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잠 속에 빠진 왕국 luang pra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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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5, 2010

에디터 배미진 | photographed by park gun zoo

동남아시아의 유일한 내륙 국가인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은 구도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지금도 라산 왕조의 위엄을 느낄 수 있는 루앙프라방에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명소가 즐비하다. 눈이 부시도록 화려한 사원들과 절제된 삶을 살아가는 승려들, 전통적인 삶을 추구하는 신앙심 깊은 주민들까지…. 아직도 깊은 잠 속에 빠져 있는 듯 역사의 향기와 신비로움으로 가득한 곳, 바로 그곳이 루앙프라방이다.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려는 방문객에게 라오스는 천국이다. 동남아시아에서 유일한 내륙 국가인 라오스에선 어느 곳에 발을 옮겨놓아도 눈을 의심케 만드는 광경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풍광을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중북부 지역에 위치한 루앙프라방만큼 이방인을 흥분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는 곳은 없다. 라오족이 최초로 세운 왕국의 수도이자 라오스인의 영원한 안식처로 뿌리내린 루앙프라방(Luang Prabang)은 지금도 깊은 잠에 빠져 있다.

루앙프라방에는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그 내용은 석가모니에 관한 것으로, 동쪽으로 여행을 떠나온 석가모니가 루앙프라방에서 머물게 되었다고 한다. 루앙프라방에서 휴식을 취하던 석가모니는 이곳이 풍요로운 도시로 번영할 것이란 예언을 남겼다고 전해지고 있다. 석가모니의 예언은 오랜 세월이 지난 14세기에 마침내 꽃을 피우기 시작하였다.

메콩 강과 칸 강이 만나는 루앙프라방은 예로부터 전쟁이 끝이지 않았다. 하천 교통의 요충지에 자리한 탓에 여러 민족과 국가에서는 이곳을 점유하기 위하여 전쟁을 불사했다. 처음 루앙프라방에 터를 잡은 민족은 크메르계 카족이었다. 이후 수백 년 동안 루앙프라방을 차지하기 위한 수많은 전쟁이 계속되었다. 라오족, 크메르족, 타이족, 베트남족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에서 최후의 승리를 거둔 라오족은 12세기 이후 루앙프라방의 주인으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원래 루앙프라방의 지명은 ‘무앙사와’였다. 몇 세기 동안 무앙사와로 불리던 도시는 ‘1백만 마리의 코끼리’라는 의미를 간직한 라오스 최초의 통일 국가 란산 왕국의 수도가 되면서 ‘시엥통’이란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었다. 그때가 1353년이었다. 그로부터 꼭 3년이 지난 1356년 스리랑카에서 신성한 황금 불상인 ‘프라방’을 가져오면서 다시금 루앙프라방이란 새로운 지명을 얻게 되었다. 루앙프라방이란 새로운 지명을 안겨준 불상은 오늘도 왕립박물관에서 자비로운 미소로 방문객을 맞는다.

구도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루앙프라방은 긴 잠 속에 빠져 있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이웃 나라와 다르게 지금도 라산 왕조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루앙프라방에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명소가 즐비하다. 눈이 부시도록 화려한 사원 건축물과 절제된 삶을 살아가는 승려, 전통적인 삶을 추구하는 신앙심 깊은 주민들까지. 루앙프라방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매일 아침에 이루어지는 탁발 순례이다. 출가 수행자인 승려들이 음식을 담는 발(鉢)이란 그릇을 들고 시내를 돌면서 먹을거리를 얻는 탁발 순례는 이미 반세기 전부터 지구촌의 명물로 자리매김했다. 루앙프라방의 탁발 순례는 매일 오전 5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시작된다. 탁발 순례에 참여하는 승려의 자격에는 제한이 없지만 대부분 어린 승려와 일부 젊은 승려가 주류를 이룬다. 사원을 나선 승려들이 도시를 순회하는 탁발 순례는 약 1시간 동안 진행된다.

