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나아트 보광_오래된 시장통의 ‘힙’한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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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06, 2022

글 고성연

Space in Focus

요즘 서울 도심의 거리를 보면 공터나 빈 건물에 크고 작은 화랑(畫廊)이 들어서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미술품에 지갑을 여는 문화 소비자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미술품 수집이 가능한 여력이 생기는 경제적 수준이라고 여겨지는데, MZ 세대가 주도하는 ‘아트 테크’ 열풍까지 불고 있는 만큼 당연한 ‘자본’의 흐름일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시대에 상대적인 경쟁력을 인정받게 된 서울 아닌가. 여행에 대한 규제가 점차 풀리면서 ‘보복 소비’ 효과가 ‘외유’로 쏠리면 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알 수 없지만, 도시 풍경을 수놓은 ‘예술 공간’이 눈길을 사로잡는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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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나아트 보광_오래된 시장통의 ‘힙’한 갤러리

‘주소를 찍고 갔음에도 잠시 헤맸다!’ 서울 보광동 재개발 지역 한복판에 자리 잡았다는 소식을 알린 가나아트 보광을 찾아가본 상당수 사람들의 반응이다. 도시 재생과 더불어 예기치 못한 공간에 터를 잡은 예술 공간이라는 개념 자체는 새롭지 않지만 떡볶이집과 떡집 등 낡은 가게가 즐비한 오래되고 번잡한 시장통에 딱히 눈에 띄는 커다란 간판도 내걸지 않고 조용히 자리한 국내 주요 갤러리 브랜드의 실험적인 현대미술 공간이라니, ‘쿨내’ 진동한다는 평을 들을 만하다. 노출 콘크리트와 큼지막한 기둥들 사이로 새롭게 칠한 흰 벽의 미니멀한 조화, 천장에 직선으로 나열된 LED등과 숨을 틔워주는 듯한 채광창 등 깔끔하지만 전형적인 갤러리의 ‘화이트 큐브’ 느낌이 나지 않는 내부 공간도 매력적이다. 가나아트는 지난 2018년 가나아트 사운즈에 이어 2020년 복합 매장 고메이 494 한남에 문을 연 가나아트 나인원, 그리고 지난 2월 가나아트 보광까지 선보이며 ‘한남 아트 벨트’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중 가나아트 보광은 회화만이 아니라 조각, 설치, 미디어 아트 등의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젊고 개성 넘치는 작가들을 소개하는 플랫폼을 목표로 한 만큼 일단 ‘힙’한 장소 선정과 공간 창출이라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단지 문화 소비만 겨냥한 게 아니라 문화 향유자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고, ‘개발’보다는 ‘공존’의 느낌이 어린 도시 재생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듯 보여서다. 1, 2층의 공간을 시원하게 채우는 전시 콘텐츠도 신선한 편이다. 슬로베니아 출신의 젊은 작가로 독특한 표현 기법이 돋보이는 이브겐 코피 고리섹(Evgen Cˇopi Gorisˇek)의 아시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현재는 김환기, 김남표, 지용호, 장콸, 김선우 등 작가 8명의 실물 작품과 요즘 화두인 NFT 아트를 나란히 소개하는 <Binary Medium>을 개최 중이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보광로 42  현재 전시 <Binary Medium>  전시 기간 4월 10일까지 홈페이지 gana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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