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CULTURE ′20 Summer SPECIAL] Power of ‘Crew Culture’_Toolboy, Bandbower, 308 Art Crew, Pil-Dong Fac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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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01, 2020

글 김현경(큐레이터) Edited by 고성연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히면서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고단한 숙명의 예술가들. 이러한 독자적인 작가 정신은 이들을 일컫는 대명사였다.
그러나 요즈음 생각과 목적이 비슷한 예술가들이 모여 협업을 통해 새로운 예술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프로젝트 팀, 아티스트 컬렉티브, 크리에이티브 그룹 등 다양하게 일컬어지는 예술가 집단 시대의 막이 오른 것이다. 소위 ‘크루 문화’라고 명명되는 이러한 흐름은 과거 힙합 신에서 래퍼들에게 비트를 만들어줄 프로듀서가 필요하고, 무대에서는 완성된 비트를 틀어줄 DJ가 필요하기에, 음악적 취향과 방향성이 잘 어우러지는 몇몇이 모여 하나의 무리를 형성한 것에 빗대어볼 수 있다. 서로 다른 영역의 섞임 속에서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가는 예술가 집단을 만나본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소셜 네트워크의 발달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분야에서 콘텐츠와 플랫폼이 융·복합되는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라이프스타일의 영역 간 경계를 허물며 확장을 거듭하고 있는 복합 문화 공간도 더 이상 낯선 경험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최근 예술계에서도 젊은 예술가들이 중심이 되어, 스스로 특정 장르와 영역에 얽매이지 않고 다채로운 활동을 펼치는 예술가 집단이 여럿 등장하고 있다. 물론 예술가들이 함께 모여 활동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소수의 ‘스타’를 앞세우고 다수가 익명으로 존재하는 공동 창작에 가까웠던 과거의 시도와는 달리, 오늘날의 모습은 각자의 개성과 전문성을 드러내고 키우는 동시에 서로 수평적으로 소통하며 분야나 장르의 경계 없이 집단의 능력을 창조해내는 일종의 ‘네트워크’에 가까워 보인다. 이들은 마치 자유롭게 뭉쳤다 흩어지기도 하는 재즈 밴드나 힙합 크루처럼 개인의 작업이 서로의 여백이 되어주고, 공백을 채워주기도 하는 협업 활동을 선보인다. 아예 팀을 결성하기도 하지만 상당수가 ‘헤쳐 모여’ 식으로 서로의 요구가 맞을 때만 뭉쳤다가 각자 할 일을 하기도 한다.
가령 아크로바틱 코스모스는 손현선, 윤지영, 장서영, 3명의 작가가 협업할 때 일시적으로 구성하는 프로젝트 팀이다. 입체를 다루는 윤지영과 비디오 작업을 주로 하는 장서영,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손현선은 각기 다른 매체로 작업하다가, 특정 공감의 지점에서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또 국내외 팬덤을 갖춘 인기 그룹 혁오 밴드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유명한 다다이즘 클럽은 포토그래퍼와 비디오그래퍼, 디자이너로 구성된 집단으로, 이들 역시 각자 전문화된 영역에서 활동하는 동시에 자신들만의 스트리트 감성을 담은 패션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러한 흐름은 예술가 집단의 형태를 넘어, 서로 다른 크리에이터가 모여 회사 형태로 발전하기도 한다. 공간 디자이너와 그래픽 디자이너가 힘을 합쳐 결성한 텍스처 온 텍스처의 경우, 인테리어부터 소규모 브랜딩, 사진 작업, 출판·전시, 아트 숍 운영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행보를 보여준다. 이 그룹은 서울 성수동 코사이어티가 지난해 ‘가오픈’ 식으로 문을 열었을 때 개관전의 주인공이기도 했는데, 당시 주말에 수천 명이 찾을 정도로 성공적인 ‘모객’에 공헌한 주 원동력이었다.
