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이어주는 국경을 매몰차게 차단했던 빗장이 점차 풀리면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네 디지털 유목민들은 다시 여행을 향해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이제 다시금 길을 떠나는 우리의 여정은, 아직 여러 제약이 도사리고 있는 관계로, 어쩌면 물리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예전에 비해 불편하고 힘겹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자유를 누리지 못하던 암흑기를 겪은 대다수는 다시 찾아온 이 여행의 기회를 보다 소중하고 의미 있게 누려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하리라 생각합니다. 수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아니 그보다 더 가까운 과거에도 멀리 떠나는 여행이나 장기간 머무는 체류 자체가 극소수만 누리는 ‘럭셔리’였던 시대가 존재했음을 상기하게도 되네요. 물론 자신을 둘러싼 배경이나 처지와 상관없이 타지에 가서 익숙한 듯 다른 사물과 풍경을 접하고 기술과 지식을 습득한다는 건 분명히 ‘도전’입니다. 자의든 타의든 스스로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고 때때로 틀을 벗어나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될 테니까요. ‘여행이란 우리가 사는 장소를 바꿔주는 게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편견을 바꿔주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말입니다. 이번 <스타일 조선일보> ‘Art+Culture’ 겨울 스페셜호에서는 일찍이 세상 밖으로 뛰쳐나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글로벌 코즈모폴리턴’ 같은 궤적을 그리며 치열하면서도 생기 있게 살았던, 혹은 그런 여정을 여전히 밟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을 지면에 담았습니다. 모든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 개척자가 될 필요는 없겠지만, 저마다의 호홉으로 세상을 누비는 나그네들이 일으키는 창조적 변화를 지켜보고 응원을 보내는 일도 흥미로운 삶의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요?
[ART + CULTURE ’22-23 Winter SPE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