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상상하고, 직시하고,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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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03, 2015

글 이소영(<사진 미술에 중독되다>, <서울, 그 카페 좋더라> 저자)

트렌드를 예측하는 사람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다. 각계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아 지금 꼭 알아두어야 할 트렌드를 소개한다. 경제, 과학, 디자인, 라이프스타일, 여행과 푸드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경향과 소비 패턴을 배경으로 한 트렌드들이 흥미진진하다. 메가 트렌드를 알고, 나를 알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사과’ 로고  모니터의 매혹, 눈길만이 아니라 손길도 사로잡는다

올해 우리가 꼭 알아야 할 트렌드는 무엇일까? 21세기 트렌드의 변화는 눈 깜빡할 사이에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세계의 모든 트렌드를 파악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그래도 우리가 트렌드를 알아야 되는 이유는 내용(content)보다 맥락(context)을 이해해야 시대 변화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경향 중 하나는 모슬렘의 파워다. 9·11 테러에서부터 최근 프랑스 주간지 테러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사건 때문에 모슬렘에 대해 거부감을 표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2014년 말 기준, 세계 인구의 25%인 16억 명이 모슬렘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세계 인구의 1/4이 모슬렘이라는 사실은 2022년 모슬렘 정당이 프랑스를 지배한다는 미셸 우엘베크의 소설 <복종>의 내용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모슬렘 인구도 23만 명이나 된다. 이를 토대로 모슬렘은 율법에 따라 엄격한 식생활과 규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기에 이를 산업 전반에 활용한다면 막대한 이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모슬렘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뜻하는 할랄(Halal)의 경우, 이슬람 율법이 금지한 돼지고기, 뱀, 개, 육식동물, 민물고기를 제외할 뿐 아니라 이슬람적 방법으로 도축하지 않은 가축도 먹으면 안 된다는 넓은 의미를 포함한다. <2015 한국을 뒤흔들 12가지 트렌드>(알키)의 복덕규 쿠알라룸푸르 무역관에 의하면, ‘이슬람적인 도축’이란 정신적 문제가 없는 성인 모슬렘이 기도문을 외우면서 단칼에 가축의 목구멍을 절단해 동맥을 끊는 방식으로 도축하는 것을 뜻한다. 이슬람교도가 아니어도 그 의미가 이해되는 도덕적 방식이기에, 우리나라에서도 모슬렘 거주자와 증가하는 이슬람교도 관광객을 위해 그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할랄의 인증 범위는 식품뿐 아니라 의약품과 화장품에까지 확대된다. 그 때문에 돼지에서 추출한 콜라겐이나 젤라틴 성분을 식물성으로 대체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할랄은 그 반대 의미인 하람(Haram)과 같은 조리 기구, 가공, 포장, 보관, 운송 과정을 적용하는 것도 금지된다는 것을 기억해두어야 한다.
일본은 이미 할랄 인증을 받은 레스토랑이 2백 곳이 넘고, 된장과 같은 일본 전통 음식도 인증받는 단계에 이르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해 한국관광공사에서 가이드북 <레스토랑 가이드 포 모슬렘 비지터>를 발간하면서 이제 포문을 연 상태다. 모슬렘 마케팅은 관광, 유통, 금융으로도 이어진다. 호텔과 공항에서는 모슬렘 고객이 언제든지 기도할 수 있도록 코란과 매트를 비치하고, 메카 방향을 표시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 할랄 레스토랑과 기도실을 준비해주면 금상첨화다. 이슬람교에서 금지하는 술을 판매하지 않는 레스토랑을 오픈하고, 남녀가 따로 사용하는 수영장과 스파에 대한 고려도 시도해볼 만하다. 금융에서는 높은 이자를 받지 못하게 하고 비윤리적이고 투기적인 사업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는 채권이나 펀드가 이슬람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실험실에서 만드는 쇠고기 햄버거

