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loration of a neW terri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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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05, 2018

에디터 이지연

루이 비통 메종에서 남성을 위한 향수를 선보인다. 메종의 수석 조향사 자크 카발리에 벨투뤼(Jacques Cavallier Belletrud)가 천연 원재료를 찾아 전 세계 곳곳을
탐험한 끝에 완성한, 남성을 위한 다섯 종류의 오 드 퍼퓸. 그가 찾아 떠난 향기의 여정에 <스타일 조선일보>가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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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료] 루이 비통 남성 향수 - 오라쥬(OR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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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료] 루이 비통 남성 향수 - 쉬르 라 루트(SUR LA RO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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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료] 루이 비통 남성 향수 - 오 아자르(AU HAS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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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을 위한 루이 비통 배니티 케이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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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아르 데코 예술가들과 협업해 디자인한 루이 비통 트렁크에 들어간 향수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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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영역으로의 탐험, 루이 비통 남성 향수 컬렉션
모든 빛을 막아 시각이 차단된 깜깜한 방 안, 온전히 향기를 위한 이 공간에서 마치 무대 위에서 연극이 펼쳐지듯, 하나둘 조명이 켜지며 공개된 향기의 다양한 얼굴. 세계 각국에서 온 프레스들이 관객이 되어 루이 비통의 첫 남성 향수 컬렉션을 마주한 이곳은 어디일까? 바로 남프랑스 프로방스(Provence)의 그라스(Grasse)에 자리한, 루이 비통 메종의 유일무이한 조향사 자크 카발리에 벨투뤼(Jacques Cavallier Belletrud)의 아틀리에다. 루이 비통은 지난 2016년 여성 향수 컬렉션을 론칭하며, 그동안 전례가 없는 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메종 하우스의 역사에 깊이 뿌리내린 후각 여정의 서곡을 알렸다. 이 기사를 읽고 있는 당신이라면, 루이 비통과 같은 빅 패션 하우스에서 그동안 향수를 선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 의아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에디터 역시 당연히 출시했을 것이라 착각했으니까. 사실 루이 비통의 역사에 향수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루이 비통이 첫 향수를 만든 건 1927년으로, ‘부재의 시간(Heures d’Absence)’을 필두로 이듬해 ‘나, 너, 그(Je, Tu, Il)’와 ‘추억(Rminiscences)’을, 1946년에는 ‘여행의 향수(Eau de Voyage)’를  마지막으로 향수를 판매하지 않았다. 루이 비통은 그로부터 70년 만에 다시 향수를 론칭했고, 그 중심에는 자크 카발리에 벨투뤼가 있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조향사로 활약해오고 있는 자크 카발리에 벨트뤼가 2012년 메종의 수석 조향사로 발탁된 지 4년 만에 7개의 여성 향수 컬렉션을 선보이며 역사에 감춰져온 메종의 향기를 되살려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뒤, 루이 비통은 또다시 미지의 영역에 발을 내디뎠다. 