혹자는 창의성이란 곧 ‘재결합’이라고 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오래된 생각과 만나 우연처럼, 필연처럼 참신한 통찰력을 낳기 마련이다. 개개인의 창의력을 발휘하되 새로운 관점과 방식으로 여러 분야를 융합적으로 엮어내는 식으로 영역을 만들고 확장해나가는 크리에이터 그룹이 다양한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는 요즘 예술계의 젊은 풍경은 ‘인간’에 초점을 맞춘 협업적 가치가 엿보여 흐뭇한 면이 있다. 유연한 방식의 공동 창작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 해도 미리‘수명’을 걱정하기에는 시도만으로도 가치 있어 보인다. 배경이 서로 다른 작가들 간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장르를 넘나드는 새로운 창작물을 선보이는 4개의 예술가 그룹을 소개한다.

TOOL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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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순수예술로 일컬어지는 ‘아트(art)’라는 단어를 살펴보면 ‘기술’에 가까운 어원을 지니고 있다. 라틴어 아르스(ars)와 고대 그리스어 테크네(techne)에서 유래한 이 단어는 인문학적 지식에 기반한 전반적인 예술 분야와 그것을 구현하는 숙련된 기술을 아우르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떤 학자들은 여러 도구를 능숙하게 다루는 솜씨가 뒷받침되는 ‘수공예’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라고도 했다. 단순히 2차원의 시각예술뿐 아니라 작품을 담은 공간을 디자인하고 브랜딩해야 하는 이 시대에 저마다 주 무기를 지닌 인재들의 만남은 시너지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장르의 경계를 사뿐히 넘나들고 프로젝트마다 자유롭게 인원과 구성 등을 달리하는 크리에이티브 그룹 툴보이(Tooboy)가 창출해내는 시너지는 절로 오감을 즐겁게 하기에 더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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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디자인, 인테리어와 설치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출가 집단’
재기 발랄하고 직관적인 명칭부터 이목을 절로 끄는 툴보이. 2년 전쯤 미술과 디자인, 가구와 인테리어, 미디어와 공연 등 각 분야 전문가가 결성한 이 크리에이티브 그룹은 전시와 페스티벌 같은 공간형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품 디자인부터 가구·인테리어 디자인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예술적 표현의 영역을 확장해왔다.
툴보이라는 명칭은 제2차 세계대전 독일군 교란 작전에 투입된 연합군 제23 특수부대 ‘고스트 아미(Ghost Army)’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당시 다수의 화가, 조각가, 디자이너, 무선통신사, 엔지니어 등으로 구성된 고스트 아미는 기발한 특수 효과로 독일군을 교란한 일종의 연출가·예술가 부대였다. 각자의 전문 기술을 활용한 공동 교란 작전을 수행했던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가구·인테리어 디자이너 케이웨일(K.Whale)과 그래피티·음악 프로듀서 아토(Ato), 미디어 아트·프로젝션 맵핑을 담당하는 세르지오(Sergio)를 중심으로 그래픽 디자이너, 전문 페인터, 건축가, 목공 장인, 시대별 희귀 아이템을 수집하는 아키비스트, 천재 해커, 프로그래머 등 출신과 배경이 다양한 멤버 수십 명이 모여 있는 툴보이는 평소에는 각자의 분야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다가 프로젝트가 생기면 일시적으로 모여 공동 작업을 한다.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그에 어울리는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조직화되는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자원을 찾고 새로운 사람들과 연대하는 기회를 가지면서 자신들의 활동 영역을 확장해나간다. 유연하게 움직이는 그물 같은 형태의 네트워크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혼자서는 결코 모든 걸 잘해낼 수 없거든요.”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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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방식에서 벗어난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향한 도전