소설가 톨스토이는 “신은 인간에게 먹을 것을 보냈고, 악마는 요리사를 보냈다”라고 했다. 우주 여행이 가능한 최첨단 시대라 할지라도 원초적 본능을 충족시키는 맛있는 음식은 여전히 중요한 존재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SF 영화 <인터스텔라>에서조차 식량 위기를 거론할 정도로 인구 대비 식량 부족은 이미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 식량 자원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가격은 급격히 상승하는 중이며, 이상기후와 환경오염에 대한 위기 의식은 과학자들을 대안 식품 연구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암스테르담 무역관 팀 롤프스와 임성아는 네덜란드의 배양육 개발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험실에서 만드는 고기’를 뜻하는 배양육 특허를 보유한 네덜란드는 정부 지원금뿐 아니라 구글 설립자 세르게이 브린 등의 민간 기부금을 받아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배양육은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대학 연구실에서 만들고 있는데, 소의 줄기세포를 분리해 근육세포로 배양하는 방식이다. 배양액에 아미노산과 지방산을 투여해 육류와 비슷한 맛을 내게 하며, 영양분과 전기자극을 주어 근육 조직으로 발전시킨다. 얼마 전 배양육으로 만든 햄버거가 공개되었는데, 진짜 고기보다 육즙이 적고 더 부드럽다는 호평을 받았다. 소, 돼지의 비윤리적인 사육 방식에 반대하는 채식주의자가 늘고 있는 요즘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가축을 사육하는 데는 엄청난 자원 낭비와 환경오염이 동반되기 때문에 미래 식량으로 손색이 없다. 아시아 최고 재벌인 청쿵그룹의 리카싱 회장도 인공 달걀과 인공 고기 개발에 거액을 투자한 상태라고 하니, 한국의 투자자들도 여러모로 관심을 가져야겠다. 네덜란드는 곤충을 식재료로 사용하는 데도 열심이다. 레스토랑 브랜드 ‘라 플라스’는 로랜드 뮤직 페스티벌에서 유충인 밀웜을 토핑으로 얹은 햄버거를 선보였는데, 인기가 높았다. 유명 도매 유통망 ‘슬리그로’와 슈퍼마켓 ‘플러스’에서도 곤충을 판매하고 있으며, 온라인 쇼핑몰 ‘델리버그’에서도 동결 건조한 메뚜기, 밀웜, 외미거저리를 절찬리에 판매 중이다. 불결하게 사육·도축된 쇠고기 스테이크를 먹느니 마음 편하게 메뚜기 튀김을 먹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을까?



마실 수 있는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인간의 기술은 여전히 자연을 이기지 못한다. 허리케인, 홍수, 지진,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로 해마다 목숨을 잃는 사람들의 수는 어마어마하고 경제적 피해가 크다. 그렇지만 파괴될지언정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인간의 기질 때문에 자연재해 예방이 스마트해지기 시작했다. 문진욱 로스앤젤레스 무역관은 미국 중부 지역의 토네이도 대피 시설과 정수 기능을 갖춘 책이 흥미로운 비즈니스가 되었다고 밝혔다. 시속 320km가 넘을 정도로 강력한 토네이도가 연이어 미국을 강타하면서, 살인적인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대피소가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것. 가격은 3천달러 정도로 고가이지만 안전성을 보장받아 사업은 더욱 번창할 전망이다. 비영리 기관인 페이지 드링킹 페이퍼는 ‘마실 수 있는 책(drinkable book)’을 개발했다. 평소에는 서재에 꽂아둘 수 있는 진짜 책이지만, 식수가 필요할 때 찢어서 더러운 물을 정수할 수 있는 획기적인 상품이다. 책장 한 장을 한 달 동안 정수 필터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기능이 뛰어나다(pagedrinkingpaper.com). 아이오세이프는 재해로부터 컴퓨터 파일을 보호하기 위한 외장하드 드라이버를 출시하기도 했다. 수심 3m, 1,500℃의 고온에서 3일가량 파일을 보관할 수 있으며 가격도 9백달러로 크게 비싸지 않다. 예기치 않은 재해가 발생해도 소중한 파일을 지킬 수 있다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소음 공해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우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콘 소르디노(Con Sordino)’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콘 소르디노는 소음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변화를 뜻한다. 악보에서 ‘약음기를 끼우고 조용히 연주하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에서 유래되었다. <핫트렌드 2015>(한국트렌드연구소 핫트렌드 연구위원회/흐름출판)에서는 ‘사운드 스케이프(sound scape)’가 콘 소르디노의 좋은 예라고 소개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운드를 이용해 소음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철저한 계산에 따라 설치된 분수와 바람에 흔들리는 종을 이용한 소음 제거가 이에 해당된다. 로스앤젤레스의 벙커힐 스텝은 언덕에 계단을 만들고 가운데 폭포를 설치해서 자연스럽게 소음을 차단하고 사람들을 중심부로 유도한다. 주변 소음을 억제하는 노이즈 캔슬링(noise cancelling)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귀마개도 인기다. 자동차·비행기·버스 소음 등 외부의 사운드를 감지한 후 내부 필터에서 반대 음파를 재생시켜 노이즈를 감쇄하는 원리로 이어폰, 모바일뿐 아니라 자동차에도 적용 중이다. 킹 짐(King Jim)의 디지털 귀마개는 소음은 대폭 줄여주면서 말소리는 잘 들리게 해 현대인들에게 적격이다.