마지막 향수 이후 70여 년만에 최초로 남성을 위한 다섯 가지 향기를 창조해낸 것. 자크는 이 현장을 공개하기 앞서 전 세계 소수 프레스만을 그만의 공방으로 초대했다. 수천 번의 실험을 통해 탄생하는 향이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그의 공방은 이 모든 것이 창조되는, 독창적인 원재료 팔레트가 펼쳐진 곳이었다. 영화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배경지이기도 한 그라스는 전 세계 향수 원료의 70%를 생산하는 향수의 성지라 불린다. 차 한 대가 겨우 들어갈 만큼 길이 좁은 이 작은 마을에 루이 비통이라는 거대 럭셔리 하우스의 향수 공방이 존재한다니, 과연 그 모습은 어떨지 궁금했다. 굽이굽이 골목길을 지나니, 위용 있게 뻗은 나무들 사이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고풍스러운 철제 문이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그리고 이곳을 통과하니 루이 비통의 상징적인 공방, 퐁텐느 파르퓌메(Fontaines Parfume´es)가 눈앞에 펼쳐졌다. 1년에도 열댓 번 향수의 주원료가 될 다채로운 꽃들이 지고 피는 밭을 지나 과거의 모습을 간직한 건물들 사이로 좀 더 들어가니, 이윽고 자크 카발리에 벨투뤼의 아틀리에가 위치한 바스티드 건물 앞에 차가 멈춰 섰다. 큰 문을 열고 들어가 루이 비통 향수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오브제가 즐비한 공간, 그 뒤로 커다란 창이 위치한 레스토랑을 지나 문을 통해 나가보니 공방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테라스가 있었다. 테라스에 서서 한참 감탄하며 사진을 찍고 있으니 등 뒤에서 “우리 집에 온 걸 환영해요!”라며 유쾌한 목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반가운 미소를 띤 자크의 모습이 보였다. 이 공방을 자신의 집이라 표현하며, 그의 모든 크리에이션이 담긴 곳을 소개하려는 찰나, 점심 식사를 위해 자리를 비우는 디올의 수석 조향사를 프레스들에게 소개하는 일 또한 잊지 않았다(현재 퐁텐느 파르퓌메는 루이 비통과 디올이 공유하고 있다). 첫 인사말이 오가는 이 짧은 시간에도 그만의 푸근하고 유쾌한 캐릭터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와 함께 그가 사용하는 사무실과 실험실의 모양새를 갖춘 향이 탄생하는 아틀리에까지 이곳저곳을 탐험한 뒤 점심 식사를 했다. 특별히 한국 프레스를 위해 자크 앞에 마련해준 점심 식사 시간에 우리는 신제품에 관한 고루한 대화가 아닌, 이곳에 와서 직접 느낀 점과 각자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경험한 특별한 기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한국 문화, 그리고 아시아 여성들이 현재 관심이 있어 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궁금해했는데, 이것은 단순한 인사말이나 친밀함을 드러내기 위한 쇼맨십이 아니란 사실을 후에 그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알 수 있었다. 인터뷰 중 영감의 원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는 “저는 사람들에 대해 호기심이 많아요.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도 세계 각국의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대화를 통해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죠. 다양한 국가의 음식과 문화를 접한 경험이 쌓여 나만의 영감의 원천이 되고, 필요할 때마다 머릿속에 쌓인 그 기억들을 꺼내보곤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실제로 그는 향수 재료를 찾아 떠나는 여정에서 원재료뿐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와 사람들의 생각, 감정 등 모든 걸 몸소 느끼고 온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가 이번 남성 향수를 위해 떠난 여정은 이번에 선보인 다섯 가지 향에 담아 표현했다고 전했다.
남성의 향으로 표현한 다섯 가지 여정