소유보다는 경험이 중요해진 문화 소비 트렌드 속에서 ‘아트’는 가장 크게 각광받는 체험 경제의 총아 중 하나다. 더욱이 다양한 인접 장르 간 경계와 역할이 점차 희미해지고, 순수 미술과 상업 문화, 서브컬처 등의 위계가 허물어지고 있으니 아트의 보폭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툴보이는 아트와 디자인, 갤러리와 스트리트 등의 미완의 경계에서 스스로를 특정한 장르와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서로 다른 분야와의 섞임에서 오는 새로운 긴장감과 시너지를 즉흥적이고 자유롭게 담는 것을 작업의 모토로 삼고 있다. 지난해 5월 아트 페어인 아트부산이 열린 기간에는 영화의전당에서 인상적인 전시를 선보이기도 했는데, 의자와 매트리스, 조명, 토이 등 일상의 가구와 오브제가 해체·재조합되고 다채로운 그래피티로 덮인 풍경을 통해 본래의 쓰임과 형태의 굴레에서 벗어난 자유로움과 해방의 정서를 보여줬다(당시에는 툴보이가 속한 에이전시 이름인 ‘WTFM(What the Fun Man)’으로 참여). 이들은 하얀색 입방체(white cube)를 무대로 펼쳐진 전형적인 갤러리 전시부터 소셜 커뮤니티 공간이나 패션 브랜드 매장을 비롯한 여타 상업 시설의 공간을 기획하고 브랜딩할 때도 즉흥적이면서도 강렬한 드로잉과 그래피티, 독특한 설치 작업 등을 통해 툴보이만의 낭만적 아이덴티티의 흔적을 남긴다. 국내외 갤러리와 미술관의 울타리를 넘어 다수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FnC 코오롱, 뉴발란스, NBA, VANS, KREAM 등)을 비롯해 어반 스트리트 컬쳐 컨벤션(WTFC, 2019) 등 여러 방면에서 신선한 이슈를 만들어가고 있는 툴보이들의 활약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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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DBOWER

일상의 순간을 사진으로 ‘캡처’해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소셜미디어 시대. 인스타그램으로만 하루에 약 40억 개의 이미지가 포스팅된다는 요즘, 일정한 틀의 사진과 짧은 영상을 통해 정보가 직관적으로 전달되다 보니,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욱더 강하게 시각적인 것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삶은 본질적으로 모든 감각의 총합, 그 이상이라고 할 때, 어떻게 하면 우리네 일상에서 소외된 감각을 제대로 소환할 수 있을까.
3인조 크리에이티브 그룹 밴드바우어(Bandbower)의 고민과 아이디어는 바로 이 지점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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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이 연결한 MZ세대의 특별한 조합
‘초연결 시대’로 불리는 오늘날에는 과거에 없던 새로운 관계들이 생겨나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서로의 일상을 들여다보다가 새로운 만남이 이뤄지기도 한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통칭하는 이른바 ‘MZ세대’에 속하는 고요손(Goyoson), 샤이 아시안(Shy Asian), 승택(Seungtaek)으로 구성된 밴드바우어도 그렇게 탄생했다. 2년 전쯤, 이들은 인스타그램상에서 서로의 취향과 결을 관찰하다가, DM으로 연락해 만남을 가졌다. 조각과 설치미술을 전공한 고요손, 싱어송라이터 샤이 아시안, 무대 디자인을 공부한 승택은 서로의 나이와 출신을 밝히지 않은 채 “우리는 왜 여기에 존재할까”라는 누구나 20대에 한 번쯤은 고민할 법한 공통의 질문을 안고 1여 년 동안 매일 소통했다. 서로의 생각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며 합을 맞추다가 지금의 그룹을 결성하게 된 것이다. 밴드바우어라는 이름은 승택이 오래전 한 다큐멘터리에서 본 ‘바우어새(bowerbird)’의 특성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새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무려 10개월에 걸쳐 자신이 물어온 잡동사니, 이를테면 열매와 꽃, 풀잎과 나뭇가지 등으로 멋지게 둥지를 꾸미는데, 이 ‘장식물’이 마치 저마다의 개성과 예술성을 지닌 창작품 같다고. 