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23-24 Winter SPECIAL] 화폭에 담긴 음률_마크 로스코(Mark Roth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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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3, 2024

글 황다나

마크 로스코(Mark Rothko)

평면에 감정을 담아내 보는 이에게 깊은 울림과 파동을 주는 화가 마크 로스코(Mark Rothko, 1903~1970). 명확히 정의 내릴 수 없는 색채와 형태의 부재 속에 격정적으로 감정을 뿜어내는 로스코의 작품은 수많은 이의 마음을 움직여왔다. 전 세계 곳곳에 흩어져 관객과 교감하는 로스코의 대표적인 작품을 광범위하고도 철저하다 싶을 만큼 치밀하게 모아놓은 회고전이 파리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Fondation Louis Vuitton)에서 오는 4월 2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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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개관한 이래 뉴욕 MoMA, 런던 코롤드 갤러리, 시추킨 컬렉션 등 세계 유수 미술관의 소장품을 파리로 여행시켜온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은 지난 10월 아트 바젤이 주관하는 파리 플러스(Paris Plus par Art Basel) 개최 기간과 맞물려 야심 찬 기획의 마크 로스코 회고전을 공개했다. 비록 그 자신은 추상주의에 속하는 화가가 아니라고 밝혔으나 현대 회화의 본질에 반향을 일으키며 추상표현주의 대가로 손꼽히는 로스코의 작품은 다양한 색상과 서로 겹친 형태의 깊이, 공간감을 표현하며 추상화의 경계를 한층 확장시켰다. 제작 과정에서 작가 스스로가 깊은 내면의 감정을 불어넣은 만큼, 관람자에게도 공감과 몰입을 유도해 내면에 잠재된 감정을 일깨워준다.
1999년 파리 시립 미술관 관장으로 재직할 당시, 이미 한 차례 마크 로스코 전시를 기획한 바 있는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의 아티스틱 디렉터 수잔 파제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작성한 서문에 ‘말’이라는 그릇에 차마 표현할 수 없는 강렬한 감정을 어떻게 담아낼지 스스로에게 물으며, 그 어떤 단어를 사용해도 작업을 표현해내기에 한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한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마크 로스코를 꼽는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의 대표 겸 LVMH 그룹 CEO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t) 회장은 이번 전시를 일컬어 “오랜 기간 간직하던 개인적 소원을 이뤘다”고 소회를 밝혔다. “프랑스와 유럽에서 거장이 이미 받아야 마땅한 조명을 제대로 받지 못한 ‘부조리’를 해소하고 이 같은 상황을 보완하기를 원했다”고 덧붙인 그의 소망은 야심 차고 광범위하게 현실이 되었다.
연대기순으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생전에 그린 유일한 자화상(1936)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로스코의 초기작 중 하나인 자화상은 2019년 빈 미술사 박물관(Kunsthistoriches)에서 개최된 회고전에서 렘브란트의 자화상과의 유사한 면모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초상화의 진정한 본질이 단순한 이미지를 넘어선 인간의 모습, 캐릭터와 감정을 아우르는 휴먼 드라마를 담고 있다면, 어두운 배경 속 밀도 깊게 그려진 인물의 시선이 불투명한 안경에 가려 보이지 않는 모습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탐구하는 듯하다. 미술관 지하 1층 공간을 메운 초창기 작품은 주도 도시 풍경, 인물 그림, 정물 등 주제를 개성 넘치는 붓질로 그려낸다. 고대 신화나 초현실주의를 비롯한 다양한 사조에서 영감받은 로스코는 전쟁을 겪으면서 인간의 비극 역시 다뤘다.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함선의 모습을 형상화한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건축물(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은 방황 끝에 구상에서 추상으로 나아가는 그의 항해에 든든한 보금자리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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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멀티폼(색채 다층 형상) 양식을 발현하며 자신의 화풍에 전환을 이뤄낸 로스코는 1947년부터 그림을 액자 없이 전시하면서 관람객과 보다 직접적이고 대면적인 관계를 맺고자 했다. 작품의 스케일을 좀 더 키워 이러한 효과를 더욱 극대화하거나, 그림을 설명하는 제목을 짓기보다 번호를 매기거나 무제로 남겨두면서 작품에 암시적인 제목을 부여하는 것을 선호했다. 캔버스에 배열한 형태가 겉보기엔 간단하게 느껴지지만 로스코는 무척 엄격하고도 정밀한 방식으로 작업해나갔다. 모양 자체는 단순히 직사각형의 변주로 비춰지기도 하나, 작품 하나하나에 쓰인 비슷한 듯 다른 유일무이한 색채, 색조가 이루는 조화로움은 실로 놀라운 방식으로 세밀하게 계획되었다. 로스코의 아들이자 이번 전시를 위해 전 세계에 흩어진 방대한 로스코 작품을 한데 모으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 크리스토퍼 로스코가 아버지의 (아마도) 첫사랑이라 밝힌 음악적 요소는 작품 곳곳에서 배어났다. 작가 스스로도 “내가 화가가 된 이유는 그림에 음악과 시만큼이나 강렬한 감정의 힘을 부여하기 위해서다”라고 할 만큼 대담하고 선명한 색상의 선택, 조합과 대비는 화음을 쌓는 듯한 모습을 띤다. 선이 서로 교차하고 반복되는 패턴과 형태를 통해 마치 리듬을 타듯 조화롭게 만들어내는가 하면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음악의 그것과 닮은 감정과 감각을 전달한다. 로스코의 어두운 색상과 강렬한 대비, 밝은 색상과 부드러운 형태는 음악에서 멜로디를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과 비슷하게 흘러간다.
1958년, 로스코는 건축가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가 설계를 맡은 뉴욕 시그램(Seagram) 빌딩 안 필립 존슨(Phillip Johnson)이 디자인한 공간의 벽면을 장식할 작품을 의뢰받는다. 하지만 본인의 작품이 레스토랑에 걸리리라는 사실을 알고는 작품을 전달하지 않고 전체 연작을 본인이 소장하기로 마음을 바꾼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1969년, 작가가 테이트 미술관에 기증한 연작 9점이 이번 전시를 위해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을 찾았다.
전시 막바지에 이르러 미술관에서 층고가 가장 높은 전시실에서 검정과 회색으로 구성된 작품 ‘대성당’(1969~1970)을 마주하게 된다. 이 작품은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 개관전에서도 선보인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조각과 함께 전시되어, 인간의 기본적 감정을 표현해내는 여정을 지속한다. “나의 예술은 추상이 아니다. 그것은 살아 숨 쉰다(My art is not abstract, it lives and breathes)”라며 색채와 빛, 형태를 악기 삼아 지휘하듯 그려낸 작가는 무엇을 끊임없이 찾고 갈망했을까? 그가 세상을 떠난 지 50여 년이 훌쩍 지난 오늘날 한눈에 마음을 사로잡고 침묵의 대화를 건네는 작품 앞에 선 관람객은 로스코의 그림에서 무엇을 바라보고 있을까. 자세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 (www.fondationlouisvuitton.fr) 참조.


[ART + CULTURE ’23-24 Winter SPE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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