탁발 순례에 나서는 승려보다 더 이른 새벽 시간에 부산스럽게 몸을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 바로 승려들에게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을 제공하는 주민들이다. 자신의 집 앞이나 신작로에 앉아 승려들이 지나갈 때마다 음식을 시주하는 주민들은 탁발 순례에 나선 승려 수의 서너 배에 달한다. 이들이 준비한 음식은 주식으로 이용하는 밥이 주류를 이루지만, 간혹 특별식을 준비하는 주민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루앙프라방에서 이루어지는 탁발 순례를 보고 있노라면 진정한 삶에 관하여 잠시나마 생각하게 된다. 어려운 살림에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승려에게 서슴없이 내주는 주민들과 시주로 받은 음식을 먹을 만큼만 남기고 현장에서 가난한 이웃에게 다시 돌려주는 승려의 모습에서 2천5백년 전 루앙프라방을 찾았던 석가모니를 보는 듯하다. 자신이 가진 것을 서로 나누는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 있자면 특이한 장면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다름 아닌 행상들이 물건을 판매하는 모습이다. 수십 명에 달하는 행상에게 물건을 구입하는 이들은 관광객이다. 루앙프라방을 찾은 관광객들은 즉석에서 음식을 구입해 승려들에게 공양하는데, 그 숫자가 수십에서 백여 명에 달한다. 구도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 만큼 루앙프라방에서는 어느 곳을 방문해도 개성이 넘치는 유적지와 마주친다. 도시에 흩어져 있는 유적지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것은 화려하고 독특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사원이다. 현재 루앙프라방에 남아 있는 사원은 80곳이 넘고 출가승만도 1천 명에 달한다. 최초의 통일 왕조인 란산 왕조의 역사를 기록해놓은 <란산 연대기>에 따르면 8백 년 동안 최고 승려는 모두 루앙프라방에서 탄생했다. 이는 불교 국가 라오스에서 루앙프라방이 차지하는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주는 좋은 예다. 루앙프라방에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간직한 사원이 많다. 그중 대표적인 곳을 꼽으라면 ‘시엥통 사원’과 옛 왕궁 옆에 자리한 ‘마이 사원’, ‘위쑤나랏 사원’을 들 수 있다. 도심 동쪽 끝에 자리한 시엥통 사원은 옛 지명에서 유래된 곳으로,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사원이다. 14세기에 창건된 시엥통 사원은 여러 차례 증축되어 오늘에 이른 고찰이다. 법당을 중심으로 예배당과 승려들이 생활하는 공무소로 이루어진 사원은 전통적인 라오스 양식을 띠고 있다. 시엥통 사원의 상징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법당이다. 황금을 입힌 커다란 불상을 모신 법당은 내부도 웅장하고 화려하지만 관람객의 눈과 발을 멈추게 만드는 것은 외관이다. 석가모니 생애를 그려놓은, 황금으로 채색한 벽화를 시작으로 모자이크를 이용한 각종 벽화는 탄성마저 멈추게 만든다.


사원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건축물과 그곳을 장식한 작품들은 하나같이 멋지나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법당 서쪽 벽면 전체를 장식하고 있는 ‘깨달음의 나무’란 작품이다. 커다란 나무를 중심으로 아래쪽에는 공작새와 호랑이, 부엉이, 순례자, 석가모니 등이 장식되어 있는 작품은 석가모니의 사상을 형상화시킨 작품이다. 딱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깨달음의 나무는 독특한 미를 발산하는데, 바라보고 있자면 묘한 여운이 느껴지는 특이한 작품이다. 한편 법당 건너편에 세워진 아담한 예배당 벽면에는 ‘해탈에 이르는 길’이란 또 다른 작품이 있다. ‘깨달음의 나무’에 비해 크기도 작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왕자로 탄생한 석가모니가 수행을 통해 해탈에 이르는 과정을 담은 작품으로 인도네시아와 태국에서 볼 수 있는 작품하고는 확연히 다르다.

