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07, 2026
글 양혜연(객원 에디터)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18세기를 주름잡았던 프랑스의 법관이자 미식가 브리야-사바랭의 오랜 경구처럼, 음식은 한 사람의 취향과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드러내는 요소다. 이 점을 민감하게 포착한 럭셔리 브랜드들은 자신의 고유한 개성과 철학을 ‘경험재’로 접하게 하는 플랫폼이자 유기적인 사업 확장을 꾀하는 방식 중 하나로 미식 공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 서울에서 대중에 공개됨과 동시에 화제를 모은 루이 비통의 새로운 미식 공간부터 다양한 해외 사례까지, 오감으로 브랜드를 경험하게 만드는 라이프스타일 전략을 살펴본다.
지난 11월 건물 6개 층을 통째로 채운 ‘LV 더 플레이스 서울, 신세계 더 리저브’ 내에 선보인 ‘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Louis Vuitton Visionary Journeys Seoul)’은 총체적인 라이프스타일 공간을 지향하는 럭셔리 브랜드의 오라를 각 잡고 드러낸다. 패션, 뷰티, 주얼리, 홈 컬렉션 등을 아우르는 매장은 물론 문화 체험형 공간, 그리고 서로 다른 세 가지 유형의 범상치 않은 미식 공간도 함께 들어서 있다. 루이 비통의 전통과 현대성을 한 공간에서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비저너리 저니’ 프로젝트는 글로벌 도시마다 각각 다르게 풀어내는데, 서울에서는 역대급 공간 규모도 놀랍지만 ‘맛의 체험’에 중점을 둔 구성도 눈에 띈다. 루이 비통이 한국에서 미식 전략을 들고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2022년부터 청담동의 루이 비통 메종 서울 4층에서 피에르 상 부아예, 알랭 파사르, 제러미 찬, 조희숙, 조은희, 박성배, 강민구, 이은지 등 유수의 국내외 셰프들과 협업해 팝업 레스토랑을 연 전력이 있고, 지난 9월에는 브랜드 차원에서 아예 해당 공간을 ‘르 카페 루이 비통(Le Café Louis Vuitton)’으로 탈바꿈시켜 상설 운영을 시작했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미각 마케팅에 꾸준히 공을 들여온 루이 비통이 새롭게 오픈한 ‘르 카페 루이 비통’, ‘르 쇼콜라 막심 프레데릭 앳 루이 비통(Le Chocolat Maxime Frédéric at Louis Vuitton)’, ‘제이피 앳 루이 비통(JP at Louis Vuitton)’은 미식가들 사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은 하이엔드 미식 공간
LV 더 플레이스 서울, 신세계 더 리저브 4층에 위치한 르 카페 루이 비통과 르 쇼콜라 막심 프레데릭 앳 루이 비통은 2025년 세계 최고의 페이스트리 셰프로 선정된 막심 프레데릭이 이끈다. 홈 공간 안쪽으로 프라이빗하게 자리 잡은 르 카페 루이 비통에서는 프랑스의 전통에 한국적 감각을 더한 다채로운 디저트와 음료 메뉴를 즐길 수 있다. 특히 두 종류의 티타임 세트 메뉴는 여섯 가지 미니 앙트르메와 음료 등으로 구성해 르 카페 루이 비통이 추구하는 미식의 결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홈 공간 맞은편에 개방감 있게 조성된 르 쇼콜라 막심 프레데릭 앳 루이 비통에는 밀크·다크 초콜릿 바, 코티드 헤이즐넛, 프랄린·미니 비비엔 캔디 박스, 초콜릿 스프레드 폿 등 세심한 디테일이 깃든 제품이 준비됐다. 6층에 자리 잡은 제이피 앳 루이 비통은 뉴욕의 미슐랭 2 스타 레스토랑 아토믹스(Atomix)의 박정현 셰프가 선보이는 첫 한국 레스토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1월 정식 오픈 예정인 이곳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지만, 그동안 창의적인 메뉴를 선보인 박정현 셰프가 자신의 요리 세계관을 가감 없이 펼쳐 보일 새 무대라는 점에서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세계적인 셰프를 전면에 내세운 미식 공간을 선보이는 전략은 구찌의 미식 공간에서도 엿볼 수 있다. 2022년 구찌는 세계적인 스타 셰프 마시모 보투라의 요리 철학이 깃든 ‘구찌 오스테리아 다 마시모 보투라 서울(Gucci Osteria da Massimo Bottura Seoul, 이하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을 이태원의 구찌 가옥 6층에 열었다. 마시모 보투라와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의 전형규 총괄 셰프가 함께 한국과 이탈리아 문화가 어우러진 메뉴를 개발해 선보이며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9월,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은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5층으로 확장 이전하며 더욱 정제된 모습으로 거듭났다. 매장의 수직 공원 콘셉트를 반영해 도심 속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은 이태원에서 보여준 모습보다 한층 더 자연적이면서 탁 트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기존의 시그너처 메뉴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신메뉴도 더해 보다 다채로운 미식 경험을 추구한다.
