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주는’ 차들이 옵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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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 2011

글 장진택(자동차 칼럼니스트)

Drive a new car
2011년은 신차 풍년의 해다. 대략 70여 종의 신차가 등장할 예정이니, 매주 1~2대의 신차가 쏟아지는 셈이다. 올해는 그 어떤 해보다 재미있고 실용적인 차를 만나볼 수 있기에 더 신이 난다. 세단 아니면 SUV라는 한국 시장의 이분법적인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조금 더 차를 즐길 수 있는, 마니아들을 위한 차들도 다양하게 선보인다. 이 중 시시한 신차들은 접어두고 특별히 예쁘고 반짝거리는 차들로 일곱 대만 골랐다.



닛산 큐브

닛산 큐브는 말 그대로 네모난 차다. 200미터 밖에서 봐도 네모나고, 20센티미터로 당겨 봐도 네모다. 네모는 매우 진실된 도형이다. 그래서 세상의 많은 물건들이 네모나게 생긴 거고, 닛산 큐브도 아무런 꾸밈 없이 정직하게 생긴 게 특징이다. 닛산 큐브 앞에서는 세상의 모든 차들이 가식적으로 보일 정도다. 닛산 큐브는 그런 정직함으로 타는 차다. 신형으로 진화하면서 닛산의 정직함이 좀 희석되긴 했지만, 여전히 정직하다. 밖에서 보나, 안에서 보나 네모와 원 등이 정직하게 겹치고 펴지면서 경쾌하고 상큼하게 만들어졌다. 게다가 실내 공간이 매우 쾌적하다. 크기는 소형차 수준이지만, 실내 공간은 대형차 부럽지 않다. 더구나 시트까지 넉넉해서 다섯 명이 앉아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넉넉하다. 짐 공간도 넉넉해 시트를 접으면 웬만한 소규모 이삿짐까지도 실을 수 있겠다. 더구나 뒷문이 냉장고처럼 옆으로 열리기 때문에 훨씬 편리하다. 작지만 드넓은 차, 닛산 큐브가 올해 안에 한국에 들어온다는 소식만 있을 뿐, 정확한 시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가격은 2천만원 중반 정도일 거라는 소문이다.


랜드로버 이보크

이 차는 사륜구동의 명가, 랜드로버에서 만들었다. 세단도 만들고 스포츠카도 만드는 곳에서 어쩌다가 만든 사륜구동 차가 아니라, 예나 지금이나 사륜구동 자동차만 만들고 있는 랜드로버에서 만든 전격 사륜구동 차다. 그러니 이 차의 달리기 성능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는 게 좋겠다. 특히 사륜으로 비포장길 달리는 실력은 동급 최상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차의 콘셉트가 도심형 사륜구동 차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먼지를 일으키며 험로를 질주하는 사륜구동 자동차가 아니라, 빌딩 숲 사이를 미끄러지는 사륜구동형 자동차라는 얘기다. 생긴 것을 보면 더욱 이해가 빠를 거다. 사륜구동 자동차치고는 아주 날렵하게 생기지 않았나? 그런 의미에서 도심 속 세단이 너무 지루한 사람들,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안전(해 보이는 듯)한 차를 타고 싶은 사람들, 주중에는 도시에서 바쁘게 일하다가 주말이면 산과 들로 떠나는 이들, 그리고 참을성이 꽤 많은 사람들에게 두루 권하고 싶은 차다. 이 차를 타려면 많이 기다려야 한다. 11월이나 돼야 한국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토요타 코롤라

이 차에는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라는 묵직한 수식어가 붙어 있다. 1966년 처음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3천7백 대가 팔린 베스트셀러다. 그만큼 좋다는 얘기다. 한국에 들어올 코롤라는 무려 10세대 모델로 아반떼와 비슷한 크기다. 엔진은 1.8리터 가솔린 엔진으로 현대 아반떼와 쏘나타 사이에 애매하게 포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132마력이라는 숫자나 4단 변속기 기술 등, 기본적인 숫자만 놓고 보면 아반떼보다 열세다. 가격이 2천만원 초반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그 가격이라도 크게 경쟁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래도 이 차를 돌아봐야 하는 건 가장 많이 팔렸다는 것. 해외에서 이 차를 몰아봤던 이들은 말한다. 도무지 고장날 생각을 안 한다고.