루앙프라방 중심에는 옛날 왕궁으로 사용하던 건축물이 있다. 현재 왕립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옛 왕궁 옆에는 과거 란산 왕조의 최고 승려가 거주했던 마이 사원이 있다. 황금으로 덮인 출입문과 벽을 비롯해 거대한 불상이 모셔져 있는 마이 사원은 규모와 예술성에서 시엥통 사원에 못 미치나 화려함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금은 여러 승려와 학승들이 정진하고 법전을 공부하는 도량으로 사용되고 있는 마이 사원은 법당과 출입문과 벽과 기둥까지 모두 황금으로 장식되어 있다. 한편 도시의 북쪽에는 아담한 위쑤나랏 사원이 있다. 규모와 화려함에서는 시엥통과 마이 사원에 비교할 수 없지만 어떤 유물보다 중요한 석가모니 사리가 보관되어 있어 많은 주민들이 찾는다.


란산 왕조 시절과 비교할 수 없지만 지금도 루앙프라방에는 많은 사원과 승려들이 거주하고 있다. 루앙프라방에서 승려는 존경의 대상이다. 그들이 주민들로부터 극진한 예우와 대접을 받는 이유는 어떤 검소한 생활을 몸으로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인구가 5만여 명에 불과하지만 루앙프라방은 수도인 비엔티안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다. 대규모 쇼핑몰이나 명품을 취급하는 상점은 없지만 루앙프라방에는 지구촌 어느 곳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아름다운 풍광과 시민들의 역동적인 삶을 엿볼 수 없는 재래시장 등이 자리하고 있다. 메콩 강과 칸 강이 만나는 교차점에 자리한 루앙프라방을 감상하기에는 메콩 강 건너편 언덕만큼 적합한 곳도 없다. 1백여 미터에 달하는 언덕에 오르면 메콩 강과 칸 강 사이에 자리한 루앙프라방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라보는 위치와 시간대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루앙프라방이지만 환상적인 풍경을 감상하려면 이른 아침이나 석양이 고개를 숙이는 저녁 무렵이 제격이다.

루앙프라방은 수시로 옷을 갈아입는다. 이른 아침 시간에는 수백 명에 달하는 승려들이 탁발 순례를 행하는 광경을 볼 수 있고, 낮 시간엔 그늘이나 실내에서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는 풍경을 만날 수 있으며, 무더위가 꼬리를 내리는 오후 시간이면 주요 신작로와 거리에서 필요한 물건을 거래하기 위해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주민들을 만날 수 있다. 루앙프라방 도심과 외곽 지역에는 매일 문을 열고 손님을 맞는 자그마한 재래시장과 아침 시장이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도심의 넓은 신작로에서 열리는 야간 노천시장이다. 낮 동안 강렬한 햇빛을 발산하던 태양이 메콩 강 너머로 사라지기 시작할 무렵에 문을 여는 노천 시장은 늦은 밤까지 지속된다. 취급하는 제품은 의류부터 각양각색의 토산품과 기념품까지 다양하다. 여러 제품 중 최고 인기를 누리는 것은 현장에서 직접 그림을 그려 판매하는 노점과 라오스 전통 문양을 수놓은 가방과 의류 같은 생활용품을 파는 곳이다. 루앙프라방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 같지 않다. 관광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탓에 이방인들에게 친절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근본적으로 심성이 착하다. 거리를 걷다 무더위를 피할 생각으로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자면 어김없이 친절한 미소로 찬물이 가득 담긴 컵을 들고 나와 이방인에게 건네준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남의 물건을 탐하거나 바가지요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드물다. 종교에 관한 신심이 유별나게 깊은 라오스인에게 루앙프라방은 단순한 왕국의 도읍지가 아니다. 그들에게 루앙프라방은 마음의 고향이자 신앙의 고향이다.


tip
인천에서 루앙프라방까지 인천에서 루앙프라방까지 직접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일반적으로 태국 치앙마이 혹은 베트남 호치민 등을 경유하거나 라오스의 수도인 비엔티안을 경우해 갈 수 있다. 편리한 루트는 태국 치앙마이와 베트남 호치민을 경유하는 코스로, 소요 시간은 7시간 30분~8시간.

라오스 최대 명소인 루앙프라방에는 고급 숙박 시설을 비롯해 아담한 빌라와 게스트 하우스 등 1백 곳에 달하는 다양한 숙박 시설이 있다. 가격대는 2인 1실 기준으로 10~1백50달러이며 30~40달러 수준이면 좋은 숙박 시설에 속한다.