세계적인 셰프를 전면에 내세운 미식 공간을 선보이는 전략은 구찌의 미식 공간에서도 엿볼 수 있다. 2022년 구찌는 세계적인 스타 셰프 마시모 보투라의 요리 철학이 깃든 ‘구찌 오스테리아 다 마시모 보투라 서울(Gucci Osteria da Massimo Bottura Seoul, 이하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을 이태원의 구찌 가옥 6층에 열었다. 마시모 보투라와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의 전형규 총괄 셰프가 함께 한국과 이탈리아 문화가 어우러진 메뉴를 개발해 선보이며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9월,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은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5층으로 확장 이전하며 더욱 정제된 모습으로 거듭났다. 매장의 수직 공원 콘셉트를 반영해 도심 속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은 이태원에서 보여준 모습보다 한층 더 자연적이면서 탁 트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기존의 시그너처 메뉴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신메뉴도 더해 보다 다채로운 미식 경험을 추구한다.
1 막심 프레데릭 페이스트리 셰프의 세심함을 엿볼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는 르 쇼콜라 막심 프레데릭 앳 루이 비통.
2 르 카페 루이 비통에서는 프랑스의 전통에 한국적 감각을 더한 다양한 디저트와 음료를 즐길 수 있다.
3 뉴욕의 미슐랭 2 스타 레스토랑 아토믹스의 박정현 셰프가 선보이는 한국 첫 레스토랑이기도 한 제이피 앳 루이 비통.
4 르 카페 루이 비통에서 즐길 수 있는 티타임 세트 메뉴는 루이 비통이 추구하는 미식의 결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2 르 카페 루이 비통에서는 프랑스의 전통에 한국적 감각을 더한 다양한 디저트와 음료를 즐길 수 있다.
3 뉴욕의 미슐랭 2 스타 레스토랑 아토믹스의 박정현 셰프가 선보이는 한국 첫 레스토랑이기도 한 제이피 앳 루이 비통.
4 르 카페 루이 비통에서 즐길 수 있는 티타임 세트 메뉴는 루이 비통이 추구하는 미식의 결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접근성과 친근함을 강조한 브랜드 카페
한편 코치와 랄프 로렌은 스타 셰프들과 손잡고 브랜드의 세계관을 담은 하이엔드 미식 공간을 서울에 조성한 루이 비통, 구찌와 조금은 결이 다른 노선을 선택했다. 매장 안, 또는 매장과 연결되는 공간에 카페를 꾸려 접근성을 높이고 친근함을 강조한 것.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이 보금자리를 옮긴 작년 9월, 코치는 롯데프리미엄아울렛 동부산점에 국내 최초 ‘코치 커피숍(Coach Coffee Shop)’을 오픈했다. 뉴욕 택시 조형물을 천장에 거꾸로 매달아 유쾌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코치 커피숍은 코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튜어트 베버스가 직접 디자인했다. 다양한 메뉴는 물론 브랜드의 마스코트 캐릭터 ‘릴 미스 조(Lil Miss Jo)’가 새겨진 머그컵, 토트백, 티셔츠 등의 굿즈를 마련해 고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이보다 1년 전인 2024년 가을에 폴로 랄프 로렌 서울 가로수길 스토어 1층에 오픈한 ‘랄프스 커피(Ralph’s Coffee)’도 마찬가지다. 랄프스 커피 스페셜 블렌드 원두로 내린 커피 메뉴를 비롯해 다양한 음료, 디저트와 브랜드의 클래식한 감성을 담은 시그너처 토트백, 그래픽 티셔츠, 모자, 머그컵 등을 선보이고 있다. 랄프스 커피는 2025년 초 더현대 서울 지하 1층에서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기도 했으며, 2026년에는 서울 코엑스 파르나스몰에 2호점을 열어 입지를 넓혀갈 예정이다.
1 2024년 폴로 랄프 로렌 서울 가로수길 스토어 1층에 오픈한 랄프스 커피는 2026년 서울 코엑스 파르나스몰에 2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2, 3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5층으로 확장 이전한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은 한층 더 자연적인 분위기의 인테리어와 새롭게 추가된 메뉴로 사람들의 발길을 끈다.
4 천장에 달린 뉴욕 택시 조형물이 유쾌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코치 커피숍.
5 코치 커피숍에서는 브랜드의 마스코트 캐릭터 릴 미스 조가 새겨진 다양한 굿즈도 판매한다.
2, 3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5층으로 확장 이전한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은 한층 더 자연적인 분위기의 인테리어와 새롭게 추가된 메뉴로 사람들의 발길을 끈다.
4 천장에 달린 뉴욕 택시 조형물이 유쾌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코치 커피숍.
5 코치 커피숍에서는 브랜드의 마스코트 캐릭터 릴 미스 조가 새겨진 다양한 굿즈도 판매한다.