미니 컨트리맨

미니는 종교다. 예쁘고 작은 차를 믿는 사람들의 집단이다. 지금까지 3도어 쿠페와 컨버터블, 약간 길이를 늘린 클럽맨만 있었는데, 지난 3월 3일에 엄청난 녀석이 추가됐다. 사륜구동 장치가 달린 미니 컨트리맨이 한국에 들어온 것이다. 미니 컨트리맨은 포장로와 비포장로를 가리지 않고 달리는 미니다. 크기도 약간 커져서 가족과 함께 타기에도 비좁지 않다. 승차감도 기존 미니보다 다소 부드러워졌다. 비포장로까지 달릴 미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차의 성격은 여전히 미니다. 여전히 작고 민첩하면서 발랄하다. 엔진은 기존 미니와 같다. 1.6리터 122마력 엔진과 터보가 더해진 184마력 엔진을 갖추었고, 기본적으로는 전륜구동이다. 184마력짜리 ‘S’ 모델에만 사륜구동 장치가 더해진다. 가격은 꽤 놀랍다. 가장 저렴한 컨트리맨이 4천만원에 거의 근접한 3천만원대다. 국산 SUV와 비교해도 그리 터무니없는 가격이 아닐 터다.


피아트 500

이 차가 들고 온 데이터는 다소 초라하다. 1.4리터 엔진이 100마력, 크기는 우리나라 경차와 비슷하고, 자동 기어가 있기는 하지만 수동 기어 구조의 자동 기어라서 마냥 부드럽진 않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2천만원 이상, 어쩌면 3천만원이 넘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도 이 차를 기다리는 팬들이 많다. 다른 차와 비교할 수 없이 예쁘기 때문이다. 올해 한국에 데뷔할 차 중에 가장 예쁜 것은 물론, 지구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 중에서도 가장 예쁠 것이다. 게다가 몸집이 작고 가벼워 민첩하게 움직이며 드라이빙의 재미까지 제공한다. 이 차의 수입을 담당하고 있는 크라이슬러코리아에서는 언제 들어올지, 어느 매장에서 팔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한다. 다만 올해 안에는 꼭 들여올 것이라는 말은 여러 차례 했다.


BMW 6시리즈 컨버터블

4.4리터, 407마력, 58.8토크, 5초. 이는 BMW 650i 컨버터블이 갖고 있는 숫자들이다. 여러 단어를 보태서 문장을 완성하면 이렇다. ‘이 차에 달린 4.4리터 엔진은 407마력, 토크가 58.8이며, 정지 상태에서 딱 5초 만에 시속 100킬로미터가 된다.’ BMW는 통상적으로 차 이름에 배기량을 써 넣는다. 320i는 3시리즈의 2리터 엔진 모델이라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4.4리터 엔진이 들어간 이 차의 이름은 644i가 되어야 마땅하지만, 트윈 터보가 달린 엔진의 힘이 5리터급 엔진만큼이나 출중해서 650i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한국에 새로 들어올 650i는 기존 모델보다 훨씬 미끈한 디자인을 갖고 있다. 400마력이 넘는 오픈카 중에서는 아마도 가장 점잖은 생김새일 것이다. 그래서 스피드에 허덕이는 젊은 레이서들이 타는 것보다, 관용과 중용, 지성과 열정까지 모두 지나온 이 시대 신사들에게 어울리는 차다. 딱딱한 하드톱 지붕이 아니라, 유연한 천 지붕을 고집한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650i는 3월 말에 시작될 서울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벤츠 CLS

이 차의 탄생은 모호했다. 크기는 커다란 세단과 같지만, 생긴 것은 쿠페처럼 날렵하고, 문짝이 4개 달렸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식으로 2003년에 처음 태어난 CLS는 8년이 지난 지금까지 멋진 쿠페와 정중한 세단 사이를 가장 적확하게 연결한 자동차다. 이번에 나온 신모델은 기존보다 훨씬 멋지고 정중해졌다. 얼굴부터 엉덩이까지 확실한 맺음과 시원한 풀림이 연속되는, 역동적인 실루엣이 그것이다. 게다가 벤츠에서 일하는 한국인 디자이너, 이일환 씨가 디자인했다고 하니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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