Luang Prabang Residence

옛날 왕자의 숙소이자 별장으로 사용하던 곳으로 루앙프라방 최고의 고급 숙박 시설. 아늑한 분위기와 주요 명소로 접근이 편리하다. 2인 1실 기준으로 딜럭스1백35달러, 스위트 1백50달러(USD). www.luangprabangresidence.com

3Nagas Alila Hotel

시에통 사원에 인접한 숙소로 전통적인 건축양식과 현대적인 세련미를 갖춘 숙박 시설이다. 숙소 앞에서 루앙프라방의 대표 풍물인 탁발 공양이 이루어져 편리하게 감상할 수 있으며, 카페와 레스토랑도 멋지다. 2인 1실 1백5달러, 스위트 2백15달러(USD).www.alilahotels.com/3nagas

Villa Laodeum
왕립박물관과 메콩 강 사이에 위치한 빌라형 숙소로 아늑하고 깨끗하며 명소로 접근도 편리하다. 2인 1실 기준으로 30~40달러. www.villalaodeum.com

라오스의 주식은 찹쌀밥, 국수, 빵, 야채를 곁들인 닭 요리, 돼지와 소고기 요리가 있다. 프랑스 식민 지배를 받은 탓에 바게트를 비롯한 빵도 먹지만 라오스 사람들이 즐겨 먹는 주식은 국수와 밥, 닭 요리, 민물 생선이다. 서양인이 많이 찾는 명소답게 도시에는 서양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수십 곳에 이르며, 거리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음식점도 많다.

Roots & Leaves Restaurant

루앙프라방 동쪽에 위치한 최고급 레스토랑. 야외 레스토랑에서 라오스 전통 음악과 춤을 감상하면서 육류, 민물고기, 야채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www.rootsinlas.com

Blue Lagoon
왕립박물관 옆에 자리한 레스토랑으로 낭만적인 노천에서 전통 라오스 스테이크를 비롯해 최고급 치즈와 생선을 이용한 맛깔스러운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www.blue-lagoon-restaurant.com

연중 많은 방문객이 찾는 루앙프라방에는 각종 공예품을 비롯해 천으로 만든 가방, 현장에서 직접 그려 판매하는 그림까지 무척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가게와 시장이 즐비하다. 특히 저녁에 열리는 야시장에서는 관광객은 물론이고 시민들에게 필요한 각종 생활용품을 취급해 연중 물품을 구입하려는 방문객으로 북적거린다.

Aux Jardins de L’Elephant

금속 공예품부터 나무와 천으로 만든 전통적인 토산품을 취급하는 상점으로, 가격 대비 질이 뛰어난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www.elephant-restau.com

Anoma Bounphanith
루앙프라방에 자리한 은 제품 전문점으로, 각종 은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상점이다. tel:(071) 212 973

전통 불교 국가인 루앙프라방에는 밤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은 드물다. 대신 한적한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여유롭게 보내거나 보트를 이용한 메콩 강 크루즈 같은 낭만적인 여행 상품을 비롯해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코끼리 투어 같은 것은 제법 많다. 크루즈와 자연 탐사를 취급하는 여행사는 줄잡아 20여 곳에 달하며 대표 여행사는 다음과 같다.

Jewel Travel Laos

메콩 강 크루즈부터 각종 레포츠, 고산 지역 투어까지 취급하는 여행사다. www.laosjewlland.com

All Lao Travel Service
코끼리 투어부터 산악자전거, 메콩 강 크루즈 같은 각종 여행 상품을 취급하는 여행사. www.alllaoservice.com

시엥통 사원

루앙프라방을 대표하는 사원으로, 도금된 불상과 화려한 모자이크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마이 사원 옛날 최고 고승이 거주하던 사원으로 출입구와 벽면이 황금으로 장식되어 있다.

왕립박물관
루앙프라방의 대표적인 불상을 중심으로 각종 유물과 용품이 전시되어 있다.

라오스는 15일 동안 무비자로 여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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