나는 쇼핑한다, 고로 디지털이 필요하다

“쇼핑은 책임지고 파워를 표현하는 행위다.” <쇼핑의 유혹>의 저자 토머스 하인은 쇼핑이야말로 고대로부터 이어져온 인간의 숭고한 자기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도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 같다. 온라인 쇼핑의 급격한 성장으로 문을 닫는 오프라인 마켓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이 그렇게 호락호락 물러날 리가 없다. <핫트렌드 2015>에서는 ‘넷숍(net shop)’이 오프라인 매장을 변화시킨다고 평가했다. 디지털 기술을 오프라인 매장에 접목해 고객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 예를 들어 나이키 플래그십 스토어 강남에서는 디지털 러닝 체험 공간을 마련해 고객의 습관에 따라 적합한 신발을 고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는 현대자동차 쇼룸을 방문한 부모들을 배려해 4층에 키즈 라운지를 만들어 디지털과 접목했다. 부모가 곳곳을 둘러보는 동안, 전용 앱을 통해 키즈 라운지의 아이들을 실시간 지켜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고객으로서는 자유롭게 쇼룸을 둘러볼 수 있으며, 아이들의 안전이 보장되기 때문에 브랜드의 신뢰도를 대폭 높일 수 있다. 임대료 부담을 낮추고 흥미로운 체험을 선사하기 위한 디지털 쇼룸도 인기다. 아우디 시티는 런던, 베이징, 베를린에 연이어 디지털 쇼룸을 오픈했다. 실제 자동차는 2대밖에 없지만, 고객은 거대 멀티 스크린을 통해 멀티 터치 테이블로 다양한 아우디 차량을 감상하고 소재를 만져볼 수도 있다. 삼성도 시카고에 센터 스테이지를 선보였는데, UHD 터치스크린으로 냉장고와 세탁기 등 실물 크기의 27개 주방 가전을 구현함으로써 고객들의 흥미로운 경험을 유발한다. 공간의 제약이 큰 상품은 디지털과 결합하면 실제 제품보다 더 많은 흥미를 이끌어낼 수 있다.

시맨틱 머신 vs 버추얼 코칭

소크라테스는 “네 자신을 알라”고 했지만, 사실 나 자신을 잘 안다는 것도 쉬는 일이 아니다. 신진아 핫트렌드 2015 CMF 디자인분과 연구위원은 아직은 생소한 신조어인 ‘시맨틱 머신(semantic machine)’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나를 기록하고 분석하여 완벽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컴퓨터가 정보의 뜻을 이해하고 논리적 추론까지 할 수 있는 차세대 지능형 웹인 ‘시맨틱 웹’으로 진화하는 것처럼, 우리가 사용하는 사물도 시맨틱 머신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안경과 시계, 신발 등에 신체 정보를 측정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장착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인체 삽입형인 임플런트 컴퓨팅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추측된다. 양치질 습관을 분석해주는 프랑스 콜리브리(Kolibree)의 스마트 칫솔과 눈물로 혈당을 체크하는 구글의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스페인 바로셀로나 생체역학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졸음 운전 방지 시스템 하켄(Haken)도 미래의 시맨틱 머신이다. 안전벨트와 운전석의 센서가 운전자의 상태를 측정해 피로도가 높거나 조는 경우 경고음을 울리는 장치다. 감성적인 인간의 판단력보다 디지털 기술의 이성적 기능을 신뢰하는 2015년의 트렌드는 버추얼 코칭(virtual coaching)에도 해당된다. 천수경 핫트렌드 2015 연구위원은 한국무역협회가 가상현실 산업이 2020년 4백2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는 것에 주목한다. 가상현실을 현실 속에서 재미있게 실현하는 비즈니스에 대한 경쟁이 이미 시작된 것. 메리어트 호텔의 ‘마이 메리어트’는 게이머들이 가상의 호텔 주방을 운영하는 게임 형식이다. 게이머들이 직원을 채용하고 재료를 구입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상 직무 체험을 이용함으로써, 미래 신입 사원의 이직률을 낮추고 업무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중소기업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서비스도 있다. 필리핀의 버추얼 스태프 파인더(Virtual Staff Finder)는 온라인을 통해 지시받은 업무를 처리해주는 가상 조수를 찾도록 도와준다. 이와 같이 버추얼 코칭은 소셜 네트워크와 모바일 환경이 확산될수록 성장 가능성이 무한해진다. 현실의 문제를 가상현실에서 해결할 수 있다니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고, 미래를 미리 상상하는 것이 오피니언 리더의 특권 아닐까? 새로운 트렌드가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새로운 생각을 선사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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