밴드바우어가 추구하는 방향 역시 각자 고유의 예술성을 유지하면서도, 협의와 소통을 통해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기에 바우어새와 닮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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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를 통한 리얼타임 커뮤니케이션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가져다준, 실재를 능가할 만한 시공간의 폭과 구체성을 지닌 다양한 경험은 오히려 시각을 제외한 어떤 감각에도 집중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소외된 감각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는 밴드바우어는 요즘 특히 ‘소리(sound)’에 관심을 갖고 공동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 사실 필자가 그들의 작업 세계를 접하고 끌리게 된 계기도 바로 ‘사운드’였다. 지난달 서울 성수동 거리를 지나가다가 희뿌연 스모그에 뒤덮인 전시 공간을 보고는 호기심에 이끌려 들어갔다. 흐린 시야 사이로 다양한 조각적 형태의 설치물과 전자오르간, 전자기타 등이 펼쳐져 있는 공간. 누군가 살며시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편히 앉아 소리를 감상해보라고 하기에, 간만에 오롯이 소리에 집중했다. 유리구슬이 떨어져 어딘가에 부딪히는 소리,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 물이 길을 찾아가는 소리, 바람과 풍경 소리 등 다양한 사물이 움직이면서 만들어내는 에너지와 공기의 흐름이 ‘소리’로 다가왔다. 이렇듯 밴드바우어는 자체 제작한 악기 오브제로 소리를 만들어내고, 그소리를 더욱 풍부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설치와 영상 작업 등 다양한 매체를 함께 구성한다. 그렇게 하나로 규정지을 수 없는 풍경이 되어 관객에게 다가간다. 감각의 증폭을 위한 오브제로 구성된 공간에서 편안하고 거부감 없이 스며드는 소리를 접하노라면 머리로 이해하는 예술이 아니라 감각을 건드리는 예술을 경험하게 된다. 밴드바우어는 지난해 현대미술 전시 공간인 플랫폼엘에서 실시한 다원 예술 분야의 기획 공모에서 최우수 작가 팀으로 선정됐다. 이들은 전시마다 라이브 공연을 통해 소리에 대한 진정성 있는 경험을 관객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밴드바우어의 작업을 감상하다 보면 시간을 바탕으로 한 우리네 삶을 가장 원시적이고 원초적으로 표현하는 게 소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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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 ART CREW

한 편의 연극을 본다고 상상해보자. 지정된 좌석에서 무대 위 배우들이 읊조리거나 외치는 대사, 그리고 스쳐가는 이미지에 우리는 눈과 귀를 한껏 고정한다.
그 순간 보고 느끼는 건 단순히 장면의 연속이 아니다. 우리는 저도 모르게 연출가가 관객에게 보여주는 무대 위 현실을 맞닥뜨리고, 극장 안에서 내뿜는 에너지를 공유한다. 이렇듯 무대와 관객이 함께하는 자리에 있지만, 사실 보이지 않는 경계와 거리감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젊은 크리에이티브 그룹 308아트크루(308 Art Crew)는 그 경계를 최대한 벗어나 ‘감각적인 것의 온전한 경험’을 꿈꾸는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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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 출신 5인조, 미술계에 당찬 도전장을 던지다
왠지 모르게 아이돌 그룹과 비슷한 분위기와 외모를 지닌 남성 5인조. 그렇게 한 무리로 사이좋게 등장한 308아트크루의 첫인상은 경쾌하고 재기 발랄했다. 조명·기획을 맡은 강대경(Glanz), 조향사 박형우(Woopac), 모델링·아트 디렉터 이신호(Cinco), 뉴미디어 아티스트 안승(Winnin), 음향·아키비스트 최용호(Yongkie)는 모두 같은 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인데, 다소 놀랍게도 미술 전공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이들 중 한 명이 4년 전쯤 독일 유학을 떠나려고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던 차에 우연히 공모전에 참가했는데, 그것이 308아트크루의 시발점이 됐다고 한다. 공모전에 당선된 직후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예술계 신생 공간 오브(OF)에서 열린 전시에 출품하게 된 것.