그와 대화하다 보니 이 향수들은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도구라기보다, 향수 그 자체가 하나의 주인공이라 표현하고 싶어졌다. 저마다 이미지와 감정, 언어를 지닌 하나의 캐릭터로 말이다. 그렇다면 그가 향기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남성의 이미지는 어떠한 모습일까. 자크는 루이 비통의 남성 향수 컬렉션을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우리를 안내했는데, 빛을 모두 차단한 깜깜한 방 안에서 그는 “여성이 좋아하는 남성용 향수를 만드는 게 우리의 첫 번째 목표입니다”라 말하며 ‘클린’과 ‘시크’를 콘셉트로 한 매력적인 다섯 가지 향을 소개했다. 그가 처음으로 소개한 향은 무한한 내면의 여정이라는 뜻을 담은 ‘리멍시테(L’immensite´)’ 향이었다. 이는 자크가 원재료를 찾아 떠난 여행 도중 마주친 풍광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산뜻한 동시에 스파이시한 날카로움을 지닌 강렬한 향이다. 첫 향은 이제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남성에게서 느껴지는 은은한 스킨 향을 떠올리게 하며, 자몽 특유의 쌉싸름함이 이어지고, 이산화탄소 추출 기법으로 정제한 생강의 톡 쏘는 향과 레몬 향, 베르바나 잎의 푸르름이 광대함을 뜻하는 리멍시테라는 이름처럼 급류의 힘찬 물결같이 어우러진다. 다음으로 소개한 향수는 ‘누보 몽드(Nouveau Monde)’ 로, 코코아의 달달한 향에 방글라데시 농가의 작은 농장에서 재배한 우드 아삼 향을 더해 완성했다. 자크는 향을 맡기 전, “이 향은 저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향이에요. 어릴 때 선물 받은 초콜릿 박스를 열었을 때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향이죠”라고 설명했는데, 그의 말대로 코코아 향과 가죽 향, 사프란의 진한 향이 공존해 익숙하면서도 이국적인 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다음은 한국 프레스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오라쥬(Orage)’로, 여행 중 만난 폭풍우의 위력을 표현한 향수다. 자크가 “남성 향수에 가장 핵심적인 파촐리를 사용한, 우리에게 굉장히 친숙한 향이에요”라고 설명한 이 향은 아이리스의 우아한 향에 파촐리 하트에서 향을 분리해 잎의 향취만 남도록 해서 조합했다. 위풍당당하게 대지의 기운을 전하는 톡 쏘는 파촐리 향이 폭풍우가 휩쓸기 전 반짝이는 번개를 연상시킨다. 네 번째 주인공은 길 위에서 스스로를 찾는 삶의 여정의 의미를 내포한 ‘쉬르 라 루트(Sur la Route)’. 여정 그 자체가 목적지만큼이나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자크는 운명을 마주하고자 할 때 느껴지는 특유의 설렘을 향으로 표현했다고. 그러면서 그는 특별히 이 향수에 어린아이의 애착 인형 같은 닉네임을 붙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가 애착 향수라 표현한 이 향수는 그가 늘 아끼는 최상급 칼라브리안 시트러스와 시더 향을 결합하고, 레몬 특유의 귀족적 향에서 테르펜(식물 정유에 들어 있는 유도체 중 하나)을 제거해 펄프와 열매에 밴 궁극의 청정함을 강조했다. 이렇게 탄생한 특별한 시더 향에 베르가모트, 초록 잎 향을 가미해 자연의 푸르름을 살렸으며, 여기에 가장 특별한 향수 원재료 중 하나인 페루산 발삼을 더해 기묘함과 중독성을 갖춘 향으로 완성했다. 마지막으로 만난 향수는 ‘오 아자르(Au Hasard)’로, 그는 이 향을 소개하기에 앞서 “아직 저에게도 미스터리한 향이에요”라고 코멘트했다. 스리랑카의 친환경 농장에서 재배하는 특별한 샌들우드 향을 베이스로 사용했다는 이 향수는 절벽 꼭대기에서 과감히 뛰어내리기 전 고르는 숨, 이성이 아닌 본능을 따르는 것 등 흥미롭고도 강렬한 느낌을 받을 때 몸의 전율을 극대화하는 감각을 오롯이 구현하기 위해 미지의 우주로 떠나는 여정을 상상해 만들어냈다. 크리미하고 밀키한 우디 향에 머스크 향, 노란 팬지꽃을 닮은 우아한 암브레트 씨앗 향이 샌들우드의 카리스마와 어우러진 오 아자르는 마음을 설레게 하는 향이며, 감각을 무장해제시키고 어깨에 기대 잠시 쉬어 가라 유혹하는 듯한 향이다. 앞서 말한 이 모든 향은 미니멀리즘의 거장으로 불리는 산업 디자이너 마크 뉴슨(Marc Newson)이 디자인한, 모든 장식적 요소를 배제한 간결한 투명 글라스로 만든 향수병에 담겨 각각의 개성을 표현하는 섬세한 빛을 발한다. 이처럼 남자라면 누구나 마음속 어딘가 간직하고 있을 자유를 향한 본능과 개척 정신을 자극하는 이 여정에 동참해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루이 비통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다섯 가지의 특별한 향을 통해 자신을 찾아 나서는 모험을 떠나보길.
문의 02-3432-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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