다채로운 전략을 구사하는 글로벌 다이닝 & 카페
F & B 공간을 확장하는 브랜드들의 움직임은 해외에서도 활발하다. 구미에서는 익숙한 전략적 풍경이지만, 요즘 부쩍 행보가 돋보이는 아시아의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 1~2년 사이 프라다, 코치, 아르마니 그룹, 마르니 등이 브랜드의 철학과 독자적 감성을 담은 미식 공간을 연달아 선보였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지난 3월 공개된 ‘미 샹 프라다 롱 자이(Mi Shang Prada Rong Zhai)’다. 레스토랑이 위치한 롱 자이는 20세기 초 중국 상하이 중심가에 지은 대저택을 프라다가 세심하게 복원한 공간이다. 미 샹 프라다 롱 자이는 헤리티지를 간직한 공간에 걸맞게 세계적인 영화감독 왕가위와의 협업으로 완성됐다. 레스토랑 콘셉트 키워드는 ‘테트-베슈(tête-bêche)’, 즉 서로 반대 방향으로 인쇄된 우표가 나란히 배치된 것을 뜻한다. 프라다의 아트 컬렉션, 중국 고가구, 역사가 깃든 섬세한 디테일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이탈리아와 중국의 문화를 창의적으로 결합한 다이닝 메뉴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코치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더 코치 레스토랑(The Coach Restaurant)’을 오픈했는데, 인테리어부터 브랜드 정체성을 잘 살렸다. ‘뉴욕 스테이크하우스’의 콘셉트를 바탕으로 브라운, 그레이, 블랙 컬러를 조합해 편안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구축했다. 또 프리미엄 스테이크와 파스타, 디저트, 칵테일 등 풍성한 메뉴 구성으로 자카르타 한가운데에 들어선 뉴욕 스테이크하우스의 이채로운 분위기를 잘 살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1998년 프랑스 파리에 첫 레스토랑을 오픈한 아르마니 그룹은 ‘엠포리오 아르마니 카페(Emporio Armani Caffè)’, ‘아르마니/카페(Armani/Caffè)’, ‘아르마니/리스토란테(Armani/Ristorante)’ 등 다양한 형태의 미식 공간을 전 세계에서 전개해왔다. 이러한 행보는 현재까지도 이어진다. 아르마니 그룹은 2024년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 패션 거리에 아르마니/카페를 오픈한 데 이어, 2025년 중국 베이징과 홍콩에서도 아르마니/카페를 선보였다. 같은 해 도쿄 긴자 식스 인근에 엠포리오 아르마니 카페를 오픈하기도 했다. 이처럼 아시아만 놓고 보더라도 미식 공간을 향한 아르마니 그룹의 움직임이 여전히 활발함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도쿄 긴자 식스에는 지난 9월 마르니 카페(Marni Cafe)가 오픈하기도 했다. 브랜드 특유의 선명한 색채 감각이 돋보이는 인테리어, 일본의 유명 파티시에와 협업해 개발한 디저트 메뉴가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스타 셰프, 아티스트와 협업하고, 브랜드 정체성을 녹여내기 위해 고심하며 미식 공간을 확장해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오늘날의 소비자는 브랜드의 제품을 ‘소유’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철학을 ‘경험’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루이 비통 회장 겸 CEO 피에트로 베카리는 조선일보 위클리비즈와의 인터뷰를 통해 “럭셔리 산업이 제품 중심에서 경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들 한다. 레스토랑, 박물관, 체험형 공간이 브랜드 가치의 중요한 축이 되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식은 맛, 향, 소리 등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고, 셰프와의 협업과 메뉴 개발 과정에서 생겨난 스토리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경험의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간에 일정 시간 이상 머물게 해 브랜드의 철학과 지향점을 ‘인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체득’하게끔 유도한다. 즉 브랜드의 미식 공간은 그들의 세계관과 방향성을 오감으로 경험하게 하는 새로운 입체적 언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스타 셰프, 아티스트와 협업하고, 브랜드 정체성을 녹여내기 위해 고심하며 미식 공간을 확장해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오늘날의 소비자는 브랜드의 제품을 ‘소유’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철학을 ‘경험’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루이 비통 회장 겸 CEO 피에트로 베카리는 조선일보 위클리비즈와의 인터뷰를 통해 “럭셔리 산업이 제품 중심에서 경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들 한다. 레스토랑, 박물관, 체험형 공간이 브랜드 가치의 중요한 축이 되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식은 맛, 향, 소리 등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고, 셰프와의 협업과 메뉴 개발 과정에서 생겨난 스토리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경험의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간에 일정 시간 이상 머물게 해 브랜드의 철학과 지향점을 ‘인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체득’하게끔 유도한다. 즉 브랜드의 미식 공간은 그들의 세계관과 방향성을 오감으로 경험하게 하는 새로운 입체적 언어라 할 수 있다.
6, 7 중국 베이징에서 선보인 미 샹 프라다 롱 자이에서는 건물이 지닌 헤리티지와 왕가위 감독의 미감이 깃든 공간에서 이탈리아와 중국의 문화를 창의적으로 결합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8 2024년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 패션 거리에 오픈한 아르마니/카페. 1998년부터 다양한 형태의 미식 공간을 전 세계에 전개해온 아르마니 그룹의 행보는 여전히 활발하다.
8 2024년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 패션 거리에 오픈한 아르마니/카페. 1998년부터 다양한 형태의 미식 공간을 전 세계에 전개해온 아르마니 그룹의 행보는 여전히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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