당시 강대경, 이신호, 박형우, 3명의 룸메이트가 자신들이 지냈던 방 번호를 붙여 ‘308아트크루’라고 이름 짓고, 갑작스러운 운명처럼 미술계에 뛰어들었다. 종합예술 장르로 통하는 연극계 출신인 만큼 308아트크루의 구성원들은 무대미술, 미디어, 조명, 영상, 연출 등 여러 스태프 부서에서 갈고닦은 노하우가 남다르다. 이들은 처음 손잡았을 때도 영상, 연출, 배우 등 각자의 일을 하고 있었지만, 연극계 특유의 집단주의와 강한 위계 질서 속에서 자유롭게 펼쳐내지 못한 표현의 욕구와 에너지를 발산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의기투합했다. 구성원 모두는 자연스럽게 역할을 나눴고, 저마다의 개성을 담아내면서도 창조적 시너지를 창출하는 설치 작업을 주로 해오고 있다. 창작을 향한 열정, 그리고 스스로의 시각적 만족이 작업의 주된 동기였지만, 예상외로 꽤 많은 대중과 매체의 주목을 받게 되어 살짝 당황스럽기도 하다는 308아트크루. 이들은 지금 겪고 있는 작업의 매 순간이 자신들의 색깔을 찾아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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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무대 위 행위자인 배우와 무대 밖에서 이를 바라보는 수용자인 관객의 관계가 단방향성을 띠는 장르다. 308아트크루는 이처럼 보이지 않는 경계를 걷어내고 작품과 관객 사이에 다차원적 감각의 체험과 소통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들은 ‘몸’의 감각을 깨우는 체험적 공간을 구현하는데 집중한다. 관람객이 공간을 이동하는 동선에 따라 보이는 이미지와 소리, 향이 달라지는 것을 체험할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하는 것이다. 수많은 이미지로 넘쳐나는, ‘시각’에 과도하게 기대고 있는지도 모르는 오늘날의 전시 환경 속에서 308아트크루는 오프라인 공간을 직접 찾아야만 느낄 수 있는 체험적 가치를 추구한다. 이는 아마도 ‘현장성’, ‘일회성’을 특징으로 하는 공간적,시간적 예술인 연극을 경험했던 308아트크루에 깊이 새겨진 공통의 정체성이 아니까싶다. 공간 설계에 대한 역량을 인정 받아서인지 최근308아트크루는 예전에 함께 일했던 극단에서 투자받아 전시 공간 전체를 기획하는 프로젝트(‘BloomingLand’,2020.6~10,KOTE)를 진행하는 등 부지런히 창작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308아트크루는 작년 중국 샤먼(Xiamen)에 있는 파워 롱 아트 센터(Power long Art Center)의 개관전인<OneifbyLand>에 최연소 한국 작가 그룹으로 참여해 해외활동에 대한 청사진도 그릴 수 있게 됐다.
지난해에만 20여개의 크고 작은 그룹전에 참가했을 만큼 바쁜 행보를 펼쳐 온 308아트크루. 이들 5인조는 요즘 서울 은평구에 있는 한 작업실에서 거의 매일 같이 모인다. 지난 무대의 환(幻)을 넘어, 사회 현실을 반영하고 협력적인 가치를 지니면서도 동시에 더 예술적인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머리를 맞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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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l-Dong FACTORY

중세의 길드나 르네상스 시대 미술가들의 공방을 뜻하는 보테가(bottega)부터 오늘날과 같은 개인 작업실에 이르기까지 ‘아틀리에’라고 일컫는 작업 공간은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을 위해 가장 오래 머무는 사적인 공간인 동시에 주변인들과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구심점이다. 지난해 서울 중구 필동에 들어선 박경근 작가의 스튜디오는 옛 시대처럼 사제나 상하 관계가 아니라 의미 있는 친분으로 얽힌 각 분야 전문가들이 ‘공간의 협업’을 이뤄내고 작업의 시너지도 추구하는 특별한 장소다. 또 마치 작은 보테가처럼 그들의 작품을 전시하거나 판매하는 매장도 있다.
