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Watches&Won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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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06, 2013

에디터 배미진

1582년, 리스본에서 마카오 총독에게 기계식 시계를 보내왔다. 이는 중국에 최초로 서양의 시계가 유입된 기념비적인 순간이다. 수백 년이 지난 지금 아시아는 이제 세계 워치 마켓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최근 기계식 워치, 고급 시계 매출의 40% 이상이 아시아 시장에서 창출되고 있다. 한껏 달아오른 아시아 시장의 뜨거운 분위기에 힘입어 스위스 고급 시계의 위상이 탄력을 받은 지금, 아시아에서 빅 이벤트가 열렸다. 시계의 중주국 스위스에서도  최고라 칭하는 13개 고급 시계 브랜드를 직접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자리, 바로 ‘워치스&원더스(Watches&Wonders)’가 아시아 워치 시장의 메카, 홍콩에서 개최된 것이다.




시계 제작 세계로의 초대
똑딱똑딱, 틱톡틱톡. 시간을 측정하는 시계는 인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우 중대한 발명품이다. 기원전 2400년경 메소포타미아인들은 거리와 시간을 측정하는 하나의 단위에 대해 고민했고, 이 고민이 현재 시간을 나누고 정하는 기준인 60분 단위 체계의 밑바탕이 되었다. 19세기 이전에 발명된 불시계와 물시계, 해시계로 시작해 복잡한 천체 관측 기구와 달력 체계를 거쳐 인간은 더 정확한 시간 측정 도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공공 건물에 설치된 거대한 기계식 시계를 벽시계로, 벽에 걸린 시계를 손목으로 옮겨 오기 위해 수세기 동안 노력한 결과 손목 시계는 더 이상 소수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적인 아이템으로 진화했고, 5대륙 모두에서 인기 있는 필수 불가결한 존재가 되었다. 이렇듯 1초보다 더 작은 단위를 측정할 수 있을 만큼 정교해 지고 현대인들의 삶의 일부가 된 시계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가 이제 아시아 시장에서도 비중 있게 논의되고 있다. 고급 시계업계에서 매우 중요한 시장인 아시아를 위해 스위스 고급 시계의 핵심이자 소수에게만 공개되던 ‘제네바 고급시계박람회(SIHH: Salon International de la Haute Horlogerie)’에서 볼 수 있던 예술적인 타임피스들이 아시아 최초의 고급시계박람회 ‘워치스&원더스(Watches&Wonders)’에서 선보인 것이다. 9월 25일부터 28일까지 4일간 홍콩컨벤션·전시 센터(HKCEC, Hong Kong Convention and Exhibition Center)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의 흐름에 주목해 고급 시계 브랜드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13개의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가 참가했다.
아시아를 매료시킨 스위스 고급 시계
대중적인 브랜드부터 하이엔드 브랜드까지 참여해 가장 큰 규모로 열리는 시계 박람회는 매년 3월 전후에 개최되는 바젤 월드다. 만일 고가의 기계식 시계, 럭셔리 브랜드만을 모아둔 박람회를 찾는다면 단연 매년 1월 개최되는 제네바 고급시계박람회일 것이다. 최고의 브랜드만을 선별해 브랜드별 부스를 만들고, 해마다 새로운 시계 컬렉션을 선보이는데, 이때 선보인 시계들을 옮겨 전시한 것이 홍콩에서 개최한 워치스&원더스 박람회다. 1월에 선보인 신제품을 실물로 제작해 대중에게 판매하는 시점이 통상 8월이기 때문에 더욱 시기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스위스 시계는 2012년 중국에 16억, 홍콩 41억, 동남아시아 지역에 24억(단위, CHF: 스위스프랑)에 달하는 엄청난 수출액을 기록했기에 올해 홍콩에서 작은 SIHH라 불리는 워치스&원더스 박람회가 최초로 개최된 것은 세계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낸 결과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대한 스위스 시계 수출액은 약 4배 이상 늘었고, 1천5백CHF를 초과하는 고가 시계의 수출액은 280% 이상 늘어날 정도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따라서 각 브랜드의 수장과 아시아 지역의 수많은 시계 수집가, 감정가가 이 자리를 위해 홍콩을 찾았다는 것은 아시아가 워치 마켓의 핵심지가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계 관련 종사자, VIP 고객과 기계식 시계 마니아는 물론 아시아를 대표하는 7백50개 미디어를 포함한 1만6천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한 대규모 행사로, 고급 시계 제작의 탁월함과 독창성은 물론 각 브랜드의 역사를 경험할 수 있는 장이 된 것이다. 