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orld of Her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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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04, 2013

에디터 고성연

브랜드 고유의 장인 정신이 깃든 내공, 문화 활동 등을 둘러싼 이야기를 담담하게 펼쳐내는 에르메스의 책자 <르 몽드 에르메스(Le Monde d’Herme `s)>가 2013년 봄/여름호를 기점으로 한글판으로 나온다. ‘미술상’과 ‘디렉터스 체어’를 제정하는 등 한국 시장에서 아트 마케팅을 활발히 전개해온 브랜드답게 브랜드 북도 고객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고자 미려한 서체가 돋보이는 한글판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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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문인 샤를 단치는 텍스트와 사진을 책 속에 함께 담을 때 가장 이상적인 상태는, 사진이 단순한 텍스트의 예시가 되지 않는 동시에 텍스트가 단지 사진 해설에 머물지 않는 것이라 했다. 글은 글대로, 이미지는 이미지대로 각자 의 몫을 해내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상업적인 ‘브랜드 북’임을 감안할 때 에르메스에서 매해 두 차례 발행하는 <르 몽드 에르메스(Le Monde d’Herme`s)>는 이러한 역할의 미학을 제법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을 자아내는 책자다. 자잘한 설명을 곁들인 화려한 화보를 앞세워 신상품 소개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을 문화와 역사의 시각에서 조명하려는 흔적이 보인다. 책자의 제목처럼 엄연히 ‘에르메스의 세계’를 다루긴 하지만 마치 순수 예술 작품처럼 보이는 걸출한 사진들과 서정적인 문예 소품도 소소하게 만나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 같은 미학적 완성도조차 치밀한 상업 전략의 산물이라 할지라도 이왕이면 조야한 볼거리보다는 풍부한 영감을 제공하는 편이 낫지 않은가.
1975년 발간돼 40년 가까이 꾸준히 고객과 소통하는 매개체로 자리매김해온 <르 몽드 에르메스>가 한글판으로 선보인 것은 그래서 더욱 반갑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영문판에 한글 번역본이 별도 인쇄물로 삽입된 형태로 나왔지만, 2013년 봄/여름호부터는 정식 한글판이 발간되었다. 한글까지 합해 프랑스어, 영어, 스페인어, 독일어, 일본어, 중국어, 아랍어 등 모두 12개 언어로 펴낸다고. 우연히 이베이에 중고 명품을 올렸다가 여성이 가장 갈망하는 영순위 ‘잇 백’이라는 에르메스 ‘버킨 백’을 거래하는 독특한 직업의 세계에 들어선 ‘파워 리셀러’ 마이클 토넬로가 바르셀로나의 매장에서 받아 눈을 빛내며 탐독한, 바로 그 책자다. 이번 시즌에는 전 세계 VIP 고객 대상으로 65만 부가 출간되었고, 이 중 한글판은 1만5천 부다. 쪽빛 바다를 배경으로 한 표지 사진이 실린 이 1백32페이지 분량의 책자를 펼치면 시야에 들어오는 갖가지 한글 서체의 조합은 꽤나 유려할뿐더러 책 레이아웃과 어우러지는 조화도 어색하지 않다.
지난 4월 30일에는 이번 한글판 출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메종 에르메스에서 진행된 이 저녁 행사에는 ‘밥스터 스캣’의 댄스 공연을 비롯해 <르 몽드 에르메스>에 실린 요리 레시피를 토대로 만든 미식 메뉴를 선보이는 등 다채로운 요소가 빛을 발했다. 또 피크닉, 스포츠, 휴식(No Sports) 등 다양한 주제로 매장 입구부터 지하 1층의 카페 마당, 1,2층 매장을 각기 장식한 색다른 디스플레이도 눈길을 끌었다. 책자를 나비처럼 날아다니는 것처럼 공중에 매달아놓는가 하면, 주황색 테니스 공들이 그리는 포물선으로 스포츠 활동의 역동성을 묘사하는 등의 시도가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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