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Kings

조회수: 2765
3월 01, 2017

글 고성연

올 초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는 자율 주행 기능과 세단의 귀환, 한층 덩치가 커진 SUV, 이렇게 세 가지가 올해 자동차업계의 화두로 꼽혔다. 실제로 국내 시장에서도 SUV의 인기에 가려졌던 세단이 한층 날렵하고 근사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내로라하는 브랜드에서 존재감이 돋보이는 프리미엄 중·대형 세단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 올봄 저마다의 매력으로 감성에 호소하는 프리미엄 신차들을 만나보자.


1
2017 Lincoln Continental
2
20170301_return_02
3
20170301_return_03
4
20170301_return_04
자동차 세상에서 ‘명품’이란 단순한 ‘럭셔리’를 일컫지 않는다. 그저 독보적인 디자인이나 이미지를 자랑하는 고가의 제품이 아니라 기술 혁신이 뒷받침하는 빼어난 성능과 이미지적 가치를 동시에 갖춘 브랜드만 명품이란 수식어를 누린다. 이 같은 맥락에서 하이엔드 자동차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 필립 로젠가르텐과 크리스토프 슈퇴르머는 ‘프리미엄 카(premium car)’ 브랜드라고 하면 사회적 위상이나 특권 같은 질적인 가치를 받아들이는 우뇌뿐 아니라 혁신을 지향하고 스피드나 출력 같은 양적인 가치를 수용하는 좌뇌 역시 만족시켜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게다가 요즘에는 단지 으스대기에 좋은 과시형 브랜드를 원하지 않는 소비자가 많다. 꼼꼼하게 ‘가성비’를 따지면서도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고 감성 코드와 맞는지 여부를 매우 중시한다.
갈수록 까다롭고 변화무쌍해지는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려는 자동차 브랜드들의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한 건 당연지사. 신차 개발,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 지원, 창의적인 문화 마케팅 등 전방위적으로 총력전을 펼친다. 이처럼 불꽃 튀기는 라이벌 구도에 힘입은 듯 국내 하이엔드 자동차 시장은 불황을 모르고 제법 매끄러운 성장곡선을 타고 있다. 저마다 본연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시의적절하게 새로운 카테고리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유기적 확장을 꾀하느라 여념이 없는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어떤 승부수를 던지고 있을까? 최근 수년간 인기를 끈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시장의 강세가 살짝 주춤한 가운데 전통 강자인 중·대형 세단이 재부상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친환경 요소는 기본으로 삼고, 다양한 매력을 내세운 프리미엄 세단이 쏟아지고 있다.

‘왕의 귀환’은 성공할까, 대형 세단의 남다른 존재감
압도적인 오라가 느껴지는 대형 그릴과 절로 품격이 묻어나는 길고 멋스러운 차체, 편안하고 넉넉한 공간…. 자동차의 ‘왕’ 격인 대형 세단의 매력은 바로 이런 존재감에 있을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수입차 비중이 커지면서 차별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데다 저유가 기조까지 힘을 보태면서 주요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는 ‘얼굴마담’인 플래그십 모델을 앞다퉈 선보이는 추세다. 이미 지난해부터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EQ900’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메르세데스-벤츠의 마이바흐 S클래스가 건재함을 과시한 점이 인상적이었던 대형 세단 시장에 특유의 혁신성이 돋보이는 ‘BMW 뉴 7 시리즈’가 창조적 리더들과의 캠페인으로 ‘뒷심’을 발휘하면서 주목받았고, 미국 대형 세단 시장을 이끄는 양대 브랜드인 캐딜락과 링컨, 그리고 북유럽 감성을 지닌 볼보 등이 저마다 ‘가성비’ 돋보이는 신차로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었다.
최근 포드의 프리미엄 브랜드 링컨은 무려 14년 만에 ‘아메리칸 클래식’의 상징과도 같은 링컨 컨티넨탈 플래그십 모델을 새로 선보였다. 근대 건축의 거장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차’라는 찬사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역대 대통령과 할리우드 셀럽이 애용해온 역사와 문화의 아이콘이다. 그처럼 자랑스러운 전통의 기반 위에 현대적인 세련미를 수놓은 ‘2017 올-뉴 링컨 컨티넨탈’은 링컨의 엠블럼을 재해석한 링컨 시그너처 그릴부터 차체를 타고 흐르는 측면 보디라인 같은 유려한 외관 디자인도 일품이지만, ‘딥 소프트(Deep Soft)’ 가죽과 30가지 방향 시트 조절, 마사지 기능 등 항공기 일등석 부럽지 않은 인테리어, 그리고 레벨 울티마 오디오 시스템으로 귀를 호강시키는 사운드까지, 장점을 두루 갖췄다. 이런 매력에 시장도 화답했는지, 이 제품은 지난 1월 링컨 라인업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고. 또 다른 미국 세단의 자존심인 GM의 캐딜락 플래그십 세단 ‘CT 6’는 최근 5개월(8~12월) 동안 3백28대를 판매하면서 전체 캐딜락 모델의 3분의 1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성과를 냈다. 첨단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을 갖췄으며 차체의 64%에 알루미늄 소재를 적용해 타사 동급 모델에 비해 가볍고도 견고한 보디 프레임을 완성한 대형 세단이다.