예술가와 디자이너, 엔지니어가 한 공간에 모여 창조적 영감과 현장의 테크닉을 교류하는 ‘필동 팩토리’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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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관계를 만들고, 그 의미를 더해가는 공간
서울 남산 북쪽 기슭 아래, 필동의 어느 오르막길 끝자락. 가리는 데 없이 탁 트인 유리 통창, 외벽의 그래피티가 인상적인 3층 건물이 나온다.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영화감독 박경근 작가가 지난해 문을 연 필동 팩토리. 박 작가의 거주 공간이자 작업실, 그의 친구인 가구 디자이너 조재원 작가의 작품을 주로 선보이는 가구 쇼룸 썸 컬렉티브(SOME Collective), 그리고 다양한 설치물을 만드는 제작소 아주정밀기계가 사이좋게 들어서 있는 곳이다. 원래 박경근 작가는 을지로에 작업실을 두고 있었으나, 일대가 ‘힙지로’라 불리면서 임차료가 점차 오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작업실을 새로 꾸리기 위해 동네를 물색하다가 필동에서 지금의 공간을 발견했다고 한다. 6개월가량의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3층 건물을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그는 이 공간을 보다 의미있게 만들 ‘파트너’들과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바로 오랫동안 함께 작업해온 을지로 정밀기계 장인 송병익 대표와 2년 전 만나 친분을 쌓아온 조재원 디자이너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송 대표와 조 작가는 예산의 한계로 우선순위에서 밀려 채우지 못한 건물 구석구석을 저마다의 개성이 묻어나는 조형 언어로 채우고 다듬었다. 레노베이션 설계를 담당한 건축가는 따로 있었지만 이들 역시 철재, 목재를 다루는 자신들의 전문 역량을 슬기롭게 보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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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 플랫폼으로서의 현재와 미래
그렇게 완성한 필동 팩토리의 2층은 박경근 작가의 작업실인 동시에 조재원 작가와 종종 대화나 아이디어를 나누는 소통의 공간이다. 둘 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활동했다는 공통분모가 있어서인지 언뜻 성격이 다른 것 같아도 잘 통한다. 박경근은 주로 한국 근현대사의 역사적 원형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청계천 메들리>(2010), <철의 꿈>(2014), <군대: 60만의 초상>(2016) 등으로 미술계와 영화계에서 동시에 주목받는 작가. 작품에서 풍기는 인상처럼 그의 작업실도 건물에 숨겨져 있는 골조나 리모델링 과정에서 보강된 자재가 거의 가공 없이 노출되는 인더스트리얼 분위기로 꾸몄다. 그리고 그의 개인적인 주거 공간인 3층과 더불어 곳곳에 조 작가와 송 대표의 흔적이 묻어 있다. 예컨대 깔끔하면서도 운치 있는 주방 가구라든지 반드시 좌우 발을 교대로 딛어야 하는 묘하게 깜찍한 계단 등은 조 작가의 ‘작품’이고, 건물 앞 철제 간판은 송 대표의 손길이 닿았다.
1층에 송 대표의 제작소와 나란히 자리 잡은 썸 컬렉티브는 디자인 가구와 예술 작품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조재원 작가의 친형인 조윤종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2008년 LA에 J1스튜디오를 설립해 가구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3년 전 한국으로 들어온 조 작가의 작품은 기본 모듈을 통해 자유로운 변형과 확장이 가능한 실용성을 갖추었다. 거기에 나무 소재가 지닌 따뜻함을 모던하게 잘 풀어낸 담백한 미학을 품고 있다. 쇼룸에는 조 작가의 가구뿐 아니라 강성 등 다른 디자이너들의 작품, 그리고 디르크 플라이슈만(Dirk Fleischmann), 타이드 오닐(Taidgh O’neill)을 비롯해 박경근 작가의 예술 작품들도 만나 볼 수 있어 작지만 알찬 전시장 역할을 한다. 필동 팩토리는 그룹 명칭도 상호도 아니지만 ‘따로, 또 같이’ 뭔가를 할 수 있겠다는 신뢰와 공감대를 만들어준, 협업의 뿌듯한 첫 결과물이다. 박경근 작가는 현재 구상 단계라 구체적인 계획은 밝힐 수 없지만 조재원 디자이너, 송병익 대표와 꾸려갈 창조적 협업의 영역을 좀 더 확장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이 시대의 연금술사 같은 송 대표와 늘 아이디어와 해결책을 의논할 수 있기에 두 작가는 더 든든하고, 의욕이 솟을지도 모르겠다. 현대미술을 하는 예술가, 가구 디자이너, 엔지니어의 삼각 구도가 일궈낸 공간의 미학이 앞으로는 어떤 방식으로 진화할지, 어떤 흥미로운 창조물을 탄생시킬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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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ULTURE ′20 Summer SPE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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