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한 주기로 움직이는 작은 우주와 같은 시계. 단순히 시간만 알려주는 것 외에 달력, 소리, 시간 측정까지, 기능별로 본 올해의 주목할 만한 신제품.
2 로저 드뷔 엑스칼리버 36 인 블루. 제네바 인증을 받은 기계식 무브먼트 RD821을 탑재한 시계다.
3 파네라이 루미노르 1950 레가타 3 데이즈 크로노 플라이백 티타니오 47MM. 4시 방향의 푸시 버튼으로 레가타 카운트다운의 측정이 가능하고 다이얼에는 보트의 속도를 잴 수 있는 노트 스케일을 넣었다.
4, 5 IWC 인제니어 크로노그래프 레이서. 40,000A/m에 해당하는 자성을 견딜 수 있는 시계로 12시 방향에 크로노그래프에 해당하는 시와 분을 함께 표시한다.
6~8 반클리프 아펠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레이디 아펠 발레리나 앙상떼. 다이얼 왼쪽은 시간, 오른쪽 부분은 분을 표시한다. 조각, 에나멜, 보석 세팅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Hour Only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은 시계의 존재 이유다. 최근에는 복잡한 기능에서 탈피해 시계가 점점 단순해지고 있다. 기본기에 충실한 시계는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클래식으로 여겨진다. 여성 시계, 특히 주얼리 시계는 기본 적인 기능만 넣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이 시계 너머의 아름다움을 표현해주기에 적당하기 때문이다. 여성용 시계를 얇고 작게 만들기 위해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하는 일이 많지만, 전통적인 브랜드는 기계식 무브먼트를 고집하곤 한다. 19세기의 전통을 그대로 이은 바쉐론 콘스탄틴 패트리모니 트래디셔널 레이디 매뉴얼 와인딩이 대표적이다. |
Small Secondd
시와 분만 알려주는 아워 온리에서 조금 더 나아가 초를 표시한다. 현재 시계는 대부분 다이얼 중앙 부분에서 크게 돌아가는 시침, 분침에 초침을 얹은 형태가 대부분이지만, 과거 회중시계를 보면 6시 방향에 있는 작은 창에 초침을 두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스몰 세컨드라고 부른다. 초에 해당하는 톱니바퀴 바로 위에 초침을 둔 구성으로 전통적인 시계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형태다. 최근에는 옛 느낌을 살리기 위해 스몰 세컨드를 두는 시계를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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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onograph
‘시간을 기록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크로노그래프는 1821년 파리에서 열리는 경마를 위해 프랑스의 니콜라스 뤼섹이 고안했고 1862년 영국의 시계 제작자 아돌프 니콜이 최초로 시계에 적용했다.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중반에 들어서이다. 크로노그래프를 작동시킬 때 동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에너지원이 필요했다. 크로노그래프는 남성적인 이미지를 드러내기에 좋아 남성 시계에 주로 사용됐고, 최근에는 이를 캘린더, 미닛 리피터에 결합한 컴플리케이션 시계가 등장하고 있다. |
Regata
레가타는 조정, 요트, 보트 경기를 일컫는 말로 14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곤돌라 레이스를 ‘레가타’라 부른 데서 유래했다. 요트 경기에서 출발 5분 전은 아주 중요하다. 경기에 참가한 요트는 1개의 해상 부표와 본부선을 이은 가상선으로 된 출발 라인 안쪽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절차는 5분 전 예고 신호, 4분 전 준비 신호, 1분 전 신호 후 출발의 순서로 진행한다. 이를 알리기 위한 것이 레가타 기능이다. 일반적으로 크로노그래프 시계지만 요트 경기를 위한 출발 시간을 특별히 측정할 수 있는 표시를 따로 해두고 기능을 작동시킬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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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rograde
레트로그레이드란 역행하는 것을 말한다. 시계에서 레트로그레이드는 핸즈가 360도로 회전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 120~150도의 부채꼴 형태 안에서 움직이고, 다시 역으로 처음 위치로 돌아가는 방식으로 기능을 표시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시, 분, 날짜, 요일, 파워 리저브 등의 기능에 사용된다. 반클리프 아펠은 이 레트로그레이드를 매우 서정적인 방식으로 풀어냈는데 요정의 요술봉이 시간을 표시하도록 하는가 하면, 올해는 발레리나의 날개 모양 스커트 자락을 핸즈로 사용하는 아름다운 시계를 내놓았다. |
11 까르띠에 로통드 드 까르띠에 더블 투르비용 미스터리. 사파이어 글라스 판에 고정해 떠 있는 듯 보이는 투르비용이 5분에 한 번씩 회전하면서 돌아간다.
12 예거 르쿨트르 랑데부 셀레스티얼. 라피 라쥴리에 기요셰, 다이아몬트를 세팅한 스카이 차트가 23시간 56분 4초를 주기로 1회전한다.