특별히 이번 전시에서는 기계식 시계를 만드는 공정 전반을 면밀히 살펴볼 수 있었는데, 40여 명의 시계 제작, 판각, 유약과 보석 세팅 전문가를 비롯한 숙련된 장인들이 시연을 통해 정밀 시계 제작업계의 기술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 더 의미가 깊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제네바의 고급시계협회(FHH: Fondation de la Haute Horlogerie)의 파비엔 루포(Fabienne Lupo) 회장은 “이번 워치스&원더스 박람회를 통해 시계 명장과 제작자를 모두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만들었고, 유럽의 가장 아름다운 전통이 담긴 문화유산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A. Lange & Sohne _그랑 컴플리케이션
워치스&원더스를 방문한 이들에게만 특별히 공개한 새로운 모델. 브랜드 역사 속에서 가장 복잡한 기능을 장착한 회중시계를 손목시계로 구현한 모델로, 장인 정신이 돋보이는 컬렉션이다. 칼리버 L1902 무브먼트는 그랑 스트라이크와 스몰 스트라이크, 미닛 리피터의 차임 메커니즘, 미닛 카운터와 플라잉 세컨즈의 초 분리 크로노그래프뿐 아니라 문 페이즈를 더한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까지 하나의 다이얼에서 구현되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었다. 전 세계 단 6개만 출시한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Audemars Piguet _밀리너리 미니트 리피터
전기를 사용하기 전, 소리를 통해 시간을 들을 수 있도록 고안한 기능인 미닛 리피터. 오데마 피게는 워치메이킹 기술의 최고 경지라 불리는 미닛 리피터 워치를 이미 1875년에 선보인 바 있는데, 이러한 브랜드 노하우와 전통을 담아낸 새로운 모델이 바로 밀리너리 미니트 리피터다. 3차원적인 무브먼트에 획기적인 2개의 밸런스 스프링을 보유한 AP 이스케이프먼트와 미닛 리피터의 메커니즘이 만난 것. 창의적인 디자인에 핸드와인딩 칼리버 2928을 장착해 시, 분, 초 표시와 미닛 리피터 기능까지 갖췄다.
Baume & Mercier _클립튼 1830 매뉴얼
1950년대 황금기에 선보인 뮤지엄 피스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델. 브랜드 설립 연도를 의미하는 클립튼 1830 모델은 곡선과 직선 라인을 살린 균형미가 아름답다. 42mm의 볼드한 레드 골드 케이스에는 라 주페레 매뉴팩처의 무브먼트를 탑재하고 있으며 90시간 파워 리저브 기능을 갖췄다.
Cartier _탱크 MC
까르띠에는 자사에서 제작한 첫 번째 무브먼트인 1904MC 무브먼트를 브랜드를 대표하는 영원의 상징, 탱크 컬렉션에 장착해 올해 새롭게 선보인다. 44mm 케이스는 탱크 워치 특유의 장방형을 변형한 넉넉한 공간 덕분에 여유가 느껴진다. 사파이어 글라스의 투명 백 케이스 덕분에 뒷면으로 메캐니컬 무브먼트와 로터의 유연한 움직임을 감상할 수 있다.
IWC _포르토피노 핸드와인드 빅 데이트
우아함과 기계식 시계의 매력을 모두 갖춘 포르토피노 컬렉션의 새로운 모델. 12시 방향에 새롭게 추가한 데이트 디스플레이는 독특하면서도 편리하다. 대범한 사이즈의 날짜 창은 2개의 디스크로 되어 있는데, 이는 모두 자체 제작 무브먼트 칼리버 59230에 담긴 특별함 덕분이다. 크라운을 끝까지 감으면 1백92시간, 즉 8일간 작동할 수 있는 파워 리저브를 갖췄다. 이탈리아 하이엔드 핸드메이드 슈즈 매뉴팩처 산토니의 독특한 가죽을 사용한 스트랩을 매치해 기계식 시계의 클래식한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Jaeger-LeCoultre _마스터 그랑 트래디션 자이로 투르비옹 3 주빌리
브랜드 탄생 1백80주년을 기념해 지금까지 선보여온 그랑 컴플리케이션 모델에 헌정하는 히브리스 메카니카 시리즈의 열 번째 작품으로 선보인 컬렉션. 플라잉 투르비용, 블루 골드 밸런스, 구체형 밸런스 스프링을 장착해 첫선을 보여 모두를 놀라게 했다. 상부 브리지를 제거해 마치 소우주를 자유롭게 유영하는 듯한 투르비용의 모습이 아름답다. 1백 개의 부품으로 구성되지만 초경량 물질로 만들어 무개가 1g밖에 나가지 않는 자이로 투르비옹은 진정한 마이크로 메캐니컬 기술의 성과라 할 수 있다.
