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in F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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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02, 2022

글 고성연

일상의 평범한 순간이든 특별한 기억이든 누구나 휴대폰으로 쉽게 이미지로 남길 수 있고, 간단한 도구를 활용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보정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진 예술’은 주목을 끈다. 그건 단지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 네모반듯한 프레임의 이미지를 얻는 수준이 아니라 대상을 대하는 사진가의 시선과 미학, 철학이 응집된 고도의 창조물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가을을 물들이고 있는 사진전 3선을 소개한다.
컬러 사진의 선구자 중 하나로 도시와 건축 풍경을 자신만의 회화적인 결로 담아낸 프랑코 폰타나전, 스스로 ‘무명’을 택한 채 평생을 사진과 함께하다가 사후 드러난 15만 장의 필름을 남긴 비비안 마이어전, 한국과 스위스의 젊은 사진가 그룹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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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코 폰타나: 컬러 인 라이프>_마이아트뮤지엄

지난봄 사진 애호가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던 뉴욕발 컬러 사진의 선구자 사울 레이터(Saul Leiter)가 있었다면 올가을에는 ‘폰타나다운(Fontanate)’이라는 수식어를 지닌 프랑코 폰타나(Franco Fontana)의 미학이 기다리고 있다. 1933년생으로 90대에 접어든 그는 ‘흑백’이 지배하던 20세기 중반 사진 미술의 생태계에서 컬러 사진의 미학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창출해낸 이탈리아의 사진 거장이다. 그저 자연이나 거리를 담은 풍경인데 마치 추상회화를 보는 듯한, 그래서 초현실적인 느낌마저 자아내는 그의 작업 세계는 우리네 삶의 풍경에서 색과 구도의 아름다움이 얼마나 매혹적일 수 있는지 새삼 깨닫게 한다. ‘사진은 현실을 기록하는 게 아니라 해석하는 것인데, 현실은 마치 대리석 덩어리 같아서 재떨이를 만들 수도, 미켈란젤로처럼 피에타를 창조해낼 수도 있다’고 설명하는 그에게 ‘컬러’는 곧 ‘현실’을 가리킨다. 흑백은 이미 예술적 변형을 거쳤지만 컬러는 현실의 거울이기에 예술적 힘을 부여하려면 표현의 정체성과 고유함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는 정체성과 해석을 위한 고민 어린 실천을 끝없이 해왔기에 자신에게 ‘기적’이 통했다고 믿는다. 한국 최초 회고전인 이번 전시에서는 그 같은 철학이 담긴 작품 1백22점과 더불어, 자신의 육신은 저물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인생을 생생하게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다고 해맑고도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폰타나의 영상도 챙겨 보면 좋을 듯하다.
전시명 <프랑코 폰타나(Franco Fontana): 컬러 인 라이프(Color in Life)>  전시 기간 2023년 3월 1일까지  홈페이지 www.myartmuse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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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비안 마이어(Vivian Maier)>_그라운드시소 성수

173cm의 큰 키에 마른 체형, 무표정한 얼굴로 롤라이플렉스 카메라를 목에 걸고 있는 여성. 자신의 전형적인 자화상만이 아니라 80년 넘는 삶의 여정을 함께한 거리 풍경과 사람들을 담아낸 15만 장의 필름을 남긴 비비안 마이어(Vivian Maier)라는 인물은 사후에 ‘신화’가 된 인물이다. 그토록 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생전에 다른 이들에게 결코 보여주지 않았던 그녀의 직업은 보모, 가정부, 간병인. 미국 뉴욕에서 오스트리아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미국으로 돌아와 평생을 독신으로 지냈는데, 무뚝뚝하고 내향적이었지만 사실은 인간사에 호기심이 많았는지 틈틈이 ‘세상’을 기록하는 사진을 찍는 일상으로 채워진 삶을 살았다. 비비안 마이어는 2009년에 세상을 떠났는데, 우연히 시카고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던 영화감독이 그녀의 필름을 경매로 사들였고, 독특하고 신비한 그녀의 인생 여정을 추적해 결국 오늘날 전 세계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유명 사진가 마이어의 존재가 알려지게 된다. 로버트 프랭크, 다이앤 아버스 같은 쟁쟁한 사진작가와 견주어지기도 하고 다분히 극적인 스토리텔링에 기댄 신드롬이라고 폄하되는 등 그녀에 대한 평은 엇갈린다. 또 어릴 적 불우한 기억을 지닌 탓인지 주변인과는 거리를 유지했고 차갑거나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얘기도 전해지지만, 적어도 비비안이 보모로 오래 일했던 인연으로 말년에 그녀를 돌봐준 겐스버그 집안 사람들은 ‘자유롭고 친절한 영혼’으로 기억한다. 구멍 사이로 보이는 개구쟁이 소년의 한쪽 눈, 눈물 가득한 소녀의 얼굴, 거리를 지나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뒷모습을 담은 이미지를 보노라면 사진에 대한 ‘열정’과 인간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이번 서울 전시에는 2백70점 이상의 사진과 함께 작가 육성이 담긴 오디오, 소장품 등을 소개하고 있다.
전시명 <비비안 마이어(Vivian Maier)>  전시 기간 2022년 11월 27일까지  홈페이지 groundsees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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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aceless>_주한 스위스 대사관

회색 콘크리트 건물 숲 사이로 ‘한옥’ 건축으로 특유의 멋스러운 정취를 풍기는 서울 종로구 송월동 주한 스위스 대사관. 1974년부터 머물던 자리에 새 건축물을 짓고 문을 연 지 벌써 3주년을 맞이한 이 공간은 ‘스위스 한옥’이라 불리며 동네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는데, 잘 알려졌다시피 때때로 전시장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이번에는 스위스와 한국의 젊은 사진가들을 소개하는 그룹전 를 열었다. 지난가을 7천여 명의 방문객을 불러들이며 호평받은 <숨쉬는 벽(Breathing Walls)> 사진전 기획을 맡았던 천경우 사진가 겸 교수가 다시금 기획을 이끌었는데, 스위스 로잔 예술 대학교(ECAL) 출신 작가들, 그리고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출신 한국 작가들이 참여했다. 플로리안 아모저(Florian Amoser), 알렉산드라 도텔(Alexandra Dautel), 정영호, 정지현, 김도영, 마고 스파크(Margot Sparkes), 유네스 클로슈(Youne`s Klouche), 윤태준 등 8인이다. 이들은 도시의 공간과 디지털 환경의 변화 속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이와 함께 변해가는 사회에 대한 각자의 관점을 예술적으로 풀어낸 작품 60여 점을 선보이고 있는데, 드론 카메라, 3D 프로그램 등 첨단 도구를 적극 활용한 ‘개입’과 ‘재구성’의 미학이 돋보이는 작업 세계가 흥미롭다. 무료지만 사전 예약 필수다.
전시명 <Spaceless>  전시 기간 11월 6일까지(목~일요일)  홈페이지 www.eventbrite.co.uk/e/spaceless-exhibition-tickets-422262397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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