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maison & obj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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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 2011

글 ·사진 김미진(월간 <메종> 편집장)

매년 1월과 9월, 파리는 강렬한 디자인 열기로 가득하다. 바로 홈 데커레이션 분야의 트렌드 각축장이라 할 수 있는 메종 & 오브제 전시가 열리기 때문이다. 지난 1월 21일부터 25일까지 파리 빌팽트에서 열린 메종 & 오브제의 소식을 전한다.


   

    

    

        

 


전 세계 인테리어 시장의 현주소를 살펴보고자 한다면 매년 1월과 9월 파리를 찾으면 된다. 바로 메종 & 오브제 전시가 열리기 때문. 인테리어 디자이너, 인테리어 에디터, 인테리어 관계자 등 디자인 피플의 아젠다를 가장 우선적으로 채우는 이 두 번의 전시는 매년 4월에 개최되는 밀라노 가구박람회와 더불어 인테리어계의 동향을 제대로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올해는 전반적으로 세계경제의 위축으로 메가 브랜드의 참여가 저조한 것이 안타까웠지만, 오히려 작은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의 작업에 눈을 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덕분에 더 다양하고 새로운 디자인, 소규모 브랜드나 작가들의 끊임없는 실험 정신이 부각될 수 있었다. 코엑스 전시장의 몇 배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로 펼쳐지는 메종 & 오브제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남미 등의 에스닉 스타일과 브랜드로 구성되는 1홀, 세계 유명 브랜드를 비롯한 소규모 브랜드의 침장을 살펴볼 수 있는 2홀, 다양한 테이블웨어 브랜드가 참여하는 3홀, 인테리어 데커레이션 브랜드와 소품 브랜드가 참여하는 4홀과 5홀, 기프트 제품을 선보이는 6홀, 텍스타일 브랜드 중에서도 빅 브랜드 위주로 구성되어 패브릭 트렌드를 한눈에 가늠해볼 수 있는 7홀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8홀에는 최근 눈여겨봐야 할 디자인과 브랜드가 참여하는 ‘나우! 디자인 아 비브르(Now! Design á Vivre)’가 구성된다. 또 7홀은 매년 1월에만 선보이는 패브릭관 ‘에디퇴르(Editeur)’가 진행되기 때문에 특히 주목해봐야 한다. 무엇보다 규모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각 전시관의 성격과 구성을 제대로 파악해 동선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1년 주목해야 할 트렌드 키워드는 ‘강렬함’

매년 메종 & 오브제에서 가장 주력해서 볼 공간은 인플루언스, 즉 트렌드 제시관이다. 1홀에서 3홀에 이르는 한쪽 면을 따라 구성된 전시장에서는 매년 넬리 로디 에이전시의 벵상 그레구아와 프랑수아 베르나르, 엘리자베스 르리슈가 향후 주목해야 할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제시한다. 몇 년째 메종 & 오브제를 관람하며 느낀 것은 이 3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같은 주제를 풀어내는 스타일이 일관적이라는 것이다. 넬리 로디 에이전시의 벵상 그레구아는 같은 주제인데도 보다 패셔너블하고 시각적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스타일이고, 프랑수아 베르나르는 자연에 입각해 때로는 거칠기까지 한 내추럴 라이프를 지향한다. 엘리자베스 르리슈는 같은 주제라도 미래적이고 하이테크적면서도 동시에 시적으로 풀어내는 것을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같은 트렌드 주제임에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시각과 스타일에 따라 완전히 다른 콘셉트가 펼쳐지는 것을 주목해서 비교해본다면 더 흥미로울 듯하다. 올해 인플루언스의 주제인 ‘강렬함(intensité)’이라는 키워드 아래 이 3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우리의 감각을 강렬하게 자극할 디자인 체험의 장을 제안했다. 넬리 로디 에이전시의 벵상 그레구아는 ‘힙노틱(hypnotic)’을 주제로 옵 아트를 연상시키는 현란하고도 다이내믹한 공간을 제안했다. 무한적으로 반복되는 기하학적인 도형과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불규칙한 형태를 적용한 역동적인 디자인 제품과 움직임이나 빛, 3D 효과를 사용한, 최면에 걸릴 것 같은 심미적인 디자인이 시선을 압도하는 전시였다. 엘리자베스 르리슈는 ‘오트 탕시옹(Haute Tension)’, 즉 ‘하이 텐시티’를 주제로 내세웠다. 극도의 긴장감을 자극하는 직설적인 비유가 돋보인 엘리자베스 르리슈의 전시는 용광로 같은 레드의 공간으로 인도한다. 온기와 냉기, 육중함과 경쾌함, 빛과 어두움, 소리와 향기 등을 통해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고 일깨우는 디자인으로 채워진 이 공간에서 눈에 두드러진 것은 한국의 젊은 작가 이광호의 작품. 세계적인 디자이너 요시오카 도쿠진이나 넨도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하이테크적이면서도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의 작품에서 뿌듯함마저 느낄 수 있었다. 레드의 입구를 넘어 만난 준야 이시가미의 화이트 톤 전시는 극도의 긴장감 뒤 찾아오는 달콤한 릴랙스를 선사했다. 마지막으로 프랑수아 베르나르는 ‘언플러그드(un-plugged)’를 주제로 새로운 콘셉트의 릴랙스를 제안했다. 특히 세계적인 트렌드인 친환경적인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디자인 제품들에 아웃도어 콘셉트를 적용한 것이 눈에 띄었으며, 전시장 한 곳을 채우고 있는 숲 영상과 나무 아래 쉼터처럼 연출된 공간으로 정신 없이 빠르고 획일화된 현대사회의 각박한 일상에서의 탈출을 그려냈다. 플러그를 뽑아버리라는 화두를 던지며 느슨하고도 릴랙스한 트렌드를 제시한 프랑수아 베르나르는 단순히 여유를 누리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라기보다는 좀 더 검소한 형태를 통해 가장 평온하면서도 원초적인 상태가 오히려 가장 강렬한 삶의 자극이 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제안했다. 늘 그렇듯이 자연적인 소재와 디자인, 그리고 자연 자체를 거론하면서.

