력이 조화를 이루어 코트와 미니드레스 위에 작약, 붓꽃, 양귀비 등 2천5백 송이의 꽃을 피워냈다. 오트 푸뤼르 쇼에서도 펜디의 장기인 액세서리가 힘을 발휘했다. 액세서리를 담당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실비아 벤추리니 펜디는 실제 꽃에서 영감을 받아 ‘아네모네’, ‘포피’, ‘아이리스’ 라 이름 지은 화분 클러치를 선보였다. 가죽으로 만든 꽃잎, 모피와 가죽을 꼬아 만든 수술은 아름답기 그지없었고, 손에 들면 마치 부케를 들고 있는 듯 보였다.
올해도 펜디는 오트 푸뤼르 컬렉션을 통해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감각, 그리고 그것을 현실화하는 최첨단 기술을 마음껏 펼쳐냈다. 진정 다른 세계에서 피어난 듯 아름다운 꽃들은 패션이 절실하게 갈구하는 창조의 신비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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