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esthetics of Slow

조회수: 2776
4월 20, 2016

에디터 이지연

뛰어난 품질, 훌륭한 취향, 여기에 위트를 가미한 라이프스타일. 이것이 바로 ‘이탈리아 감성’의 실체가 아닐까. 5대 패션 도시에 이어 한국에서도 진정한 이탈리아 스타일을 전파하고 있는 스마트 캐주얼 브랜드 ‘슬로웨어’가 옷에 대한 진정성을 이야기한다. ‘슬로웨어’라는 울타리 안에 품은 4개의 브랜드와 함께.


SW 2015-10-05 STILL LIFE
이탈리아 감성, 이탈리아 패션
많은 남자들이 이탈리아인 특유의 호탕한 성격에서 묻어나는 유쾌한 패션을 닮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이탈리아 남자의 패션이 주목받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바로 억지로 꾸민 것이 아닌, 취향과 감성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움 때문이 아닐까. ‘Made in Italy’ 꼬리표를 단 브랜드는 바로 그 이탈리아 감성을 바탕으로 한다. 이탈리아 남성들에게 질문을 던지면 그들은 이탈리아 감성의 본질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느끼고, 자신을 변화시키며, 궁극적으로 훌륭한 취향과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답한다. 보여주기 위한 옷을 입는 것이 아니고, 순전히 자기만족과 즐거움, 편안함과 우아함을 위해서라고. 이탈리아 베니스 태생의 스마트 캐주얼 브랜드 ‘슬로웨어’는 철저하게 이탤리언 감성을 반영한 브랜드다. 국내에는 2009년 남성 편집 매장 란스미어를 통해 첫선을 보인 이후, 현재는 도산공원 앞 플래그십 스토어를 비롯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갤러리아백화점, 현대백화점 본점·킨텍스점 등을 통해 보다 많은 고객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렇다 할 이벤트나 마케팅 없이 마니아층을 형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느림’을 고집하며 진정성 있게 만든 옷, 일시적인 트렌드에 휘둘리지 않고 두고두고 입을 수 있는 옷, 젠체하지 않는 작은 디테일이 은근한 개성을 발산하는 옷이 즐비해서다. 현재 뉴욕, 런던, 파리, 밀라노, 도쿄, 두바이 등 글로벌 패션 수도에서 단독숍을 운영 중이며, 1천 개 이상의 편집 매장에서 판매된다는 사실은 이미 전 세계 남성들이 즐기고 있다는 증거. 아이러니한 점은 슬로웨어에 가면 ‘슬로웨어’ 태그가 달린 옷을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바지를 집어 든다면 인코텍스(Incotex), 니트를 고른다면 자노네(Zanone), 셔츠는 글랜셔츠(Glanshirt), 아우터는 몬테도로(Montedoro)라는 태그를 확인할 수 있다. 따로 또 같이, 각각 독립된 브랜드이면서 슬로웨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하나로 묶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뛰어난 오케스트라 단원이라면 슬로웨어는 이탈리아 감성과 장인 정신, 그리고 기술력을 한데 모아 협주곡을 지휘하는 마에스트로인 셈. 이 네 브랜드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공통점은 어느 것 하나 부담스럽거나 튀지 않고 담백하고 차분하지만, 그 안에서 오롯이 제 역할을 다 해낸다는 점이다.



1
20160420_slow_03
2
20160420_slow_02
3
20160420_slow_05
4
SW 2015-10-07 MANICHINI
슬로웨어의 4개 독립 브랜드
슬로웨어는 인코텍스에서 시작되었다. 1951년 카를로 콤파뇨(Carlo Compagno)가 바지 브랜드를 창업한 것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패션이 부흥하면서 함께 성장했다. 카를로의 아들 로베르토와 마르지오는 아버지에게서 사업을 물려받아 자신들이 추구하는 철학과 가치관에 부합하는 이탈리아 브랜드 몬테도로, 자노네, 글랜셔츠를 인수했다. 그러나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각각의 브랜드 정체성을 흔들 수는 없었기에 각자 오랜 시간 지켜온 전통, 땀과 노력을 지켜주기로 결정했다. 누구보다 이탈리아의 정서와 문화를 공유하는 데 의미를 둔 그들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브랜드를 유지한 채 슬로웨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그 안에 흡수시킴으로써, 고민을 해결했다. 한 공간에서 여러 브랜드 제품을 접할 수 있는 멀티 토털 브랜드지만, 4개 브랜드만의 고유 색깔이 한 공간에서 잘 어우러지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인코텍스만 해도 소재와 염색법, 탁월한 피팅감만으로 남심을 단단히 사로잡고 있다. 다리가 늘씬해 보이는 실루엣과 독보적인 편안함을 위해 패턴과 원단, 디테일에 오랜 시간과 공을 들인 덕이다. 하나의 팬츠를 완성하기까지 장인 30여 명의 손을 빌리고, 오묘하고 자연스러운 색감을 얻기 위해 염색 단계에서도 수정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하니 스타일에 민감한 남성들이 이 작은 차이를 놓칠 리 없다. ‘실 위의 혁명’이라 불리는 니트웨어 전문 자노네도 빼놓을 수 없다. 미니멀하고 심플한 디자인에 정교한 니팅 기술과 부드러운 촉감이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원사를 뽑는 과정부터 관여해 원사에 관한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는 것 또한 완벽한 퀄리티를 뒷받침하는 요소다. 울과 엘라스틴을 혼방해 신축성이 좋은 플렉스 울, 캐시미어와 코튼을 섞어 색감이 독특한 셰이드 캐시미어 등이 대표적이다.
1960년대에 설립되어 당시의 돌체 비타 시대를 고스란히 반영한 브랜드는 글랜셔츠다. 모든 제품이 워싱과 트리트먼트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캐주얼 셔츠 특유의 내추럴한 멋이 살아 있다. 마지막으로 몬테도로는 1956년에 창립된 재킷, 레인 코트, 아우터 전문 브랜드로 1970년에는 이탈리아 천재 패션 디자이너로 불리던 월터 알비니와 조르지오 아르마니를 스타일 파트너로 두어 자신만의 스타일을 정립해왔다.
슬로웨어가 지향하는 콘셉트는 ‘모던 클래식’으로 비즈니스 웨어와 위크엔드 웨어 모두에 어울리는 세련된 캐주얼웨어를 제안한다. 슬로웨어의 ‘slow’는 단순히 느림의 미학을 찬양하고자 하는 의미가 아니다. 스타일을 통한 삶의 접근법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스타일을 고민 없이 드러내고 적극적으로 탐색할 수 있는 감각을 지닌 남성들을 위한 아이템을 제안하고자 하는 것이다. 패션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며, 시간이나 유행에 얽매이지 않는 높은 가치가 담긴 옷. 슬로웨어에 대한 정의를 내리자면 바로 이것이 아닐까.

문의 070-4145-0101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