5
20170301_return_05
6
20170301_return_06
7
20170301_return_07
8
20170301_return_08
진검 승부에 나선 BMW-벤츠, 중형 세단 2강의 화끈한 격돌!
올봄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중형 세단 시장에서 벌어질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진검 승부’다. 지난해 SUV 시장에서는 물론 4년 만의 ‘페이스리프트 버전’으로 선보인 ‘더 뉴 E클래스’로 화려한 성적을 올렸던 벤츠에 맞서 BMW가 7년 만에 ‘풀 체인지’를 단행한 7세대 야심작 ‘뉴 5 시리즈’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중형 세단 시장을 양분하는 용호상박의 대결인 만큼 지켜보는 눈이 많다. BMW 5 시리즈는 워낙 1972년 첫선을 보인 이래 전 세계적으로 7백60만 대 이상 팔릴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둔 인기 품목인 데다, 이번에 나온 뉴 5 시리즈는 전 라인업에 ‘반자율 주행 패키지’가 기본 장착됐을 뿐만 아니라 옵션 가격만 5백만원 상당의 가치를 지닌 ‘M 스포츠 패키지’, 손으로 차량을 제어하는 ‘제스처 컨트롤’ 등이 기본 적용되는 등 한층 막강해진 ‘내실’을 내세우고 있어서다. 실내 공간이 넉넉해졌는데도 무게는 오히려 115kg가량 줄어든 점도 매력적이다. ‘나이트블루(Night Blue)’, ‘꼬냑(Cognac)’이 시트 컬러로, ‘블루스톤(Bluestone)’이 외장 컬러로 새롭게 추가되면서 ‘컬러 스펙트럼’도 진화했다. 신형 5시리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일단 뜨겁다. 올 초 사전 계약 접수를 개시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1천 대’를 돌파하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라고 가만 있을 리 없다. 지난해 돌풍을 일으킨 신형 E클래스에 ‘반자율 주행 기능’과 ‘AMG 패키지’를 기본 적용한 모델을 내놓으면서 맞불 전략을 펼치고 있다.
최근 흥미로운 현상은 수요가 다변화 흐름을 타면서 BWM나 벤츠 같은 독일 강자뿐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가 의미 있는 성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영국 태생의 프리미엄 브랜드 재규어의 경우 지난해 브랜드 최초로 선보인 SUV 차량(F-페이스)으로 선전한 데다 중형 세단 시장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둬들였다. 재규어 특유의 우아하고 세련된 디자인이 눈길을 잡아끄는 프리미엄 비즈니스 세단 ‘올 뉴 XF’의 풀 체인지 모델로 상당한 두각을 나타낸 것. 이 모델은 지난해 4월 고객 인도를 시작한 이래, 12월까지 총 1천3백28대가 판매됐다. 이는 재규어 브랜드 제품 전체 판매량 중 35%를 차지하는 높은 비중이다. 또 지난 1월에는 재규어 베스트셀링 모델 ‘XE’보다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는 이변을 낳기도 했다. 올해 중형 세단 시장에서는 또 어떤 참신한 다크호스가 등장할지 기대된다.