13, 14 파르미지아니 토릭 퀘스터 라비린스. 버마산 옥에 미궁을 표현한 골드 판을 덮은 다이얼 디자인이 독특하다.
15, 16 랑에 운트 죄네 1815 라트라팡테 퍼페추얼 캘린더. 2100년까지 수정이 필요 없는 퍼페추얼 캘린더, 1백22년마다 단 하루 오차 조정만 해도 되는 문페이즈에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기능까지 갖췄다.
17 파네라이가 선보인 회중시계.
18 파르미지아니 톤다 트랜스포마 CBF. 회중시계, 손목시계, 그리고 제공하는 와인더에 넣어 탁상시계로 사용할 수 있다.
World Timer
여행이나 출장이 잦아지면서 떠나온 곳의 시간과 도착한 곳의 시간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시계가 필요해졌다. 그리니치 표준시인 GMT와 협정시인 UTC 등 2개의 시간대를 동시에 표시할 수 있는 투 타임 존, 세계 시간의 기준이 되는 대표 도시를 다이얼에 표시해 여러 곳의 시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월드 타임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월드 타임의 경우 GMT 기준의 24개 도시 외에 경도에 따라 30분의 오차가 적용되는 도시까지 표시한 33개 도시를 담은 시계도 있다. |
Tourbillon
부품이 받는 중력의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개발된 시스템이 투르비용이다. 아주 정밀한 작업이 필요한 탓에 제작하기 힘들지만 현재 많은 브랜드가 각각의 투르비용을 소개하면서 희소성이 떨어졌다. 2차원 투르비용부터 입체적으로 움직이는 3차원 투르비용, 2개를 넣은 더블 투르비용 등 다양한 모습이다. 기계적인 면을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기술력을 과시하는 차원에서 제작했지만 까르띠에의 경우 올해 보다 아름다운 투르비용을 소개했다. 고정한 틀이 보이지 않고 떠 있는 듯한 효과를 내는 미스터리 방식으로 투르비용을 표현한 시계로 마치 자전과 공전을 하는 소행성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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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Chart
스카이 차트는 밤하늘의 별을 보여주는 기능이다. 문페이즈와 또 다른 낭만적인 감성을 표현해주는 시계로, 시간이 흘러가면서 스카이 차트가 회전하는 방식이다. 시계나 고객이 있는 지역의 밤하늘을 특별 주문으로 담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랜드도 있었다. 예거 르쿨트르가 작년 여성용 시계로 소개한 랑데부에 스카이 차트를 넣은 랑데부 셀레스티얼은 염소, 궁수, 전갈, 사자 등 태양이 황도를 따라 연주운동을 하는 길에 있는 주요 별자리를 담았다. |
Minute Repeater
어두운 곳에서도 시간을 잘 알아볼 수 있도록 야광 도료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1930년대다. 그 전에는 소리로 시간을 알 수 있는 미닛 리피터 기능이 유용했다. 순간적인 동력을 제공하는 레버를 잡아당기면 해머가 공을 때리면서 시간과 분을 소리로 알려주었다. 기본적으로 2개의 해머가 들어가고, 여기에서 해머를 늘리면 멜로디까지 구현해낼 수 있다. 재크마나 오토마통 등 미닛 리피터가 작동될 때 함께 움직이는 형상을 넣은 시계도 있는데 올해 피아제는 세계에서 제일 얇은 9.4mm 두께의 미닛 리피터 시계에 도전했고, 파르미지아니는 아름다운 미닛 리피터를 선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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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petual Calendar
1582년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기존에 쓰던 율리우스력의 오차를 수정해서 발표한 그레고리력은 오늘날까지 사용하는 태양력이다. 그러나 1년은 365.2425일로 오차가 있어서 4년에 한 번씩 윤년을 만들어 평년과 달리 2월 29일을 두어 오차를 수정한다. 이러한 달력에 기준을 둔 시계는 시간 외에 날짜를 표시하는데 날짜, 요일, 월은 물론 윤년까지 자동으로 조정이 가능한 기능이 페페추얼 캘린더이다. 그 자체로 컴플리케이션 시계로 분류하지만 최근 크로노그래프나 미닛 리피터 등 다른 기능을 결합해 더 복잡해지거나 기능의 배열은 단순화시키는 등의 변화를 볼 수 있다. |
Pocket Watch
20세기 초까지 사용하던 회중시계는 간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손목시계에 그 자리를 넘겨주었다. 전통적인 기계식 시계의 부흥에 힘입어 전통을 되살리는 차원에서 회중시계를 제작하는 브랜드가 있는데, 현대적인 디자인과 방식이 흥미롭다. 보베나 파르미지아니는 손목시계로 변신시킬 수 있는 회중시계를 소개했다. 오피치네 파네라이는 1930년에 탄생한 브랜드로 역사적으로 애초에 회중시계를 생산한 적이 없었으나 올해 이례적으로 회중시계를 소개했다. 세라믹 소재로 제작한 전통과 현대가 만난 결과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