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전시회 오프닝에 참석한 칼 라거펠트.
3 미스터리 세팅 기법으로 완성한 크리센서멈 클립.
4 1939년에 선보인 반클리프 아펠 루도 헥사곤 브레이슬릿.
5 1951년 작품인 지퍼 네크리스.
1백 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주얼리 브랜드 반클리프 아펠이 파리의 장식미술관에서 아르데코의 영향을 받은 <반클리프 아펠, 하이 주얼리의 예술(Van Cleef&Arpels, l’Art de la Haute Joaillerie)> 전시는 예술의 도시 프랑스에 잘 어울리는 아주 특별한 전시다. 2년에 한 번 개최되는 앤티크 비엔날레와는 달리 이번 전시는 다른 그 어떤 주얼리 브랜드도 참여하지 않고 오로지 반클리프 아펠 주얼리만을 위한 자리였다. 반클리프 아펠 주얼리에 가장 중요한 영감을 준 아르데코(artdeco)를 테마로 역사적인 하이 주얼리 작품과 컨템퍼러리 컬렉션을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인데, 파리 장식미술관에서 브랜드와 관련된 전시를 하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가치와 그 전시의 내용, 흥행성이 모두 검증되어야 하기에 더욱 그 의미가 크다.
1906년 다이아몬드 상인 가문의 아들 알프레드 반클리프는 그의 부인 에스텔 아펠의 오빠인 찰스 아펠과 줄리앙 아펠(모두 보석 도매상이자 주얼러였다)과 동업해 모든 주얼리의 고향인 파리 방돔광장 22번지에 처음 정착했다. 이후 방돔 부티크를 시작으로 프랑스의 디나르, 니스, 도빌에까지 부티크를 오픈하며 명성을 쌓았다. 이러한 초기 시절부터 반클리프 아펠은 고대 이집트에서 중국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아우르며 다양한 문화권에서 빛을 발한 아르데코의 영향을 받았는데, 이러한 아르데코 스타일이 반클리프 아펠 특유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초기작은 물론 초기작에서 발전된 형태인 현대적인 컨템퍼러리 주얼리까지 모두 볼 수 있다. 꽃과 식물, 기하학적 요소를 추상예술의 형태로 접목한 아르데코는 반클리프 아펠의 다양한 주얼리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전시 작품 중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1925년 제작한, 다이아몬드와 루비를 세팅한 나뭇잎 브레이슬릿과 브로치다. 이 디자인은 파리에서 개최된 현대 장식미술·산업미술 국제박람회에 전시되어 그랑프리를 수상하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1926년부터 1939년까지 반클리프&아펠 부부의 딸인 르네 퓌상이 아트 디렉터로 메종에 합류해 지금 우리가 사랑하는 주옥같은 주얼리 모티브를 만들어냈다. 그중 가장 처음 선보인 미노디에르 케이스(Minaudiere Case)는 시대의 창조성과 기술적 완성도를 완벽하게 결합한 작품이다. 이브닝 백을 대체할 수 있는 이 특별한 케이스는, 골드와 합금에 래커를 칠한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케이스다. 1933년에는 지금까지도 특별한 주얼리 메이킹 기법으로 자리 잡은 미스터리 세팅(mysterious technique)을 발명하고 특허를 취득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미스터리 세팅은 스톤을 지지해주는 툴(발물림)이 전혀 보이지 않는 독창적인 세팅 기술로, 주얼리 고유의 빛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스터리 세팅 기법으로 제작한 보울링, 피오니 클립, 크리센서멈 클립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51년, 반클리프 아펠의 2세대인 로드 아펠과 자크 아펠은 메종 최고의 마스터피스라 할 수 있는 지퍼 네크리스를 완성했다. 윈저 공작부인의 주문으로 디자인한 지퍼 네크리스는 1939년 특허를 취득해 플래티넘 소재의 네크리스로 디자인했다. 지퍼를 닫으면 브레이슬릿으로 변형해 착용할 수 있는 이 독특한 디자인은 반클리프 아펠의 유서 깊은 역사와 장인 정신을 기리는 아이코닉한 예술 작품으로, 이번 전시의 메인 작품이기도 하다. 황홀한 작품과 전설 같은 이야기로 가득한 이번 전시는 주얼리 브랜드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최상의 원석, 독창적인 창의성, 타협이 불가능한 완벽함의 기준은 물론 가장 기본이 되는 장인 정신까지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전시다. 반클리프 아펠의 이번 전시는 2013년 2월 10일까지 파리 장식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