거부할 수 없는 매력, 에스닉

에스닉 디자인이 지금에서야 트렌드로 대두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시즌 분명 우리는 에스닉 스타일을 다시 한 번 주목해야 한다. 왜냐하면 현대적인 소재, 현대적인 디자인과 만나 그 어느 때보다 매력적인 변신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수년간 파올라 나보네와 작업해온 이탈리아 테이블웨어 브랜드 리차드 지노리는 16가지의 플로럴 패턴을 갖춘 ‘포크 웨어(Folk Ware)’ 라인을 선보였다. 또 남미나 아프리카의 컬러감이 돋보이는 디알로나 마마 실라의 체어 역시 주목할 만하다. 에스닉은 이제 더 이상 ‘민속풍’이 아니라 모던의 새로운 이름이 된 듯하다.

이제는 업사이클링이 대세

최근 몇 년간 메종 & 오브제에서 ‘이것이 바로 최신 트렌드!’라는 것은 없었다. 다양한 트렌드가 서로 공존하며 조화를 이루었다고 할까. 그러나 이번 1월의 메종 & 오브제에서는 강렬하게 대두된 경향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업사이클링(up-cycling)이다. 이미 국내외 디자인계에서 화두로 떠오른 것은 몇 년 전의 일이지만, 이번 메종 & 오브제에서 다양한 디자인과 소재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면서 제대로 두각을 나타낸 것이다. 업사이클링의 개념을 정리해보자면 리사이클링에 디자인적 가치를 부여해 한 단계 높은 리사이클링을 제안한다는 것이다. 쓰임을 다한 물건을 다시 사용하는 단순한 재활용 차원을 넘어 수공예적이고 예술적인 차원으로 승화한 업사이클링은 소비와 생산 과잉으로 포화 상태인 이 시대에 지속적인 디자인을 가능하게 하는 궁극적인 디자인 애티튜드라 할 수 있다. 헌 옷을 재사용하는 획기적인 방법으로 알바니아의 지역 경제 발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포! 파리(Po! Paris)’, 예술적인 나무 가구와 조명 작업이 돋보인 포르투갈 브랜드 ‘플리즈 리사이클(Please Recycle)’, 항공기 거치대 등 리클레임드 우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투박하면서도 멋스러운 가구를 제안하는 벨기에 브랜드 ‘아트모스페르 & 부아(Atmosphère & Bois)’ 등이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전체적으로 파스텔 톤의 라일락 컬러, 거친 물성을 살린 오가닉 라인의 디자인, 촉감이나 텍스처를 강조한 패브릭,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그래픽 패턴 등 몇 가지 경향이 두드러졌다. 메종 & 오브제는 이제 단순히 홈 인테리어 분야의 디자인을 제안하는 전시에 머물지 않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라이프스타일의 방향과 애티튜드를 차분하고도 열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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