데일리 슈퍼카의 매혹, 포르쉐와 페라리의 대결
최근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 눈에 띄는 흐름은 ‘영역 파괴’다. 전 세계적으로 전통적인 프리미엄 세단 브랜드가 SUV를 내놓기도 하고, 스포츠카 브랜드가 세단 모델을 선보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물론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가 가격대를 낮춘 고성능 소형차를 내놓는 경우도 많다). 역량이 뒷받침되고 시장성만 있다면 얼마든지 기존 영역에서 벗어나 남의 텃밭에도 발을 더 적극적으로 내디딜 수 있다는 태도다. 소위 ‘슈퍼카’를 내놓는 스포츠카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고객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실용성과 유연성을 가미한 모델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얼마 전 페라리는 브랜드 최초의 8기통 터보 엔진을 장착한 4인승 모델인 ‘GTC4루쏘 T’를 국내 시장에도 출시했다. GTC4루쏘 시리즈는 페라리가 2011년 처음 선보인 4인승 모델 시리즈로, 이번에 선보인 신형 T는 2016 올해의 엔진상에서 ‘올해의 엔진 대상’을 포함해 4개 부문을 동시에 석권한 바 있는 3.9L 8기통 터보 엔진을 장착한 만큼 슈퍼카의 명성에 걸맞은 ‘내공’을 자랑하지만, 스포티함과 편안함을 동시에 충족하므로 출퇴근과 레저 활동에도 활용할 수 있는 ‘다용성’을 뽐낸다. 오는 5~6월에는 포르쉐의 신형 스포츠 세단이 국내 시장에 상륙할 전망이다. 이 역시 편안한 주행 역량과 강력한 스포츠카의 서킷 성능을 겸비한 4도어 데일리 슈퍼카다. 이전 모델보다 차체가 커졌음에도 포르쉐의 디자인 아이콘 911의 스타일과 연계된 특유의 ‘플라이 라인’을 통해 더욱 세련되고 역동적인 실루엣을 갖췄으며 한층 강력해진 ‘바이터보’ 엔진을 장착했다고.
프리미엄 SUV 바람도 멈추지 않는다

올 하반기나 내년에는 프리미엄 SUV 바람이 다시 강하게 불어올지도 모르겠다. 특히 프리미엄 세단 브랜드들이 ‘억’ 소리 나는 초고가의 대형 SUV를 앞다퉈 선보일 예정이라 자동차 애호가들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을 듯하다. 지난해 가을 이탈리아 하이엔드 브랜드 마세라티가 1백 년 역사상 처음으로 개발한 SUV ‘르반떼’를 내놓고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미국 시장에서 상징적인 SUV로 통하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Escalade)’가 올 상반기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고, 전통과 품격을 자랑하는 영국의 세단 브랜드 벤틀리와 롤스로이스도 역시 SUV를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다. 벤틀리는 브랜드 사상 최초 SUV인 ‘벤테이가’를 지난해 부산 모터쇼에서 선보였고, 롤스로이스는 내년 출시를 목표로 최근 첫 SUV ‘컬리넌’의 웅장한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또 페라리와 함께 이탈리아 정통 스포츠카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람보르기니 역시 브랜드 최초의 SUV ‘우루스’를 내년께 발표하겠다고 예고했고, 벤츠에서도 최상급 모델인 ‘마이바흐 SUV’를 오는 2019년 선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들의 ‘경계 허물기’와 ‘영역 파괴’ 현상은 앞으로도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오랜 세월 소중히 지켜온 정통성을 저버리고 트렌드에 따른 수익 창출에만 혈안이 된 행보라고 지적하면서 곱게 보지 않는 시각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고도 남을 만한 창조적 변화를 보여줄 브랜드가 있지 않을까. 물론 심도 있는 전략과 내공이 결여된 섣부른 변신은 무리수가 될 수도 있지만, 기존 질서에서 벗어난 ‘이종교배’로 혁신을 빚어온 역사를 재현해낼 ‘실력자’도 분명 있을 터. 그 주인공이 과연 누구일지 궁금하다.

댓글 남기기