Montblanc _빌르레 1858 컬렉션 엑소뚜르비옹 라트라팡테
회전 케이지 밖에 위치한 큰 사이즈의 밸런스, 스팔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 골드와 그랑푀 에나멜로 제작한 3차원의 레귤레이터 다이얼까지 지금까지 보지 못한 컴플리케이션들의 결합을 선보이는 워치다. 평범한 다이얼 대신 골드와 애나멜로 장식한 3차원적인 다이얼 디자인은 전통적인 워치메이킹과 선구자적인 장인 정신의 결합이 눈을 사로잡는 워치다. 18개의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선보인다.
Officine Panerai _루미노르 1950 투르비옹 GMT 세라미카
역사 깊은 이탈리아 브랜드 파네라이의 독특한 매력을 드러내는 자사 무브먼트를 장착한 스켈레톤 워치. 이 워치는 독특한 블랙 세라믹 베젤이 감싸고 있으며 인 하우스에서 설계하고 제작한 P.2005/S 무브먼트에는 투르비용을 장착했는데, 이 모든 움직임은 투명한 케이스를 통해 고스란히 볼 수 있다. 내부의 모든 디테일을 볼 수 있도록 마치 골격만 남긴 듯 브리지를 표현한 것도 독특하다. 2백77개의 부품을 사용했고 6일간 파워 리저브가 가능하다.
Piaget _엠퍼라도 쿠썽 울트라-씬 미닛 리피터 하이 주얼리
지난 2013년 SIHH에서 선보인 디자인에 주얼리 세팅을 더해 워치스&원더스에서 최초로 선보인 컬렉션. 피아제의 울트라-씬 노하우와 젬 세팅 기술을 동시에 보여주는 결정체다. 무브먼트 두께 4.8mm, 케이스 두께 9.4mm로 전면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했지만 이전 미닛 리피터와 두께가 같다는 점이 핵심. 새로운 모델이지만 여전히 울트라-씬 분야에서 피아제가 가지고 있는 기록은 그대로 유지했을 뿐 아니라 100% 자체 개발한 무브먼트에 장식, 조립까지 완벽을 기했다.
Richard Mille _투르비용 팬더
민첩하기로 유명한 동물인 팬더에게 영감을 받은 화려한 디자인의 워치로 RM26-10 투르비용 칼리버를 장착하고 있다. 18K 화이트 골드와 다이아몬드, 블랙 사파이어, 블랙 오닉스가 강렬한 조화를 이루는 이 컬렉션은 예술과 상상력의 결합을 통해 완성했으며 단 15개만 출시한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Roger Dubuis _엑스칼리버 콰토르 DLC 티타늄
48mm의 거대한 블랙 티타늄 컬렉션. 독특한 차콜 컬러 케이스에 수동 기계식 무브먼트인 RD101이 장착되어 있다. 4개의 밸런스 휠을 장착하고 정교하게 조정된 5개의 포지션은 총 5백90개의 부품으로 구성되어 독특한 밸런스를 이룬다. 유니크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고스란히 담은 모델로 1백88개만 선보이는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Van Cleef & Arpels _레이디 아펠 주 뉘 서프 볼랑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시간의 서사시, 시간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중시하는 반클리프 아펠의 워치 컬렉션은 그 모습만으로도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다. 젊은 남성과 여성이 하늘에 연을 띄워 소망을 빌고, 그들의 머리 위로 마치 발레하듯 즐겁게 춤추는 연을 형상화한 디자인이다. 머더오브펄의 완벽한 조화와 최고 등급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낮에는 연이 날고 있는 하늘을 묘사하고, 밤에는 별이 빛나는 하늘을 표현하기 위해 24시간 동안 디스크가 조금씩 회전하게 했다.
Vacheron Constantin _패트리모니 컨템퍼러리 울트라-씬 칼리버 1731
클래식하고 심플한 디자인 속에 마법과도 같이 정제된 기술의 미닛 리피터 기능을 장착한 컬렉션. 소리를 내는 기능을 갖춘 이 특별한 컬렉션을 만들기 위해 4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는데, 기존의 울트라-씬 무브먼트와 큰 차이 없는 3.9mm의 새로운 울트라-씬 칼리버 1731이 새로운 워치의 심장이다. 65시간 파워 리저브 기능을 갖췄을 뿐 아니라 기존 미닛 리피터보다 한 단계 발전한 기능이 미묘한 변수까지 고려해 더욱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낸다. 이렇듯 복잡한 기능을 갖췄음에도 시계의 두께는 8.09mm에 불과해 시계 예술에 정점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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